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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의 녹색 노트
양장
문학동네 201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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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파블로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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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lo Neruda,본명 :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이에스 바소알토

1904년 칠레 파랄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한 동네에 살던 시인 가브리엘 미스트랄의 서재를 드나들며 재능을 키웠다. 청년 시절 매일 두 편 이상의 시를 쓰며 지냈고, 1923년 첫 시집 『황혼 일기』를 출간하여 칠레 문학계를 뒤흔들었다. 1924년 소박한 표현과 내면세계를 추구한 연애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27년 외교관이 되어 지금의 미얀마를 시작으로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거주하였고, 실존적 고뇌를 담은 『지상의 거처』를 썼다. 1936년 시인 로르카의 죽음과 스페인 내전을 겪으며, 사회
1904년 칠레 파랄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한 동네에 살던 시인 가브리엘 미스트랄의 서재를 드나들며 재능을 키웠다. 청년 시절 매일 두 편 이상의 시를 쓰며 지냈고, 1923년 첫 시집 『황혼 일기』를 출간하여 칠레 문학계를 뒤흔들었다. 1924년 소박한 표현과 내면세계를 추구한 연애시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27년 외교관이 되어 지금의 미얀마를 시작으로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거주하였고, 실존적 고뇌를 담은 『지상의 거처』를 썼다.
1936년 시인 로르카의 죽음과 스페인 내전을 겪으며, 사회 의식을 각성하고 민중에 대한 애정을 담은 시를 쓰기 시작했다. 스무 살 연상의 두 번째 아내 델리아 델 카릴의 격려에 힘입어 정치 활동에 박차를 가하였고, 1945년 노동자들의 폭넓은 지지로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으며, 곧 공산당에 가입하였다. 독재자 곤살레스 비델라의 탄압으로 도피와 망명길에 오르지만, 이때 위대한 서사시 『모두의 노래』를 탈고했다. 그에게 시는 민중과 ‘소통의 통로’였고, ‘투쟁의 밑거름’이 되었으며, 민중시인이라는 별칭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이었다. 1954년 스탈린 평화상을 받았고,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1973년 네루다가 지지했던 아옌데 정권이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로 무너지고 10여일 후인 9월23일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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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역구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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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멕시코 문예지 〈마침표El Punto〉와 〈마른 잉크La Tinta Seca〉를 통해 등단했다. 멕시코국립대학 출판부에서 시집 『텅 빈 거울El espejo vacio』을 출판하고 중남미 작가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오월문학상 수상과 함께 〈현대문학〉에 시 「들꽃」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으로는 『꽃다지』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 『뭄Sr. Mum』 『가위주먹』 등의 장편소설과 『슬프다 할 뻔했다』 『불맛』 『나 기꺼이 막차를 놓치리』 등의 국내시집이 있다. 『하늘보다 높은 땅La tierra mas alta q
1986년 멕시코 문예지 〈마침표El Punto〉와 〈마른 잉크La Tinta Seca〉를 통해 등단했다. 멕시코국립대학 출판부에서 시집 『텅 빈 거울El espejo vacio』을 출판하고 중남미 작가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오월문학상 수상과 함께 〈현대문학〉에 시 「들꽃」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작품으로는 『꽃다지』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여자 목숨으로 사는 남자』 『뭄Sr. Mum』 『가위주먹』 등의 장편소설과 『슬프다 할 뻔했다』 『불맛』 『나 기꺼이 막차를 놓치리』 등의 국내시집이 있다. 『하늘보다 높은 땅La tierra mas alta que el cielo』 『팽팽한 줄 위를 걷기Caminar sobre la cuerda tirante』 『텅 빈 거울El espejo vacio』 등의 스페인어 시집과 기타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체의 녹색 노트』 『바람의 아르테미시아』 등 문학 관련 저서 40여 권을 썻다.
UNAM동인상, 멕시코문협특별상, 브라질 ALPAS ⅩⅩⅠ 라틴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2008년과 2009년 연속으로 aBrace 중남미시인상 후보에 올랐다. 저서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이 젊은 비평가들에 의해 ‘2009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11년 대산번역지원과 2012년 제1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창작지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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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세사르 바예호(Cesar Vallejo)
1892년 페루에서 인디오와 메스티소 사이의 혼혈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형을 잃는데 이 경험이 바예호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고, 이런 가족적 배경은 이후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로 환원되어 그의 시를 관통하는 주제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신앙이 돈독했던 그의 시는 성서의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1918년 첫 시집 『검은 전령』을 발표한 바예호는 당시 유행하던 전위주의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1920년 반정부시위에 참가했다 체포되어 3개월여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전위주의와 중남미원주민주의가 결합한 대표작 『트릴세』를 완성했다. 1930년 장편소설 『퉁스테노』와 단편소설 『파코 융케 이야기』를 발표했고 1931년 희곡 『록 아웃』을 발표한 뒤 스페인 공산당에 입당했다. 그후 파리로 돌아온 그는 1938년 괴질로 사망했다.
바예호는 녹색 노트 속 시인들 중 유일하게 체 게바라와 대면하지 못했던 인물이다. 작품으로는 『검은 전령』 『인간적인 시들』 『스페인, 나와 성배를 나누자』 『트릴세』 등의 시집과 희곡 『모스코바 대 모스코바』가 있다.
저자 : 니콜라스 기옌(Nicolas Guillen)
1902년 쿠바에서 태어났다. 초기에는 전위주의 색채가 강한 시를 썼지만 이내 비현실적인 모더니즘 색채를 걷어내고 현실참여적인 민중 시인으로 거듭났다.
사탕수수농장의 흑인과 물라토 노예 들의 애환을 노래하고 그들에 대한 백인들의 학대와 학살을 사실적이고 충격적으로 고발한 작품 『손의 모티브』 『송고로 코송고』 『서인도제도 회사』 등으로 쿠바 최고의 물라토 작가로 불리게 되었다. 『군인들을 위한 시와 관광객들을 위한 노래』 『온전한 노래』 등에서는 물라토 문화와 백인문화 간의 정서적 갈등을 현장감 있게 묘사했다. 특히 『민중의 날개를 단 비둘기』에서는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던 바티스타 정권을 비판하는 동시에 조국 쿠바와 아메리카의 완전한 독립을 주창했다. 그 결과 투옥되어 상당 기간 옥고를 치렀고 석방되자마자 스페인으로 건너가 프랑코 독재 정권과 맞서 싸웠다. 그후 스페인에서 추방당한 그는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이끄는 쿠바혁명이 성공하자 마침내 조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쿠바혁명정부 아래서 외교관으로도 활동한 그는 1989년 조국 쿠바에서 생을 마감했다. 작품으로 『손의 모티브』 『송고로 코송고』 『서인도제도 회사』 『사랑의 시』 『대동물원』 등 시집이 있다.
저자 : 레온 펠리페(Leon Felipe)
1884년 스페인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펠리페 카미노 갈리시아 델라 로사(Felipe Camino Galicia de la Rosa)다. 비교적 부유한 공증인의 아들로 태어나 부친의 뜻에 따라 약학을 전공했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뒤 약종상에 취직했다. 그러나 횡령죄 누명을 쓰고 3년간 옥살이를 한 그는 출옥 후 문학비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그는 운율에 개의치 않는 작법으로 전위적인 시들을 썼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극히 현실적인 것들이었다.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당 편에 서서 프랑코 정권에 맞서 싸우던 그는 엘로베이 섬에서 3년간 은신하다 1938년 멕시코 망명길에 올랐다. 멕시코에서의 그의 첫 직업은 도서관 사서였다. 그후 스페인 대사관의 공보관이 된 그는 강의 능력을 인정받아 베라크루스 대학에서 교수로서 강의도 했다.
작품으로는 『훈장』 『뺨을 맞는 광대』 『갈대의 낚시꾼』 『도끼』 『눈물과 출애굽의 스페인 사람』 『빛을 얻으리라』 『스페인과 스페인적인 것』 『세리라 불러다오』 『사슴』 등의 시집이 있다. 1968년 멕시코에서 『오, 이 낡고 부서진 바이올린!』을 출간한 뒤 얼마 후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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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7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22g | 115*185*20mm
ISBN13
9788954616508

출판사 리뷰

질풍노도의 시기, 아픈 청춘에게는 이 현실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혁명이다.
풍운아 체 게바라의 혁명에 자양분을 주었던 주옥같은 시들.
이제 그 언어들이 메말라가는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줄 것이다.
청춘이여, 체 게바라의 애송시로 네 삶의 혁명을 격려하라.
김난도 (서울대 교수,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혁명가의 유품, 녹색 노트
1967년 10월 9일 체 게바라는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체포된 지 하루 만에 총살당한다. 체포 당시 체가 메고 있던 낡은 배낭에는 열두 통의 필름과 여기저기 색연필로 표시된 지도, 고장 난 무전기, 두 권의 비망록, 그리고 녹색 표지의 스프링노트 한 권이 들어 있었다. 배낭 속 물건들은 곧 볼리비아의 수도인 라파스로 옮겨졌고 비망록 두 권과 녹색 노트는 다시 볼리비아군 정보기관으로 옮겨져 비밀금고에 보관되었다.
이후 두 권의 비망록은 1968년 ‘체 게바라의 볼리비아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면서 그 내용을 궁금해하던 이들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었지만, 녹색 노트는 여러 편의 시가 적혀 있다는 소문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2007년 베일에 싸여 있던 녹색 노트가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노트에는 그간의 소문대로 총 69편의 시가 필사되어 있었는데 필체의 주인공은 체였고 필사된 시는 그가 평소 좋아했던 시인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콜라스 기옌, 레온 펠리페의 것이었다.
체의 혁명 동지들에 의하면 이 시들은 체가 아프리카와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활동을 펴던 시기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쿠바에서의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총알이 빗발치는 또 다른 혁명 전장에 뛰어든 체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를 녹색 노트에 옮겨 적어 배낭 속에 항상 지니고 다녔던 것이다. 이렇게 체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히 간직했던 시 69편이 『체의 녹색 노트』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체의 녹색 노트』를 엮고 옮겼으며 중남미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구광렬은 2009년 출간된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실천문학사)을 통해 녹색 노트 속의 시 일부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체의 녹색 노트』는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에서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시들을 실어 독자들이 체가 필사한 시 전편을 온전히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체의 마지막을 함께한 시인들
1928년 아르헨티나의 중산층 가정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체는 혁명가인 동시에 문학을 사랑한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그는 ‘글을 읽지 못하면 총을 들 이유도 알지 못한다’며 전장에서도 대원들에게 책 읽기의 중요성을 피력하곤 했다. 독서에 대한 체의 열정은 유별나서 쿠바혁명을 위해 떠나기 하루 전까지도 지인에게 선물할 책을 구입하고 게릴라 활동을 벌이던 산속까지 책을 실어 나르기 위한 특별수송작전을 폈을 정도였다.
여러 문학 장르 중에서 특히 시를 좋아했던 체는 10대 후반에 이미 파블로 네루다, 보들레르, 베를렌, 안토니오 마차도 등 유명 시인들의 작품들을 독파했다. 그는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옛 동지였던 피델 카스트로에게 네루다의 시 ?이별?을 인용한 쪽지를 남기는데, 쿠바혁명을 위해 함께 목숨 걸었던 친구를 떠나오는 자신의 심정을 시를 통해 표현한 것이었다. 또한 첫번째 부인과 연애할 당시에는 그녀가 좋아한 바예호의 시집을 선물하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자식들에게도 시를 읊어주는 등 시는 체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함께했다.
체는 『체의 녹색 노트』에 등장하는 네 명의 저항시인들의 시를 애송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렸을 때 사망한 바예호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시인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네루다는 자신의 시집에 대한 체의 칭송에 그를 직접 찾아가 자신의 시집을 선물하는 것으로 답례했고, 체와 각별한 사이였던 기옌은 쿠바혁명이 성공한 직후 새로 구축된 부대에 가장 먼저 초대받아 체에게 바치는 시를 부대원들 앞에서 낭송하기도 했다. 펠리페는 멕시코 망명 중 어느 카페에서 체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 만남은 체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체는 펠리페의 시를 연설 도중 인용하거나 쪽지에 적어 부대원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이렇듯 체는 네 명의 시인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하며 그들의 시를 혁명 정신의 근간으로 삼았다.

파블로 네루다
네루다는 체가 자서전에서 ‘매일같이 읽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좋아한 시인이었다. 네루다의 서정시는 살벌한 전장에서도 체가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고, 그의 저항시는 혁명가 체의 투지에 힘을 실어주었다. 체가 즐겨 읊었던 네루다의 시 가운데 특히 여덟 살 때부터 암송했던 「스무번째 사랑의 시」는 혁명가이기 이전에 문학을 사랑한 청년이었던 체의 감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오늘밤 난 씁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예를 들면 이렇풰 씁니다: “하늘엔 별이 가득하고,
별은 멀리서 파르르 떨고 있다”고.

밤바람은 하늘에서 빙글 돌며 노래를 부릅니다.

오늘밤 난 씁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난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가끔 날 사랑했습니다.

오늘 같은 밤 난 그녀를 포옹했습니다.
가없는 하늘 아래 한없는 입맞춤을 했습니다.

(중략)

이제 더이상 그녀를 사랑하진 않지만, 무척 사랑했습니다.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귓전을 두드리기 위해 바람을 찾곤 했습니다.

그녀는 이제 다른 사람, 다른 사람의 사랑이 되겠지요. 내 키스 전의 그녀처럼.
그녀의 목소리, 순백의 육체, 그윽한 눈동자들.

이제 더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어쩜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이 그렇게 짧다면, 망각은 또 그렇게 기니까요.

오늘 같은 밤이면 나, 품안에 그녀를 가득 안았기에,
그녀를 잃은 내 영혼은 사뭇 슬퍼합니다.

비록 이것이 그녀가 나에게 주는 마지막 아픔이라 할지라도,
비록 이것이 그녀에게 바치는 마지막 시가 될지라도.

「스무번째 사랑의 시」 부분 (37쪽)

세사르 바예호
페루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던 인디오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인디헤니스모 운동에 참여했던 바예호는 기질적으로는 네루다와 다른 시인이었지만 체에게는 네루다와 마찬가지로 혁명의 뿌리 같은 존재였다.
바예호가 사망했을 당시 체는 겨우 아홉 살이었고 두 사람이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바예호는 체의 첫번째 부인이자 그로 하여금 사회주의에 눈을 뜨게 해준 일다 가데아와의 연애 시절 함께 즐겨 읽었던 시인이며 녹색 노트에 가장 많이 필사된 시인이기도 하다. 바예호의 시 「비참한 저녁식사」는 사회의 불합리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체의 연민을 보여준다.

언제까지 우린 멍에를 써야만 할까.
불쌍한 무릎을 뻗을 수 있을 모퉁이는 어디에 있을까.
언제까지 우리에게 양식을 주는 십자가는
노를 멈추지 않을까.

언제까지 병든 우린 의문부호를
달아야 할까……
우린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배가 고파 밤을 새는 소년의 고통스런 얼굴로.

(중략)

주정뱅이 하나, 가까이 다가와 우리에게 욕을 하더니
멀어져간다,
인간의 쓰디쓴 본연, 그 무덤 속 숟가락처럼……
어둠 속의 그 존재, 알 길 없다
이 만찬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비참한 저녁식사」 부분 (35쪽)

니콜라스 기옌
기옌은 미국 제국주의에 의해 핍박받았던 흑인 노예들과 과거 스페인의 침략 과정에서 탄생한 물라토 노예들의 애환을 즐겨 노래했다. 체는 쿠바혁명을 성공시킨 후 또 다른 혁명을 꿈꾸며 아프리카로 향했고, 이곳에서 필사된 기옌의 시들은 검은 피부의 대원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면서 체가 가졌을 목표의식을 잘 보여준다. 기옌의 시 「도착」을 살펴보면 처음 아프리카 땅에 발을 디뎠을 때 체가 느꼈을 소감과 다짐을 짐작할 수 있다.

자, 이제 도착했어!
숲으로부터 습한 언어가 새어나오고,
힘찬 태양은 우리 혈관에서 떠오르네.
그리고 우리 강한 주먹엔
노가 쥐여 있다네.

(중략)

우린 아침에 연기를,
밤에는 불을,
야만의 가죽에 제격인
달 조각 같은 칼을 지니고 왔으며;
진흙에 뒹굴 악어들을,
우리의 열망을 쏠 화살들을,
열대 정글용 혁대와 깨끗한 영혼을.
그리고 무엇보다
아메리카의 얼굴에
개성 있는 프로필을 가져왔다네.

(중략)

어이, 친구들 우리 여기 왔다네!
태양 아래
땀을 흘리는 우리의 발은 피정복자들의 땀에 젖은 얼굴을 드러낼 것이고,
별들이 우리 불꽃의 끝자락을 태울 땐
우리네 웃음은 강 위에서, 새의 날개 위에서 꼬박 밤을 샐 것이네.

「도착」 부분 (26쪽)

레온 펠리페
체는 세 명의 시인들을 번갈아가며 필사하던 이전까지와 달리 볼리비아에서는 펠리페의 시만 필사했다. 그 이유는 오직 체만 알 수 있을 테지만, 확실한 것은 녹색 노트에 필사된 펠리페의 시들을 통해 당시 체가 처한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쓰인 체의 일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일기에서 영양실조와 병에 걸려 전의마저 상실한 부대원들을 걱정하며 자신들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펠리페의 시 「항아리」는 이런 체의 심정을 잘 드러낸다.

죽음 말고는 다른 출구가 보이질 않았다……
파괴…… 꿈…… 다시 한 번 위대한 꿈……
점토와 바람 간의 결정적인 이혼
항아리, 저 항아리, 저 거만한 항아리는 잘 만들어지지 않았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구멍이 나 있어,
사랑과 꿈의 연기들이 새어나가지
그리고 똥으로 가득 찬 뱃살
이제 그 항아리 깨졌어……
천둥의 원자에 의해 쏘아진 광원자가 온 거야
이제…… 대사제님,
도자기공에게 또다른 기회를 줘야 할 겁니다
마치 예?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양,
창세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겁니다
얼마나 많이 만들고 깨부수고 만들고 깨부숴야 합니까
저 거만한 항아리
인내, 희망…… 대사제님, 공……!
공을 울려요…… 공……!
다시 한 번 서문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
신이시여, 다시 한 번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점토를 반죽하시어,
다시 둥글게 구球를 만들어요
다시 한 번 바람에게…… 콧김을, 입김을…… 호흡의 기적적인 증기를
후후후후……! 후후후후……! 후후후후……!
자 이제, 대사제님
이 세기적 경험 덕에 도자기공은 참 운이 좋네요

「항아리」 전문 (269쪽)

여기서 ‘똥으로 가득 찬’ 항아리는 깨지고 도자기공은 처음부터 다시 도자기를 빚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혁명을 통해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을 깨부수고 새로운 세상을 빚고 싶어했던 체에게는 끝내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남긴 혁명가의 메시지
체는 쿠바혁명 이후 자신에게 주어진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또 다른 혁명을 위해 게릴라의 삶으로 돌아갔다. 더 나은 미래를 증명하려 했던 그였지만 죽기 전 아프리카와 볼리비아에서 보낸 2년은 실패와 고난의 연속이었다. 체는 그곳에서 지리적·문화적 차이로 인해 수많은 시련과 난관에 부딪쳐야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청춘들에게도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비싼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워킹푸어 같은 수많은 장벽 앞에서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하는 그들에겐 현실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크나큰 도전이 되고 있다. 이렇듯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 매일 또 다른 혁명을 꿈꿔야 하는 청춘들에게, 체가 사랑했던 주옥같은 언어들이 공감과 위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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