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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장 타인의 아이 제2장 피와 정 사이 제3장 각각의 선택 제4장 판가름 난 인연 제5장 맨발의 만남 제6장 식탁 없는 가족 제7장 그 후 제8장 불신 제9장 장대한 실험실 제10장 미완성의 결론 에필로그 지은이의 말 새로운 이야기, 초여름 주요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 작품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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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은 6년 전 미츠코가 태어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이것저것 기억을 맞추어 원인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은 어떤 것도 없었다. 당연히 간단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면, 이미 토모코 자신이 밝혀냈을 것이다. 하지만 모자수첩을 보고 있던 토모코는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했다. 3㎏으로 태어났는데, 한 달 뒤 건강검진에서 체중이 겨우 300g밖에 늘지 않았다. 동생 코이치의 체중 변화와 비교해도 이상한 수치였다. 그때는 발육이 좋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300g이라는 숫자는 너무 적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일단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옆방에서는 미츠코가 기분 좋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동쪽의 하늘은 벌써 어렴풋이 꼭두서니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부부의 머릿속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했다. 말로 꺼내지는 못했지만 출생 시에 아이가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스쳐 갔다. 신문에서 몇 번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내의 외도에 대한 의심은 깨끗이 씻어 낼 수 없었다. 시게오에게는 그쪽이 더 큰 문제였다. --- p.28 상대방인 시로마 나츠코도, 미츠코를 보고 감탄한 듯이 ‘바람피웠을 리가 없지’라고 생각했다. 홀쭉한 아래턱이 확실히 시로마 테르미츠와 닮았다. 눈은 나츠코와 똑 닮았다. 게다가 나츠코의 뒤에서 부끄러워 하며 서 있는 하츠코는, 방금 들어온 이사 시게오를 빼닮은 듯했다. 반신반의했던 나츠코도, 가슴을 닫았던 두꺼운 얼음벽이 한순간 녹는 기분이었다. 바뀐 것이 틀림없다. 혈액검사 결과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아이의 얼굴을 보자 바뀌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 p.49 미츠코를 태운 라이트밴은 천천히 왔던 길을 따라 움직였다. 하츠코는 차를 쫓아 달렸다. 테르미츠는 백미러를 보았다. 백미러에는 어둠 속에서 손을 흔드는 딸의 모습이 비쳤다. 미츠코도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었다. “바이 바이”라는 말이 몇 번이나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하지만 미츠코는 혼자 차에 탄 것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자러 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에, 자신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다. 지금까지보다 몇 배는 심한 쓸쓸함이 밀려왔다. 토모코는 결국 안녕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차가 멀어져 갈수록 긴장이 풀렸다. 울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시게오와 토모코, 그리고 하츠코는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동차 후미등은 두 개의 점이 되더니, 곧 사라졌다. --- p.103 극장에서는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햅번이 미국 문화를 퍼뜨렸고, 텔레비전을 틀면 언제든지 미국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가타카나 표기가 증가한 것도 이 시기 전후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배우는 항상 흰색의 청결한 병원에서 출산을 했는데, 현실에서도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이 사회적 풍조가 되어 자택 출산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1945년 이후, 미국에서 들어온 문화로 인해 출산 후 모자가 각각 다른 침대를 쓰는 것이 ‘문병객의 잡균에 대한 저항력이 없는 신생아의 건강을 지키고, 분만 후 모체의 피로 회복을 빠르게 도와준다는 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병원 출산율 증가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패전으로 미국에 점령된 오키나와에서도 시설 분만이 순식간에 자택 분만을 앞지르게 된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 p.113 미츠코가 자신이 아기일 때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3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전까지는 별생각 없이 이 사실을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녔다. 천진난만하다고 해야 할지, 비밀이 알려지는 것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가엽게도, 힘들겠구나”라는 위로를 받을 때는 왜인지 비극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에 더욱더 활기차게 이야기했다. 그런 미츠코를 모르는 교사가 없을 정도로 학교에서는 어느 정도 유명 인사였다. 반 친구들 대부분은 미츠코가 아기일 때 뒤바뀐 것을 당사자의 입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숨김없이 말하는 미츠코의 성격 때문에 그 일로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미츠코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두 명이야.” --- p.224~225 “부모와 자식은 무엇일까?” 토모코가 울컥한 마음으로 말을 했다. 미츠코는 자신을 향한 말이라고 여겼는지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부모와 자식은 혈연관계보다 키워 준 정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미 그때로부터 12년이 지났다. ‘잃어버린 6년’의 두 배가 되는 시간을 보내고도 여전히 미츠코는 키워 준 6년의 연장선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지금의 미츠코는 일찍이 “나는 부모님이 두 명씩 있다”라고 자랑하던 미츠코가 아니었다. 명확하게 ‘두 부모’을 부정하는 미츠코였다. --- p.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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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리메이크를 결정한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원작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6년간 키웠던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 보는 작품이다. 흥미로운 소재와 절제된 연출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또한, 스티븐 스필버그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꼭 보여 주고 싶은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리메이크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모티브가 된 이 소설은 영화와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와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한 아버지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면, 소설은 ‘아이가 뒤바뀐 사건’에 떠밀린 부모들과 주변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성찰한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저명한 논픽션 소설 작가인 오쿠노 슈지는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건의 주인공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이 작품을 집필했다. 직접 취재한 사실과 연구 내용들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꾸며 가감 없이 보여 준다. 병원에서는 왜 아이가 바뀌는 초보적인 실수가 빈번하게 된 것인지, 작품 속 부부의 아이가 바뀌게 된 순간은 언제인지, 사건이 밝혀진 이후 두 아이와 부모들은 어떻게 살아갔는지, 사건의 당사자인 아이들은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는지, 작가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을 작품 속에서 상세히 풀어낸다. 낳은 아이와 키운 아이를 모두 보살피고 싶은 두 가족이 생각해 낸 기발한 발상 이 소설에는 주인공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둘 중 한 가정이 더 빈곤하여 바뀐 아이의 생활이 극적으로 추락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바뀐 아이 중 한 명이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지도 않는다. 다만, 일상의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관찰한다. 그리하여 비극에 빠진 주인공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다시 삶의 균형을 찾아가게 되는지 지긋이 바라볼 뿐이다. 소설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곤경에 빠진 두 가족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두 가족은 아이를 교환한 후에도 끊임없이 왕래를 지속한다. 키운 아이와 낳은 아이 모두를 다 돌보고 싶었던 부모들은 몇 차례의 갈등을 겪고 난 후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함께 살면서 두 아이 모두를 곁에 두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과감하게 이를 실행에 옮긴다. 이 기발한 방식의 해법이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부모와 자식은 무엇일까?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질문을 던지는 문제적 작품 이 책 『어긋난 인연』은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의 전반부는 아이가 바뀐 사건을 알게 된 부모들의 충격과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친자식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을 보여 준다. 비로소 친자식을 데려올 결심을 한 두 부부는 아이들의 교환을 진행하는 동시에 아이를 바뀌게 한 병원과 법정 공방을 벌인다. 중반부에서는 부모들의 성장기와 부부가 서로 만나게 된 과정이 그려진다. 이를 통해 가족을 중요시하고 혈연관계에 집착하는 일본 오키나와 지역사회의 특징이 아이들의 교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드러낸다.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벌어지는 미묘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 두 가족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있다. 이어서 작가는 아이가 뒤바뀐 후 25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이들과 두 가정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 후일담을 전한다. 작가는 피와 정, 양자택일이 불가능한 문제를 통해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연 낳았다고 해서 당연히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는 ‘아이가 뒤바뀐 사건’을 겪지 않은 평범한 가정에서도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물음이기도 하다. 낳았기 때문에 아이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부모의 자만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문제적인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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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뀐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있을 법한 실화를 25년이란 긴 세월 동안 바라보며 그 주인공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그려 낸 저자 오쿠노 슈지의 필치가 빛난다.
역자의 번역도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어떤 번역에서는 외국어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앞선 나머지 번역문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역자들의 번역은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생동감이 넘친다. 일본어 특유의 표현까지 완벽하게 번역해 낸 역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 - 이한섭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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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신생아가 뒤바뀌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보도된 것만 하더라도 연간 수건에 이르렀던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은 오키나와의 평범한 두 가정의 운명을 뒤흔들어 버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25년간에 걸친 이 장대한 르포르타주는, 기묘한 그리고 또 슬픈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히 서술해 나아간다. 독자로 하여금 가족이란 무엇인가, 또한 혈연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물음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며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가의 필력에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진다. 화제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이 논픽션 소설은 다시금 그렇게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고 눈물짓게 할 것이 분명하다. - 김유영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미래문화콘텐츠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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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실수에 의해서 아이가 뒤바뀌고, 사실을 인지한 후 그동안 같이 살던 가족과 헤어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의 복잡한 심경과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 가족 개개인의 다양한 고뇌와 함께 그들 간의 유대 관계, 사랑의 가치,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일본 특유의 터치로 그려 낸 작품이다. 결코 풀어내기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한 번역자의 고민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으로, 읽는 내내 언어를 주된 일로 삼는 한 개인으로서 너무나 기쁘고 믿음직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 한 발짝 물러선 타인의 시점뿐만 아니라 ‘내가 같은 상황이라면’이라는 나 개인의 시점으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등, 가족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안겨 준 작품이다. - 배경복 (통번역 에이전시 언어마을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