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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으로서의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의 ‘불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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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글어판 서문
머리말

1장 한역 세계로의 초대―인도 그리고 중국으로
2장 번역에 종사한 사람들―역경의 대략적인 역사
3장 번역은 이렇게 이루어졌다―한역 작성의 구체적 방법과 역할 분담
4장 외국 승려의 어학력과 구마라집·현장의 번역론
5장 위작 경전의 출현
6장 번역과 위작의 사이―경전을 ‘편집’하다
7장 한역이 중국어에 미친 영향
8장 번역할 수 없는 근원적인 것
9장 불전 한역사의 의의

저자 후기
옮긴이 후기
불전 한역사 연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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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

후나야마 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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船山徹

1988년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후기 과정 중퇴. 현재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미국 프린스턴대학 종교학부, 하버드대학 신학부, 네덜란드 레이덴대학 객원교수 역임. 중국 중세 불교사와 인도 불교 인지론을 중심으로 불교사를 다각적으로 연구. 혜교慧皎 《고승전高僧傳》 全4冊(2009), 《진체삼장연구논집眞諦三藏硏究論集》(2012)을 공역하거나 엮었으며 그 외 불교사 관련 역저서 및 논문 다수가 있다.

李香哲

경남 진주에서 출생하여 연세대 학부 및 대학원을 거쳐 1977년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박사. 현재 광운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일본 교토대학 경제학연구과 객원교수 역임. 동서교류사와 동아시아 기층 문화 형성을 복합적인 관점에서 연구.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2011), 《마루야마 마사오가 만들어낸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신화》(2015)를 번역했고 《일본 보수정치의 농촌사회적 기원》(2016), 《동아시아 고등교육의 재구축》(2007)을 저술했다. 이외에 〈K-POP 한류와 산업적 이해관계: 중국과 일본 사례 비교분석〉 등 동아시아학 관
경남 진주에서 출생하여 연세대 학부 및 대학원을 거쳐 1977년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박사. 현재 광운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일본 교토대학 경제학연구과 객원교수 역임. 동서교류사와 동아시아 기층 문화 형성을 복합적인 관점에서 연구.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2011), 《마루야마 마사오가 만들어낸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신화》(2015)를 번역했고 《일본 보수정치의 농촌사회적 기원》(2016), 《동아시아 고등교육의 재구축》(2007)을 저술했다. 이외에 〈K-POP 한류와 산업적 이해관계: 중국과 일본 사례 비교분석〉 등 동아시아학 관련 역저서 및 논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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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576g | 153*224*20mm
ISBN13
9791156120971

책 속으로

한역 불전의 원어인 주요 ‘인도어’로는 산스크리트어Sanskrit(梵語), 팔리어[P?li], 간다라어[G?ndh?r?], 그리고 나중에 다룰 불교 혼성 범어[Buddhist Hybrid Sanskrit]를 들 수 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이 네 종류의 말이 인도 불교의 원어다. …… 역사적으로도 주류를 이루는 언어는 산스크리트어다. 산스크리트Sanskrit는 ‘완성된 (말), 세련된 (말)’을 뜻하는 ‘sa?sk?ta’라는 말의 현대어 표기다.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의 규범적인 언어이고 학술 언어의 역할을 해왔다. 유럽 역사에서 라틴어가 해온 것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면 된다. ---p.22

(불교총서를 뜻하는 삼장三藏, 일체경, 대장경大藏經의) 인도 불교에 원래 있었던 표현은 ‘트리피타카tripi?aka’다. ‘tri’는 세 가지, ‘pi?aka’는 보물이나 꽃 등을 담는 바구니라는 의미다. 여기서 세 가지란 경經·율律·논論으로, 순서에 따라 불타의 가르침을 기록한 ‘수트라s?tra’, 불타가 규정한 출가 교단의 운영 규칙을 정한 ‘비나야vinaya’, 수트라의 내용을 후세 사람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발전시킨 논서를 의미하는 ‘샤스트라??stra’를 말한다. ---p.33

‘역’에 대해서는 후한시대 자전字典으로 유명한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 권3(상)에 “역譯이란 사이四夷의 말을 전역傳譯하는 것이다”라는 정의가 있다. 이것은 사방의 오랑캐 말을 중화의 말로 바꾼다는 정도의 의미다. ---p.45

서역西域 구자국龜玆國(쿠차, 현재 신장 위구르 자치구 쿠처庫車의 동쪽) 출신으로 5세기 초 무렵에 활약한 구마라집鳩摩羅什(쿠마라지바)과 7세기 중엽 당 태종시대에 인도 순례에서 돌아와 질적·양적으로 방대한 번역 작업을 수행한 한인 승려 현장의 이름을 드는데 이견을 내세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마라집과 현장이야말로 불전 한역사에 우뚝 선 2대 거두이고 각각 구역과 신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p.46

《서유기》의 삼장법사 모델이 현장임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원래 ‘삼장’이란 세 종류의 불교 성전 ‘경經(s?tra)’, ‘율律(vinaya)’, ‘논論(??stra/abhidharma)’에 모두 정통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종종 뛰어난 학승에 대한 존칭으로도 사용된다. ---p.74

다수 인원이 경전 강의에 참여하는 유형의 대표적인 것은 구마라집의 역장이었다. 그 구체적인 예는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수십 명, 때로는 수백 명 혹은 1천 명 이상의 승려나 재가 신자가 모인 일종의 법회法會(불교 의례)였다. 번역에 종사한 사람들로는 그 역장의 중심인물과 ‘필수筆受’로 불리는 사람, ‘전역傳譯’으로 불리는 사람 등이 있었다. 그들의 번역 작업을 다수의 청중이 열석列席하여 지켜보는 형태로 번역과 동시에 해당 경전의 해설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강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p.93

전문가 집단에 의한 후대의 역장은 경전 강의와는 관계가 없고 원칙적으로 청중도 존재하지 않았다. 역경원譯經院, 번경원?經院, 전법원傳法院 등으로 불리는 번역 작업을 위한 전문 시설에 번역 종사자만이 모여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면서 연계 작업의 형태로 번역했다. 역할은 ‘역주’, ‘필수’, ‘도어度語(또는 전어傳語)’, ‘윤문潤文’, ‘증의證義’ 등으로 나누어지고 …… ---p.94

구마라집은 “몸소 손에 오랑캐의 책(범어의 텍스트)을 들고 구두로 후진의 말(한어)을 사용해 설명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그는 통역을 개입시키지 않고 한역 문장을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 그에 의하면, 번역이란 “다른 사람이 씹어 토해낸 음식 같은 것”이며 원전과 번역 사이에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p.141

범문을 중국어로 바꾸면 그 아름다운 문장의 멋[文藻]은 사라지고 대략적인 뜻은 파악해도 완전히 문체는 어긋나고 만다. 마치 밥을 씹어 남에게 주면 맛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구토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과 같다. ---p.142

“원래 ‘보리수’란 ‘깨달음의 나무’를 의미하는 범어 ‘보디 브리크샤bodhi-v?k?a’ 또는 ‘보디 드루마bodhi-druma’에 대응하는 번역어로 구마라집이 살았던 시대에 처음으로 확립되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보리’는 음역이다”. ---p.146

‘如是我聞’은 범어 ‘에밤 마야 슈루탐eva? may? ?rutam(이와 같이 나에게 들렸노라)’를 어순 그대로 직역한 것이고 한어로서 매우 부자연스러운 어순이다. ---p.148

현장에게는 ‘오종불번五種不?’으로 불리는 번역이론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오종불번’이란 의역해서는 안 되는 다섯 가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바꾸어 말하면, 의역하지 않고 음역에 그치는 편이 좋은 다섯 가지 장르를 열거한 것이다. ---p.152

당唐나라 지승智昇의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730)은 당시 실제 존재했던 경전의 수를 1,067부로 파악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위경의 수도 약 400부 정도 들고 있다. …… 위경이란 범어 등의 외국어에서 번역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어로 작성한 경전인데도 마치 번역된 것과 같은 체제를 갖춘 경전이다. ---p.173

경록 등에서 편집을 의미하는 원어는 ‘찬撰’, ‘찬출撰出’, ‘찬술撰述’, ‘찬집撰集’, ‘초抄’, ‘초집抄集’, ‘초촬抄撮’, ‘촬략撮略’, ‘정리整理’ 등이다. ‘찬撰’이란 고전 한어에서 저작이나 저술, 편집을 가리키는 매우 일반적인 말이다. ‘초抄’라는 말은 일부를 뽑아 쓰는 발췌를 의미한다. ‘촬撮’은 한데 합친다는 의미를 나타내며, ‘출出’은 한어로 문장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p.213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불교어로는 연기緣起, 세계世界, 윤회輪廻, 번뇌煩惱, 나한羅漢, 사고팔고四苦八苦, 언어도단言語道斷, 금륜제金輪際, 억겁億劫, 멸상滅相, 나락奈落, 아귀餓鬼, 토각兎角 등이 머리에 떠오른다. …… ‘세계’도 마찬가지다. ---p.242

‘거사居士’는 원래 학문과 교양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관직에 나가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지만, 불교어로는 범어 ‘그리하 파티g?ha-pati’(집주인, 주인)의 역어로 사용되고, 나아가 의미가 바뀌어 우바새優婆塞(우파사카up?saka, 청신사淸信士), 즉 남성 재가 신자의 뜻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p.244

‘업業’도 같은 유형이다. ‘카르마karma’의 번역어인 ‘業’은 ‘행위’를 의미한다. 보다 엄밀하게는 행위를 일으켜 결과가 나타나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함의하여 ‘카르마’라는 말을 사용한다. ---p.245

‘발鉢’이 범어 ‘파트라p?tra’(그릇의 의미)를 ‘발다라鉢多羅’로 음사音寫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겠지만, ‘鉢’은 이른바 유교 경전이나 노장의 서책에도 보이지 않는 신자다. ‘鉢’은 음을 가리키고, 그 의미를 한어로 번역하면 ‘盂우’가 되는데 의역과 음역을 합해 ‘발우鉢盂’로 칭하는 경우도 많다. ---p.247

‘탑塔’이란 산스크리트 어형의 ‘스투파stupa’ 또는 여기에 대응하는 프라크리트어Prakrit의 ‘투파th?pa’에서 첫째 음절을 음사한 문자로 생각된다. 현응은 같은 책 다른 곳에서 ‘탑’을 설명하여 “탑파塔婆, 혹은 의미를 번역하면 사당[廟]이다”라고 했다. ---p.249

‘불佛’은 불교 전래 이전부터 존재했고 원래 보일 듯 말 듯 흐릿한 모양을 뜻하는 글자지만, 불전에서는 그런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오로지 음사어音寫語로만 사용한다. ---p.254

석존의 이름은 범어로 표기하면 싯다르타Siddh?rtha, 속어 표기로는 싯닷타Siddhattha이고 둘 다 목적을 달성한 사람이라는 의미인데, 한역에서는 그것을 ‘실달悉達’이라든지 ‘실달 다悉達多’로 음역한다. ‘실달悉達’은 ‘전부 도달하다, 모든 것에 도달하다’는 의미를 가지며 ‘Siddh?rtha’라는 인도어의 의미와 부합한다. ---p.260

‘나가n?ga’를 ‘용龍’으로 번역한 경우다. 인도에서 ‘나가’는 실제 존재하는 생물로 뱀(코브라)을 말하고 여기에 더해 신화적 존재라는 의미도 있지만, 불전에서는 이것을 ‘용’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p.291

‘성’이란 총명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일반적인 호칭이고 뛰어난 지혜가 있는 사람이나 선견지명 또는 예지 능력이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p.299

출판사 리뷰

동아시아 기층문화의 뿌리, 불교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불경 한역을 축으로 한 총체적 보고서
산스트리트어 등 인도말로 된 불전이 한자문화권에 이식되기까지
번역자와 번역론, 과정과 방법, 위경僞經 등을 체계적으로 비교·분석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적어도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는 그렇다. 애당초 영어의 ‘religion’의 번역어인 ‘종교’라는 말이 없던 시대부터 불교는 동아시아인들에게 선악을 분별하는 도덕을 제시하는 등 생활태도·사고방식이었고 문학이나 미술을 낳은 영감의 원천이자 사상·철학·학문의 뿌리이었으며 현실 사회에서 정치를 좌우하는 동인動因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몇 세기 후 중국에 전래되어 한자문화권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을까. 바로 한역漢譯 경전이다. 불교 문화의 핵심은 교설敎說이며 이를 기록한 인도의 텍스트를 한문으로 번역한 한역 경전에 담긴 불교적 사상이 동아시아 사회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2000년 이상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성경의 번역보다 방대한 규모로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인류 최대의 지적인 유산인 불교 경전의 한역 작업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규명한 획기적인 작품이다.
지금까지 한역 불전 관련 연구가 적지 않게 나왔지만 대체적으로 특정 문헌이나 주제만을 다루거나 한역불전 연구의 기초단계인 어휘 연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은이는 불전 한역의 역사를 구역舊譯과 신역新譯으로 나누는 등 불전 한역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짚는 것은 물론 역어譯語 성립 과정, 불전 한역이 한자어에 미친 영향 등 ‘문화번역’의 영역까지 다뤘다.
이와 함께 전문연구서로의 깊이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연구논문을 고쳐 쓰고 입문적 해설을 붙여 일반 독자, 학생, 기타 불교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눈길을 끈다. 덕분에 한역 불전의 역사뿐만이 아니라 동서 문화의 교류 및 융합, 나아가 동아시아 기층문화의 형성에 관한 연구에 기여할 뿐 아니라 대중성을 갖춘, 드물고도 값진 저작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불교사의 틈새를 메우다

불교가 오랫동안 동아시아에서 정치·문화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그 수용과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체로 불교사 연구의 초점은 대체로 정권과의 관계에 맞춰진 감이 있었다. 지은이는 온전히 불교의 핵심인 불전의 번역을 파헤쳐 불교사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예를 들면 “중국의 불전 한역은 후한 명제明帝(재위 57~75) 영평永平 연간(58~75)에 낙양洛陽(현재의 허난성河南省 뤄양)에서 섭마등攝摩騰이 작업한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이 시초라고 한다”(47쪽)라거나 “후한後漢 시대에 서역에서 승려들이 들어오면 홍려사鴻?寺(정부의 외무부에 해당하는 관청으로 외국 손님 접대나 조공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곳)에 체류했고, 나중에 별도로 건물을 지어 불교를 포교하게 했다. 이러한 사정이 있어 그들이 맨 처음 머물렀던 홍려사와 연관시켜 앞의 ‘홍려’는 생략하고 ‘사’만을 남겨 ‘寺(관공서, 관사)’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244쪽) 같은 사실史實은 여느 역사책에선 만나기 힘들다.

불교의 이해를 도모하다

템플 스테이라든가 경주 석굴암, 야단법석 언어도단 같은 불교 용어에서 보듯 21세기 한국에서도 불교의 흔적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불교 자체에 대한 이해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그치는 게 보통이다.
“석가모니는 보리수 밑에서 좌선하여 깨달음을 얻은 뒤 7일 동안 음식을 들지 못했다. 그런 부처에게 제위提謂(트라푸샤Trapu?a)와 파리波利(발리카Bhallika)라는 두 상인이 음식 공양을 하려 했다. 그들의 마음이 인연이 되어 천상에서 사천왕四天王이 각각 음식을 담을 그릇을 하나씩 부처에게 바치고 이 네 개의 그릇을 하나로 합체한 전설적인 발우鉢盂로 성도 후 첫 식사를 들었다.” 재가 불교도로서 실천해야 하는 사항을 설명한 《제위 파리경提謂波利經》의 유래다. 여기에 5세기 북위北魏시대 담정이란 승려가 쓴 위경僞經이란 설명이 붙어 불경, 나아가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번역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다

지금도 직역과 의역을 두고 논란은 계속된다. 불전 한역도 마찬가지였다. “번역인 이상 본래 의미를 다소 훼손해도 중국 사대부의 품격에 맞는 명료한 표현으로 할 것인가(文), 아니면 난해해도 중국어로 본래 의미를 정확하게 살려 표현할 것인가(質)’ 하는 문체 논의”(14쪽)가 일찍부터 있었다. 그 결과 불전 한역사에서 구역과 신역을 대표하며 양대 거두로 우뚝 선구마라집과 현장의 번역 중에 의역파였던 구마라집 번역의 《법화경》, 《유마경》, 《금강반야경》이,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직역파 현장이 번역한 불경보다 후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계속 읽혀온 이유가 되었다.
구마라집이 번역이란 “다른 사람이 토해낸 음식 같은 것”이라며 번역의 한계를 인정했다든가 현장이 “다라니 등과 같은 주문의 가르침은 범어 그대로 암송하여 부처의 가호를 빌면 즉각 효과 가 나타나지만, 중국어로 번역하면 조금도 영험스럽지 않기 때문” 등의 이유로 의역해서는 안 되는 다섯 가지가 있다는 ‘오종불번’설을 주장했다는 이야기도 번역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이 밖에 구마라집은 때로 1천 명 이상의 승려나 재가 신자가 모인 일종의 법회를 통해 번역을 했다면 현장은 역경원, 전법원 등 번역 전문 시설에서 ‘전문가’들이 분담해 번역했다든가 경전 한 권 분량을 번역하는 데 구역舊譯은 10일 전후, 신역新譯은 그보다 빠른 3일 전후였다는 놀라운 사실 등은 덤이라 하겠다.

언어의 보고寶庫를 엿보게 해주다

불경 번역은 전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었다. 교리도 새로웠지만 산스크리트 어 등 인도 말을 옮기면서 그에 대응하는 한자를 찾거나 만들어야 했다. 한자문화권인 우리 역시 당연히 그 영향 아래 있다. 지금도. 예컨대 “‘世’와 ‘界’를 합해 숙어로 사용한 예는 불전이 처음이고, 범어 ‘로카 다투loka-dh?tu’의 역어로 사용했다”(242쪽), “지옥을 의미하는 범어 ‘나라카naraka’는 의역하여 ‘지옥’이라고도 표현했지만 ‘나락奈落’이라는 음역도 사용했다”(247쪽), “초기 한역 경전에서는 범어 ‘니르바나nir v??a’(팔리어 닛바나nibb?na)를 ‘무위無爲’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다. ‘니르바나’란 마치 연료가 떨어져 등불이 꺼지듯 완전히 바닥난 상태를 가리킨다. ……범어의 접두사 ‘nir-’는 결여·없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것과 ‘무無’는 어느 정도 대응하지만, ‘무위’가 범어 ‘니르바나’의 의미를 직역한 말은 아니다. 후대 한역의 어휘가 체계적으로 갖추어지면서 ‘니르바나’를 ‘열반涅槃’으로 음역하게 되었다”(287쪽) 등은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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