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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民熙, 모래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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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안, 이걸 써 보겠느냐.' 아버지는 내 손을 잠시 바라보시더니 손에 끼고 있던 건틀렛을 두짝 다 벗으셨다. 그리고는내 손을 끌어당겨 직접 끼워 주셨다. '네 손바닥을 보니 안쓰럽구나. 그런 검을 휘두르면서 건틀렛이 없어서야 어디 손이 남아나겠느냐.'
나는 고개를 숙여 건틀렛을 낀 손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건틀렛, 약간 낡기는 했지만 훌륭한 장인의 작품인 듯 가죽과 사슬의 이음매가 매끄럽고 정교한 고급품이었다. 일개 소년 검사가 만져 볼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아버지가 길을 잘 들여 놓아서 처음 이런 것을 낀 내 손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나는 겨우 내가 할 수 있는 한 마디를 찾아 냈다. '아...... 버지는요?' '내게는 하나 더 있잖느냐.' 아버지는 은빛 갑주에 맞추어진 플레이트 건틀렛을 말하신 것인지 빙긋이 웃으셨다. 물론 나는 그게 평상시에 끼고 다니기에는 꽤 불편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 팔아 봤으니까. 물론 내가 팔아 본 물건들은 아버지가 갖고 계시는 두 개의 건틀렛에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잘 쓸게요.' '그래라' 아버지는 밝게 웃으셨다. 내가 잘 쓰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 pp. 189-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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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내 손을 잠시 바라보시더니 손에 끼고 있던 건틀렛을 두짝 다 벗으셨다. 그리고는내 손을 끌어당겨 직접 끼워 주셨다. '네 손바닥을 보니 안쓰럽구나. 그런 검을 휘두르면서 건틀렛이 없어서야 어디 손이 남아나겠느냐.'
--- p.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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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될까요?' 나는 일부러 정확한 단어를 말하기를 꺼렸다. 그러나 그는 알아들었다.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활짝 개었다. '물론이다.' 그래요. 내가 아프다고 해서 당신을 아프게 할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요. 누가 더 고통스러운가를 따지는 것은 아마 바보 같은 일일 거예요. 아마도 애를 썼겠지요,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우리 모자를 찾기 위해 조금은 애를 썼겠지요.
당신이 결혼하지 않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결혼하려다가 어떤 문제가 생겨서 못한 것일 수도 있겠죠. 그래도 어쨌든, 이제 당신의 핏줄은 나 하나이니까. 아마도 다른 일들로 바빴겠지요, 18년이나 전에 헤어진 우리 모자를 찾아 전 대륙을 돌아다니기에는. 아니면 당신의 친척이나 주위사람들이 말렸겠지요. 이제 와서 그들을 찾아 무엇하겠느냐며. 결국 당신은 이렇게 늦게 찾아왔고, 우리 어머니는 남편이 이즌즈, 라고 부르는 것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지만, 그녀 대신 내가 당신이 그녀를 이진즈라고 지칭하는 것을 들었죠. 그걸로 보상되기에는 그 동안의 세월이 너무도 버겁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어머니, 당신도 처음에는 부인하고 싶었던 그 아이를 낳아서 열여덟 해를 이렇게 정성스레 기르시지 않았나요. 그러니 내가 이 사람을 18년 동안 부르지 못한 이름으로 부른다고 해서 어머니, 당신이 너무 싫어하시진 않겠죠? '아버지......' --- pp. 169-1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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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숙여 건틀렛을 낀 손을 들여다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건틀렛, 약간 낡기는 했지만 훌륭한 장인의 작품인 듯 가죽과 사슬의 이음매가 매끄럽고 정교한 고급품이었다. 일개 소년 검사가 만져 볼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아버지가 길을 잘 들여 놓아서 처음 이런 것을 낀 내 손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나는 겨우 내가 할 수 있는 한 마디를 찾아 냈다. '아...... 버지는요?' '내게는 하나 더 있잖느냐.'
--- p.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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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되기보다는 훌륭한 상인을 꿈꾸는 잡화상 점원 파비안은 그에 걸맞게 잇속을 챙기는 데에 주로 몰두하며 정의나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그가 '사계절의 목걸이'라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고대의 보물을 완성하는 임무를 맡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도중,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애정, 또는 갈등 관계 속에 점차 자신의 임무에 대한 자각과 정신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또한 200년을 내려오는 전설 속에 뒤얽힌 온갖 애증과 고뇌가 자신에게까지 이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마지막 선택과 결국 단신으로 마주하게 된다. 다가오는 세계의 종말에 맞서 질서를 거스르고 인간을 수호할 것인지, 전체 자연의 질서를 위해 거기에 순응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 한 개인의 생명과 수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맞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내기 어려운 문제들 속에 이 모든 선택지들이 강렬한 대비를 가지고 나타난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대륙을 가로지르는 여행이 스토리와 더불어 탁월한 묘사력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신비로운 요정의 숲에서의 연회와 거인의 아늑한 통나무 집,대평야를 가로지르는 여행, 도도히 흐르는 대하를 항해하며 싹트는 사랑의 감정, 하늘을 찌르는 산맥과 그 안에 감춰진 비밀의 지하 유적, 가슴 속을 탁 트이게 하는 시원한 항해와 해전, 항구 도시와 뱃사람들의 활기, 박진감 넘치는 대회전과 결투, 동화의 나라를 연상케 하는 하얀 성에서의 무도회, 전설이 깃들인 호수 여행 등 판타지 소설의 모험이 지닐 수 있는 모든 정수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정통적인 판타지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