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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강산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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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문학동네 201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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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배웅
화장
항로표지

고향의 그림자
언니의 폐경
머나먼 속세
강산무진

세속 도시의 네안데르탈인
해설/ 신수정(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金薰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빼어난 여행 산문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9∼2000년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 『자전거여행』(2000)도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자전거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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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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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9.45MB ?
ISBN13
9788954628624
KC인증

책 속으로

저녁 일곱시가 지나자 문상객들이 몰려왔다. 사장이 어른키만한 조화를 보내왔다. 사장의 조화는 영정 가까이, 거래처 대표들이 보낸 조화는 영정 좌우로 진열되었다. 동창회와 향우회, 전우회에서 만장을 보내와 빈소 입구에 세웠다. 회사 경리직원이 나와서 부의금 접수업무를 맡았다. 절을 마친 문상객들은 식당으로 가서 그룹별로 모여 앉아 육개장으로 저녁을 먹었다. 저녁 아홉시가 좀 지나서 추은주가 빈소에 나타났다. 추은주가 결혼하던 날 내가 지방출장을 갔듯이, 아내의 장례기간중에 추은주가 어디론가 출장을 가거나 휴가를 가서 빈소에 나타나지 말기를 나는 바랐다. 추은주는 함께 온 여직원들과 나란히 서서 아내의 영정을 향해 두 번 절했다. 나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바닥에 엎드린 추은주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추은주는 블루진 바지에, 양말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추은주의 머리가 바닥에 닿을 때 머리 타래가 흘러내렸고 맨발의 뒤꿈치가 도드라졌다. 뒤꿈치의 각질과 엄지발가락 밑의 둥근 살도 보였다. 엎드린 추은주의 등과 엉덩이는 완연한 몸이었다. 세상 속으로 밀치고 나오는 듯한 몸이었다. 그리고 그 몸은 스스로 자족(自足)해보였다. 추은주가 결혼하던 날, 만경강 개펄가의 여관방에서 보낸 밤이 생각났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서 생각을 떨쳐냈다. 생각은 떨어져나가지 않았다. 영정 속에서 아내는 엷게 웃고 있었다. 미소 띤 사진은 영정으로 쓰지 말라고 미리 유언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나는 추은주와 맞절했다. 절을 마친 추은주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 p.63

미열이 올라와서 따스해진 몸이 추웠다. 전시실 안 소파에 앉아서 맞은편 벽에 걸린 그림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훑어보았다. 강산은 피어나서 잦아들고, 또 일어서서 끝이 없었다. 산수화를 눈여겨보기는 처음이었다.
화가가 이 세상의 강산을 그린 것인지, 제 어미의 태 속에서 잠들 때 그 태어나지 않은 꿈속의 강산을 그린 것인지, 먹을 찍어서 그림을 그린것인지 종이 위에 숨결을 뿜어낸 것인지 알 수 없는 거기가, 내가 혼자서 가야 할 가없는 세상과 시간의 풍경인 것처럼 보였다. 전등이 꺼지고 관리인이 다가와서 퇴관을 요구했다. 저녁 일곱시 무렵에 집으로 돌아왔다. 의사가 말했듯이, 피로를 느끼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산책이었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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