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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저자 서문 - 대화의 만찬
그림에 관하여 1장 대화는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가 2장 어떻게 새로운 사랑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까 3장 가족의 대화가 지루해지지 않을 방법은 무엇인가 4장 일터에서 왜 새로운 대화법을 찾아야 할까 5장 기술은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6장 대화는 어떻게 마음과 마음을 만나게 하는가 서른여섯 가지 대화 주제 |
Theodore Zel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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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어떻게 이런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경제계와 정치계의 막강한 세력이 세상을 지배하고, 갈등이 삶의 본질이며, 인간은 사실상 동물이고 역사는 생존과 지배를 향한 오랜 투쟁의 기록일 뿐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라면, 물론 대화로 변화를 일으킬 수 없겠지요. 그리고 이런 믿음이 진실이라면 우리는 크게 변화할 수 없을 겁니다. 그저 회피나 쾌락을 위한 대화만 나누면서 살아갈 거예요. 하지만 저는 세상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제가 보는 세상은 배우자를, 연인을, 스승을, 신을 찾는 개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곳입니다. 개인들의 만남이야말로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누군가는 좌절하고, 탐색을 포기하고, 냉소적으로 변합니다. 반면에 누군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만남을 찾아 나서지요. --- p.35
대화는 저마다의 기억과 습관을 지닌 마음과 마음이 조우하는 과정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날 때는 사실만 주고받지 않습니다. 사실을 변형하고 개조하고 사실에서 다양한 함의를 끌어내며 새로운 생각의 흐름을 따라갑니다. 카드놀이에 비유하자면, 대화는 패를 다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새로 만드는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제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입니다. 대화는 두 마음이 만나 불꽃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는 점. 저는 우리가 이런 불꽃을 살려서 어떤 새로운 대화의 만찬을 열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 p.46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자기 성찰의 미덕을 믿도록 길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해묵은 질문만 되풀이해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해도, 한 개인이 자기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무한히 더 흥미롭고, 그들이 할 말도 무한히 더 많습니다. --- p.65 가족은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가장 위대한 스승입니다. 그리고 가정이 세상을 발견하는 공간이자 새로운 발견에 관해 두려움 없이 토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될 때, 비로소 가족의 대화가 풍성해질 수 있을 겁니다. --- p.82 일은 우리의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일터에서 나누는 대화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좋은 대화는 개인이 삶에서 얼마나 충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고, 이제는 일에서도 대화가 중요한 지위를 차지합니다. --- p.104 제가 기술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도달한 결론은, 우리는 정치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실패보다 기술의 영역에서 일어난 실패에 훨씬 현명하게 대처한다는 점입니다. 아마 기술자들에게 실패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일 겁니다. 절대로 추락하지 않는 비행기를 상상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지요. 우리는 기술의 이러한 점에서 유용한 모델을 발견해낼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실패 앞에서 용기를, 균형 잡힌 용기를 끌어내는 거죠. 그러면 실망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냉소주의에 대한 면역력을 기를 수 있을 겁니다. --- p.145 오늘날 세상에 결핍된 것은 방향감각입니다. 모두가 사방의 온갖 갈등에 압도당해 끝도 없는 밀림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지요. 누군가는 이 막막한 어둠을 걷어내기 위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를, 이런 대화를 통해 평등을 이루고 용기를 내고 낯선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일의 세계를 새롭게 창조하여 더 이상 종잡을 수 없는 말들이나 직업의 권태로 인해 고립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현대에 다시 구현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어도 그와 비슷한 시대, 우리에게 어울리는 시대를 만들어나갈 수는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새로운 대화의 시대라고 일컫는 시대입니다. --- p.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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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고 타인을 우리 삶으로 초대하는
품격 있는 방법에 관하여 진정한 대화는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누구인지’를 묻는 데서 시작된다. 나의 견해를 유지하기 위해 마음이 맞는 사람과만 이야기하거나 좋아하는 영화, 가보고 싶은 여행지 같은 안전한 주제로 대화를 한정할 때, 우리는 새로운 생각과 만날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다. 『인생의 발견』, 『인간의 내밀한 역사』 등 저작들을 통해 타인의 삶을 경청함으로써 인류가 얼마나 풍성한 지혜의 유산을 얻게 되는가를 역사적 시선으로 고찰해온 젤딘은 ‘대화’가 이러한 배움을 삶으로, 일상으로 가져오기 위한 실천법이라고 강조한다. 지적인 호기심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에 몰입할 때, 우리는 나와 타인을,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기 전에는 나의 관점이 남들과 어떻게 다른가를 발견할 수 없으며, 내면에 자리 잡은 오해와 편견, 나 자신에 대한 착각을 허물 기회도 놓치게 된다. 대화는 타인을 경유하여 새로운 자기 이해에 이르게 되는 통로이자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발판이 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자기 성찰의 미덕을 믿도록 길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해묵은 질문만 되풀이해봐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해도, 한 개인이 자기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무한히 더 흥미롭고, 그들이 할 말도 무한히 더 많습니다.” (65쪽) 좋은 대화의 시작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 스포츠나 취향에 관한 대화는 관계에 온기를 불어넣어주지만, 때로는 삶에 관한 개인의 진지한 생각을 감추는 연막이 된다. 젤딘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는 누구이고 인생의 어디쯤 와 있는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발견할 대화를 늘려나가자고 제안한다. 그 시작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들, 일상의 중압감에 짓눌려 마음 뒤편으로 보내버리던 질문들을 마주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젤딘은 책 속에서 흥미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36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침묵의 미덕은 무엇인가?’, ‘남들이 말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당신 대화의 세계지도는 어떤 모양인가?’, ‘기술 교육이 어떻게 시적 감수성을 길러줄 수 있을까?’, ‘자기와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어떤 공간, 어떤 시간이 가장 좋을까?’ 등 대화, 사랑, 일, 가족, 기술 같은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주제들을 관통한다. 소중한 사람들, 낯선 사람들, 그리고 자기 자신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전해주는 질문들이다. 『대화에 대하여』는 독자들에게 우리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화가 우리의 인생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탐사할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