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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 13 오키나와, 배타고 갑니다.
첫째 날 27 총천연색 아열대의 섬, 오키나와 둘째 날 71 영화 ‘메가네’의 섬, 요론지마 셋째 날 105 낭만적 항구도시, 이시가키 넷째 날 137 ‘니라이카나이로부터 온 편지’, 다케토미 다섯째 날 169 ‘루리의 섬’, 하토마지마 여섯째 날 199 일본의 끝에서, 요나구니지마 일곱째 날 231 다시, 오키나와 마지막 날 261 여덟째 날의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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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의 도입부에는 이 노렌 중앙시장이 주요배경으로 등장한다. 요타로의 엄마와 카오루의 아버지가 결혼한 탓에 남매가 된 두 사람은 남매이면서도 그 이상의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요타로가 여동생인 카오루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 바로 노렌 시장인데 환하게 웃음 띤 얼굴로 시장통을 뛰어다니던 싱그러운 표정이 인상 깊었던 영화이다. 영화 속의 질펀하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시장을 기대하고 이곳을 찾았지만 시장이 파한 오후 시간대라서 그런지 철지난 바닷가처럼 한산하기 그지없다. 여동생 카오루의 대학합격 소식을 전하는 요타로에게 시장 상인들이 갖가지 선물을 들고 와서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던 시끌벅적하던 시장 안은 혹시나 이 시장이 폐장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영화 속의 활기찬 시장을 은근히 기대하고 온 탓인지 못내 아쉬움에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내 눈에 시장 옆의 낡은 주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안경에는 안경이라는 주 오브제가 있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빙수가 더 가시적인 오브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왔다. 빙수는 영화 도입부부터 강렬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고바야시 사토시와 모타이 마사코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모타이 할머니가 외치는 말이 바로 고리 아리마스!(빙수 있어요!) 이다. 빙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토시가 결국은 빙수를 먹게 됨으로써 다른 등장인물들과 소통을 하게 되는데, 이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해주는 연결고리를 빙수가 맡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영화의 주 오브제가 빙수라고 쳐도 안경은 사실 항의할 입장이 못 된다…. 빙수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팥빙수’라는 노래까지 부른 윤종신만큼, 나도 빙수를 참 좋아한다. 빙수를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아카자키 비치 입구에 있는 미소 식당을 찾기로 했다. 식당 입구에는 나보다 먼저 온 초로의 남자 두 명이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서 빙수를 먹고 있었는데, 짧게 자른 머리와 단단해 보이는 체구로 미루어 얼핏 야쿠자 조직원 같은 분위기가 났다. 영화 소나티네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오키나와로 도망쳐 온 키타노 다케시 일당이 해변에서 모래 장난을 치던 것처럼, 두 남자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빙수를 맛나게 먹고 있었다. 괜히 시비를 걸어오지 않을까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들이 먹고 있던 딸기 맛 빙수의 고혹적인 붉은 색깔이 그런 두려움 따위는 단박에 물리칠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메뉴판을 보니 연유 빙수 외에도 딸기 맛, 메론 맛 등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다양한 빙수들이 자기를 간택해 달라고 유혹의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냥 연유 빙수를 먹을까? 야쿠자 아저씨들이 먹고 있는 딸기 맛 빙수도 맛나 보이는데? 아님 이참에 메론 맛 빙수 맛을 한 번 볼까?’ “왠지 불안해지는 시점에서 참고 2분 정도만 더 가면, 오른편에 목적지가 있다.” 영화를 볼 때는 과연 저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온통 사탕수수밭뿐인 한적한 길을 걷다 보니 정말로 저 지도만 있어도 요론지마에서는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땡볕을 걷느라 왠지 목이 말라오는 시점에서 참고 2분 정도만 더 가면, 눈앞에 떡하니 음료수 가판대가 나타나기도 할 정도였다. 니라이카나이로부터 온 편지에서도 어린 딸 후키에게 엄마는 니라이카나이를 피안의 섬으로 설명해 준다. “후키, 수평선 저 멀리에는 ‘니라이카나이’라고 하는 신이 사는 세계가 있단다.” 어린 딸을 섬에 남겨두고 떠나는 엄마는 아마도 죽음을 예감하고 딸에게 “엄마는 저 니라이카나이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피안의 섬에 대한 묘사는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에도 나온다. 요타로가 죽은 후 고향 섬에 내려간 카오루에게 할머니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이야기해 준다. “카오루, 사람에게는 긴 목숨도 있고 짧은 목숨도 있단다. 이 섬 저 먼 남쪽에는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모여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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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의 도입부에는 이 노렌 중앙시장이 주요배경으로 등장한다. 요타로의 엄마와 카오루의 아버지가 결혼한 탓에 남매가 된 두 사람은 남매이면서도 그 이상의 묘한 감정을 갖게 된다. 요타로가 여동생인 카오루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 바로 노렌 시장인데 환하게 웃음 띤 얼굴로 시장통을 뛰어다니던 싱그러운 표정이 인상 깊었던 영화이다. 영화 속의 질펀하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시장을 기대하고 이곳을 찾았지만 시장이 파한 오후 시간대라서 그런지 철지난 바닷가처럼 한산하기 그지없다. 여동생 카오루의 대학합격 소식을 전하는 요타로에게 시장 상인들이 갖가지 선물을 들고 와서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던 시끌벅적하던 시장 안은 혹시나 이 시장이 폐장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영화 속의 활기찬 시장을 은근히 기대하고 온 탓인지 못내 아쉬움에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내 눈에 시장 옆의 낡은 주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안경에는 안경이라는 주 오브제가 있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빙수가 더 가시적인 오브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왔다. 빙수는 영화 도입부부터 강렬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고바야시 사토시와 모타이 마사코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모타이 할머니가 외치는 말이 바로 고리 아리마스!(빙수 있어요!) 이다. 빙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토시가 결국은 빙수를 먹게 됨으로써 다른 등장인물들과 소통을 하게 되는데, 이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해주는 연결고리를 빙수가 맡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영화의 주 오브제가 빙수라고 쳐도 안경은 사실 항의할 입장이 못 된다…. 빙수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팥빙수’라는 노래까지 부른 윤종신만큼, 나도 빙수를 참 좋아한다. 빙수를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혹시 하는 마음으로 아카자키 비치 입구에 있는 미소 식당을 찾기로 했다. 식당 입구에는 나보다 먼저 온 초로의 남자 두 명이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서 빙수를 먹고 있었는데, 짧게 자른 머리와 단단해 보이는 체구로 미루어 얼핏 야쿠자 조직원 같은 분위기가 났다. 영화 소나티네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오키나와로 도망쳐 온 키타노 다케시 일당이 해변에서 모래 장난을 치던 것처럼, 두 남자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빙수를 맛나게 먹고 있었다. 괜히 시비를 걸어오지 않을까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들이 먹고 있던 딸기 맛 빙수의 고혹적인 붉은 색깔이 그런 두려움 따위는 단박에 물리칠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메뉴판을 보니 연유 빙수 외에도 딸기 맛, 메론 맛 등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다양한 빙수들이 자기를 간택해 달라고 유혹의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냥 연유 빙수를 먹을까? 야쿠자 아저씨들이 먹고 있는 딸기 맛 빙수도 맛나 보이는데? 아님 이참에 메론 맛 빙수 맛을 한 번 볼까?’ “왠지 불안해지는 시점에서 참고 2분 정도만 더 가면, 오른편에 목적지가 있다.” 영화를 볼 때는 과연 저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온통 사탕수수밭뿐인 한적한 길을 걷다 보니 정말로 저 지도만 있어도 요론지마에서는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땡볕을 걷느라 왠지 목이 말라오는 시점에서 참고 2분 정도만 더 가면, 눈앞에 떡하니 음료수 가판대가 나타나기도 할 정도였다. 니라이카나이로부터 온 편지에서도 어린 딸 후키에게 엄마는 니라이카나이를 피안의 섬으로 설명해 준다. “후키, 수평선 저 멀리에는 ‘니라이카나이’라고 하는 신이 사는 세계가 있단다.” 어린 딸을 섬에 남겨두고 떠나는 엄마는 아마도 죽음을 예감하고 딸에게 “엄마는 저 니라이카나이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피안의 섬에 대한 묘사는 영화 눈물이 주룩주룩에도 나온다. 요타로가 죽은 후 고향 섬에 내려간 카오루에게 할머니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이야기해 준다. “카오루, 사람에게는 긴 목숨도 있고 짧은 목숨도 있단다. 이 섬 저 먼 남쪽에는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이 다 모여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