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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서문 -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책을 만나다.
독자들의 여권 프랑스를 지나서 리옹, 론강,그리고 아비뇽의 도깨비 아비뇽을 떠나 제노바로 제노바와 그 주변 파르마 모데나 볼로냐를 향해 볼로냐와 페라라를 지나서 이탈리아의 꿈 베로나 만토바 밀라노를 지나 생플롱 고개를 넘어 스위스로 피사와 시에나를 거쳐 로마로 로마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 (나폴리/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 파에스툼/ 베수비오/ 몬테 카시노/ 피렌체) |
Charles John Huffam Dick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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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노파가 다시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살그머니 밖으로 나가더니 종교재판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닥의 한 지점에서 멈추어 섰다. 아주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참이었다. 그녀는 일행들이 다 오기를 기다렸다. 무언가 설명하던 용감한 안내원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제일 큰 열쇠로 그의 모자를 탁 치더니 입을 다물도록 했다. 그녀는 무덤 주위에 둘러서듯 우리를 마룻바닥에 난 작은 문 주위에 세웠다.
“자, 보시오!”그녀는 문고리를 빤히 보더니 큰 소리와 함께 도깨비 같은 힘으로 그 무거운 문을 열어 젖혔다. “이곳이 지하 감옥이오! 지하 깊은 곳, 무섭고 어두컴컴하고 소름끼치는 곳! 누구도 살아나올 수 없는 곳! 바로 종교재판의 비밀 지하 감옥이오!” --- pp.42-43 작은 전갈들은 호기심이 많을 뿐이었고 딱정벌레는 여느 때보다 늦는 것인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개구리들은 공연단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웃집 정원에 개구리들의 영역이 있어서 땅거미가 지면 나막신을 신은 수십 명의 여인들이 물에 젖은 돌길을 잠시도 쉬지 않고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개구리들이 내는 소리였다. --- pp.59-60 하지만 물은 부두와 성당, 궁전과 감옥의 벽을 씻어 내리고 도시의 비밀스러운 곳들까지 밀려가며 늘 그렇게 가만히 움직이고 있었다. 물은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늙은 뱀처럼 도시를 굽이굽이 휘감으며, 자신의 지배자임을 자처하던 옛 도시 그 깊은 곳의 돌멩이 하나라도 누군가 쳐다볼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물은 나를 멀리 띄워 보냈고 나는 베로나의 오래된 시장에서 눈을 떴다. 그 뒤로 나는 물에 관한 이 이상한 꿈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도 그 도시가 그곳에 있을지, 그 도시의 이름이 혹시 베니스가 아닌지. --- p.146 땅거미가 지면서 화사한 장식들과 옷들이 모두 음울하고 칙칙한 단색으로 빛이 바래자 여기저기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창문에서, 지붕에서, 발코니에서, 마차에서, 보행자들의 손에서, 촛불은 여기저기서 조금씩, 서서히, 점점 더 많이 켜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긴 거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빛이요 불꽃으로 변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단 하나의 목표에 사로잡혔다. 내 촛불은 꺼지지 않게 지키면서 다른 사람들의 촛불을 끄는 것이었다. 어른이나 아이, 신사나 부인, 영주나 소작인, 토박이나 이방인, 모두가 쉴 새 없이 불을 꺼뜨린 사람을 향해 “불 꺼졌대요! 불 꺼졌대요!”하고 큰 소리로 놀려대서 나중에는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지르는 이 두 마디 말과 큰 웃음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 pp.217-218 사형 집행인은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칼날이 무겁게 떨어졌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머리카락을 잡고 그것을 들어 올려 단두대 주변을 돌면서 사람들에게 보였다. 단두대의 사면을 모두 돈 뒤에 잘린 머리는 정면에 있던 막대에 매달렸다. 흑백의 작은 천 조각은 먼 거리에서도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또 파리가 끓도록 매단 것이었다. 사형수의 눈은 가죽으로 만든 자루를 보지 않고 십자가를 바라보려는 듯 위로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생명의 기운과 빛깔은 모두 머리를 떠나갔다. 그것은 이제 아무런 감각 없이 차갑고 검푸른 밀랍일 뿐이었다. --- pp.244-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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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의 클래식,
찰스 디킨스의 『이탈리아의 초상』국내 첫 출간 여행 에세이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손꼽히는 찰스 디킨스의 『이탈리아의 초상Pictures from Italy』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서출판 B612에서 출간되었다. 디킨스는 19세기 당대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대중과 학계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출간될 때마다 해적판까지 나돌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크리스마스 캐럴』, 『위대한 유산』, 『골동품 상점』,『올리버 트위스트』등 많은 작품들이 영화·드라마·뮤지컬 등으로 재탄생 되어 대중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가로서 탄탄한 이력을 쌓아가던 디킨스는 1844년 가족들과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이탈리아의 초상』은 그 일 년 동안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베수비오 화산을 배경으로 한 나폴리, 꿈에서 본 베니스의 건물과 운하, 로마 코르소 거리의 사육제 풍경, 베로나의 줄리엣 무덤, 제노바와 그 주변의 아름다운 정경들을 글 속에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온 나라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좋을 이탈리아를 장기간 여행하면서도 유명한 건물이나 유적, 예술 작품에 대한 설명은 곁들이지 않는다. 다른 경로나 안내서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보는 굳이 넣지 않았다고 디킨스는 적고 있다. 대신 이탈리아 각 고장의 정경과 길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꼼꼼한 관찰과 재치 있는 글 솜씨로 그려내고 있다. 디킨스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비판, 그리고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여행담 디킨스는 그의 많은 작품에서 잘 드러나듯이 섬세한 묘사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도 그는 지나칠 정도로 묘사에 치중할 때가 많아 때로는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온갖 고문과 무시무시한 처형의 흔적을 간직한 종교재판정에서 만난 노파는 빗자루를 타고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동화 속 마녀의 모습 그대로 섬세하고 생생하게 그려진다. 거기에 노파의 과장된 몸짓과 말투까지 더해져 한편의 연극 못지않은 효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여행에서 마주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펜 끝으로 되살아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디킨스는 이탈리아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거지와 부랑자들, 쓰레기가 넘쳐나는 도시, 소외 계층 등 이탈리아의 하층민과 사회의 제도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로마로 순례여행을 떠나던 여성 여행자를 살인한 죄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형에 처해지는 젊은이의 생생한 처형장면에서는 단죄의 냉혹함과 구경꾼들의 무심함까지 엿볼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자리한 허름한 여관과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공포와 기괴함, 그리고 초기 기독교인들의 감금과 처형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지하 동굴은 공포영화 못지않은 으스스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그의 소설 작품에서 자주 대하는 오싹한 장면들이 이 책에서도 변함없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로서의 디킨스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의 관심 대상을 짐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진 디킨스의 상상력 항구의 불쾌한 인상으로 출발해서 결국 평생 잊지 못할 여행지로 기억에 남게 된 제노바, 로마 콜로세움 너머 폐허가 가져다주는 쓸쓸함, 가해자와 피해자로 표현한 화산재로 박제된 폼페이와 베수비오 화산, 오래된 건물들이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워 도시 어디를 가나 발치에 또 다른 도시 하나가 있는 것 같았다는 피렌체의 풍경, 밝은 황금색과 깊은 붉은색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포도나무 잎사귀들이 독자들을 끊임없이 이탈리아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꽃과 사탕, 우스꽝스런 복장의 사람들로 가득 찬 코르소 거리의 사육제 풍경은 즐거운 소음과 화려한 광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축제의 작은 부분 하나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담아내고, 모든 계층이 한 데 뒤엉켜 상대의 촛불을 끄며 사육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코레티’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 에세이에서는 보기 드문 형식을 취하고 있는‘이탈리아의 꿈’은 그 동안의 여러 여행지가 의식에서 뒤엉킨 채 지나가고 결국 그 수많은 모습들이 배를 타고 베니스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하나의 꿈으로 이어지게 된다(참고로 이 책에서 디킨스는 직접 베니스를 여행하지는 않는다). 온전히 밤과 낮의 꿈으로만 이루어진 이 독특한 구성은 베니스의 물의 이미지와 잘 어우러져 디킨스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꿈 디킨스는 여행지의 생생함을 잃지 않기 위해 대부분 현장에서 쓴 글들을 편지형식으로 적어 집으로 보냈다고 한다. 글쓴이가 기억에 의존하기보다 현장의 생생함을 살린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설 같은 깔끔한 이야기 구조를 기대할 순 없지만 어떤 부차적인 그림이나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간과 지역적인 괴리에도 불구하고 1844년의 이탈리아와 그때의 사람들, 그때의 정경들이 장면마다 생생한 묘사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한 상세한 묘사와 적절한 에피소드는 여행서가 지녀야할 필수적인 요건으로 여행 에세이를 쓰고자하는 분들께는 모범적인 답안이 되어 줄 것이다. 『이탈리아 기행』을 쓴 괴테와 『섬』의 저자 장 그르니에 등 많은 작가들이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소중한 글들을 남겼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수많은 성당, 웅장한 건물과 회랑, 로마 평원과 폐허의 중심에서 디킨스가 그랬듯이 그들의 소리 없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이탈리아를 여행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비행기와 자동차 안에서 베니스의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될 많은 독자들이 이탈리아를 떠올리면 자신만의 꿈을 꿀 것이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