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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다시 보는 신화, 새로 읽는 숭배 의식
1.01.사람이 하늘이다―하늘天과 사람人 3 1.02.등 돌린 사람과 거꾸로 선 사람―등짐北과 변화化 8 1.03.쟁반같이 둥근 하늘―반고盤古와 개벽신화 11 1.04.태양을 옮기는 까마귀―해日와 삼족오三足烏 14 1.05.남편을 속이고 도망간 두꺼비, 섬여―달月과 옥토끼玉兎 17 1.06.세상을 지배하는 번개신―번개電와 신神 20 1.07.신의 목소리―무당巫과 신령靈 23 1.08.꽃과 같이 번성하여라―임금帝과 식물숭배 26 1.09.풍요와 번영의 상징 ―토지신社과 곡식신稷 29 1.10.서민은 사당을 짓지 못한 사회―종묘宗廟와 조상숭배 32 1.11.술을 제단에 바치다―복福과 고대의 제사 35 1.12.인간을 닮은 귀신―가면과 귀신鬼 37 제2장 수렵에서 농경으로 2.01.구덩이를 파 짐승을 잡다―함정陷穽과 사냥법 43 2.02.인간의 오래된 친구―개犬와 사냥 46 2.03.사냥의 필수 도구, 그물과 개―날짐승禽과 길짐승獸 50 2.04.발자국에서 태어난 곡식신, 후직―신농神農과 후직后稷 53 2.05.정착농경의 시작―조개 칼辰과 소牛 57 2.06.조개 칼을 사용한 농경지의 개간―고생스런 농사일農 60 2.07.아무도 못 말리는 황소고집―소牛와 감옥牢 64 2.08.자연스러움이 바로 선善이라네―코끼리象와 사역使役 66 2.09.곰이 미련하다고?―곰熊과 파업罷業 69 2.10.송나라 때에도 위조지폐 사건이 있었다―조개貝와 화폐 71 2.11.제비집이 많은 북경의 옛 이름, 연경―제비燕와 연경燕京 74 2.12.중국인의 애환이 황하 따라 흐르네―홍수와 재앙災 76 2.13.러브호텔에 빼앗긴 농토―묵정밭?과 토지의 황폐 79 제3장 모계에서 부계 사회로 3.01.여자가 세상을 낳다―여자女와 성姓 83 3.02.성씨로 알 수 있는 조상의 국적―국적과 성씨姓氏 86 3.03.성씨로 알 수 있는 조상의 직업―직업職業과 성씨姓氏 88 3.04.사랑해서 비극적인 연인―후예后?와 항아嫦娥 91 3.05.여성 우위시대의 반전―기棄와 여아 살해 95 3.06.남근숭배 의식의 기원―할아비祖와 조상숭배 97 3.07.가부장적 제도에서의 성인식―처妻와 첩妾 99 3.08.청소해 주는 여자―부인婦과 빗자루? 101 3.09.이름이 운명을 결정하다―이름名과 자字 104 제4장 부족에서 국가로 4.01.제사에 빠질 수 없는 술, 권력―추장酋長과 술酒 109 4.02.모자 쓴 임금님―성인聖과 임금王 113 4.03.정복하느냐 정복당하느냐―국가國와 전쟁 117 4.04.눈이 찔린 노예에서 국가의 주인으로―눈目과 신하臣와 백성民 120 4.05.피를 나누어 마시며 혈맹을 다짐하다―피血와 맹서盟誓 123 4.06.반드시 지켜져야 할 합금의 비율―법法과 원칙原則 125 4.07.강고한 국가와 함께 발전한 형벌―형刑과 벌罰 127 4.08.사마천의 치욕-궁형(宮刑)과 다섯 가지 형벌 129 제5장 생명의 순환 5.01.사슴가죽으로 인연의 끈을 맺다―결혼과 혼인婚姻 135 5.02.여자보다 강한 어머니―아비父와 어미母 139 5.03.생명에 빛을 더하는 가르침―탄생에서 교육敎育까지 141 5.04.어린 남자노예에서 어린이로―영아?兒와 아동兒童 147 5.05.뒷부분이 함몰된 유골의 진실―미微와 노인 살해 151 5.06.삶과 죽음의 연속―가슴 문신文身과 순환론 153 5.07.영혼 불멸, 환생에 대한 믿음: 다시 자연으로―죽음死과 조문弔 155 제6장 풀어쓰는 철학과 윤리 6.01.덕이 있는 자는 외롭지 아니하니―덕德과 곧은 마음直心 159 6.02.북극성이 더욱 빛나는 이유―공경恭과 덕정德政 161 6.03.번잡함이 아닌 경건함의 예―예禮와 북?과 옥玉 163 6.04.대중을 속이는 왕도둑―대도大盜와 도척盜? 165 6.05.목숨을 걸고 지키는 의리―의義와 위엄 168 6.06.정의를 목표로 한길을 가다―충忠과 공평무사 171 6.07.효를 행하려 하니, 어버이 안 계시더라―노인老과 효도孝 174 6.08.부모를 봉양하는 효조孝鳥―새鳥와 까마귀烏 177 6.09.되돌아 남을 살피는 마음―사랑愛과 인仁 179 6.10.부모 팔아 친구 산다―친구友와 믿음信 181 제7장 과학의 시초 7.01.기억의 보조수단 등장―숫자數와 십진법 185 7.02.첫째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글자―서수序數와 간지干支 187 7.03.8이 들어가는 날에 결혼하지 않는 이유―숫자와 금기禁忌 190 7.04.전자계산기를 앞서는 주산―셈算과 주산 192 7.05.청동기 문화의 산실―금金과 청동 195 7.06.점토로 만든 투명한 유리병―도기陶와 자기瓷 199 7.07.한 지붕 아래 가축과 동거동락―궁宮과 집家 203 7.08.문짝의 수로 구분되는 글자―지게문戶과 문門 206 7.09.최고의 잣대, 신체를 이용한 길이 단위―도량형度量衡: 길이 209 7.10.진시황, 도량 단위를 통일하다―도량형度量衡: 부피와 무게 212 제8장 미학적 상상력 8.01.미의 출발이 된 양―양羊과 아름다움美 217 8.02.힘과 지략을 겸비한 장사―호걸豪傑과 남성의 아름다움 221 8.03.교양을 갖춘 진정한 아름다움―가인佳人과 여성의 아름다움 224 8.04.한나라 여인들은 헤어 토닉도 발랐다―연지?脂와 화장법 226 8.05.에헴! 나는 이런 사람이올시다―전각篆刻과 도장 파기 229 8.06.청동으로 만들어진 도장―도장圖章과 인장印章 231 8.07.신에게 바치는 음악, 고대인들의 남다른 음악사랑―피리?와 북鼓 234 8.08.피를 흘려 영혼을 분리시킨 사람들―문자文字와 문장文章 237 8.09.붓 모양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글자―필기구와 붓筆 241 8.10.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책冊과 죽간 244 8.11.각 욍조에서 숭상한 색 이야기―오색五色과 오행五行 247 8.12.옷감의 염색에서 나온 색―색깔과 오색五色 250 제9장 음식문화 9.01.다산과 풍요, 행복의 상징―물고기魚와 신선함鮮 255 9.02.술독을 받들어 존중을 표시하다―기장黍과 술酒 258 9.03.술을 모르고 중국을 논할 수 없다―술酒과 두강杜康 261 9.04.불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돌구이庶와 바비큐炙 264 9.05.동물의 습성이 글자로 변하다―개犬와 만족스러움厭 266 제10장 시간과 방향 10.01.해시계로 움직이는 생활 패턴―아침旦과 저녁昏 271 10.02.아름답고 질서 정연한 천체의 운행―별星과 주일星期 273 10.03.눈썹 하얗게 되는 날―동지冬至와 납월臘月 277 10.04.봄과 겨울이 없던 그때―여름夏과 기우제 279 10.05.남녀노소 함께 하는 수확의 기쁨―해年와 세歲 281 10.06.세발 달린 솥―정鼎과 연호年號 284 10.07.추상적인 글자의 놀라운 추리―실현旣과 미실현卽 287 10.08.옛것은 보내고 새것을 맞다―송구영신送舊迎新 290 10.09.떠오르는 해와 12띠의 시작―새해 아침元旦과 쥐鼠의 해 292 10.10.10개 천간과 12개 지지의 결합―60갑자甲子와 기년법紀年法 294 10.11.좌우로 구별되는 존비의 구분―왼쪽左와 오른쪽右 296 10.12.하늘과 영적 힘의 상징―동쪽과 용龍 299 10.13.땅과 물질적 힘의 상징―서쪽과 호랑이虎 302 10.14.부활, 불사의 상징―남쪽과 봉鳳 305 10.15.장수, 불사의 상징―북쪽과 거북이龜 307 10.16.보는 태도에 따라 규정되는 의미―보다視와 보이다見 310 맺는 글 312 색인 321 |
河永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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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익히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무한으로 확장하는 한자 습득의 기술
01 기초자를 익혀라 기초자는 합성자를 구성하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의미를 가진 최소 단위이다. 현행 옥편에서는 이를 214개로 보았고, 최초의 한자 자원 사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540개로 보았다. 이 기초자들이 결합해 합성자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한자는 형태 변화 없이 단어를 만들어 나간다. 그러므로 최소 200자 정도만 철저히 익힌다면 중국어에 사용되는 단어들이 거의 모두 해결된다. 중국어는 대표적인 고립어여서 단어만 알면 문장 해독이 쉽게 이루어진다. 02 기초자의 자원을 이해하라 한자는 기초자일수록 그림에 가깝지만, 그림은 아니다. 따라서 최초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이해하라. 예를 들어, 目(눈 목)은 갑골문에서 으로 사람의 ‘눈’을 그렸으며, 木(나무 목)은 으로 가지와 뿌리를 가진 ‘나무’를 그렸고, 水(물 수)는 로 흐르는 ‘물길’을 그렸고, ?(집 면)은 으로 황토 지대에서 살던 고대 중국인들의 동굴 ‘집’을 그렸다. 예가 너무 쉬운가? 하지만 출발은 여기서 부터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03 합성자는 기초자를 단위로 분리해 그 의미적 관련성을 이해하라 姓(성 성)은 女(여자 여)와 生(낳을 생)으로 분리되어, 여자(女)가 낳았다(生)는 뜻을 담았다. 아버지 쪽의 성을 따르는 오늘날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인류는 모계사회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상기해 보라. 그러면 성(姓)이 왜 ‘여자가 낳았다’는 뜻이 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進(나아갈 진)은 ?(새 추)와 ?(??쉬엄쉬엄 갈 착)으로 분리되고, ‘새(?)가 가다(?)’는 뜻에서 나아가다는 뜻을 담았다. 새가 가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본 적이 있는가? 새는 앞걸음질만 치지 뒷걸음질을 칠 수는 없다. 그래서 進은 ‘앞으로 나가다’는 뜻을 가지고, 進步(진보)는 새의 걸음처럼 앞으로 한 걸음(步)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04 기초자를 중심으로 관련된 글자를 그룹으로 묶어서 이해하라 예를 들어, 谷(골 곡)은 계곡을 뜻하는데, 口(입 구)와 水(물 수)의 생략된 부분으로 구성되어, 골짜기 입구(口)로 물이 반쯤 나오는 모습을 그렸다. 산과 산 사이로 형성된 계곡은 물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쉽게 텅 빈 큰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浴(목욕할 욕)은 계곡(谷) 물(水)에서 하는 ‘목욕’을, 俗(풍속 속)은 계곡(谷)에 사람(人, 인)들이 모여 목욕하며 놀던 봄 축제의 ‘풍속’을, 裕(넉넉할 유)는 옷(衣, 의)이 계곡(谷)처럼 크고 ‘여유로움’을, 容(담을 용)은 계곡(谷)이나 큰 집(?)처럼 모든 것을 ‘담다’는 의미를 담았다. 05 한자 속에 깃든 문화를 이해하라 한자는 발생에서 수천 년간 사용되어 오면서 그간의 생활과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예컨대, 規(법 규)는 성인(夫, 부)의 견해(見, 견)가 바로 법임을 보여 준다. 그것은 정착 농경을 일찍부터 시작했던 중국에서 경험주의가 무엇보다 중시되었고, 그래서 경험 많은 나이 든 사람의 견해가 바로 ‘법’이 될 수 있었음을 반영한다. 따라서 자신의 머리칼을 갈무리하지 못할 정도로 나이가 들어 머리를 길게 풀어헤친 사람을 그린 長(길 장)이 길다는 뜻이 외에도 ‘우두머리’의 뜻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초자를 한데 묶어서 연상하고 익히면 한자 공부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자의 이해는 더욱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한자가 중요한 것이고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라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자를 어떻게 배울 것인가”이다. 예전처럼 “천자문”을 달달 외우고 옥편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만이 한자 공부의 왕도는 아니다. 물론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한자가 아니더라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 다른 어떤 외국어도, 학문도 마찬가지이다. 완전히 익어서 체화되지 않은 지식은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것이요, 대부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만다. 이것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오늘 공부한 것을 하룻밤 자고나서 모두 기억해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50% 이상을 기억해 낼 수는 없다. 그래서 공부에는 “어떻게”가 중요하다. 적어도 이런 정도라면 한번 해볼 만하자 않을까? 더 늦기 전해 시작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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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만큼 격렬한 부침을 겪은 문자가 또 있을까? 가장 탈 이데올로기적인 존재이면서도 이데올로기의 가장 민감한 지배를 받았던 한자. 서양의 중국 지배가 한창이던 20세기 초, 한자는 중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에 의해 공자와 함께 중국에서 없어져야 할, 그러지 않고서는 중국의 미래가 없는 존재로 규정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정권을 잡은 신 중국에 들어서는 한자를 알파벳으로 바꾸기 위한 대단히 위험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알파벳 문자로 가기 전 과도기적 단계로 만든 것이 지금 중국에서 쓰이고 있는 간화자(簡化字)이다. 1960년대 문화대혁명 때에는 지금의 간화자 보다 더욱 줄인 제2차 간화방안이 제시되었고, 언제나 한어병음이라는 알파벳과의 병기를 의무화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의 종결로 한자는 극적인 반전을 이룰 수 있었다. 1980년대 말, 개혁개방정책의 성공으로 그들은 한자로 대변되는 중국의 과거와 전통에 자신을 가지기 시작했고, 한자의 명예는 회복되었다. 그리고 중국이 국제사회의 가장 주목받는 주체로 등장한 21세기 초, 한자는 가장 미래적이고 세계적인 문자이자 중국 문명의 자존심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지금은 G2의 한 축으로, 또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 연구를 선도하는 중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도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역대 정권에 따라, 심지어는 일개 장관의 취향에 따라 한자 정책이 달라졌고, 혼용과 병기, 폐지의 실험이 계속되었다. 때로는 민족 감정과 연결되어 반민족적인 문자로, 때로는 국제화의 도구로 규정되어 미래의 자산으로 변신을 반복하기도 하였다. 21세기 대원사회를 살며 국제사회를 지향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한자가 우리의 문자인가의 여부를 논하거나 한자를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과 연계시키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할는지도 무른다. 국제화 시대, 동아시아를 살고 있는 지금, 적어도 동아시아 문명의 기저에는 한자가 자리 잡고 있으며, 한자가 대변하는 아시아적 가치는 왜곡된 서구중심주의의 균형을 바로잡는 데도 대단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어도 동아시아를 이해하고 동아시아에서 교양인으로 살아가고, 좀 더 고급적인 문화를 향우하기 위해서는 한자의 이해가 필수불가결하다. 심지어 우리말과 우리 문화의 더 깊은 이해와 사랑을 위해서도 그렇다. 더구나 국가 간 민족 간 경계가 사라지는 미래 시대에서 세계와 소통할 중요한 도구가 한자로 등장했다. 한자가 어렵고 비논리적이라 하지만, 사실 한자는 그렇게 어렵고 비논리적인 문자 체계가 결코 아니다. 단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잇는 알파벳 문자와 다른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될 뿐이다. 한자의 한 글자는 영어에서의 한 단어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자의 수를 알파벳 자모와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문지에 다름 아니다. 사전에는 수만 자의 한자가 수록되어 있지만 현실 생활에서 모두 쓰이는 것은 아니며, 동시에 쓰인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도 900자만 알면 중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출판물의 90%를, 2,400자만 알면 99% 이상 해독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2,400자라 해도 모두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적은 수의 기초자들이 둘 이상 결합하여 생성된 글자들이다. 기초자, 그것은 지금의 ‘부수’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우리의 옥편에서는 214개로, 최초의 한자사전인 ≪설문해자≫에서는 540개로 보았다. 더욱 양보해서 600~700자 정도의 기초자만 숙지한다면 나머지 한자들은 그것에 기초하여 연계 짓고 추리하고 확장해 나가며 쉽게 익힐 수 있다. 한자는 알파벳 문자와는 달리 형체 속에 뜻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원래의 뜻에서 확장되는 파생 의미 역시 대단히 체계적이며 ‘논리적인’ 법칙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한자가 탄생한 지 수 천 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이 책은 한자의 이러한 특성에 주목하여 가장 기초되는 500여 글자를 대상으로 탄생에서부터 지금에 쓰이는 한자까지의 어원을 풀이하고, 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관련 한자들을 ‘연상’시켜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상상력을 계발시키고자 기획되었다. 이에 필자는 한자를 신화로, 문화로, 그리고 역사로 읽기를 권한다. 여기서 신화란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의미이자, 고대의 가치 체계를 반영하고 잇으며, 동시에 오늘날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의식 속에 깔려 있는 어떤 구조를 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근대의 합리적 사유와 양립하기 힘든 관념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프로이트가 말한 ‘언캐니(uncanny)’처럼 예전에는 아주 익숙했던 것이 이제는 기이한 것으로 도돌아와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한자와 신화는 다르다. 한자는 우선 의사소통과 기록을 목적으로 하는 문자이고, 신화는 고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모든 신화가 증명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한자의 어원과 뿌리가 다 증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우리는 고대사회의 역사를 고고학적 출토품에 의존하여 재구성한다. 동굴의 벽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역사로 믿는다. 바닷가에서 출토된 패총, 조개더미 속의 수많은 조개의 흔적들로부터 그 지역 고대인들의 역사를 추정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추정을 역사적 사실로 간주하지만, 새로운 발굴은 곧 그 역사를 수정하게 만든다. 따라서 역사는 이야기이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는 이야기 말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면 역사란 것도 신화가 될 수 있고, 신화고 때로는 역사로 탈바꿈될 수 있다. 따라서 한자를 신화나 역사로 읽는 다는 것은 한자의 고대의 유물이나 동굴벽화와 같은 선상에 놓고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자가 벽화나 유물과 다른 것은 수천 년에 이르는 기나긴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 고대의 흔적을 변형시키고 응축하고 단순화함으로써 원래 갖고 있던 상형성을 상당히 상실했지만, 언제나 소통과 기록의 양식에 적합하도록 변형되어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세계의 가장 많은 인구가 이를 소통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실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1997년에 『문화로 읽는 한자』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판되었다. 무려 30년 전의 일이다. 그러다가 2004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연상한자』라는 이름으로 출판사가 바뀌어 새롭게 출판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절판되었고, 그런 채로 꽤 오랜 세월이 지났다. 독자들의 재출판 요구가 많았다. 그래서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라 다시 출판하게 되었다. 이 책이 갖고 있는 이러한 특징 때문에 그동안 분에 넘치는 많은 격려와 사랑을 받기도 했다. 1998년에는 교육부에 의해 ‘올해의 좋은 책 100권’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또 1999년에는 중국에서 갑골문 발견 100주년을 기념하여 1000년간 전 세계에서 출간된 갑골문 관련 주요 논저들을 선집한 『갑골문헌집성』에 이 책 전체가 그대로 전재되는 과분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광스런 것은 이 책이 오랜 세월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실 그런 영광과 사랑만큼 그렇게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과분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확한 어원에 근거하고 그 속에 담긴 문화적 틀을 해석하며, 흩어진 여러 한자들을 특징별로 묶어 쉽게 ‘연상’하도록 한 이 책의 의도를 높이 평가해준 덕택이 아닐 까 생각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러한 접근은 필자의 독창적인 생각은 아니었다. 지금은 대만으로 옮겼지만 당시 캐나다에 계시던 허진웅 교수의 『중국고대사회』에 계시 받고 도움 받은 바 크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큰 스승은 바로 그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 동아일보에 2년간에 걸쳐 ‘한자뿌리읽기’라는 제목으로 매주 3회씩 관련 글자와 어휘를 연재하여 이 책의 내용을 확장하고 증명하기도 했다. 또 2017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2년간 『월간중앙』에 “한자 키워드로 읽는 동아시아”라는 이름으로 동아시아 한자문명을 이해하는 24개의 한자를 중심으로 이들의 철학적 해석과 이의 이론화를 시도한 바 있다. 한자의 연구가 많이 않은 이 땅에서, 30년 전에 쓴 글이라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초기 단계에서 생각했던 그 구상들이 대부분 아직 유효하여 극히 일부 표현만 바꾸고 나머지는 원래 모습 그대로 두었다. 그것도 역사이고, 필자의 사유 방향의 발전을 추적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자는 신화처럼 열려있는 개방적인 기호기에 그 해석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다. 그래서 다양한 또 다른 해석이 언제나 가능하다. 부디 흥미진진한 한자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탐험을 하며 한자와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빈다, 아울러 독자들의 준엄한 질정과 새로운 해석을 기대해 본다. 2004년 9월 쓰고, 2019년 11월 고쳐 쓰다. 도고재 하영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