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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밀려드는 죽음의 병
II. 봉쇄된 오랑 시 III. 죽음의 묵시록 IV. 치열한 삶의 현장 V. 새로운 날이 밝았다 옮긴이 후기 |
Albert Ca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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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리외가 아파트 복도에서 열쇠를 찾고 있을 때였다. 어두운 복도 구석에서 축축하게 털이 젖은 큼지막한 쥐 한 마리가 사지를 비틀어 대더니 다가왔다. 리외는 깜짝 놀라 한 발 뒤로 물러나서 가만히 쥐를 관찰했다. 쥐는 균형을 잡으려는 듯 다시 멈추어 서더니 가냘픈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러다가 제자리를 맴도는가 싶더니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의사는 한동안 그 모양을 바라보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있던 아내가 그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내 곁으로 갔다. 아내는 일 년 전부터 병을 앓고 있었다. --- p.10 시민들은 당국의 무능함을 비난했으며, 해안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쪽으로 피신을 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날 수거한 쥐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방송이 나가자 시민들은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다. 그날 오후 리외는 수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사지를 쫙 벌리고 마치 꼭두각시 같은 모습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는 파늘루 신부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리외는 그 신부를 알고 있었다. 예수회 소속 신부로, 꽤 유식하고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 신부는 신앙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존경을 받고 있었다. --- p.20 날씨는 점점 더워지면서 환자들의 숫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국에서는 유치원 내에 임시 병원을 설치했다. 신문을 통해 이런 내용을 확인하게 된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조치로는 도저히 병을 막을 수 없습니다.” 리외는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도 환자 수가 놀랄 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정말 걱정스러워요.” “좀 더 강경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급 기관에 보고하고 해결책을 요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장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는 사이 10명이던 사망자가 갑자기 30명으로 증가하자 당국이 공문을 보냈다. 시장이 ‘저들이 겁을 먹었소.’라며 내미는 전문에는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도시를 폐쇄하라.’라고 적혀 있었다. --- p.45 느닷없이 발표된 당국의 폐쇄 명령에 따라 생이별을 겪게 된 시민들은 전화를 걸거나 직접 시청으로 찾아와 사정을 설명하며 항의했지만 어떠한 예외도 통하지 않았다. 특권을 가진 몇몇 사람들은 시의 경계선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보초들을 매수해 밖에 나가 있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동정을 베풀던 보초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면서 그런 일도 사라지고 말았다. 보초들도 자신들이 저지르는 불법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게 된 것이다. --- p.49 보다 못한 당국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절도범 두 명을 총살했지만 사람들은 별로 충격을 받는 것 같지도 않았다. 페스트로 인해 매일 수십 명이 죽어 가는 판에 그깟 두 명 정도는 눈에 띄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페스트에 점령당한 도시는 지하 묘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죽은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장례식 절차도 간소화되었다. 환자는 가족과 멀리 떨어진 곳에 격리된 채 외롭게 죽어 갔으며 그날로 당장 땅에 묻혔다. 물론 가족들에게 알려 주기는 했지만 환자와 함께 살던 가족들은 예방 차원에서 다른 곳에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장례식을 볼 수 없었다. --- p.114 페스트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했다. 이름도 없이 구덩이에 묻혔거나 화장으로 녹아 없어진 사람들과 더불어 기쁨을 잃어버린 가족들과 연인들에겐 아직도 페스트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외로움엔 아랑곳없이 도시는 고통의 시간이 끝난 것을 축하하고 있었다. 광장이란 광장에는 온통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거리는 차들로 붐볐으며 하늘에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당에서는 감사의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내일에 대한 걱정을 모두 떨쳐 버린 카페에서는 있는 술을 모조리 내놓았다. 시민들은 모두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덤으로 사는 인생이 시작된 것처럼 즐거워했다. --- p.1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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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살인자의 기억법’보다 긴 다이제스트!
맥락이 살아 있고, 읽기 쉬운 문체와 깔끔한 정리 메시지와 핵심을 이해하기 쉽고 흥미진진하게 편집!! “불안, 초조, 두려움, 가족 간의 이별, 연인들의 이별...등등 그리고 시체 타는 냄새와 썩은 냄새의 역겨움, 봉쇄된 도시는 지옥 그 자체였다.” 알베르 카뮈의 80여 년 전 소설 『페스트』는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와 너무나 닮았다. 도시 봉쇄의 대처방식과 지역 이기주의까지도 비슷한 세균의 공습을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예방하고 대비해야 할 것인지를 시사해주는 다큐멘터리 소설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알제리의 오랑 시에 페스트가 발생했다. 비틀거리며 죽어가는 쥐들이 몰려들면서 도시는 순식간에 두려움이 몰려온다. 쥐 떼가 페스트를 전염시키는 바람에 사람들은 길 위에서든 집안에서든 가리지 않고 죽어가는 것이었다. 처음에 전염병이 나돌 때는 몇 명의 의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이 무슨 병인지 알지 못했다. 시 당국자들은 엄중한 조처를 취했다. 시의 문을 굳게 닫았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해 버렸다. 이러한 일련의 조처로 의사 리외는 피서지에 가 있는 아내와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다. 또한 신문기자인 랑베르는 파리에 있는 연인과의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리외는 아내의 일이 몹시도 마음에 걸렸으나, 비참한 환자에 대한 연민의 정과 직무에 대한 애정과 열성 때문에 사설 위생 기관을 설치하여 전력을 다해 병과 싸웠다. 리외의 주위에는 여러 계층에서 선의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타루는 인생에 대한 희망을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하나님을 믿는 성자가 되려고 했다. 공무원인 글랑은 아득한 연인에 대한 추억 속에 살고 있는 노인이었다. 파늘루 신부는 지금 온 시가지에 번지고 있는 이 페스트야말로 믿지 않는 자들에게 내려지는 하나님의 형벌이며, 이 형벌이 만약에 자각과 회개의 기회가 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설교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설교도 잠시 뿐이었다. 너무나 비참한 광경 앞에 처음의 생각을 고쳐먹고 열심히 방역과 간호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비록 그 방법에 있어서는 제각기 다른 길을 택했으나, 페스트 예방에 전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선 그들 모두가 똑같았다. 그러던 중 타루와 파누루 신부가 끝내 페스트로 쓰러지고 말았다. 신문기자인 랑베르는 페스트 초기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탈출을 시도했지만, 나중에는 시민의 운명에 연대감을 느껴 리외의 사업에 협력하게 되었다. 이윽고 극성스럽던 페스트도 점점 약화되기 시작했다. 굳게 닫혔던 시의 성문도 열리고 리외는 한없이 피곤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환자에게나 의사에게는 휴가는 없는 것이고, 페스트균은 결코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금 행복한 이 거리에 습격해 오리라는 것을 일깨운다. 인간의 삶에서 비극의 근원은 단순하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간명한 명제나 문장에서 보듯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리고 사실 죽음의 방식과 시기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또한 질병이라는 것이 ‘개인’에게 주는 의미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세균이 침입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갑작스런 죽음보다는 예측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