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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와 공포의 용은 익히 아는 자여라
홍지운
알마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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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악의와 공포의 용은 익히 아는 자여라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것
입방해면생명체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홍석인, dcdc

영화배우 김꽃비의 팬, SF 작가. 본명 홍석인. 오랫동안 필명 dcdc로 활동해왔다.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으로 제2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구미베어 살인사건』과 『월간주폭초인전』 등의 단편집을 여러 권 냈다. ‘덴마 어나더 에피소드 시리즈’ 『물리적 오류 발생 보고서』, 『별을 수확하는 자들』, 『무간도 가이아의 성소』를 쓰기도 했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이웃집 슈퍼히어로』, 『냉면』 등 다수의 앤솔로지에 작품을 실었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컨텐츠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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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92g | 114*189*13mm
ISBN13
9791159922954

책 속으로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오카차 우카차 우아올라 옹사옹사라는 가사를 되풀이하는 음악이 더더욱 크게 울렸다. K는 질색을 하면서 M의 정원 구석구석을 살폈다. 대문 밖과 다르게 그 안은 이상하리만치 어두웠다. 아니, 어둡다기보다는 공간의 명도가 낮은 것에 가까웠다.
K는 M의 정원을 보며 위화감을 느꼈다. 그 위화감의 정체는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정원에는 식물이라고는 잡초 한 포기도 없었던 것이다. 단지 악취미적인 취향의 전위예술이거나 이국의 독특한 문화가 담긴 것이 아닐까 싶은 조각상들이 두서없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댁은 뭐 하는 양반이기에 이렇게 주말마저 소란입니까?”
“나는 탐구자요.”
M은 다시 한번 쩌억,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K는 기도 차지 않는다며 콧방귀를 뀌고는 그의 이야기를 흘려 넘겼다. 무엇을 탐구하는지는 물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선생의 집에 숨어든 그런 존재를 탐구하지.”
K가 이 한마디를 꺼내기 전까지는.
--- pp.20-21

K는 연탄집게를 바닥을 향해 내리치면서 도마뱀을 찍어 누르려고 했다. 도마뱀은 수조라는 좁은 우리를 벗어났는지라 더 빠른 속도로 K를 피할 수 있었다. K는 답답해진 나머지 연탄집게를 던져버리고는 온몸을 던져 도마뱀을 덮치려 했다.
숨이 가빠졌고 천장은 높아졌다. K는 바닥을 네 발로 빠르게 기어다니며 도마뱀을 쫓았다. 도마뱀은 여전히 시선을 돌리면서 웃고 있었다. K는 너무 빠른 속도로 기어다닌 나머지 그만 벽에 부딪혔다. 그 이후로는 꼬리를 흔들어서 균형 맞추는 법을 깨달아 더 집요하게 도마뱀을 쫓았다.
K는 곧 도마뱀과 1센티미터도 안 되게 가까워지도록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콧등에 난 뿔로 도마뱀을 들이받으려 했지만 도마뱀은 그 육중한 몸을 던져 벽을 타고서 전등갓까지 도망치고 말았다. K는 사방팔방으로 뛰며 분을 참지 못했다.
--- pp.30-31

중학생이었던 나는 소수자 차별이라는 주제로 발표 수업을 준비하면서 B와 그 패거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페이스북에서 어째서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그는 내 과제를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샘플이었기에 나는 그에게 쪽지를 보내 연을 맺고 말았다.
B는 내가 자신의 의견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 감명 깊었는지 나에게 무척 우호적이었다. 나는 나대로 그와의 교분을 마칠 이유를 찾지 못했다. B는 내 영혼의 북극성이었다. 무언가 고민이 되고 성찰해야 할 문제를 만났을 때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지켜본 뒤 그가 고른 선택지만 고르지 않으면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내린 결론이 B의 결론과 같을 때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달리 말하자면, B는 내 전용 ‘윤서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 p.59

(…) 언젠가 하루는 오이 두 개를 비비면서 놀더라고요. 그러면 뽀득뽀득 소리가 나거든요. 킷캣은 다섯 시간을 그랬어요. 게스트하우스 방에 누워서요. 다섯 시간을.
어디가 좋냐뇨. 그런 게 좋은 거죠. 박사님이 연구실에 너무 오래 계셔서 모르시나 본데요. 진짜로 사치스러운 건 그런 거예요. 시간을 낭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신경을 쓰지 않는 수준. 킷캣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다른 누구보다도 부자였다고 해도 좋죠. 오이 두 조각으로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부자예요.
물론 그뿐만은 아니었어요. 킷캣은 맹하기는 했죠. 툭하면 넘어지고 요리하다 베이고 그랬는걸. 하지만 아픈 기색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바로 다음 일로 넘어갔어요. 몸이나 마음이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아픔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다만 언제라도 다시 나을 거라고 믿었죠. 믿는 대로 되었고요.
저는 킷캣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은 어딘가 이 세상보다 더 큰 무언가에 연결된 사람이구나, 감탄하고는 했어요. 좋은 사람한테만 찾을 수 있는 안정감이죠. 그리고 킷캣은 좋은 사람이었어요. 제가 이제까지 이 세상에서 만난 그 어떤 사람보다도요.

--- pp.94-95

출판사 리뷰

이형의 세계관들, 그 내장과 피부를 꺼내어 재결합하는
한국 SF의 스타일리스트 홍지운의 기이한 서사 실험


「아기공룡 둘리」를 한국의 코스믹호러라고 강력히 주장해온 홍지운 작가는 경쾌하고도 기이한 스타일로 오마주와 패러디의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인 세 편의 단편소설을 내놓았다. 러브크래프트의 시선으로 「아기공룡 둘리」의 특징적인 장면들을 좇으며 새로운 결말로 향하거나, 바닷속을 배경으로 한 아동용 인기 애니메이션의 인물들을 러브크래프트적으로 재해석한 다음 『모비딕』의 이야기 흐름에 넣는 식이다. 한국 SF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로서 입지를 넓혀 가고 있는 작가는 이 실험작들을 통해 전혀 다른 작품 세계들의 서사와 인물, 관점을 능란하게 비틀고 조합하며 러브크래프트식 공포가 생성되는 지점의 윤리를 파고든다. 자신과 다른 존재, 부류에 대 혐오와 두려움에 기인하는 공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악의와 공포의 용은 익히 아는 자여라」

서울시 도봉구 우이천. 아이들이 하천에 떠밀려온 기괴한 얼음탑을 발견한다. 탑의 밑동에는 도마뱀처럼 생긴 것이 간신히 숨만 붙어 있었고, 그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던 아이들 C와 Y는 보물처럼 도마뱀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 K는 염증이라도 난 것처럼 하얀 뿔을 코에 붙인 이 괴생물체가 불쾌하다. K는 누가 봐도 이상한 이 생물체가 도마뱀일리 없다고 주장하지만 도리어 주변인들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밤이면 견딜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던 K는 변해가는 도마뱀의 모습에 고통스러워하고, 꿈과 현실은 분간할 수 없이 뒤섞인다.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것」

주인공 A는 중학생 시절 ‘소수자 차별’ 주제의 발표 수업 준비 때문에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심각한 사회부적응자 B와 연을 맺는다. A의 표현으로 B는 ‘내 영혼의 북극성’이자 ‘내 전용 윤서인’이다. 무언가 고민이 되고 성찰해야 할 문제를 만났을 때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지켜본 뒤 그가 고른 선택지만 고르지 않으면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놀랍게도 B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B와 한 여성 C가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 올라온다. B는 C와 함께 만나자는 제안을 해오고, A는 이 믿을 수 없는 일의 배후에는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입방해면생명체」

오이 두 개만 있으면 하루 종일 비비며 놀 수 있는 놀랍도록 순수한 남자 킷캣. 그를 만난 건 부산 여행에서 돈도 아낄 겸 게스트하우스를 나눠 쓸 사람을 찾던 중이었다. 킷캣은 한국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이지만 휴학 중인 대학생 주인공과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 곧 여비가 바닥 나 집으로 돌아가려는 주인공에게 킷캣은 함께 있을 방법이 있다며 일자리를 제안한다. 다름 아닌 잠수함 주방보조 자리. 함장은 킷캣에게 놀아줄 상대가 필요하다며 주인공을 그냥 뽑는다. 수수께끼 같은 항해가 시작되고 며칠 후,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킷캣을 데려가는 함장. 그 후로 킷캣은 불려갈 때마다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데….

FoP 시리즈의 새로운 프로젝트 LC.RC
2020년 5월 30일 도서 8종 (그래픽노블 1종 포함) 완간 예정


1차 출간 | 2020년 4월 30일
『악의와 공포의 용은 익히 아는 자여라』 홍지운
『별들의 노래』 김성일
『우모리 하늘신발』 송경아
『뿌리 없는 별들』 은림, 박성환

2차 출간 | 2020년 5월 30일 예정
『역병의 바다』 김보영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이서영
『친구의 부름』(그래픽노블) 최재훈
『외계 신장』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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