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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채화로 그린 절망
[2] 나로 돌아와서 [3] 나무 이야기 [4] 부르지 않는 노래 |
서정윤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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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대한 기억 1
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우리는 그 어둠 속을 헤매다니며 서로 부딪혀 상처를 내고는 손잡고 오랜만이야, 다시 만나자. 돌아서서 다시 그의 등에 칼을 꽂는다. 아니 너였잖아, 미안해 이 빌어먹을 어둠 때문이야.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을 때쯤 돌아보면, 다들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고 그 속에 들어오는 녀석들을 죽일 칼을 번쩍이고 있다. 이젠 문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아니 문에 대한 기억은 처음부터 없었다. --- p.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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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써야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 하나의 유리이슬이 되어야지. 은해사 솔바라 목에 두르고 내 가슴의 서쪽으로 떨어지는 노을도 들고 그대 앞에 서면 그대는 깊이 숨겨 둔 눈물로 내 눈 속 들꽃의 의미를 찾아내겠지. 사랑은 자기를 버릴때 별이 되고 눈물은 모두 보여주며 비로소 고귀해진다. 목숨을 걸고 시를 써도 나는 아직 그대의 노을을 보지 못했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위해 나는 그대 창 앞에 꽃씨를 뿌린다. 오직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의 꽃씨를 묻는다. 맑은 영혼으로 그대 앞에 서야지. --- p.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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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는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빛나는 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건 그대의 따스한 가슴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지와 잎, 뿌리까지 모여서 살아있는 '나무'라는 말이 생깁니다. 그대 뒤에 서 있는 우울한 그림자, 쓸쓸한 고통까지 모두 보았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대는 나에게 전부로 와 닿았습니다. 나는 그대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진 않습니다. 그대가 완벽하게 베풀기만 했다면 나는 그대를 좋은 친구로 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대는 나에게 즐겨 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두었습니다. 내가 그대에게 무엇이 될 수 있겠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 p.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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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귀가
낮에 내린 눈이 남루해진 저녁 바람은 자꾸만 저항력으 떨어뜨리고 소주 몇 잔으로 자신을 학대한다는 생각을 애써 지우며 아직 얼지 않은 꿈 하나를 본다. 참담한 미소에 대항할 방법도 없이 이 지루한 바람과의 전쟁 겨울은 달빛조차 살 속에 시리고 노후를 걱정하는 거북이들이 남은 생명을 담보로 얻은 온기를 지킨다. 적당한 고통은 정신을 맑게 한다. 더 차가운 바람은 생각의 끈을 자른다. 평형감을 잃은 곤충들이 비틀거리며 겨울의 한쪽 벽에 기대고 눈 녹은 물들이 다시 얼어 지친 걸음 더욱 힘겹게 한다. 멀리 비치는 불빛까지 갈 수 있다면 내 의식의 겨울은 너무 춥다. --- p.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