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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영달동 미술관
Episode 1 아를의 침실 창문을 열면 햇살이 쏟아질 거야 Episode 2 작은 거리의 유쾌한 하루 Episode 3 당신을 기다리는 마음 Episode 4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 Episode 5 사랑의 온도 Epilogue 아를의 침실 책을 마치며 1 책을 마치며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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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등 맞은편 건물 1층에서 불빛이 새어나왔다. 걸음을 옮기다가 그는 불이 켜진 건물의 유리문 안쪽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았다. 입구 처마에 은은한 불빛을 내뿜는 전등이 켜져 있고, 안쪽에도 엷은 조명이 밝혀져 있었다. 유리문 안쪽에 서 있는 가림막에 ‘영달동 미술관’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여기에 화랑이 있었던가?’ --- pp.7~8, 「프롤로그ㆍ영달동 미술관」중에서 바다를 향해 나 있는 창문은 지난 몇 개월째 굳게 닫혀 있었다. 더 이상 옥탑방은 도현이 사랑했던 그때의 공간이 아니었다. 쳇바퀴처럼 이어지는 의미 없는 시간을 지속하기 위해 잠시 쉬어 가는 곳일 뿐이었다. 집이 팔리면 미련 없이 이 동네를 떠날 생각이었다. --- p.16, 「에피소드 1ㆍ아를의 침실 창문을 열면 햇살이 쏟아질 거야」중에서 “불이 켜져 있고 문이 열려 있기에 혹시 문단속을 안 하셨나 걱정이 되어 들어왔습니다.” 도현이 당황해서 변명하자, 남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언제든 찾아 주시라고 일부러 문을 잠그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편하게 찾아 주십시오.” 그러고 나서 남자는 도현에게 의자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편하게 그림을 감상할 마음은 아니었지만, 남자의 호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도현은 의자에 앉았다. --- p.21, 「에피소드 1ㆍ아를의 침실 창문을 열면 햇살이 쏟아질 거야」중에서 하지만 무명 화가 고흐의 제안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고흐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테오는 자신이 그림을 팔아 주는 화가들에게 형과 함께해 줄 것을 권유했다. 이에 응한 화가가 고갱이었다. 고흐의 이상향인 일본과 같은 곳이 고갱에게도 있었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타이티가 고갱의 유토피아였다. 그는 ‘형과 함께 아를에서 작업을 한다면, 매달 생활비를 보내 줄 뿐만 아니라 우선적으로 작품을 팔아 주겠다’는 테오의 제안을 수락하고 아를로 향했다. 그러면서 친구인 에밀 베르나르에게 ‘네덜란드 형제의 모략에 응하지만 5,000프랑만 모으면 곧장 타이티로 떠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 p.26, 「에피소드 1ㆍ아를의 침실 창문을 열면 햇살이 쏟아질 거야」중에서 가끔 어머니의 이젤에는 사람 얼굴 형체의 스케치가 그려진 캔버스가 놓여 있었다. 도현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얼굴을 그리려 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하지만 번번이 그 그림은 실패했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절망했으며, 도현은 영영 아버지 얼굴을 접할 수가 없었다. --- p.32, 「에피소드 1ㆍ아를의 침실 창문을 열면 햇살이 쏟아질 거야」중에서 애초에 고흐는 이 속된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삶을 불행했다고만 말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만큼은 고흐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의 삶이 고통으로 점철되었다는 평가는 겉으로 두드러진 일생의 몇 가지 단면만을 부각시킨 오해일지도 모른다. 이상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고흐의 가공되지 않은 열정과 지난한 삶은 자꾸만 세상의 질서에 길들여져 가는 이들의 무뎌진 감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오래토록 기억될 만했다. --- p.45, 「에피소드 1ㆍ아를의 침실 창문을 열면 햇살이 쏟아질 거야」중에서 “지금은 위대한 화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생전의 베르메르는 전업 화가가 아니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여관을 운영했어요. 화가 조합(길드)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다른 화가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삼십여 편의 작품만을 남긴 것을 보면, 그림에 전념할 만큼 생활이 넉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초기에 그린 종교화 몇 점을 제외하고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장면을 그림에 담았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회화계의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아마도 베르메르가 다른 사람들의 주문을 받아서 초상화를 그리거나 풍경이 뛰어난 곳을 찾아다닐 만한 형편이 아니어서 그랬을 겁니다.” --- pp.75~77, 「에피소드 2ㆍ작은 거리의 유쾌한 하루」중에서 〈농가의 결혼식〉에서 딱히 중심인물이라고 내세울 만한 존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피로연에 참석한 모두가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주인공으로 보였다. 이미 피로연장이 사람들로 꽉 차 있는데도 입구 쪽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잔치에 참석하려고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문짝을 떼어 내 급하게 만든 들것으로 음식을 나르고 빈 통에 맥주를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제사 음식에 여자가 손을 대면 부정이 탄다는 악습이 있었는데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당시의 여느 지역과 달리 플랑드르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높았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화가가 여성이 대접받고 남성이 봉사하는 평화로운 세계를 꿈꾸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 pp.83~84, 「에피소드 2ㆍ작은 거리의 유쾌한 하루」중에서 정현이 플래시를 끄고 도현을 향해 돌아섰다. “여도현, 나는 이 동네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누가 사는지 훤해. 네가 말하는 미술관은 적어도 내가 주민 센터에서 일한 지난 사 년 동안은 없었어.” 도현은 갑자기 딴 세상에 있는 듯했다. 이 거리도, 바로 앞에 서 있는 정현도, 깜빡거리는 보안등도, 어두운 밤하늘도, 낮 동안의 김장 담그기도 모든 것이 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 pp.102~103, 「에피소드 2ㆍ작은 거리의 유쾌한 하루」중에서 |
기이하고 미스터리하면서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한밤중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은은한 불빛을 발하고 있는 미술관을 발견한다. 흔하디흔한 카페 하나 없는 허름한 동네에 갑자기 나타난 영달동 미술관! 전시된 그림들은 관람객이 가진 내면의 풍경을 투영한다. 관람객은 그림을 통해 벌거벗은 자신과 마주하고, 과거의 기억에 속박된 상황을 깨닫고, 마음을 어지럽히는 죄책감의 정체를 알아 나간다. 그리고 그들은 놀라운 현실과 맞닥뜨린다. 기이하고도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 미술관이 이 동네(영달동)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영달동 미술관으로 인해 자신들 안에 일어난 변화와 삶에 찾아온 기적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도 환상과 실재가 혼재하는 상황 속에서 영달동 주민들은 혼란스러워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곳, 영달동 미술관. 이 미스터리한 공간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극도로 사실적인 오늘의 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기발한 이야기의 끝에 독자들은 엄청난 감동과 마주할 것이다. 교양 미술과 심리 치유, 재미를 한꺼번에 포획한 소설 이 기발한 소설을 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술’이다. 11명의 위대한 화가와 그들이 남긴 21편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이 그림들은 전시관의 액자 속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현대인의 일상과 내면에 스며들어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그림과 화가를 둘러싼 배경 지식은 물론 서양 미술 전문가(도슨트)인 저자 피지영의 해석이 덧붙여져 미술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미술 작품들이 어떻게 우리의 내면을 반영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서양 미술에 대한 교양 지식과 현대인의 심리, 일상을 탄탄한 구조의 서사가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이 책은 지적 흥미와 심리의 안정,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3박자를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소설이다. 미술에 미친 남자와 책밖에 모르는 남자가 함께 써 내려간 스토리 저자 중 한 사람인 피지영은 보통의 직장인으로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서양 미술에 빠져들어 3년 동안 1,000권의 미술책을 독파하고 유럽으로 ‘순례’를 다녀온 뒤 서양 미술 도슨트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누렸던 미술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퇴근 이후와 주말을 활용해 미술 강의를 하고 있다. 출판 디렉터이자 에디터인 이양훈은 한때 소설가를 꿈꾸었으나 책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져 20년째 남의 글만 만지다가 이 책의 저자로 참여했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 다 엘리트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는 고흐가 자신만의 화풍(畵風)을 만들어 냈듯, 두 사람도 틀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이처럼 독특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번에 함께 첫 책을 펴낸 두 저자는 『영달동 미술관』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 두 번째, 세 번째 걸음도 함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혹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페르소나를 쓰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영달동 미술관’에 가면 나약하고 초라하면서도 솔직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고 오래전 마음의 상처, 고통, 번민, 죄책감투성이의 나를 만나게 된다. 독특한 이력의 피지영 도슨트와 이양훈 작가의 이 작품은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는 우리 모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 권준수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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