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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슈테판 츠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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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fan Zweig

1881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부유한 유대계 방직업자 아버지와 이름난 가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빈에서 높은 수준의 교양교육과 예술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섬세한 감각과 문학적 감수성을 지녔던 그는 수많은 고전작품을 읽으며 해박한 지식을 쌓았고, 청소년기에는 보들레르와 베를렌 등의 시집을 탐독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습작기간을 거쳤다. 대학에서 독문학과 불문학, 철학, 사회학, 심리학 등을 두루 섭렵했으며,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이런 배경으로 스무 살의 나이에 첫 시집 『은빛 현』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일찌감치 작품
1881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부유한 유대계 방직업자 아버지와 이름난 가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빈에서 높은 수준의 교양교육과 예술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섬세한 감각과 문학적 감수성을 지녔던 그는 수많은 고전작품을 읽으며 해박한 지식을 쌓았고, 청소년기에는 보들레르와 베를렌 등의 시집을 탐독하면서 시인으로서의 습작기간을 거쳤다. 대학에서 독문학과 불문학, 철학, 사회학, 심리학 등을 두루 섭렵했으며,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이런 배경으로 스무 살의 나이에 첫 시집 『은빛 현』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세계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여러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드높은 정신세계를 구축했다. 『은빛 현』을 필두로 수많은 소설 및 전기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1938년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자, 유태인 탄압을 피해 런던으로 피신했다가 미국을 거쳐 브라질에 정착한다.또한 2차 세계대전 이전 백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대중적인 작가이자 다른 나라 언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로 독일/오스트리아 문학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츠바이크는 ‘벨 에포크’라 일컬어지는 유럽의 황금 시대에 활동했다. 예술과 문화가 최고조로 발달했던 그 시기를 그는 진정으로 사랑했다. 그러나, 그토록 사랑했던 유럽이 한방의 총성으로 촉발된 세계대전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목도하게 된다. 황금 시대의 빛과 영광을 박살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구축한 그들 유럽인들이었다. 이 때의 심경은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유럽의 문화사를 기록한 자전적 회고록 『어제의 세계』에 잘 드러나 있다.

극심한 상승과 하강을 삶을 통해 모두 경험한 이후, 섬세한 그의 심성은 더 이상 부조리한 세계에서 버티지 못하고 고난의 망명생활 속에서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1942년 2월 브라질의 페트로폴리스에서 부인과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종종 ‘평화주의자’ 또는 ‘극단적 자유주의자’라는 평을 받던 그는 “나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 시대는 내게 불쾌하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유로운 죽음을 선택하였다.

비극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쓴 수많은 소설과 평전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여러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독자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상당부분 영화화되기도 했다. 또한 다른 예술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인 예가 천재 감독 웨스 앤더슨의 2014년 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이다. 앤더슨은 이 영화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는 츠바이크의 소설 '초초한 마음'의 첫 단락을 차용해서 시작하며, 엔딩 크레딧에서 “inspired by the writings of Stefan Zweig” 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그 사실을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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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대학원과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문학박사, 1974)하고, 서울대와 고려대 독문과에서 강의를 했다. 독일 문학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번역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1973년 《기독광 der Narr in Christo》으로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에서 주는 ‘PEN 번역문학상’을 받았다. 독어 독문학회 회장(1972~1973)과 괴테협회 회장(1982-1984), 한국 훔볼트학회 부회장(1987-1989), 한국 괴테학회 회장(1986-1993)을 역임하고, 고려대 독문과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저서로는 《독일 문학》(일지사, 1965), 《독일
1928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대학원과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문학박사, 1974)하고, 서울대와 고려대 독문과에서 강의를 했다. 독일 문학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번역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1973년 《기독광 der Narr in Christo》으로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에서 주는 ‘PEN 번역문학상’을 받았다. 독어 독문학회 회장(1972~1973)과 괴테협회 회장(1982-1984), 한국 훔볼트학회 부회장(1987-1989), 한국 괴테학회 회장(1986-1993)을 역임하고, 고려대 독문과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저서로는 《독일 문학》(일지사, 1965), 《독일 고전주의의 문학사적 연구》(일지사, 1974), 《독일 문학사》(일지사, 1976), 《문예사조(공저)》(문학과지성사, 1977), 《새독일어사전》(장문사, 1979), 《괴테 연구》(문학과지성사, 1987), 《수용미학》(고려원, 1992) 등이 있다. 역서로는 《행복으로서의 의지》, 《군도》, 《물의 요정은 가다》, 《베니스에서의 죽음》, 《기독광》, 《하얀 도망자》, 《괴테 전집》 등 여러 책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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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6쪽 | 420g | 130*205*30mm
ISBN13
9788974162542

책 속으로

생전 처음으로 나는 라틴어로 ‘랍투스Raptus’라고 하는 것, 즉 한 사람의 인간이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이끌려가는 상태를 체험한 것입니다. 여기서 자유자재로 읊조리는 그의 혀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말하는 것도,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의 내면과 정열이 뒤엉켜 혀를 통해 서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셰익스피어는 그들의 중심이었으며, ‘시대 그 자체와 시대의 육체’를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인을 가려낼 시간의 여유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토록 소동은 격렬했고, 작품은 연이어 쏟아져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시대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류 최대의 솟구침은 갑자기 꺾이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희곡은 끝장을 보고, 영국은 기진한 것입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비극적인 아름다움과 향락적인 아름다움이 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은 아마도 우연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내 두근거리는 가슴은 주위의 고상하게 침묵하는 예술품들과 마찬가지로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술품들 속에서는 내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정신적인 아름다움이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었습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선생님을 바라봄으로써 내 마음이 얼마나 뭉클해지는가를, 아마 그도 여러 번 느꼈을 것입니다. 내 눈을 보고서, 또는 내손이 진정하지 못하는 것을 봄으로써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내 얼굴에서 그에게 신뢰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색을 느꼈을 것이며, 머뭇머뭇하는 나의 태도에서 그의 고통을 내 품 안으로 끌어안으려는 정열이 숨어 있음을 희미하게나마 느꼈을 것입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나는 너무나 기뻐서 몸을 떨었습니다. 불타는 소원이 갑자기 실현될 때만큼,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은 없을 겁니다. 그 징조, 명백한 신뢰의 그 징조, 내가 무의식 속에 갈망하고 있던 징조, 즉 형제로서의 ‘너’라고 불러 주었던 너무나도 간절히 바랐던 그 아름다운 징조를 그의 감사가 가져왔던 것입니다. 그것은 나이의 깊은 홈을 뛰어 넘은 것이며, 힘든 거리를 넘어온 것인 만큼, 일곱 곱절 귀중한 것이었습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오직 당신에게만 나는 모든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지요. 항상 당신의 것이었지만 당신은 전혀 알지 못하셨던 나의 일생을 지금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나의 그러한 비밀을 아실 때쯤이면, 나는 이미 죽어 없을 겁니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중에서

사랑하는 분이여, 이제 당신도 짐작하셨겠지만, 당신은 어린아이인 내게 그야말로 마음을 이끌리게 하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습니다. 책을 저술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넓은 세계에서 명성이 높고, 사람들이 존경을 바치게 된 그런 분을, 갑자기 스물다섯 살 쯤밖에 안 되는 어린이같이 명랑하고 날씬한 청년으로 대하게 되다니! 그날부터 아주 작고 여린 나의 관심은 오직 당신뿐이었습니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중에서

어둠 속의 소녀가 아무도 모르는 사모의 마음을 지녔다는 것은 이 세상 무엇과도 비길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은 너무나 절망적이고 헌신적으로 온갖 정성을 다 바쳐서 쏟아놓기 때문입니다. 나이 든 여자의 욕정적이고 무의식적이면서, 대가를 요구하는 그런 사랑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격렬한 감정을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은 다만 고독한 아이들만 가능합니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중에서

사랑하는 분이시여! 제발 내 청을 들어 주세요. 그것은 나의 처음이며, 동시에 마지막 요청이랍니다. 제발 당신의 생일을 맞을 때마다 장미꽃을 사서 그것을 그 화병에 꽂아 주세요. 내 부탁입니다. 사랑하는 분이시여! 제발 그렇게 해 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1년에 한 번씩 죽은 애인을 위해 미사를 올리는 것처럼, 꼭 1년에 한 번씩 그렇게 해 주세요.
---「모르는 여인의 편지」중에서

“그전에 내 아내였단 말씀이죠…… 5년 전에, 아니 4년 전에…… 먼 고국의 헤센 주에 있는 게라스하임이라는 곳에 살았을 때입니다…… 제발 선생님께서 그 여자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게 된 것도, 다 내 잘못이었으니까요. 그 여자가 그 전부터 그런 여자가 아니었어요. 내가……. 바로 내가 그 여자를 괴롭힌 겁니다. 그 여자는 아주 가난했지만 내가 결혼해 주었죠. 변변한 옷 한 벌 없는 정말이지 가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여자였습니다.
---「달밤의 뒷골목」중에서

“정말이지 내가 무슨 말을 한 걸까요? 내가 그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의 모습이 없어지고 다만 한 장의 종이쪽지만이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을 때, 아내의 저주를 그제서 알았던 것입니다. ‘당신의 저주 받을 돈, 잘 아껴요! 나는 당신한테서 이제 한 푼도 받지 않겠어.’ 그 종이에 쓰인 것은 그 말밖에 없었습니다.”
---「달밤의 뒷골목」중에서

“제발 부탁입니다, 선생님. 그 여자에게 말씀을 좀 해 주십시오……. 제발 꼭 좀……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나는 그 여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내 돈을 남김없이 다 써 버렸습니다. 이제 그 여자를 그냥 둘 수가 없습니다…… 살려 둘 수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나는 단도를 한 자루 샀습니다. 선생님…… 나는 이제 그 여자를 그냥 그대로 놓아 둘 수가 없습니다. 살려 둘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단 말입니다…… 제발 그 여자에게 말씀 좀 해주세요, 선생님…….”
---「달밤의 뒷골목」중에서

그는 새근대는 숨소리와 함께 자기를 누르는 그 육체와 더불어 어디론지 흘러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 여자가 어떻게 해서 자기에게로 왔는지, 또한 이름은 무엇인지 알아볼 겨를도 없었으며, 다만 그 향기로운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욕망을, 눈을 꼭 감은 채 빨아들일 뿐이었다. 그래서 마침내는 도취되어, 뜻 없고 감각 없는 무한대의 정열의 바다 속으로 끌려 들어갈 뿐이었다.
---「황혼 이야기」중에서

그 여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는 붙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소년의 몸속에는 그 메달의 기호를 알아보려는 호기심이 열병처럼 들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희미하게 타고 있는 램프불을 돋우고 자기 팔에 아로새겨진 자국을 들여다보았다.
---「황혼 이야기」중에서

‘아니다, 그 여자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하고 그는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오지 않는다면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그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정열적인 그의 젊음은 축축한 이끼 위에 몸을 내던져 몸부림쳤고, 두 손으로 흙을 파헤치고, 뺨에는 눈물을 흘린 채,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다.

---「황혼 이야기」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랑의 순간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사랑의 감정’을 파헤치다

“남자가 남자에게 바치는, 끝끝내 충만할 수 없는 정신의 정열은 대체 어떻게 해야 완전한 실현을 이룰 수 을까요? 그런 정열은 정신이 그러하듯이, 항상 흐르고는 있지만 영원히 만족될 수 없으며, 완전히 흘러 버릴 수도 없는 그런 것입니다.” - 「감정의 혼란」 중에서

「감정의 혼란」은 어느 유명한 대학교수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다. 문학의 드높은 정신세계에 살며, 젊은 학도들에게 지적인 양식을 마련해주는 고상한 대학교수도 한 꺼풀 벗기기만 하면 그 속에는 정열의 포로, 육욕의 화신이 들어 있었다. 자기를 한없이 존경하고 따르는 미소년의 학생들 앞에서, 그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욕정을 억누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닥쳐오는 유혹과 싸우며, 끝내 자신의 가면 뒤에 있는 애욕의 얼굴을 나타내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그에게는 고통스러운 투쟁이었다. 이 작품에서 츠바이크는 고도로 지성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저자의 개성적인 애정관을 피력하고 있다. 뛰어난 이성의 힘으로도 마음속에서 우러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딘가 극도의 내면 충동에 못 이기는 너무나 인간적인 사랑의 감정을 내밀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 어둠 속에서 눈을 반짝 뜨고 내 옆에서 당신을 느꼈을 때, 나는 머리 위에 별들이 없는 것을 이상히 여겼습니다. 그때 나는 찬란한 밤하늘을 그토록 느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분이여! 나는 결코 그 시간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이 잠에 빠졌을 때, 내가 당신의 호흡 소리를 들었을 때, 나 스스로 당신 곁에 있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어둠 속에서 너무나 행복해서 흐느껴 울기까지 했습니다.” - 「모르는 여인의 편지」 중에서

「모르는 여인의 편지」에서는 인간 심정의 극단적인 면과 정열의 과격함을 보여준다. 그것이 끝끝내 보답되지 않는 여인의 마조히스틱한 애정으로 표현된다. 한 여성의 연정이 처음으로 잠을 깨고, 자라나서 마침내 극도로 타오른 다음, 아무런 보답도 없이 혼자서 절망하다 죽어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그 여자의 연정의 대상이 문학가인 것으로 보아 여기서는 작가자신의 신변을 모델로 한 것 같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여인의 정열은 끝끝내 자기의 사랑을 고백하지 않는 고집과 결백성에 있다. 가슴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감정의 혼란을 억제하지 못하고 마침내 파멸의 길로 치닫는 한 여인의 평생에 걸친 지순한 사랑의 역정을 통해 우리는 변함없는 사랑의 본성을 확인하게 된다.

“나는 울면서 무릎을 꿇고 그 여자에게 돈을 내바쳤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나는 그 여자 없이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그 여자를 나락으로 밀쳐 떨어뜨린 것은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순전히 나 자신의 책임이었습니다.” - 「달밤의 뒷골목」 중에서

「달밤의 뒷골목」은 하나의 특이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 인상적인 소품이다. 프랑스의 어느 조그마한 항구 도시, 어슴프레한 달밤의 뒷골목의 술집에서는 감상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다. 거기에 등장하는 것이 선원들을 상대하는 접대부들과 그들의 조롱거리가 되어 있는 한 사람의 텁수룩한 중년 남자이다. 그 남자는 이상하게도 창녀의 갖은 욕설과 학대와 모욕에도 불구하고, 비굴하게 그 여자의 곁에 머무르기를 애원한다. 그러나 끝끝내 받아들여 주지 않는 그 여자를 살해하려 한다.

“그 여자는 소년의 품 안에 뛰어 들었으며, 그의 팔은 거칠게 두근거리는 여자의 뜨거운 육체를 힘껏 껴안았다. 그 순간 뜨거운 물결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에 복받쳐 오름을 느꼈다. 그 달콤한 충격으로 전신의 힘이 져나가고, 마침내 어두운 욕정의 흐름 속으로 휩쓸려 내려가려 하는 것 같았다.” - 「황혼 이야기」 중에서

「황혼이야기」는 작가가 어느 날 저녁 황혼 무렵에 환상적으로 본 어느 소년의 ‘첫사랑의 체험’에 대한 기록이다. 정적이고 조용한 소년시절의 회고와 최초의 사랑에 눈뜨는 동심의경이, 불안, 그리고 그 안에서의 섬세한 감각, 감미로운 육감을 그리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 어둑어둑 저물어가는 주위를 배경으로 이야기하는 작가의 기분과 이야기 자체의 내용이 어슴프레하게 혼합되는 분위기는, 츠바이크의 세련되고 매력적인 문장력과 더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황홀경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한다.

모든 정성과 사랑을 바치며 다가오는 그녀에게는 그저 쓸쓸한 동정의 마음만 있을 뿐, 소년의 열정은 외곬으로 언니에게로만 향한다. 소년은 동시에 ‘사랑하는 고통’과 ‘사랑받는 고통’을 맛보고, 모든 정열을 한꺼번에 불태워 버린다. 소년기에 환상적으로 겪었던 강열한 인상은 소년의 일생을 통해 진정한 정열에 다시는 몰두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의 순간을 간절히 나누는 사랑의 감정에는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내면의 혼란과 번민의 감성이 살아 숨 쉰다. 그 감성은 SNS시대의 이미지와 영상의 포즈든, 서툴게 눌러 쓴 아날로그 시대의 간절한 편지글이든 변함없는 인간의 내면풍경을 그리는 데는 별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S. 츠바이크는 영원한 사랑의 본질을 현대인에게 되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세계

존경과 연민 사이, 헌신과 외면 사이,
애증과 사랑 사이, 매혹과 혼란 사이….
사각사각, 내 마음을 파고드는 사랑의 감정은 어떤 모습일까?


슈테판 츠바이크는 독일의 전통적인 소설문학가인 토마스만이나 카로사 등의 심각한 내면추구에 비추어 보면 그의 감정 표현은 어딘가 이단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츠바이크는 전통적인 독일 소설가들과는 선이 다른 오스트리아의 슈니츨러와 호프만슈탈의 계통을 이어받아, 빈의 정서를 토대로 한 프로이드적 심리분석의 방법으로 자기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그는 주로 인간 내면적인 감정의 움직임과 대인관계에 기초를 두고, 정서적이면서 유미적으로 사랑과 정열을 교묘하게 그려내기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넋을 잃고 그의 작품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게 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그의 작풍(作風)이 그를 대중적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특색은 오히려 조그마한 일에 담겨진 특수한 인간성의 국면을 해부하면서 그 속에서 그의 본질적인 인류애를 발휘하고, 세련된 지성과 숭고한 정신을 엿보여 주는 데 있다. 특이하고 병적인 것, 심지어 정신의 광적인 현상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성정으로 이해하고, 순간적이며 특수한 경우를 그리면서 영원하고 고귀한 인간정신을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쓴 대부분의 작품들도 그 주제 자체부터 지극히 특수하다. 그것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정열의폭풍, 기이하고 병적인 인간의 불안과 혼란 등, 인간생활의 한국면을 예리하게 드러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작품에 대한 츠바이크의 근본적인 태도이며, 그의 소설을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가 전기에서 시도했던 ‘정신의 유형학’과 마찬가지로 소설에서의 그것은 ‘감정의 유형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츠바이크는 그것을 ‘사슬(Die Kette)’라고 이름 붙였다.

츠바이크의 소설들 속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것은 그가 추구하는 인간성, 즉 개인의 내면을 움직여서 세계를 창조하는 충동을 일으키고야 마는 인간의 본질이다. 츠바이크는 그것을 인간의 본성 속에 내재하여 있는 데모니쉬(demonisch,마술적) 특성으로 보고, 그것이 어떤 극단적인 단면에서 나타나게 되는가를 관찰한다. 츠바이크는 그 힘은 원만한 조화를 유지하여 작용할 때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인력으로서 아름답고 거룩한 것을 만들어 내는 작용을 하게 되지만, 그것이 일단 궤도를 벗어나게 되면 격정과 혼란으로 변하여 파멸로 이끌리기 일쑤라고 말한다.

그래서 츠바이크는 어떠한 비정상적인 인간이나 성정에 대해서도 동정과 동감을 가지고 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도덕적이고 순결한 부녀자들에게는 유혹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츠바이크는 이성이라든지, 도덕이라든지, 의지라든지 하는 것보다 더 한층 근원적인 것으로서 자기 내면의 마술성을 파고든다. 그리고 그것이 평범하고 건실한 사람에 있어서보다 병적이고 특수한 사람에 있어서, 일반적인 상태에 있어서보다 어느 특별한 찰나에 나타나는 경우를 분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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