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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ㆍ9
화염소녀(火焰少女)ㆍ49 검은 바다에 나 홀로ㆍ117 붉은 고양이 흰 고양이ㆍ147 먹는다ㆍ191 아비(阿鼻)ㆍ233 장거리 연애ㆍ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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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좀? 웃기시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요즘’이라니, 그게 정말 요즘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게 겨우 주말 오후의 드라이브 정도로 풀어질 문제라고 생각해?
인택은 언제나 그랬다. 그는 단 한 번도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적이 없었다. 연애시절 양다리를 걸치다 들켰을 때는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것으로 무마했다. 정작 상대 여자와는 연락을 계속하면서. 그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당장 이 순간만 모면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카드 명세서에 나온 금액이 월급보다 더 많을 때, 인택은 카드를 꺾지 않고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현주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차는 이미 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인택은 그제야 서프라이즈 주말여행을 가는 길이라고 실토했다. “서프…… 뭐?” 현주는 제대로 되물을 기력도 없었다.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주말…… 여행……. --- p.14~15 쟤야 쟤, 불타는 집에서 빠져나오고도 몇 군데 살짝 덴 자국 말고는 아무런 상처도 없는 아이야. 어른들은 모두 죽었는데 혼자서 빠져나와 생명을 건졌다지? 굉장히 큰 불이었다면서, 집이 전소했다던데? 대놓고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다. 거기다 큰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불쌍한 아이. 다행히 몸은 멀쩡하더라도 아마 평생을 고통스런 기억을 짊어지고 외롭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에게 어울릴 만한 표정으로 병원 복도를 느리게 걸어 다녔다. 그러면 조금 전까지도 천박한 호기심으로 수다를 떨어대던 사람들이 쯧쯧 혀를 차며 가엾은 아이를 위해 가슴 아파해주었다. 그들의 싸구려 동정심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 지만, 덕분에 몸의 상처가 다 나은 뒤에도 정신과 치료를 핑계로 병원에서 조용히 머물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 p.108~109 “우미야, 우리도 여행이나 갈래?” “너까지 왜 그래. 너도 공연서한테 물들었어? 난 여행에 취미 없다. 이번에도 연서 결혼식이니까 어쩔 수 없이 간 거지, 아무리 오성급 호텔이라도 내 집만 못해. 넌 여행 얘긴 한 번도 안 하다가 갑자기 웬 여행이야?” “그냥.” “어디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 나도 카이로에 가볼까. 그 시장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그 크고 어지러운 시장에 가서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먹고, 다른 어떤 곳에서도 팔지 않을 것 같은 기이한 물건도 만나고, 그것에 얽힌 이상한 이야기도 듣고……. 그런데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하지? “참, 연서가 우리한테 엽서 보낸다던데 아직 안 왔더라. 너도 못 받았지?” 엽서는 오지 않았어. 너는 다이빙 사고로 죽었어. --- p.184~185 나는 붉은 고양이일까 흰 고양이일까. 네가 물었어. 둘 다 아니지. 내가 대답했어. 너는 귀여운 샴 고양이야. 아니면 장난꾸러기 노랑고양이 할래? 생각해볼게. 네가 미소를 짓는 게 느껴졌어. 볼이 움직이고 얼굴 피부가 당겼어. 코끝이 시큰해졌어. 나는 뭐라고 대답해줬어야 했던 걸까? 꿈속에서도 나는 답을 찾지 못했어. --- p.189 아저씨만 소문을 못 들었나 보네요. 저걸 먹으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발병했어도 낫는다는 말도 있고. “미친 새끼.” 태석은 희주가 깨지 않도록 입안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발병했어도 낫는다는 말도 있고. 그게 말이 돼? 어떻게 낫겠어? 다른 감염자를 먹는다고 나을 리가 없잖아. 옛날 옛적에 문둥병자들이 어린애 간을 먹으면 낫는다는 말을 믿는 거랑 똑같은 거 아냐. 말도 안 돼.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그래, 이런 데서 살다보면 제정신이 남아 있는 이 미친 거지. 그놈도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 좀비 새끼들은 돌아다니지, 먹을 건 없지, 오늘은 멀쩡하지만 내일은 좀비가 될지도 모르지, 아유 신나. --- p.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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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이고 스릴러이며 공포이고 판타지인 7가지 이야기가 빚어내는
비틀린 욕망과 허무, 희망, 선과 악의 향연 주말여행 ― 평범한 신혼생활 3년차인 현주는 마트에 가자는 남편을 따라나섰다가 뜻하지 않은 서프라이즈 주말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하필 태풍 예보가 내린 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펜션에서 현주는 그동안 쌓인 앙금을 풀고 남편과 화해하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일에 휩싸이고 펜션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압도적인 이야기 속에 허를 찌르는 반전이 도사린다. 화염소녀 ― 영원히 죽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타오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고 궁금해 하던 아홉 살 소녀. 그러나 결국 소녀는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죽을 때가 되면 죽고 썩을 때가 되면 썩는다.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날 지경’이 된다. 비밀을 간직한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가 베일을 벗는다……. 검은 바다에 나 홀로 ― 미래를 알려주는 아름다운 여인 유고은이 전도유망한 신인 소설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풋풋하고 애틋한 연애소설에 얹혀진 스릴러 판타지에 밴 짙은 고독감과 허무함……. 붉은 고양이 흰 고양이 ― 카이로 같은 도시에 내려올 법한 전설로, 고대 도시였던 모래사막을 배경으로 속살이 드러난 듯 묘한(?) 붉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 조각상에 얽힌 판타지에, 여행을 너무 좋아해 돌멩이인들 키울 수 있겠냐는 타박을 듣는 친구 연서를 향한 코끝이 찡해지는 독백체 이야기가 나란히 고스란히 읽힌다. 먹는다 ― 다국적 제약회사 연구원이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라는 ‘그녀’가 사랑이 식어버린 연인 ‘그’에게 ‘먹히기’ 위한 복수를 감행한다. 결국 사랑은 전부를 내건 모험이어야 하는 걸까? 거식증 치료제가 좀비라이프로 부활하며 파국은 시작되는데……. 아비 ―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도시 전체가 봉쇄된다. 태석의 전염병으로 아내는 죽고 어린 딸 희주마저 증세가 심상치 않게 변해가는데, 도시를 탈출하려던 희망마저 박탈당하고 태석은 하루하루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인류를 기다리는 것은 전염병과 재앙일까? 장거리 연애 ― 감히 질투심도 낼 수 없는 잘난 형, 어린 딸을 패는 아버지…… 꿈꾸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죽일 수 있다면 내게는, 당신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썩은 시체 냄새가 진동하고, 누구든 꿈꾸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죽어나가는 죽음의 향연. 지옥의 명부에 올릴 먹물조차 아까운 이들에 대한 심판이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