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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어쩔래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 불火국토처럼, 명자꽃 피다 맨발 오늘 밥 먹으며 혼자만 다 먹은 죄 때문 하염없이, 산길을 헤매다 이제 그만 싸우자 풀꽃에 내 인생을 묻다 진짜 내 글씨 한 줄 제2부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렸다 해변에서 후회 낙서 위에 비 내리니 발밑을 보라 사월역沙月驛을 지나며 지옥에서 쫓겨난 어둠이 걸어간다 나 홀로 놀다가 제3부 연등 마음에 연등을 달고 일면불 월면불日面佛 月面佛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독도여래獨島如來 썼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쓰는 그늘의 법석法席 어느 하나 향기로운 집 한 채가 아니랴 입은 닫고, 꽃잎은 열어라 갈피마다, 시든, 꽃을 꺾다 나 그때 강릉에 있었네 제4부 해바라기 해바라기가 보고 싶어 언덕으로 간다 반가사유상 그 남자의 혀 ? 함성호 형에게 꿈에 만난 노자老子 꽃잎의 눈동자 균형 잡힌 비극 성聖 비극 이제 꽃을 쳐다보지 마라 학문은 항문이다 해설 | 조병활 |
Choi Jae-Mok,崔在穆, 돌구乭九, 돌돌乭乭, 목이木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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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 네 멱살을 잡으며 그렇게 말하고 싶다 너도 나처럼 그렇게 말해도 돼 --- p.15,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 등불을 쳐다만 보면 등불로부터 멀어지고 꽃을 바라만 보면 꽃으로부터 멀어진 것이라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나는 당신에게 버림받습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당신과 내가 항상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 p.54, 「마음에 연등을 달고」 늙은 사내들의 불알에서도, 축 처진 나뭇가지의 말라비틀어진 고독 속에서도 새벽으로 향하는 기차 건널목에서도, 그대 차표에 뚫린 구멍에서도 비 내리는 날의 커피숍에서도, 비는 축축한 꽃들의 젖꼭지를 빨며 자라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그리운 고향을 찾아서 간다 너는 더 이상 나를 꼬시지 마라 너는 더 이상 내 곁에 맴돌지 마라 돌아가거라 이 땅에는 젖은 것들이 너무 많아, 말려야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내 글 내가 미워한 지난겨울의 추위에서, 아득한 내 꿈속으로 너는 나를 아는 척하지 마라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꾸하지 말 것이다 꼬깃꼬깃한 봄 너머에도, 비는 저들의 그리움 너머에서 비빔밥 한 그릇 시켜 놓고 지쳐 버린 생애를 돌아본다 모든 것은 그저 가만히 스스로의 위로 속에서 바지 속에 손을 넣으며 무언가를 자꾸 만지려 든다 아득한 곳에 내 손은 닿고 달콤했을지라도 가져올 수 없는 모든 땅끝으로 비는 내리고 봄은 온다 --- p.77, 「해바라기가 보고 싶어 언덕으로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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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돌 최재목 시인 인터뷰
Q 먼저 시화집『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책은 1981년에 처음으로 낸 『점에서 만난 타인들』이후 제8시집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30년간 시를 꾸준히 쓰실 수 있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을 위해 이 시화집의 특징을 간명히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A 제가 시를 쓴다는 것은 뭐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습관처럼 써온 것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시화집도 그냥 평소 제가 살아가는 삶의 솔직한 표현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논문 쓰고 연구하는 사이, 하루하루를 건너가는 빈틈에서 생각나는 사소한 생각이나 착상, 느낌을 낙서나 메모처럼 쓰고 그리는 제 습관에서 나온 것입니다. 특히 이번 시화집은 최근 몇 년간 쓰고 그렸던 시와 그림 가운데서 뽑은 것입니다. 내용에는 불교적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종교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제 자신을 위로하고 풀어내는 한 방식이라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Q 이 책에 실린 시들 중 2/3가량은 성철사상연구원이 발행하는 [고경]이란 잡지에 게재된 작품들입니다. 그 불교적인 특색은 책 말미에 조병활 성철사상연구원장님께서 해설하여 주셔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1/3은 약간 성격이 다른 것처럼 보이는데, 시를 직접 지으신 시인으로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제4부에 실린 〈해바라기가 보고 싶어 언덕으로 간다〉라는 작품이 단연 빼어나게 느껴지던데요······. A [고경]이란 잡지에 발표된 것도 있습니다만, 다른 곳에 발표한 것도 뽑아서 실었습니다. 겉으로는 성격이 좀 다른 듯하지만, 내용에 들어서면 제 내면의 무의미, 니힐리즘, 허망감을 넘어서려는 헛짓, 몸짓이 대체로 동일하게 담겨 있습니다. 보시는 입장에 따라 4부에 실린 〈해바라기가 보고 싶어 언덕으로 간다〉라는 작품이 마음에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낯설게, 시크하게 제 삶을 바라보려는 제 버릇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술 한 잔 마시고 그냥 나오는 대로 쓴 것인데······ㅎㅎ 그렇게 평가를 받으니······ 부끄럽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동양철학(양명학)을 연구하시는 학자입니다. 그런데 그 연구와 시 창작이 평소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즉 상호 영향 관계를 알고 싶습니다. 특히 학문적으로 중요시하는 관점이나 생각들이 작품에 반영된 측면을 알고 싶습니다. 일반 독자들이 시 작품의 사상적인 바탕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A 양명학은 ‘오성자족吾性自足’······. “나의 본성만으로 자족하다······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 자신이 가진 것만으로 충분하다. 바깥에서 더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보는 개성 실현, 개인의 완전한 자유와 생명의 실현을 주장하는 철학입니다. 내가 주인이고, 갑이고, 하늘이고 땅이라 봅니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사소한 것, 작은 것, 허접한 것이라 하더라도 자신에 주목하고, 자신을 믿고, 자신을 펼쳐 가라고 합니다. 주눅 들지 말고 스스로가 가진 개성을 찬란하게, 자신 속에 있는 천진난만, 동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 이상의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외부나 타자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제가 하는 작업은 이런 양명학적 태도나 방법에 힘을 얻은 것입니다.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라는 당돌한, 솔직한, 직설적인 이 말 한마디가 바로 양명학의 정신이 드러난 것입니다. Q 이번 시집은 올 컬러로 나온 시화집입니다. 예로부터 시·서·화 3절이란 말도 있듯이, 교수님의 그림을 보니까 굉장히 아이디어가 풍부하게 다가오더군요.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기 시작하셨고,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얻으시는지 독자들에게 조금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또 그림이 유니크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만의 그림 특징은 무엇이 있는지요? A ㅎㅎ 좀 부끄럽습니다. 그림이라 할 것도 없고 그냥 메모 수준이거나 낙서 정도입니다. 어릴 적부터, 마음이 괴롭거나 불안하거나 슬프거나 답답하고 외로울 때 혼자 구석에 처박혀 무언가를 그려 왔습니다. 어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행을 하다가 재미있는 그림이 있으면 따라 그려 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마주한 얼룩이나 풍경이나 혹은 이상한 장면 등 제 눈에 포착된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그저 잠시 잠시 그릴 뿐, 별다른 특징은 없습니다. 기어코 특징이라 한다면 수준이 낮고, 허접하다는 것, 유치하다는 것이 아닐지요. Q 마지막으로, 그동안 시를 쓰시거나 그림을 그리시면서 겪은 가장 재미있었던 일을 한 가지만 간략히 말씀해 주십시오. 또 앞으로 시 창작 계획도 아울러 듣고 싶습니다. A 특별히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겪었던 재미있는 일은 잘 떠오르지는 않지만요, 아픈 기억들이 오히려 많은 것 같습니다. 다 지나간 것이지만 주변에서 “저 인간은 잔재주가 많아 대가가 되기는 글렀다! 저런 짓이나 하고 있으니 뭘 연구를 하겠어?” 등등의 비아냥거림을 오히려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나는 이렇게 살 겁니다. “나는 나대로 살았다 어쩔래!”라는 말을 훗날에도 똑같이 하고 싶습니다. * 최근 코로나가 유행하여, 이 인터뷰는 21세기문화원 류현석 원장님과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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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화집은 부처를 만나러 가면서 나를 만난 시집이다. 나를 만나러 가면서 너를 만난 시집이다. 너를 만나 인간을 만난 시집이다. 그의 시는 무념無念의 바늘로 허공을 기워 만든 옷이다. 무상無想의 붓을 던져 허공에 그린 그림이다. 그는 그것을 겸손하게 헛짓이라고 말하나 누가 헛짓을 하지 않고 삶을 이루고, 누가 순간 없이 영원에 도달했는가. 그의 시는 보탬도 없고 뺄 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 자유스러운 영혼의 소산이다. 부처님이야말로 위대한 시인임을 문득 깨닫게 해 준 최재목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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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잘 논다. 노는 데 과하지 않고 즐거운 데 쾌락을 좇지 않는다. 상열이가락相悅以歌樂, 유가적으로 말하면 음이고, 질서고, 화和이고, 하모니고, 우러나오는 규범이고, 도가적으로 말하면 소리sound고, 자연自然이고, 무위無爲고, 소음noise이고, 현묘함인 이 가락이 그의 몸에 있다. 칼을 들려 주면 칼춤이고 말을 얹으면 시다. - 함성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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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번뇌·고뇌·생활 등이 가하는 다양한 압력에 당당하게 대드는 시인의 모습이 팔딱거리며 다가온다.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소소한 사실들에서 진리를 추출하고, 그 진리로 다시 현실의 생활을 해석하고 설명하며 시인은 점차 깨달음의 세계에 몰입한다. 어느 순간 ‘팍 터지며’ ‘그 무엇’을 터득한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 어쩔래』를 통해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독자들도 몰록 깨닫기를 기원한다. - 조병활 (작가,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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