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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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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 사랑은 기술인가?
2. 사랑에 대한 이론
3. 사랑의 붕괴와 현대 서구 사회
4. 사랑의 실천

미주
출간 50주년에 부쳐—에리히 프롬의 삶과 사랑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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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h Fromm

에리히 프롬은 한평생 근대인에게 있어서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으며 소외를 넘어선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 속의 적과 싸운 사람이었다. 그는 마르크스로부터 사회 구조의 변혁에 대한 감각을, 프로이트로부터 인간의 심연을 분석하고 해방하려는 의도를 배웠다. 방법론적으로는 '사회적 조건'과 '이데올로기' 사이에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였으며 이 3자의 역학관계에 의해 역사와 사회의 변동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근대 사회의 숨어있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는
에리히 프롬은 한평생 근대인에게 있어서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었으며 소외를 넘어선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 속의 적과 싸운 사람이었다. 그는 마르크스로부터 사회 구조의 변혁에 대한 감각을, 프로이트로부터 인간의 심연을 분석하고 해방하려는 의도를 배웠다. 방법론적으로는 '사회적 조건'과 '이데올로기' 사이에 '사회적 성격'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였으며 이 3자의 역학관계에 의해 역사와 사회의 변동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근대 사회의 숨어있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는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납득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광기로 가득찬 나치즘을 수용하고 지지한 대중들의 심리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나온 책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에리히 프롬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론이 확립되었음을 선언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 책은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한 근대인의 심리적 기반이 나치즘이라는 우상을 수용했음을 밝힌 것이다.

나아가 프롬은 사회심리학적 시각으로 현대인들의 소외의 양상을 유형별로 고찰하고 근대적 세계 속에서 인간이 참다운 자기를 실현하여 가는 길을 찾고자 하였다. 『소유냐 존재냐』, 『사랑의 기술』은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야말로 인간을 소외로 몰고 가는 근본적인 틀임이 거듭 밝혀지고, 이를 넘어서고자 할 때 인간 개인의 내면적 해방과 사회구조의 변혁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프롬은 주장한다. 이를 통해 『건전한 사회』, 즉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요 삶의 보람이라는 것이 프롬의 생각이다. 이러한 프롬의 주장은 너무나 원론적인 것이어서 때로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문제 인식과 방향 설정에 하나의 유효한 도구가 됨은 부인할 수 없겠다. 그 외 저서로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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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브장송대학교에서 수학했다.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영어와 프랑스어 전문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총 균 쇠』, 『습관의 힘』, 『12가지 인생의 법칙』,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산책』,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등 100여 권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원서, 읽(힌)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원문에 가까운 번역문을 만드는 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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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4g | 130*198*16mm
ISBN13
9788931027068

책 속으로

사랑하는 기술을 쉽게 풀어 쓴 입문서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바람과는 반대로 이 책은, 사랑이 성숙한 정도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자 쓰였기 때문이다.
---p.4

사랑은 기술인가? 그렇다면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면 사랑은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 ‘빠지게 되는’ 즐거운 기분일까? 이 작은 책은 전자를 전제로 쓰였지만, 오늘날에는 대다수의 사람이 후자라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다. 그렇다고 요즘 사람들이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에 굶주려 있어, 행복한 사랑 이야기나 불행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끊임없이 보고, 사랑을 주제로 한 저질스러운 노래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다. 하지만 사랑과 관련해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p.15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개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인류의 일원으로서도, 본능만큼이나 명확한 상황으로부터 막연하고 불확실하며 분명히 규정된 게 없는 상황에 내던져진다. 과거와 관련해서만 확실한 것이 있을 뿐, 미래와 관련해서는 죽음밖에 확실한 것이 없다.
---p.24

사랑은 인간에게 내재한 능동적 힘이다. 우리를 동료 인간에게서 떼어놓는 벽을 허물고, 우리를 다른 사람과 하나로 맺어주는 힘이다. 사랑은 우리에게 소외감과 분리감을 극복하게 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고 완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랑할 때는 두 존재가 하나가 되면서도 여전히 둘로 존재하는 역설이 성립한다.
---pp.41-42

구체적으로 사랑과 관련해 말하자면, 사랑은 사랑을 만들어내는 힘이며 무기력은 사랑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생각을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인간을 인간으로, 또 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를 인간적인 관계로서 ‘가정’한다면,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만, 신뢰는 오직 신뢰로만 교환될 수 있다. 예술을 즐기고자 한다면, 예술과 관련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독려하고 끌어가는 힘을 지녀야 한다. 당신이 인간이나 자연과 맺는 모든 관계는 하나하나가 당신 의지의 대상에 대응하고, 당신의 실질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당신이 사랑한다면서도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서 당신의 사랑이 그 자체로 사랑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생명의 표현을 통해 그 자신이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무력한 것이고 불행한 사랑이다”라고 멋들어지게 표현했다.
---pp.47-48

사랑은 활동이지 수동적인 정동이 아니다. 사랑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홀리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사랑의 능동적 특성은 ‘사랑은 주로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pp.48-49

유아적 사랑이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라는 원칙을 따른다면,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라는 원칙을 따른다. 미성숙한 사랑은 “나에게 네가 필요하기 때문에 너를 사랑하는 거다”라고 말하는 반면, 성숙한 사랑은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나에게 필요한 거다”라고 말한다.
---pp.69-70

사랑은 특정한 한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다. 사랑은 어떤 사람이 세상 전체와 맺는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즉 성격 지향orientation of character이지, 하나의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에게 무관심하다면, 그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공생적 애착, 다시 말하면 확대된 이기주의일 뿐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에는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능력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게 사랑의 강렬함을 증명하는 거라고 믿는 사람이 대다수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믿음은 앞에서 이미 언급한 현상과 똑같은 오류다.
---p.77

사랑은 본질적으로 의지의 행위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한 사람의 삶에 내 삶을 온전히 헌신하겠다는 결단의 행위여야 한다.
---p.90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렬한 감정만이 아니다. 결정이고 판단이며 약속이다. 사랑이 단지 감정에 불과하다면, 서로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을 것이다. 감정은 생겼다가 사라질 수 있다. 사랑이라는 행위가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게 아니라면, 어떻게 그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p.91

원칙적으로 ‘대상’과 자기 자신 간의 연결에 관한 한, 사랑은 불가분하다. 진정한 사랑은 생산적 활동력을 표현하는 행위이며 돌봄과 존중, 책임과 지식을 함축한다. 진정한 사랑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정동’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과 행복을 위한 능동적인 노력이며, 그 노력은 우리에게 내재한 사랑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p.95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실현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사랑에 담긴 기본적인 확신은 사랑받는 사람을 향한 것이다. 사랑받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자질을 구현한 존재이므로,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은 인간 자체에 대한 사랑이 된다.
---pp.95-96

이기심과 자기애는 동일하기는커녕 사실상 정반대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지나치게 많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적게 사랑한다. 오히려 자신을 증오한다. 자신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부족한 모습은 그의 생산성 부족을 보여주는 한 단면에 불과하지만, 그를 공허함과 좌절감에 빠뜨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p.97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런 해석에서 주로 강조하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는 견디기 힘든 외로움으로부터 피난처를 찾는 것이다. ‘사랑’ 안에서 마침내 외로움을 벗어날 안식처를 찾은 게 된다. 두 사람이 결연하여 세상에 맞서는 연대를 결성하고, 이런 ‘두 사람만의 이기주의’가 사랑과 친밀함으로 오해된다.
---p.135

사랑은 두 사람이 진정한 자아로서 서로 소통할 때, 즉 각자 진정한 자아로서 자신을 경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진정한 자아를 인식하는 경험’에만 인간의 실재가 있고, 오직 여기에만 생동감이 있고, 오직 여기에만 사랑의 기반이 있다. 이렇게 경험되는 사랑은 끊임없는 도전이다. 사랑은 안식처가 아니라 움직이고, 성장하고, 함께 협력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진정한 자아로서 자신을 경험하고, 두 사람이 자신에게서 도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과 하나가 됨으로써 서로 하나가 된다는 근본적인 사실에 비교하면, 조화나 갈등이 있느냐, 기쁨이나 슬픔이 있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p.154

사랑을 성취하기 위한 주된 조건은 나르시시즘을 극복하는 것이다. 나르시시즘적 성향은 자기 안에 존재하는 것만을 실재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성향인 반면, 외부 세계의 현상은 그 자체로는 실재성이 없어 자신에게 유용하냐 아니면 위험하냐는 관점으로만 인식된다. 나르시시즘의 반대편 끝에는 객관성이 있다. 객관성은 사람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이 객관적인 이미지를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175~176쪽)

사랑의 기술을 실천한다는 관점에서 위의 설명을 다시 해석하면, 사랑은 나르시시즘의 상대적 부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랑을 실천하는 데는 겸손과 객관성과 이성의 발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삶 전체를 이 목표에 바쳐야 한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겸손과 객관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낯선 사람에 대해 객관적일 수 없다면 가족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객관적일 수 없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p.178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 모든 상황에서 객관성을 추구하며, 내가 객관적이지 못한 상황에 민감해져야 한다. 내가 누군가와 그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는 나르시시즘적으로 왜곡되기 때문에 그 이미지와, 내 이해관계와 욕구와 두려움과 관계없이 그 사람이 실재하는 그대로의 모습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찾아내려 노력해야 한다.
---p.179

우리가 신념을 배신할 때마다 어떻게 약해지고, 그렇게 약해지면 다시 신념을 배신하며 어떻게 악순환에 빠져드는지도 알아내야 한다. 그럼 의식의 차원에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반면, 대체로 무의식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랑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장 없이 자신을 헌신하는 걸 의미하며, 우리 사랑이 사랑하는 사람 안에서 사랑의 불길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는 것이다. 사랑은 신념의 행위인 까닭에, 신념이 약한 사람은 사랑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p.188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낯선 사람에 대한 사랑 사이에 ‘분업’은 없다. 오히려 후자가 존재해야 전자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런 통찰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면, 우리의 사회적 관계가 관습적인 수준에서 상당히 급격하게 변해야 한다. 이웃 사랑이라는 종교적 이상에 입으로는 엄청난 찬사를 보내지만, 우리의 인간관계는 좋게 보아야 공정성fairness의 원리에 따라 실질적으로 결정된다. 여기에서 공정성은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 또 감정의 교환에서 사기와 속임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당신이 내게 주는 만큼 나도 당신에게 준다”라는 말은 물질적 재화와 사랑 모두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널리 퍼진 윤리적 격언이다. 공정성 윤리의 발달이 윤리적인 면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특별히 공헌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pp.190-191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설교’하는 게 아니다. 모든 인간 안에 내재하는 궁극적이고 진실한 욕구에 대해 말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 욕구가 가려졌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늘날, 사랑의 본성을 분석하는 것은 사랑의 전반적인 부재 현상을 확인하고, 그런 부재를 초래하는 사회적 상황을 비판하는 것이다. 사랑이 예외적으로만 개인적 현상일 뿐, 사회적 현상으로도 가능하다고 믿는 신념은, 인간 본성 자체에 대한 통찰에 기반한 이성적인 신념이다.

---p.195

출판사 리뷰

관계는 넘쳐나지만 진정한 연결은 부족한 시대,
사랑의 본질을 다시 묻는 가장 완전한 판본!

출간 70주년 · 한국어판 50주년 기념
강주헌의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만나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강렬한 감정만이 아니다.
결정이고 판단이며 약속이다!”

70년의 고전, 50년의 출판 역사
사랑의 본질을 다시 묻는 가장 완전한 판본

2026년, 에리히 프롬의 대표작 《사랑의 기술》이 출간 70주년을 맞았다. 동시에 문예출판사가 국내에 처음 소개한 《사랑의 기술》 한국어판 역시 출간 5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하여 문예출판사는 전문 번역가 강주헌의 새로운 번역과 현대적 편집을 더한 전면 개정판을 출간했다. 1956년 첫 출간된 《사랑의 기술》은 지금까지 34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 수백만 독자에게 읽히며 현대 인문학의 대표적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사랑을 ‘우연히 빠지는 감정’이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기술’로 규정한 이 책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인간관계와 사랑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예출판사는 1976년 국내에 처음 《사랑의 기술》을 소개하며 한국 인문 출판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번 한국어판 5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은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편집 경험과 시대적 감각을 집약해 완성한 결정판이다. 특히 기존 번역을 전면 재검토하고 현대 독자의 언어 감각에 맞게 새롭게 번역하여, 고전의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한층 친근하게 읽히는 텍스트를 구현해냈다. 관계는 넘쳐나지만 진정한 연결은 부족한 시대. 사랑을 감정이 아닌 능력으로, 소유가 아닌 성장으로 이해했던 에리히 프롬의 통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출간 70주년, 한국어판 5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탄생한 《사랑의 기술》은 진정한 관계를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사랑의 본질을 다시 묻고, 더 깊고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가장 확실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강주헌 번역으로 되살아난 프롬의 목소리
고전의 깊이와 현대적 가독성을 동시에 담아내다

이번 개정판의 가장 큰 특징은 강주헌 번역가의 새로운 번역이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전문 번역가로 오랫동안 신뢰를 받아온 강주헌 번역가는 프롬 특유의 심리학적, 철학적 개념을 정확하게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재구성했다. 기존 번역에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던 개념들은 보다 명료해졌고, 프롬이 의도했던 실천적이고 대화적인 문장은 한층 생생하게 살아났다. 덕분에 독자들은 70년 전 쓰인 고전을 읽고 있다는 거리감보다, 오늘날의 고민에 답하는 한 권의 살아 있는 책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랑은 저절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배워야 하는 능력이다”
사랑에 대한 가장 유명한 오해를 뒤집은 책

《사랑의 기술》의 출발점은 단순하지만 혁명적이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적절한 상대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은 이러한 통념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프롬에게 사랑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감정이 아니다. 사랑 역시 음악이나 의학, 공학과 마찬가지로 이론과 훈련, 실천이 필요한 하나의 ‘기술(art)’이다. 사랑의 실패는 운이 없어서도, 좋은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도 아니다.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충분히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간 이후 70년이 흐른 지금도 이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데이팅 앱과 SNS를 통해 수많은 관계가 빠르게 생성되고 소멸되는 오늘날, 프롬이 강조한 ‘사랑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돌봄, 책임, 존중, 지식”
사랑을 지탱하는 네 개의 기둥

프롬은 사랑을 막연한 감정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의 영역으로 설명한다. 그는 진정한 사랑이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요소로 돌봄(care), 책임(responsibility), 존중(respect), 지식(knowledge)을 제시한다. ‘돌봄’은 상대의 생명과 성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적극적인 태도이며, ‘책임’은 다른 사람의 요구에 기꺼이 응답하려는 자세를 뜻한다. 또한 ‘존중’은 상대를 자신의 욕망에 종속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성장하도록 돕는 태도이고, ‘지식’은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 상대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프롬은 이 네 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어느 하나라도 결여될 경우 사랑은 쉽게 지배나 집착, 소유욕으로 변질된다.

“자기에 대한 사랑 없이는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도 없다”
자존감과 관계의 문제를 꿰뚫는 시대를 초월한 통찰

《사랑의 기술》이 오늘날에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애’에 대한 독보적인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프롬은 자기애와 이기심을 엄격히 구분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이기적인 태도로 오해하지만, 그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역시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기 삶과 성장, 행복을 긍정할 수 있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독립성과 개성을 존중할 수 있으며, 건강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을 비워낸 채 상대에게만 의존하는 사랑은 결국 서로를 소모시키는 공생적 애착 관계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자존감과 관계의 균형을 고민하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프롬의 메시지는 여전히 강력한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철학서인 동시에 자기 이해와 인간 성장에 관한 깊은 안내서이기도 하다.

“사랑의 문제를 넘어 사회를 바라보다”
자본주의 시대 인간 소외에 대한 프롬의 진단

《사랑의 기술》은 단순한 연애 지침서가 아니다. 프롬은 사랑의 문제를 개인의 심리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구조와 연결해 분석한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관계마저 시장 논리에 잠식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을 하나의 상품처럼 평가하고, 사랑 역시 교환 가치와 효율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 결과 관계는 점점 더 피상적으로 되고 인간은 깊은 고독과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프롬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의 인격 전체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며,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실천이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실제로 어떻게 사랑했는가”
라이너 풍크 박사의 특별 원고 수록

이 책에는 프롬의 마지막 조수이자 프롬 문헌의 공식 관리자인 라이너 풍크 박사가 《사랑의 기술》 출간 50주년(2006년)을 기념해 집필한 〈에리히 프롬의 삶과 사랑〉이 함께 수록되었다. 프롬의 곁에서 그의 마지막 시기를 함께했던 풍크 박사는 이 글에서 사상가 프롬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프롬을 조명한다. 프롬이 자신의 저서에서 말한 사랑의 원칙들을 실제 삶에서 어떻게 실천했는지,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그의 철학이 어떤 삶의 태도로 구현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추천평

에리히 프롬은 통찰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뛰어난 작가다. 그의 책은 품위와 솔직함, 실용성과 정확성을 겸비하고 있다. - 시카고 트리뷴
모든 문장이 상식, 공감 그리고 현실감으로 가득 차 있다. - 포츈
프롬의 사상은 인간의 삶의 조건과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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