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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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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50g | 135*195*20mm
ISBN13 9791196554859
ISBN10 119655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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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군은 격분하여 다시 야마다 하루오에게 덤벼들더니 있는 힘껏 등을 걷어찼다. 하루오는 비틀거리면서 내 품에 안겨들었다. 그리고 ‘으앙’하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조센징이 아니야, 나는 조센징이 아니라고! 그렇죠, 선생님?”
나는 그의 몸을 꼭 안았다. 내 눈가에 뜨거운 것이 울컥 솟는것을 느꼈다. 이 군의 시퍼렇게 독이 올라 흐트러진 모습도, 이 소년의 아픈 울부짖음도 책망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 p.32

하지만 역시 나는 안이하게 비굴을 짊어진 채 엎드려 있었던 것일까? 따라서 지금은 스스로를 다그치는 쪽을 택했다. 저 무구한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꼭꼭 숨기려고 오뎅 바에 온 조선인과 너는 무엇이 다르다고 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항변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려는 듯 이 군을 윽박지르려 했었다.
그렇다면 일시적인 감상이나 격정으로 ‘나는 조선인이다, 조선인이다.’하고 외치는 오뎅 바의 남자와 너는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가. 그것은 또 나는 조선인이 아니라고 외치는 야마다 하루오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머리 색이 다른 터키인의 아이조차 이곳 아이들과 씨름을 하며 순진하게 놀고 있는 것을 본다. 하지만 왜 조선인의 피를 받은 하루오만은 그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나는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땅에서 내가 조선인이라는 것을 의식할 때마다 무장해야 했다. 그렇다, 분명히 나는 혼자만의 진흙탕 같은 연극에 지쳤던 것이다.
--- p.42

현룡은 그녀 앞에 털썩 앉았다. 모두의 호기심 어린 눈은 일제히 이 두 사람 쪽을 향했다. 무엇보다 다들 진작부터 심심하던 차였다. 하지만, 심심하기로 치면 허구한 날 심심한 자들뿐이었다. 이른바 다방에 있는 그들 역시 현재의 조선 사회가 낳은 특별한 종족의 하나일 것이다. 학문은 그럭저럭 했으나 직업을 갖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어서 머리라도 클라크 케이블 식으로 가르마를 타 볼까 하는 패거리들이나, 혹은 어딘가 제작비를 낼 만한 호구는 없나 목을 빼고 닭벼슬처럼 머리를 기른 영화계 부랑자들, 뭔가 수군수군 구석에서 일을 꾸미는 금광 브로커들, 원고용지 다발을 손에 들고 걷지 않으면 예술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저급한 문학청년, 그런 패거리들뿐이었지만 역시나 그들도 두세 시간 이상 이야기하면 화제는 바닥나기 때문에 갑자기 현룡이 나타나 아름다운 여류시인과 마주 앉은 것은 확실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경성 문화계에서 누구 한 사람 모르는 이가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한자리에 앉은 것이다. 게다가 문소옥은 현룡에게 있어서 단순한 여류시인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 p.84

이곳에는 수고하고 씨뿌리려 하나 땅이 없고, 거두려 하나 거둘 것이 없고, 먹으려 하나 먹을 것이 없는, 공중을 나는 새보다도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 마태복음 6장 30절 구절 중 일부’보다도 못한 백성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생명은 무도한 자들의 손에 맡겨져 있고그 생활조차 끊임없이 위협 당한다.
무서운 악몽이 그를 덮쳤다. 자신은 또 이 무슨 우스꽝스러운 존재란 말인가? 인식은 코풀이 선생과 함께 자신이 산의 화전민들에게 습격당할 판이 되어 정신없이 도망치는 꿈에 시달리거나, 무서운 산 사람들에게 잡혀 가진 것과 입은 옷을 빼앗기고 까마득한 폭포 위에서 천길 아래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그는 공포에 눌려 버둥버둥 몸부림치다 결국 물보라가 덮치는 순간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자기 목소리에 놀라 한밤중에 눈을 떠 보니 아까 그 두 사람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밤이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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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은 끝내 단 한 명의 조선인 아큐(루쉰의 아큐정전)도 그려내지 못했을까. 이런 물음에 직면하는 사람도 있소. 이 물음을 피해갈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소.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작가 김사량 인지도 모르오.
- 김윤식 (문학평론가)
“중국에 노신이 있다면, 한국에는 김사량이 있다.”
- 다케우치 미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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