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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으로

[ 양장 ]
리뷰 총점10.0 리뷰 6건 | 판매지수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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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찾습니다] 미리 만나는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 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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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8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50g | 135*195*20mm
ISBN13 9791196554859
ISBN10 119655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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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한국 문학사에서 지워진 이름
평생을 방랑자로 산 작가 김사량의 작품집


1914년 식민지 조선에 태어난 김사량은 학창시절 항일시위를 하다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밀항하여 도쿄제대에 입학했으며, 「빛 속으로」를 ‘일본어’로 써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에도 일본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작품 「천마」, 「풀이 깊다」를 연속해서 ‘일본어로’ 발표하였다. 그는 보기 드물게 친북 작가인 동시에 친일파로 분류되던 인물이며 오랫동안 국내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비운의 작가였다.

『빛 속으로』는 역사적 비극으로 인해 모국어가 아닌 적의 언어로 작품 활동을 했을지언정, 모국에 대한 끝없는 애착을 보였던 김사량의 작품을 하나로 모은 작품집이다. 표제작 「빛 속으로」는 식민지 치하에서 그가 가졌을 정체성 상실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을 아름답고 담담한 서사와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또한 초기 일본어 소설인 「천마」, 「풀이 깊다」와 기행문 「노마만리」의 일부를 수록하였다.

저자 소개 (2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군은 격분하여 다시 야마다 하루오에게 덤벼들더니 있는 힘껏 등을 걷어찼다. 하루오는 비틀거리면서 내 품에 안겨들었다. 그리고 ‘으앙’하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조센징이 아니야, 나는 조센징이 아니라고! 그렇죠, 선생님?”
나는 그의 몸을 꼭 안았다. 내 눈가에 뜨거운 것이 울컥 솟는것을 느꼈다. 이 군의 시퍼렇게 독이 올라 흐트러진 모습도, 이 소년의 아픈 울부짖음도 책망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 p.32

하지만 역시 나는 안이하게 비굴을 짊어진 채 엎드려 있었던 것일까? 따라서 지금은 스스로를 다그치는 쪽을 택했다. 저 무구한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을 꼭꼭 숨기려고 오뎅 바에 온 조선인과 너는 무엇이 다르다고 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항변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려는 듯 이 군을 윽박지르려 했었다.
그렇다면 일시적인 감상이나 격정으로 ‘나는 조선인이다, 조선인이다.’하고 외치는 오뎅 바의 남자와 너는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가. 그것은 또 나는 조선인이 아니라고 외치는 야마다 하루오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머리 색이 다른 터키인의 아이조차 이곳 아이들과 씨름을 하며 순진하게 놀고 있는 것을 본다. 하지만 왜 조선인의 피를 받은 하루오만은 그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나는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땅에서 내가 조선인이라는 것을 의식할 때마다 무장해야 했다. 그렇다, 분명히 나는 혼자만의 진흙탕 같은 연극에 지쳤던 것이다.
--- p.42

현룡은 그녀 앞에 털썩 앉았다. 모두의 호기심 어린 눈은 일제히 이 두 사람 쪽을 향했다. 무엇보다 다들 진작부터 심심하던 차였다. 하지만, 심심하기로 치면 허구한 날 심심한 자들뿐이었다. 이른바 다방에 있는 그들 역시 현재의 조선 사회가 낳은 특별한 종족의 하나일 것이다. 학문은 그럭저럭 했으나 직업을 갖지 못하고,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어서 머리라도 클라크 케이블 식으로 가르마를 타 볼까 하는 패거리들이나, 혹은 어딘가 제작비를 낼 만한 호구는 없나 목을 빼고 닭벼슬처럼 머리를 기른 영화계 부랑자들, 뭔가 수군수군 구석에서 일을 꾸미는 금광 브로커들, 원고용지 다발을 손에 들고 걷지 않으면 예술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저급한 문학청년, 그런 패거리들뿐이었지만 역시나 그들도 두세 시간 이상 이야기하면 화제는 바닥나기 때문에 갑자기 현룡이 나타나 아름다운 여류시인과 마주 앉은 것은 확실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경성 문화계에서 누구 한 사람 모르는 이가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한자리에 앉은 것이다. 게다가 문소옥은 현룡에게 있어서 단순한 여류시인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 p.84

이곳에는 수고하고 씨뿌리려 하나 땅이 없고, 거두려 하나 거둘 것이 없고, 먹으려 하나 먹을 것이 없는, 공중을 나는 새보다도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 마태복음 6장 30절 구절 중 일부’보다도 못한 백성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생명은 무도한 자들의 손에 맡겨져 있고그 생활조차 끊임없이 위협 당한다.
무서운 악몽이 그를 덮쳤다. 자신은 또 이 무슨 우스꽝스러운 존재란 말인가? 인식은 코풀이 선생과 함께 자신이 산의 화전민들에게 습격당할 판이 되어 정신없이 도망치는 꿈에 시달리거나, 무서운 산 사람들에게 잡혀 가진 것과 입은 옷을 빼앗기고 까마득한 폭포 위에서 천길 아래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그는 공포에 눌려 버둥버둥 몸부림치다 결국 물보라가 덮치는 순간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자기 목소리에 놀라 한밤중에 눈을 떠 보니 아까 그 두 사람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밤이었다.
--- p.18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나는 조센징이 아니야, 나는 조센징이 아니라고! 그렇죠, 선생님?”
나는 그의 몸을 꼭 안았다. 내 눈가에 뜨거운 것이 울컥 솟는 것을 느꼈다.


김사량은 한국의 근현대사 지도에서 자주 사라지곤 하는 작가다. 도쿄, 경성, 평양, 베이징, 타이항산…… 그는 살아생전 동아시아를 누비고 다니며 작품활동을 했으나, 어디에서도 온전히 그를 기억해 주지 않았다.

김사량은 1914년 식민지 조선에 태어나 학창시절 항일시위를 하다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밀항하여 도쿄제대에 입학했으며, 『빛 속으로』를 ‘일본어’로 써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에도 일본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작품 『천마』, 『풀이 깊다』를 연속해서 ‘일본어로’ 발표한다.
이후 중국 타이항산의 항일근거지로 탈출했고, 해방이 되면서 고향인 평양으로 돌아갔다. 한국전쟁 때는 종군기자로 남하했으며, 퇴각하는 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삶은 말 그대로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보기 드물게 친북 작가인 동시에 친일파로 분류되던 인물이며 오랫동안 국내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비운의 작가였다.

김사량은 역사적 비극으로 인해 모국어가 아닌 적의 언어로 작품 활동을 했을지언정, 모국에 대한 끝없는 애착을 놓을 수는 없었다. 『빛 속으로』는 식민지 치하에서 그가 가졌을 정체성 상실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을 아름답고 담담한 서사와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또한 초기 일본어 소설 인 『천마』, 『풀이 깊다』와 기행문 『노마만리』의 일부를 수록하였다. 김사량이 여행한 도쿄-서울-베이징 세 도시의 당시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1940년 전후의 동아시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읽기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사량의 이름이 더 이상 모국의 언저리에서 떠도는 이름이 아닌, 일반 독자에게도 익숙한 이름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작품집을 기획하게 되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국 문학은 끝내 단 한 명의 조선인 아큐(루쉰의 아큐정전)도 그려내지 못했을까. 이런 물음에 직면하는 사람도 있소. 이 물음을 피해갈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소.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작가 김사량 인지도 모르오.
- 김윤식 (문학평론가)

“중국에 노신이 있다면, 한국에는 김사량이 있다.”
- 다케우치 미노루

회원리뷰 (6건) 리뷰 총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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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으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t****s | 2022.01.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동네 책방에 갔다가 책방주인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 추천도 있었지만, 작가의 소개가 묘했다. 한국인이 쓴 책인데, 옮긴이가 있다?! 이 책은 김사량이라는 한국인이 일본어로 쓴 책이다. 김사량은 친북작가이면서 동시에 친일파로 분류되어 1980년대까지는 금기시되던 작가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 윤동주시인과 같은 저항세력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일전에도 김사량의 책이 일부 번역되;
리뷰제목

동네 책방에 갔다가 책방주인의 추천으로 읽게된 책. 추천도 있었지만, 작가의 소개가 묘했다. 한국인이 쓴 책인데, 옮긴이가 있다?! 이 책은 김사량이라는 한국인이 일본어로 쓴 책이다. 김사량은 친북작가이면서 동시에 친일파로 분류되어 1980년대까지는 금기시되던 작가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 윤동주시인과 같은 저항세력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일전에도 김사량의 책이 일부 번역되었으나, 녹색광선과 김석희 역자님의 노력으로 다시 세상에 나온 책이다. 그래서 작가 김사량을 디아스포라 작가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책은 총 4개의 단편으로 이뤄져있다. 대표작인 <빛 속으로>를 읽고 있다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나는 일제강점기를 생각하면 독립운동가나 친일파를 떠올린다. 그래서인지 당시를 살고 있던 다수의 삶과 생각이 어땠었는지는 잘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그런 소시민의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있다.

 남선생님 또는 미나미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동경대 재학 중인 조선인으로 어려운 동네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다수는 그를 미나미라고 부르나, 그는 굳이 그들에게 자신을 '남선생'이라고 부르게 하지 않는다. 그러다 만난 아이 하루오. 조선인 엄마와 일본인(사실은 일본인과 한국인사이에서 낳은) 아버지를 둔 아이. 그는 아버지로부터 폭행 당하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연민을 동시에 가지고, 스스로는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라 말한다. 어머니에 대한 애정도 있지만, 일제치하 조선인으로 살아가는 그 비참함이 싫어 어머니를 모르는척 하는 아이.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남선생의 복잡함. 

 아마도 나의 정체성과 사회적 상황속에서 그 정체성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으나, 그 정채성을 모른척 해야 하는 그 사회적 상황. 정체성은 오로지 나에 의해 지켜질수만은 없다는, 그 복잡하고 미묘한사회적 상황 속에서 개인의 감정을 보며, 정체성을 때로 부인하는 사람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 김사량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였을까?!

 

다음 작품은 <천마>. 역시 일제치하. 일본인 오무라의 지지에 그저그런 작가 현룡은 저급한 글을 써대며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등을 적당히 섞어 쓰며(아는단어 몇개씩 돌려가면서) 지식인 냥 굴지만, 결국 오무라에게 내쳐져 멀리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현룡은 다른 이의 줄을 붙잡기 위해 다나카를 찾지만 그는 오무라에 의해 결국 내쳐진다. 자신의 허세를 광기를 통해 표현하는 현룡의 모습은 우리가 조금씩 가지고 있는 어떤 모습이 아닐까. 가진 재능도 뭐도 없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그래서 더 뭐가 있는 척하는 우리가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그 무엇을 적나라하게 그린 모습. 그래서 현룡을 마냥 미워할 수도, 마냥 모른척할 수도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

 

작가 김사량은 이처럼 어떤 상황속에서 우리가 내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부끄러운 내면을 이야기 속에서 보여준다. 그래서 김사량이라는 작가의 글을 보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기보단 단편 4개 모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인간이 보이는 모습이 절대적 선이나 악이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보이는 모습이기에 말이다.

뭐랄까, 주인공의 모습이 단편적이 아니라 굉장히 다면적이랄까. 어떤 한 편에 서서 무조건 지지도,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도 할 수 없는, 

 작가가 1차세계대전부터 우리나라의 6.25전쟁까지 복잡했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어느 쪽도 마냥 옳다 말할 수 없는 외줄타기를 했었기에 이런 글을 썼던 것 아닐까. 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정말 묘한 책이다. 

정말 추천!

 

"조센징 따위 우리 엄마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구!"

남자들이 안으로 들어와 겨우 두사람을 떼어놓았다. 나는 거의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이 군은 격분하여 다시 야마다 하루오에게 덤벼들더니 있는 힘껏 등을 걷어찼다. 하루오는 비틀거리면서 내 품에 안겨들었다. 그리고 '으앙'하고 울기 시작했다. 

"나는 조센징이 아니야, 나는 조센징이 아니라고! 그렇죠, 선생님?"

나는 그의 몸을 꼭 안았다. 내 눈가에 뜨거운 것이 울컥 솟는것을 느꼈다. 이 군의 시퍼렇게 독이 올라 흐트러진 모습도, 이 소년의 아픈 울부짖음도 책망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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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적의 언어로 쓰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b*****3 | 2021.10.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나는 소설을 이야기로서 읽는다. 소설을 이야기로만 읽다 보니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작가가 뭘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인지 짐작할 뿐이다. 때로 인상적인 표현이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작중 인물이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그 의미를 통해서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이었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짧은 분량으로 작가의 의도를 담아내는 단편일수록;
리뷰제목

나는 소설을 이야기로서 읽는다. 소설을 이야기로만 읽다 보니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작가가 뭘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인지 짐작할 뿐이다. 때로 인상적인 표현이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작중 인물이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그 의미를 통해서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게 무엇이었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짧은 분량으로 작가의 의도를 담아내는 단편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번에 출간된 김사량의 소설집은 전자책으로 출간되지 않아 소설보다도 그 소설의 배경과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한 해설을 먼저 접하고 서울에 와서야 비로소 종이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작가 김사량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어로 작품을 발표하고 광복 이후에는 월북해 작가로 활동한 이력 때문에 한동안 남과 북에서 모두 완벽하게 지워졌다고 한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에서는 서문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박제가 되어버린’ 김사량의 작품은 1940년대에 쓰였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현대적 정서의 보이고 있으며, 작가 스스로 ‘적의 언어’로 글을 쓰는 고뇌를 작품에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십 년 넘게 남의 땅에서 남의 말을 쓰며 살아왔다. 작가처럼 나라를 빼앗겨서가 아니라 내 필요에 의해 내가 선택한 결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말을 쓰지 못하는 삶이 답답하지 않고 고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살아보니 내 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단지 언어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말의 뉘앙스 속에 감춰져 있는 발톱을 번연히 보면서도 그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수없이 겪었고, 그러면서 언어가 힘이고 폭력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사량 연구자인 경희대학교 김석희 교수는 일곱 차례에 걸친 김사량의 작품을 소개하는 글에서 소설의 주제가 언어 자체에서 이름으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어가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그 아이덴티티를 감추거나 애써 감춘 아이덴티티가 누군가에 의해 드러났을 때 주인공이 느꼈을 심리적 갈등과 충격을 세밀하게 살핀다. 심지어 타의에 의해 아이덴티티가 드러난 것을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의 상황에 비유하기도 한다.

 

<빛 속으로>에서는 조선인의 외관을 갖춘 주인공이 일본에서 굳이 자신의 언어를 드러내지 않고 살다가 주변인에 의해 조금씩 자신의 언어가 드러나고 <천마>에서는 일본 물을 먹은 주인공이 한국에서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려고 하고 <풀이 깊다>에서는 당시로서는 인텔리인 주인공이 서투른 일본어로 군민들에게 자기를 과시하려는 군수인 숙부를 멸시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사량 연구자인 역자가 해설에서 밝힌 것이나 편집자가 서문에서 평가한 것처럼 여기 실린 (자전적 소설인 <노마만리>는 제외한) 소설 세 편이 모두 언어를 매개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예민하지 못한 감수성으로는 역자나 편집자가 지적한 바와 같은 언어에서 이름으로, 아이덴티티로 확장되어나가는 주제나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구조를 읽어낼 수가 없었다. 어느 부분에서 ‘1940년대에 쓰였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현대적 정서’를 읽어냈는지도 찾을 수 없었다. 책 읽기에 앞서 해설을 대하면서 기대하게 되었던 (비록 적의 언어는 아닐지라도) 타국어를 쓸 수밖에 없는 이방인의 고단함에 대한 표현도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앞서 말했듯이 소설을 이야기로 읽는 내게는 <풀이 깊다>가 가장 짜임새 있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주인공 이름이 나와 같아서 이야기에 좀 더 쉽게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고 선친의 고향 (삼척)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이유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렇기는 해도 이야기가 비교적 구체적이고 그래서인지 주인공에 좀 더 쉽게 감정이입이 된 것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지금 상황에 맞춰 각색한다고 해도 2021년 가을에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 하는 자들과 그들을 보고 분노를 느끼지만 그를 바꾸기 위해 결과적으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일상으로 돌아가는 지식인의 모습. 그런 면에서 ‘현대적 정서’를 말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동의할 만하다.

 

역자는 <풀이 깊다>에서 코풀이 선생의 아내가 코풀이 선생을 내쫒으며 퍼부어대는 것을 강원도 사투리로 표현한다. (억세 빠진 삼척의 내 사촌 누이들이 늘 쓰던 말이어서 몇 번을 되풀이해 읽었다.) 역자는 강원도 사람들이 분명하고 자신이 강원도 평창 출신이어서 자연히 그렇게 표현했노라고 설명하고 있다. 역자의 고향을 알고 있으니 그 설명이 쉽게 이해는 가는데, 그리고 그것이 내 선친의 고향 말이니 더욱 정감이 가기는 하는데, 역자의 번역 후기를 읽고 <풀이 깊다>를 샅샅이 살펴봤지만 어디에도 등장인물들이 강원도 사람이라고 특정 지을만한 표현이 없었다. 혹시 심심산골이면 모두 강원도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 모르겠다. 산골로 치자면 청송ㆍ영양ㆍ봉화가 더 깊은데.

 

김사량은 이 작품의 역자이자 김사량 연구로 석사와 박사를 마친 김석희 교수의 글을 통해 처음 만났다. 이름조차 들어본 일이 없지만 스스로를 김사량 연구자로 부르는 역자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하는 궁금함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내게는 낯설고 조금은 어려운 글이어서 앞으로 쉬이 손길이 가지는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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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량 ..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p******p | 2021.08.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빛속으로 #김사량 #김석희 옮김 #녹색광선 #소설 #서평 #북리뷰 #독서기록 #book #novel #bookreview #구매한책어쩌다가 연거푸 녹색광선 출판사의 책을 구매하게 된다. 책이 시리즈처럼 비슷하게, 넘 이쁘게 나오고, 내가 또 시리즈에 약해서..ㅋ김사량은 일제 때 활동한 작가로, 일제 말기 평양보고에 재학 중 항일 운동으로 퇴학당하고 ,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제대에 입학, ‘빛 속으;
리뷰제목
#빛속으로 #김사량 #김석희 옮김 #녹색광선 #소설 #서평 #북리뷰 #독서기록 #book #novel #bookreview #구매한책

어쩌다가 연거푸 녹색광선 출판사의 책을 구매하게 된다. 책이 시리즈처럼 비슷하게, 넘 이쁘게 나오고, 내가 또 시리즈에 약해서..ㅋ

김사량은 일제 때 활동한 작가로, 일제 말기 평양보고에 재학 중 항일 운동으로 퇴학당하고 ,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제대에 입학, ‘빛 속으로’를 일본어로 썼다. 이후 일본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작품-천마, 풀이 깊다-를 일본어로 발표한다. 제국의 펜부대에 동원되기도 했으나, 중국으로 탈출, 항일 운동도 했고, 해방이후 고향인 평양으로 돌아간다.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남하했다가 퇴각하는 길에 사망했다. 작가의 경력만 봐도, 어느 소설이 이보다 더 스펙터클하다고 할까 싶다.
그는 친북 작가이며 동시에 친일파로 분류되어 묻혀있었고, 나로서는 이 책으로 비로소 “김 사량”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김사량의 세 편의 단편 소설 ‘빛 속으로’, ‘천마’, ‘풀이 깊다’ 와 ‘노마만리’라는 망명기행문의 도입부가 실려있다. 작가 자신이 그대로 등장하는 듯한 내용들이,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빛 속으로’는 일본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사람들의 아이덴티티 혼란에 대하여, ‘천마’는 일제의 끄나풀로 활동하다 폐기당할 위기에 처한 3류작가의 몰락을, ‘풀이 깊다’는 총독부의 ‘색의 장려’와 백백교의 대립을 언어와 색상을 대비하여 절묘하게 그려낸다. ‘노마만리’는 도입부만 실려있어서 말하다 만 듯 하지만, 일제 말기 혼란스럽던 베이징의 현장이 (스파이 영화에서 흔히 보이던) 아슬아슬하게 묘사된다.

개인적으로 역사소설을 좋아하는데, 아마도 딱딱한 연대기적, 역사적 사실 기록보다, 소설 속에서 간접적으로 보여지는 과거 모습을 훔쳐보는 묘미가 있어서인 듯 하다. 이 소설집을 읽다보면 일제 말기 당시의 시대가 눈앞에 선연히 보여진다. 그러면서도, 과거라고 한정되지 않는 느낌도 동시에 받는다. 그래서 옮긴이의 말처럼 “김사량의 문학에는 시대를 뛰어넘어 삶의 본질을 궤뚫는 날카로움이 있다고 할 수 있다(p233)”. 김사량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옮긴이가 그린 김사량의 초상화, 당시 경성 지도 등이 정겹다.

조선인이 쓴 일본어 소설이 다시 우리말로 번역되어 우리 앞에 서다.
마침, 오늘은 광복절.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동시에 금기시되고 감추어졌던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을 보면, 우리도 힘들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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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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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d*******1 | 202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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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광선 책은 다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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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 2022.03.19
구매 평점5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잘 드러나는 글들이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p******t |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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