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3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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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8쪽 | 294g | 130*200*13mm |
ISBN13 | 9791190337687 |
ISBN10 | 1190337681 |
티코스터, 양장 포스트잇(각 포인트 차감)
출간일 | 2021년 03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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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8쪽 | 294g | 130*200*13mm |
ISBN13 | 9791190337687 |
ISBN10 | 1190337681 |
[소년심판]의 모티브가 된 천종호 판사 눈물과 감동의 소년재판 이야기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는 ‘소년범의 대부’ 천종호 판사가 그동안 펴낸 책에서 독자의 공감을 크게 받은 글을 추려 펴낸 특별판이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전부 다듬고 내용을 풍성하게 보완하였으며 따뜻하고 정겨운 일러스트를 덧붙였다. 소년법과 관련한 최근의 논쟁을 비롯해 법과 정의, 법치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글도 새롭게 수록했다. 법정에서는 매서운 호통으로 소년들을 떨게 만들지만 재판이 끝나고 나면 열악한 소년들의 처지에 눈물 흘리고 아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귀 기울여 온 천종호 판사. 그는 거듭 말한다. 비행의 거푸집을 벗기면 삶의 부조리와 폭력 앞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내던져진 아이들의 유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세상에는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고, 어떤 아이도 그런 환경에 처해서는 안 된다고. 우리가 불안과 냉소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천종호 판사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온몸을 던져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왔다. 이 책은 비난의 목소리만 커져가는 차가운 우리의 공동체에 작지만 빛나는 희망의 온기를 오롯이 전해준다. * 이 책은 인세 수익 전액을 청소년회복센터에 기부하는 도네이션 북입니다. |
들어가는 글_우리가 알지 못한 소년에 대하여 _7 소년이 여기 있다 _13 어린 장발장들을 위한 변명 _25 한 아이가 그대를 열심히 사랑합니다 _34 훔치고 싶은 유혹이 들면 이 지갑을 생각해 _46 아빠의 마음, 법관의 양심 _57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 _70 판사님 은혜 꼭 갚지 않겠습니다 _79 엄마라고 부르게 해 주세요 _91 판사님, 삼계탕 드세요 _100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잘할 수 있다 _108 판사님 때문에 배고파도 참았어요 _117 ‘요즘 애들’이 문제라고? _128 재미난 학교? 재*난 학교? _139 함께 나누는 아픔이 되기를 _151 인간을 위한 법과 정의 _162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_172 소년법을 다시 생각하며 _181 나가는 글_소년의 인생 여행을 응원합니다 _199 |
동료 교사든, 학부모든, 학생이든 누가 되었든 어쨌건 누가 뭐라고 하면, 아마 근무 태만으로 문제가 될지도 모를 만한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내가 학생부장으로 수 년째 계속 근무하면서 번연히 존재하는 학교생활규정이란 것을 명문화된 그대로 일일이 집행하지 않는 것은 과연 올바른 일인가. 혹은 적법한 것인가. 학교생활규정이라는 것은 큰 틀에서는 학생들의 교내 생활, 교외 생활에 대한 활동의 범주를 규정하고 있지만 결국 학생들의 신체를 비롯한 외면적인 것에 대한 규제와 압제로 가득 차 있다. 그 내용들이라는 것이 헌법에 비추어서도 부당하며, 그 행위들이 - 머리 색깔, 귀걸이, 목걸이, 반지, 교복의 변형, 사복의 착용 등 -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아니므로 내가 그것을 제한하는 것은 모든 법의 상위법인 헌법을 어기는 행위인 셈이다. 학생들은 기본권을 제한받아야 하는 죄수들이 아니고, 나 역시 죄수들을 다루는 형리가 아니다.
누구나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지만, 누구나 선뜻 나서서 이것을 쉽사리 고치려 들지 않는다. 68혁명의 선두에서 프랑스 교육 개혁을 이끌어냈던 고등학생들처럼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그것들을 바꾸어준들 고마워할리도 없고 거꾸로 그것들이 또다른 압제가 될 뿐 잘 지켜질리도 없다. 다만, 상위법에 어긋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여러 번 '권고'한 일이기에 내 양심과 소신에 비추어 최소한의 반항을 무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공립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로서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어른들이 저 옛날-영향력으로 따지면 현재진행형인- 군부독재 시절부터 내면화하고, 또 후세들에게 내면화시켜 온 '학생다움, 단정함'이라는 말로 포장된 '다름에 대해 용납하지 않는 태도'와 집단의 효율을 위해 통일과 결속, 일사불란함을 추구하는 것은 적어도 학교에서는 필요 없다. 아니, 없어져야 한다. 학교라는 온실 속에서 그렇게 길들여지다가 늑대, 이리, 승냥이들이 득실대는 사회라는 무질서 속으로 갑작스레 내몰려 어려움을 겪느니 차라리 미리 사회를 보는 눈을 길러주는 게 더 필요하다.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는 이 울타리에서조차 내몰려 법정에까지 온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왜 거기에 오게 되었는지까지 살피려는 소년부 판사의 기록이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호통 판사 천종호의 변명> 등의 전작에서 인상깊은 이야기들을 추려 그림과 함께 다시 묶어낸 책이지만, 세월이 지났어도 이름만 바뀐 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일들이라 여전히 마음 아프고 속상한 읽기다.
법정에 서게 되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했다는 뜻이다. 물건을 훔쳤거나, 남에게 해코지를 했거나. 저마다 다른 사연들과 죄를 품고 있지만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소년 범죄 사건에 대중들은 격렬하게 분노하며 소년범 범죄 연한을 낮추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단순히 여론 때문에 한두 살을 낮추는 것은 법 체계 전반을 함께 손보아야 하는 일이다. 또, 책임을 더 강하게 지우는 만큼 그간 그들에게 제한되어 왔던 권리(선거권과 피선거권, 음주와 흡연 등)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단순히 감정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님을 저자는 함께 역설하고 있다.
"법은 누군가를 처벌하고 억누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지요."(p163)
앞서 말했던 학교생활규정이라는 것이 변화할 방향에 대한 고민과도 상통하는 이야기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벌을 없애자는 말이 아니라,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을 없애고 대신 그 자리에 공동체적 가치를 고양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에 대해서도 엄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정시설 프로그램의 질 향상, 시설 확충, 출소 후 지속적인 관찰과 돌봄, 가정법원 추가 설치, 소년 보호기관의 인적, 물적 확충,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이 아이들을 사회 공동체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교육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께도, 자신이 만나는 학생들이 쓴 가면 뒤에 숨은 진정한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 보는 노력을 그만두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거친 분노와 냉소의 가면 뒤, 어쩌면 홀로 울고 있는 한 소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p203~204)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며 머리색, 귀걸이, 교복이 아니라 얼굴빛과 기분, 인삿말을 살펴 주어야 하는 이유다. 학교는 이 사회와 공동체를 유지함으로써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돕는 최선이자 최고의 기관이기 때문이다.
덧붙임) 결국 소년들이 공동체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게 붙잡는 데는 가정에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사랑을 주고 있는지 돌아보며 눈물지었던 구절을 인용한다. 드라마 주제곡이었던 '그남자'를 개사해서 딸과 관계를 맺고자 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저자가 부르도록 한 노래의 노랫말이다.
한 아이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아이는 열심히 사랑합니다.
매일 그림자처럼 그대를 따라다니며
그 아이는 웃으며 울고 있어요.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람같은 사랑 이 거지 같은 사랑
계속해야 네가 나를 사랑하겠니.
그 아이는 성격이 소심합니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웠답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얘기가 많은
그 아이의 마음은 상처투성이.
그래서 그 아이는 그댈
널 사랑했대요 똑같아서
또 하나 같은 바보 또 하나같은 바보
한번 나를 안아 주고 가면 안돼요.
난 사랑받고 싶어 그대여.
매일 속으로만 가슴 속으로만
소리를 지르며 그 아이는 오늘도
그 옆에 있대요.
"소년의 비행은 소년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입니다"
소년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작가의 비행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청소년의 비행에 대해 엄벌을 내려 더 이상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청소년이 비행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계도하고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전자의 의견은 아마도 점점 정도를 넘어 선 비행이 일어나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후자의 의견은 청소년의 비행은 사회적 탓이 더 크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을 직접적으로 만나는 교육자들의 생각은 어떠해야 할까?
"아이들은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입니다. 아직 스스로 자신을 보조할 힘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주위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천종호 판사는 소년법원에서 수 많은 청소년들을 법정에서 만나왔고 엄숙한 판사의 위치에서 사회의 어른의 입장에서 사건보다 사람인 청소년들을 중심에 두고 판결을 내려왔다. 아빠의 심정으로 호되게 꾸짖기도 하고 훈계를 통해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진정한 사과 없이는, 진실된 반성 없는 판결은 청소년을 사회와 분리시키고 다시 비행을 부추키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음을 알았기에 짧은 시간이라도 반드시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했다. 최대한 형벌은 낮추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판사가 가지고 있는 권위를 충분히 활용했다. 직업적인 관점에서 판사의 역할은 정확하게 사건을 심리하여 양심을 가지고 판결을 내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천종호 판사는 청소년 한 명이라도 법정에서 위압감이 아닌 감화 감동으로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학교 현장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난다. 가정적인 환경이 좋지 않기에 학습 결손이 누적될 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울타리에도 있지 않으려고 하는 어린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무기력한 이유는 본성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라온 환경 때문이리라. 학교라는 곳이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텐데 그들에게는 무거운 짐이자 부담이 되나 보다. 하루 걸러 학교에 오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위태위태하며 하교 후에도 따뜻하게 맞이해 줄 어른이 없는 환경에서 과연 그들이 살아갈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비행 청소년들에게도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사회적 낙인 때문입니다"
낙인 효과는 무섭다. 얘를 원래 그렇다라는 식으로 낙인시켜 버린다면 헤어나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수 많은 비행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기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탈출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부모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따뜻한 가정을 안겨 줄 수 없다면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면 탈선하는 청소년들이 다시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에는 평범한 가정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상황을 맞딱뜨린 어린 소년들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기절초풍할 일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환경을 들어보면 섣불리 비행 청소년들의 형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함부로 내뱉지 못할 것이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내가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남모를 희생을 감수하고 뒷바라지한 어머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단 한 명의 어른이라도 그들 곁을 지켜주었다면 끔찍한 비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 중에 정말 소름끼치는 사건들이 많다. 범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범죄자 개인의 부도덕한 의식 때문인지, 범죄자를 생기도록 한 사회적 제도 때문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