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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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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8g | 130*200*18mm
ISBN13 9788954677257
ISBN10 8954677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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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상품 이미지를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원본 이미지
‘창백한 푸른 점’ 속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법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심채경의 첫 에세이
이론물리학자 김상욱, 『씨네21』 김혜리 기자 강력 추천!

천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과 세상, 그리고 멀고도 가까운 우주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름다운 무언가에 대해서는 ‘별처럼 빛난다’고 말하고,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면 별자리로 운을 점치며 ‘우주의 기운’이 함께하길 빌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천문학자에게 천문학이란, 달과 별과 우주란 어떤 의미일까. 할리우드 영화 속 과학자들의 ‘액션’은 스릴이 넘치고 미항공우주국과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일지는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그런 뉴스들이 오히려 천문학을 딴 세상의 이야기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속 천문학자 심채경이 보여주는 천문학의 세계는 그러한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다. 빛과 어둠과 우주의 비밀을 궁금해하는 천문학자도 누구나처럼 골치 아픈 현실의 숙제들을 그날그날 해결해야 한다. 다만 그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적으로’ 골몰할 뿐이다.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른다’는 우주적이고도 일상적인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천문학자의 이야기는 그러하기에 더욱 새롭고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_「프롤로그」에서)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1부.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
시간을 날아온 카시니
박사님이시네요
우리만의 유니버스
『실록』 베리에이션
시적 허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Re) 교수님께

2부. 이과형 인간입니다
즐기세요
발칙한 우주 산책
백 퍼센트의 별똥별
최고의 우주인
감정의 진폭
지구는 별이 아니다
관측하기 딱 좋은 날
인터뷰를 하시겠습니까
창백한 푸른 점
해 지는 걸 보러 가요

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
우주와의 랑데부
우주를 사랑하는 만 가지 방법
하늘의 어디
수분受粉하는 여행자
잘 알려진 천문학사
잘 알려지지 않은 천문학사

4부. 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
안녕, 고리롱
플라이 미 투 더 문
화성에서 만나요
명왕성이 사라졌다
계절이 지나가는 시간
여행길 음악
우리, 태양계 사람들

에필로그

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요즘 세상의 과학자
도서1팀 김주리 (juri@yes24.com)
2021-05-06
천문학자를 떠올리면 탁 트인 언덕에서 커다란 망원경으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그려졌다. 이 머릿속 그림이 너무나 단편적이고 적절하지 못하다는 건 책을 읽지 않고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깨달을 수 있었겠지만, 한 여성 천문학자가 망원경보다 연구실의 컴퓨터 모니터 속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모습이나 연구실 바깥에서 어떻게 지내왔고 또 살아나가는지 그 일상의 풍경은 알지 못했을 거다. 천문학자 심채경의 세계를 모르고 살아갔을 평행세계의 나를 생각하니 아쉬울 정도로 이 책은 재미있고, 좋다.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한 사람과 그의 직업을 떼어 생각할 순 없지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통해 두 세계를 만났다. 천문학자, 그중 비정규직 여성 행성과학자로서의 세계와 심채경이라는 부드럽고도 단단한 한 사람의 세계다.

다른 직업에 관한 글은 늘 흥미롭다. 신비롭고 낭만적이며 먼 세상의 직업처럼 느껴지는 천문학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대학시절 어떻게 랩실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연구주제는 어떻게 선정하게 되었는지, 강단에서 만난 학생들이나 방송에서 코멘트하게 된 이야기, 학회 이야기와 경상북도 영천의 천문대에서 날씨의 운을 따르는 관측 이야기. 그에겐 평범할 일상 하나하나가 읽는 나의 마음을 반짝반짝 빛나게 했다. 책은 ‘너무 재밌다!’하며 술술 읽히고 천문학자라는 한 직업은 저 멀리 하늘에서 내 곁의 땅으로 다가온다. 이 땅의 과학자들은 이렇게 지내고 있었구나.

한편 비정규직 과학자로서 연구가 종료되기 전 다음 과제를 따내기 위해 준비하고, 일하는 사람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편견과 대면하고 싸우는 지난한 일을 해나간다. 학자로서 존경할만한 어느 여자 교수님에 대해 간단히 ‘양육자로서의 일 때문에 학교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직장맘’이라 평가하는 또래 대학원생의 구태한 시선, 여성 우주인을 손쉽게 재단하고 억누른 차별. 천문학적으로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아직도 남아있는 편견들을 차분하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렇다. 〈네이처〉가 주목한 차세대 달 과학자가 써서 좋았다기보다 우리나라의 여성 과학자, 그것도 단단한 시선과 포근한 세계를 지닌 과학자가 쓴 책이어서 너무나 좋다. 대학에서 교양과목 ‘우주의 이해’를 강의하며 학생들의 문의 메일들에 보낸 답장을 읽어보면 대단한 과학자여서가 아니라 사려 깊은 선생님이어서 전할 수 있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심채경 작가는 정년퇴임 후에도 관측 제안서와 논문을 쓰며 과학자로서의 삶을 즐기는 지도교수를 존경하고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우주에 전파를 흘려보내며 즐겁게 연구하는 이 열정적이고 무해한 사람들을 동경하는데, 그는 이미 그가 존경하고 동경하는 한 사람 자체라는 걸 눈으로 읽고 온몸으로 느낀다. 멋진 여성이자 과학자로서의 삶을 만끽하는 그의 이야기를 앞으로 더 많이 듣고 싶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 p.13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 p.31

여러 길로 갈라진 평행우주 속 용감히 떠난 나와 용감히 남은 나, 모두를 찬양한다. 그렇게 또 한발 내딛는 연습을 한다. May the force be with me.
--- p.32

오늘 내가 할 일은, 애써서 받은 그 ‘연구 면허’가 별무소용인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뿐이다.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와 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 p.36

내가 들었던 ‘기본천문학’ 강의는 “천문학이란 미래에도 변함없이 살아남을, 시간에 무관한 기본 지식”이라는 멋진 말씀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걸 포스트잇에 적어 공책 맨 앞에 붙여두었다.
--- p.45

우린 항상 잘 모른다.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 p.95

어떤 사람들은 이소연을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선발된 우주인이 갑자기 교체된 것도 당황스러운데다가, 여성 우주인이 앞으로 나서게 되는 것을 고까워하는 시선이 더해졌다. 여성 우주인이 남성 우주인 옆에 후보로 있다가 역사적인 발사의 순간에 손뼉 치며 환호해주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보기 좋은 그림이었다. 고산이 이소연으로 교체된 사건은, 남자의 자리를 여자가 대신한다는 충격으로 퍼져나갔다.
--- p.100

나는 어느 여자 교수님을 혼자 몰래 존경하고 있다. 분야가 달라서 직접 뵙고 말씀 나눌 기회는 흔치 않았지만, 언젠가 그 학과 대학원생을 우연히 만나 “그 교수님 어떠세요?”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남초사회에서 자리잡은 여성 과학자는 언제나 호기심과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어떤 성향이실까, 연구 스타일은 어떨까, 강의는 어떻게 하실까, 요즘은 주로 뭘 연구하실까, 그런 게 궁금했다. 그런데 내게 돌아온 대답은 “글쎄요. 애가 아프다고 학교 안 오실 때도 있고 그래요”였다. 내가 보기에는 정년을 앞두고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자신의 대학원생들을 늘 자랑스럽게 여기는 멋진 교수님인데, 고작 그런 시선이라니.
--- p.107~108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 p.156

황홀한 황혼은 태양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지구에서 태어난 나를 칭찬한다.
--- p.158

달에 집을 짓는다면 지구로 향하는 창을 낼 것이다. 창문이 곧 생동하는 액자가 될 테니.
--- p.23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SF영화 속이 아닌, 우리 곁의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달 탐사 50주년이 되던 해인 2019년, 『네이처』는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세계의 천문학자 5인 중 한 명으로 심채경을 지목했다. 현재 심채경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 속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연구자로서의 삶은 영화 〈그래비티〉 주인공의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천문대에 가서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며 행성을 직접 관측하는 일은 드물다. 행성 관측자료는 대개 연구실 컴퓨터로 전송받을 수 있기에,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주로 연구실에서 컴퓨터 속 데이터와 씨름을 한다. 일 년 전후의 독점기간이 끝난 미항공우주국의 관측자료를 쓰기도 한다.
영화 속 천문학자의 이야기와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사뭇 다른 또하나의 이유는 대한민국의 과학자, 그것도 여성 과학자를 둘러싼 일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인 저자가 묘사하는 과학자의 삶은 하루하루 치열하게 편견과 싸우는 삶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에 관한 글 「최고의 우주인」은 우리나라 여성 과학자들이 어떤 편견과 차별 속에 있는지 조곤조곤, 그러나 날카롭게 보여준다.

고산이 이소연으로 교체된 사건은, 남자의 자리를 여자가 대신한다는 충격으로 퍼져나갔다. 이소연이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생명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우주정거장에서의 실험을 수행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전문가라는 점은 쉽게 무시되었다. 많은 사람이 놓쳤지만, 우주인 프로젝트의 명목상 목적은 우주정거장에서의 과학 실험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 실험을 수행할 사람이 마침 학계에서 과학 하던 사람이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행운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_본문 100쪽

과학은 세심하게 의심하기에, 찬란하게 아름답다
_천문학자의 정확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이 선사하는 청량감


하늘의 태양과 달과 별은 쉽게 규명하기 어려운 자연현상과 이어지기에, 오랫동안 두려운 경외의 대상이자 왕성한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농경을 위한 기후 관측을 위해, 정확한 항로를 위해, 사랑을 노래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미래를 점치기 위해 인류는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달에서 조만간 부동산 투자가 실현될 것만 같은, 강대국 간의 새로운 첨단 우주 경쟁이 펼쳐지는 현재에도 여전히 우주는 복잡한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미항공우주국이 제공하는 천체 사진은 과학적 현상으로 다가오기보다는 ‘비현실적이고’ 신비롭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천문학에는 낭만적인 시선이 한껏 더해진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표현이 쓰일 만큼, 천문학은 인류의 세계관과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과학이다. 천문학자들의 질문과 발견이 세상을 바꿔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발견과 실험과 오류에 대한 깊은 성찰은 우리 인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곤 한다. 까다로워 보이는 천문학에 기꺼이 매료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심채경의 에세이에는 천문학자만이 생각하고 쓸 수 있는, 과학적이기에 아름답고 독특한 사유들로 곳곳이 가득차 있다.

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휙, 빠르게 돈다. 한 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춰 있지 않는 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을 휘둥그레 떴던 밤을 기억한다.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 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_본문 253쪽

태양계의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벌어지는 일

언뜻 천문학은 우리의 일상과 무관해 보이지만, 세상을 변화시켜왔고 우리의 일상적인 사고방식에도 깊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천문학은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크게 넓혀주었다. 발 딛고 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던 시대로부터, 화성 탐사가 실현되고 있는 지금까지 인류는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탐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에서 인류로,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로 우리의 시선은 확장되어왔다. 우주를 둘러싼 지구인들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우리가 숙연해지며 감탄하는 이유는 작디작은 ‘창백한 푸른 점’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고군분투가 실은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은연중에 품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원히 풀지 못할 것만 같은 생명과 우주 탄생의 비밀 앞에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천문학의 또다른 지대한 역할이다.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까. 손에 무엇 하나 쥔 게 없어도 콧노래가 흘러나오니까._본문 259쪽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인간은 문명이 있기 전부터 하늘을 보았고, 문자보다 별을 먼저 그렸다. 물리학은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별을 보면서 시작되었고, 뉴턴은 달이 왜 떨어지지 않는지 설명하며 중력법칙을 완성한다. 하지만 현대의 천문학자는 더이상 별을 보지 않는다. 행성과학자 심채경은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는 무엇을 보는지, 이과형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 평범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일상에 대해 친절한 말투로 조근조근 이야기해준다. 과학책이라기보다는 문학책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천문학자라서 그럴 것이다. 천문학(天文學)은 문학(文學)이니까. 벌써부터 심채경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 김상욱 (이론물리학자)

과학 용어를 검색하며 책장을 넘길 줄 알았는데 어째 자세가 슬금슬금 무너지더니 급기야 침대에 올라가 단숨에 읽었다. 태양계 모형처럼 늘어놓은 귤을 하나씩 까먹으며.천문학이 인간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지 끈질기게 생각해온 것이 분명한 저자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를 사랑한다. 달 크레이터 풍화에 관한 논문을 쓰는가 하면, 제목에 달이 들어간 영화도 꼼꼼히 뜯어본다. 교양 과목 ‘우주의 이해’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이메일에 성실한 답신을 보내고 여성 우주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지적한다. 근사한 노을에 감동한 날이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소행성에서 일몰을 연달아 보려면 의자를 어떻게 옮기면 되는지 계산도 한다. 그리하여 심채경의 에세이는 우리를 두 종류의 우주로 안내한다. 하나는 천체들이 길을 가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의 소리 없이 분주한 일상이다. 어느 쪽이 더 흥미로운 지 측량하긴 쉽지 않다. 일기 쓰는 천문학자의 시야 넓고 보폭 정확한 글을 읽으며 확신이 들었다. 일이 세상을 만든다면 우리에겐 직업에 관한 더 많은 글이 필요하다.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회원리뷰 (47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비**니 | 2022.01.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어느 과학자의 아름다운 에세이. 최초의 발견을 한 사람은 그것을 언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언론에서 떠들듯이 네이처가 주목한 과학자로만 소개하기엔 많이 심심하다. 심채경 박사는 우주와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담백한 언어로 아름답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과형 인간이 이렇게 문학적이면 반칙 아닌가요? 문이과의 융합형, 경계;
리뷰제목

어느 과학자의 아름다운 에세이.

최초의 발견을 한 사람은

그것을 언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언론에서 떠들듯이 네이처가 주목한

과학자로만 소개하기엔 많이 심심하다.

심채경 박사는 우주와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담백한 언어로 아름답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과형 인간이 이렇게 문학적이면

반칙 아닌가요?

문이과의 융합형, 경계형...

아무튼 너무 멋지잖아요????

문과형인간의 새해 첫 주문도서로

탁월한 에세이였어요??

천문학자가 별을 보지않는 이유가 궁금하면

꼭 이 책을 보시길~

문과, 이과, 예체능 독자

모두에게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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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천문학자가 인간에게 전하는 사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호***마 | 2021.12.20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처음에는 천문학자가 쓴 천문학에 관한 에세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천문학에 관한 지식은 필요없는 책이었다.읽는 동안 시종일관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밤하늘을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을 때, 높게 들었던 고개를 내려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별 다섯 개를 주어도 모;
리뷰제목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처음에는 천문학자가 쓴 천문학에 관한 에세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천문학에 관한 지식은 필요없는 책이었다.
읽는 동안 시종일관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밤하늘을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을 때, 높게 들었던 고개를 내려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별 다섯 개를 주어도 모자란 인문학 에세이 책
강력 추천한다! !
댓글 0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다*앤 | 2021.11.16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는 건 즐겁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책을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서 한 사람이 여러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지만, 그게 모든 직업을 다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린 여전히 가보지 못한 길이 궁금하고, 독서는 그 모든 걸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천문학자의 삶은 우리의 삶;
리뷰제목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는 건 즐겁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책을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서 한 사람이 여러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지만, 그게 모든 직업을 다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린 여전히 가보지 못한 길이 궁금하고, 독서는 그 모든 걸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천문학자의 삶은 우리의 삶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낭만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 같은 세속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때도 있다. 어찌 됐든 오랜만에 과학수업을 듣는 기분도 나고 라디오를 듣는 기분도 나서 즐겁게 읽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어린 왕자 이야기, 달과 지구의 이야기, 유인원사에 갇힌 고릴라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는다.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꼭 이야기해 주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13p)

 

목성 스펙트럼을 찍어 왔는데 처리할 사람이 없어. 누가 해볼래?” 대학원생 선배들은 이미 각자 맡은 연구 주제가 있었다. 참석자 중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사람은 유일한 학부생인 나뿐이었으므로, 기쁜 마음으로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외쳤다. 태양에서 1AU 거리에 있는 지구에서부터 5AU 거리의 목성으로 순간이동하는 주문을. 그때의 나를 오늘날의 나로 만든 바로 그 주문을, 그건 아주 짧고 간단한 문장이었다. “저요!” (19~20p)

 

의식하지 못하는 새, 빠른 밀물이 나를 이곳에 옮겨놓았다. 해변을 걷다보니 어느새 물속에서 노닐고 있었는데, 이제 물 밖으로 나가면 바람이 분다. 젖은 옷이 마를 때까지 나는 이를 딱딱 부딪으며 오들오들 떨어야 한다. 몸을 쑤욱 내밀기 전에 크게 숨을 들이켠다. 아직 나가지 못했다. 한 번 더 크게 숨을 쉰다. 아직도 나가지 못했다.

해변 저기 멀리에 내가 오래전 떠나왔던 돗자리가 보인다. 떠나올 땐 운동장처럼 느껴졌던 돗자리가 이젠 손바닥만 해 보인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는 이제 맨발로 걸어야 한다. 발밑이 고운 모래사장이든 거친 현무암이든 가도 가도 끝없는 개펄이든 간에.

육지는 꼭 바다처럼 넓어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 기러기가 창공을 가로지르다 내 어깨에 물똥을 지린다. , 여기가 이제 내 집이구나, 하며 햇빛을 피해 눈을 살짝 찌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나를 상상한다. 떠날 준비를 한다. 어디로 가든, 그동안 참 잘했어, 하고 나 자신을 격려한다. 안녕, 이라고. 1000만분의 1 데시벨로 말해본다.

 

일기 속에는 두려워하는 내가 있다. 졸업할 수는 있는 걸까 두려웠고, 졸업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웠다. 어쩌면 졸업 후의 더 큰 두려움을 유예하기 위해 수료생의 고뇌에 천착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30~31p)

 

대학이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나 취업 준비소가 아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걸 조금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앎의 괴로움을 젊음의 한 조각과 기꺼이 맞바꿀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며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러려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56p)

 

부모 중 누군가가 본인의 일을 잠시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것은 양육자로서의 의무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가 일을 포기하고 달려가는 건 누군가는 가야 하는데 남편이 안 혹은 못 달려가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런 걸 누가 비난할 수 있겠나. 비난의 대상은 아픈 아이도, 달려가는 엄마도, 못 달려가는 아빠도 아니다. 갈 수 있으면서 안 달려가는 아빠가 있다면 그를 비난할 수 있을 뿐이고, 그런 경우엔 그게 아빠가 아니라 엄마라도 비난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남의 가정 일에 비난할 자격과 기회가 있다면 말이다. (107p)

 

부모 중 하나가 가사와 양육을 도맡거나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조부모 등 친척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아이 하나 키워내기가 이렇게 어려운 사회. 그래, 현실이 그렇다고 백번 인정한다. 그게 현실이지만, 그게 여자들의 문제로 인식되는 건 슬프다. 직장에서는 그토록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면서, 가정에서의 의무는 가벼이 보는 아이러니는 무엇인가. 여성들이 남성 위주의 문화에 적응해나가듯이, ‘직장맘들이 애는?”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잘하려고 노력하듯이, 그들도 여성들, ‘직장맘들과 함께살아가는 법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겠다. (108p)

 

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원래대로 기수를 돌렸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156p)

 

어린 왕자는 해 지는 광경이 좋다고 했다. 나도 좋아한다. 특히 여름철 지루한 장마 끝의 노을을 사랑한다. 마치 솜사탕을 여기저기 헤쳐놓은 듯 색깔도 높이도 서로 다른 구름층이 여러 갈래로 휘몰아치다 갑자기 멈춘 듯한 하늘. 그 역동적인 하늘에 내려앉는 노을은 어찌나 붉고 또 어찌나 강렬한 황금색인지. 그렇게 황홀한 황혼은 태양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지구에서 태어난 나를 칭찬한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미국이 정오일 때 프랑스에서는 해가 지지. 단숨에 프랑스로 달려갈 수만 있다면 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러나 너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려놓기만 하면 되었지. 그렇게만 하면 맘 내킬 때마다 해 지는 광경을 볼 수가 있었던 거야.

(...) 내가 어린 왕자라면 의자에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소행성이 자전하는 속도에 발을 맞추어, 지평선 위에 살짝 걸려 있는 해를 향해 하염없이 걸어갈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른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노을 속으로. 더 이상 슬프지 않을 때까지. (158~160p)

 

아침 알람을 끈 후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빈사 상태로 이부자리 안에서 괴로워할 때, 해가 두 번째로 뜰 때까지 한숨 더 잘 수 있다면 그 잠은 얼마나 달콤할까? 수성의 시인들은 두 번의 일출과 두 번의 일몰에 대해 노래하겠지. 소설가들은 첫 번째 일몰과 두 번째 일몰 사이의 시간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나쁜 마법사가 첫 번째 일몰을 두 번째 일몰로 착각해 엉뚱한 주문을 거는 바람에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되살아난 공주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까. (163~164p)

 

해 지는 걸 보러 가는 어린 왕자를 만난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장미 옆에서 가로등을 켜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왜 슬픈지 캐묻지 않고, 의자를 당겨 앉은 게 마흔 세 번째인지 마흔 네 번째인지 추궁하지도 않고, 1943년 프랑스 프랑의 환율도 물어보지 않는 어른이고 싶다. 그가 슬플 때 당장 해가 지도록 명령해줄 수는 없지만, 해 지는 것을 보려면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주겠다. (165p)

 

초승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 한등寒燈에 정든 임 그리워 잠 못 들어 하는 분이나, 못 견디게 쓰린 가슴을 움켜잡은 무슨 한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달을 보아주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

내가 한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러한지는 모르지마는, 내가 그 달을 많이 보고 또 보기를 원하지만, 그 달은 한 있는 사람만 보아주는 것이 아니라 늦게 돌아가는 술주정꾼과 노름하다 오줌 누러 나온 사람도 보고, 어떤 때는 도둑놈도 보는 것이다. 어떻든지, 그믐달은 가장 정 있는 사람이 보는 중에, 또는 가장 한 있는 사람이 보아주고, 또 가장 무정한 사람이 보는 동시에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많이 보아준다. (187p)

 

그 생생한 공포의 끝자락에는 우울이 묻어나왔다. 갈 곳이 있어도 갈 곳을 잃은 것과 다름이 없던 고등학생처럼, 폭주하는 고릴라 역시 거기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유인원사에 울려퍼지던 기괴한 포효 소리, 그 큰 덩치로 온몸을 유리벽에 던질 때마다 강한 진동으로 전해지는 쿵쿵 쾅쾅 소리. 나는 그 앞에 조금 비켜서서, 동물과 동물원과 세상살이와, 공포와 불안과 분노와 우울과 텅 빔과 쓸쓸함 같은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얻고, 또 많은 생각을 비워냈다. 쓸쓸함과 무시무시함이 교차하던 저물녘의 유인원사는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 동물원에 전시된동물을 한껏 가련하게 여기면서도 자꾸만 찾아가서 기꺼이 관람객이 되는 나는 트랄파마도어에서 온 이기적이고 비겁한 사랑꾼이다. (222~223p)

 

달의 앞면에선 늘 지구가 보인다. 하늘의 어느 한쪽에 거대한 파란 보석 같은 지구가 떠 있다. 지구는 달보다 네 배나 크다. 다시 말하면 달에서 보는 지구는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달보다 네 배나 큰 것이다. 그렇게 거대한 지구가 떠 있는 하늘을 가질 수 있다니, 숨쉴 공기도 없고 먹을 유기물질도 없는 척박한 그곳으로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 든다. 게다가 달에서 보는 지구는 마치 선반에 올려놓은 오르골 장식품처럼 달 하늘 어딘가에 떠서 제자리에서 천천히 돈다. 낮에도 밤에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지구의 위치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달에 집을 짓는다면 지구로 향하는 창을 낼 것이다. 창문이 곧 생동하는 액자가 될 테니. (230p)

 

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 빠르게 돈다. 한 시간에 15, 그것은 절대로 멈춰 있지 않는 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을 휘둥그레 떴던 밤을 기억한다.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 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 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 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253p)

 

과학 논문에서는 항상 저자를 우리we’라고 칭한다. (...)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학위를 받고도 한참이 지난 후였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미항공우주국의 연구원이나 미국의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인류인 것이다. 그토록 공들여 얻은 우주 탐사 자료를 전 인류와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은 그래서 당연하다. (265~266p)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대체 어떤 책을 쓴다는 거야?’ 원고를 쓰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그 질문을 오래도록 품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책장에 꽂힌 김중혁 작가의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뭐라고 되겠지.’

뭐라도 되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고, 그리고 뭐라도 하면, 뭐라도 된다고, 삶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안갯속 미지의 목적지를 향해 글을 썼다. 그래서 어떤책이 되긴 되었다. (270p)

 

이 한 권의 책에는 작은 구두점이지만, 어느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에게는 또하나의 우주가 시작되는 거대한 도약점이다. (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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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8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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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이렇게 글을 잘 쓰면 반칙이죠 ㅠㅠ 아름답고 섬세한 과학자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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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 | 20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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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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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냠 |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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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만나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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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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