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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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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86g | 125*190*14mm
ISBN13 9791190292092
ISBN10 119029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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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은 데버라 리비의 자전적 에세이 3부작의 둘째 권. 50대에 들어선 지은이가 이혼한 시점을 배경으로 사회가 여성,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를 두고 멋대로 품은 망상과 이들에게 가해 온 억압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문학과 영화, 조각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앞선 세대 여성 작가들과 교감하는 한편 젊은 여성 세대에 희망과 연대를 표한다.

이 자전적 이야기의 메시지는 “아직 쓰이지 않은 주연급 여성 캐릭터”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림 비용』은 그런 캐릭터를 작품에서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고민을 공유하는 에세이며, 나아가 지은이 자신이 현실에서 그런 여성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전작에 이어 번역가 이예원이 간결하면서도 암시적인 지은이의 산문을 생명력 넘치는 우리말로 재탄생시켰고, 책 말미에는 소설가 백수린의 ‘후기’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과 강영숙, 강화길, 최은미의 ‘추천의 글’을 수록해 한국어판에 생생한 숨결을 더했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빅 실버
2 폭풍
3 그물
4 노란빛 나날
5 중력
6 전기 신체
7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
8 공화국
9 방랑하는 밤
10 내가 지금 있는 곳 X
11 집 안을 오가는 발소리
12 모든 것의 시작
13 우윳빛 은하
14 반가운 기별들

후기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백수린
추천의 글 174

저자 소개 (3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 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낸다는 건 그 뒤에 고마움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있던 기진한 여자를 찾는다는 의미다.
--- p.21

더는 사회와 혼인 관계로 얽히지 않은 몸이 된 나는 이제 다른 무엇 또는 누군가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 있었다. 그런데 그게 무엇 또는 누구인 걸까? 용해되는 동시에 재조립되고 있는 것만 같은 이 기묘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단어는 마음을 열어젖혀야 한다. 마음을 닫게 만드는 단어는 누군가의 존재를 무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 p.33

그래, 내가 아는 여자 중에 여성성이라는 유령을 복원시키고자 하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게다가, 유령이 뭔데? 여성성이라는 유령은 허상이자 망상이자 사회적 환상이다. 연기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인물이며, 그 역할(희생, 감내, 고통의 와중에도 발랄함을 잃지 않기)을 연기하다 끝내 이성을 잃고 만 여자도 수두룩했다. 그런 이야기라면 결단코 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
--- p.78~79

가부장제의 가면이 기형적이고 도착적이라는 걸 남자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에게 가면은 상처로부터 자기를 보호해 주는 유용한 수단이다. 가면에 장식이 많이 붙을수록 그는 여자와 아이와 다른 남자를 위압하면서도 이성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면은 다른 남자들의 눈에 낙오자로 비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남자가 성공적인 사람으로 간주되는 이유가 여자들을 (가정에서, 일터에서, 침실에서) 진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면, 사회는 이런 측면에서 실패하는 것을 위업으로 여겨야 마땅하다.
--- p.100

아버지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 우리는 그게 아버지가 응당 해야 할 몫이라며 용인한다. 어머니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를 버렸다고 느낀다. 이리도 모순되고 사회의 가장 강력한 독기를 머금은 잉크로 쓴 메시지를 어머니가 용케 견뎌 내는 게 가히 기적이다. 그러니 이성을 잃지 않을 수가 있나.
--- p.106

여자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자기 이름을 지워 버린 사회의 서사와 결별할 때, 그가 맹렬한 자기 혐오에, 미칠 것만 같은 고통에, 눈물이 멎지 않는 회한에 빠지리라는 게 사회 통념이다. 이런 것이 여자를 위해 마련된, 그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손에 쥘 수 있는 가부장제의 왕관에 박힌 보석들이다. 눈물지을 순간이 넘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 편이 낫다.
--- p.160~16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젠더와 나이가 가하는 제약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소설가 데버라 리비, 작품 속 등장 인물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도 자유로운 여성이 되기로 결심하다

가부장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불안하면서도 흥분되는 새로운 삶에 대한 묘사,
앞선 세대와 후속 세대 여성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손길까지,
자유로워지고자 고군분투하는 여자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은 데버라 리비의 ‘생활 3부작’ 둘째 권
◆ 『가디언』 선정 ‘21세기의 책 100권’
◆ 2020년 프랑스 페미나상 해외 문학 부문 수상
◆ 소설가 백수린의 ‘후기’, 강영숙, 강화길, 최은미의 ‘추천의 글’ 수록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 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낸다는 건 그 뒤에 고마움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있던 기진한 여자를 찾는다는 의미다.”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영국 소설가 데버라 리비는 자전적 에세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발표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라는 부제가 붙기도 한 이 책에서 리비는 밝히지 않은 상처를 안은 채로 여성 작가의 자아라는 문제를 성찰했다. 활발히 소설 집필을 이어 가던 와중 그는 이 자전적 에세이를 ‘생활 자서전’(living autobiography) 3부작으로 확장했고 2018년에 둘째 권인 『살림 비용』을 출간했다. 『살림 비용』은 출간 후 “회고록이자 페미니즘 선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가디언』이 뽑은 ‘21세기의 책 100권’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고, 2020년에는 『알고 싶지 않은 것들』과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심사 위원이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는 페미나상의 해외 문학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작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어 이번에도 이예원 번역가의 작업으로 플레이타임에서 『살림 비용』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50대에 들어선 지은이가 이혼한 직후 시점에서 시작되는 『살림 비용』은 사회적 보호를 빌미로 사회가 여성,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를 두고 멋대로 품은 망상과 이들에게 가해 온 억압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지은이는 문학과 영화, 조각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앞선 세대 여성 작가들과 교감하는 한편 젊은 여성 세대에 희망과 연대를 표한다. 또 “타고난 초현실주의자”라는 평가답게 현재와 과거를 공존시키는 형식 실험을 통해 향수에 붙들리지 않고서 독자들을 새로운 삶으로 데려가고 있기도 하다.
이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아직 쓰이지 않은 주연급 여성 캐릭터”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림 비용』은 그런 캐릭터를 작품에서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고민을 공유하는 에세이며, 나아가 지은이 자신이 현실에서 그런 여성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살림 비용』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어 번역가 이예원이 한국어로 빚었다. 번역이 출발어를 도착어로 ‘옮겨 쓰는’ 행위임을 독창적인 문체로 증명해 온 옮긴이 덕분에 간결하면서도 암시적인 지은이의 산문이 생명력 넘치는 우리말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또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책 말미에 소설가 네 명의 ‘후기’와 ‘추천의 글’을 수록했다.
2020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백수린은 ‘후기’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에서 옥상 수도 동파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가부장제 바깥에서 살림을 꾸려 가는 여성 작가의 분투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색채로 변주하고 있다. 지은이 못지않게 새로운 여성 등장 인물을 모색하고 실험해 온 소설가 강영숙은 『살림 비용』이라는 텍스트의 요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추천사를 기고했고, 한겨레문학상과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강화길은 지은이의 문장을 통해 에밀리 디킨슨, 버지니아 울프 같은 선배 여성 작가들을 다시 만나며 다진 각오를,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최은미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공동의 장에서 맞닿”는 언어의 기쁨을 담은 추천사를 보내 왔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활발히 창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 작가들의 문장은 『살림 비용』 한국어판에 더욱 생생한 숨결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다른 재능을 가진 새로운 주인공들을 찾을 때였다.”
50대에 들어선 여성 작가 데버라 리비,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고자 과거에 작별을 고하다


2013년에 출간한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서 40대의 데버라 리비는 “인생살이가 어지간히 고되고 내 신세와 전쟁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통 보이지 않아 막막해” 하다 에스파냐의 마요르카로, 이를 경유해 어린 시절을 보낸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5년 후 발표한 후속작인 『살림 비용』에서 50대에 들어선 그는 20여 년간 함께한 남편과 막 이혼한 상태다. 하지만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세한 경위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가부장제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었던 지난날 입은 손실을 헤아리며, 현실에서나 픽션에서나 새로운 여성성을 빚고 지어야 할 필요를 성찰한다.
이혼을 겪고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한 다음 새로운 살림을 시작하는 여정을 기록한 이 책에서 지은이가 경험한 일화들과 회고하는 과거들은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지위, 여성성의 문화적 정의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그는 종종 일상의 경험에서 관찰과 생각을 이어 나가다 젠더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빛나는 문장으로 매듭짓는다.
세심한 관찰자인 지은이의 시야에 들어온 남자 상당수가 가부장제의 충실한 수호자다. 젊은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말이 너무 많다며 무시하는 중년 남자, 와이프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와이프’라고만 지칭하는 기혼 남자, 부인을 절대 쳐다보지 않는 남편, 처음 만난 여자에게 시중을 요구하는 남자, 자신만이 세상의 주연이며 화젯거리여야 한다고 굳게 믿는 무수한 남자. 때로는 여자들마저도 가부장제에 중독돼 다른 여자를, 그리하여 자기 자신을 맹렬히 혐오하기에 이른다.
여자들은 가정에서 “손수 짓고 꾸린 가정집에서 정작 스스로는 겉도는 느낌과 대면”하며, 일터에서는 “21세기 이곳에서도 여자들의 신체는 하이힐과 짧은 치마 차림으로 일터에 오는 것이 곧 임파워먼트라고 우기는 여러 남자 상사에게 상상적으로 소유되고” 있다. 그렇기에 한 명의 작가이자 생활인, 엄마이자 딸인 지은이는 “다른 재능을 가진 새로운 주인공들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고 느낀다.

“그래, 내가 아는 여자 중에 여성성이라는 유령을 복원시키고자 하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게다가, 유령이 뭔데? 여성성이라는 유령은 허상이자 망상이자 사회적 환상이다. 연기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인물이며, 그 역할(희생, 감내, 고통의 와중에도 발랄함을 잃지 않기)을 연기하다 끝내 이성을 잃고 만 여자도 수두룩했다. 그런 이야기라면 결단코 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 (78~79쪽)

한 대담에서 지은이는 『살림 비용』이 자신의 가장 정치적인 책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책이 젠더 정치라는 첨예한 쟁점을 소재로 삼고 있고, 나아가 지은이 자신이 생활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가부장제가 지어낸 이야기에서 발을 뺀 주연급 여성 등장 인물을 빚고자 단호히 결심했음을 생생하게 드러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가부장제는 우리(특히 여성)를 상징적으로 보호해 줄지도 모르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사회의 정상성 서사에 종속된다. 그리고 『살림 비용』은 무엇보다도 여성성이라는 사회적 가면을 벗고자 결심한 여성들의 용기를 북돋는 책이다.

혼란스럽고도 기진맥진해 있으면서도
유머와 활력으로 가득한 새로운 시작


이혼 후 그는 정신없이 바쁘다. 두 딸과 함께 다른 집으로 이사하면서 과거의 삶 및 기억과 작별을 고해야 하고 살림(생계와 가사 모두)을 도맡아야 하며 그러는 와중에도 글쓰기를 이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인용하는 키르케고르의 말마따나 “인생은 뒤로만 납득될 수 있다. 하지만 살기는 앞으로 살아야 한다”.
이 새로운 삶은 온통 불안정하다. 하나의 삶에서 다른 삶으로 옮겨 가다 보니 리듬과 규모가 완전히 달라진다. 자신의 생활비를 벌어야 할 뿐 아니라 두 딸을 양육해야 하기에 집 안과 밖을 오가며 끊임없이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딸들과 이사 온 언덕 위 아파트는 낡은 것도 모자라 난방과 배관마저 말썽이다.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좁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바람에 글 쓸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서점을 운영하는 친구 실리아의 호의로 헛간을 빌려 그곳을 집필실 삼는다. 그가 절절한 깨달음으로 고백하듯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쟁취하고자 분투한 사람치고 그에 수반하는 비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살림 비용』은 이처럼 새로운 시작에 관한 책이다. 그 과정은 고되기 그지없고 낙담의 연속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겹더라도 새로운 삶은 언제나 묘한 흥분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은이의 글에는 뜻밖에도 유머와 활력이 가득하다. 그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침실 사벽을 노란색으로 칠하지만 이성을 잃을 지경이 돼 다시 하얗게 되돌린다. 이른 아침에 나이트 가운 차림으로 세면기 배관을 혼자 수리하다 샤먼이 된 기분을 느끼고는 그에 대한 고찰에 빠져든다. 전기 자전거를 구입해 로드 레이지에 휩싸인 채로 도로를 질주한다. 비가 퍼붓는 날 저녁에 닭을 사고 자전거로 언덕 위를 오르다가 하필 가방이 열려 내용물이 죄다 바닥에 쏟아지고 닭은 로드킬까지 당한다. 그럼에도 그 닭을 요리해 딸과 친구, 딸 친구들과 왁자지껄한 저녁 시간을 보낸다.
이 일화들은 독특하기보다는 살림을 책임지게 된 여성이라면 종종 겪는 공통적인 경험이다. 소설가 백수린이 ‘후기’에서 말하듯 지은이의 경험을 읽고 있으면 그를 “조용히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런 고군분투가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글을 쓸 자유, 가부장제 바깥에서 다른 형태의 공동체를 꿈꿀 자유, 누구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존재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내가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사실에 공감하면서.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매개로 지은이는 독자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가부장제의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자고 초대하고 있다.

앞선 세대와 대화하고 젊은 세대에 연대를 표하다
스스로를 주연으로 여기고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들을 위한 책


중년에 이른 지은이의 경험과 관계는 앞선 세대와 후속 세대를 잇는 연결 고리가 된다. 세대별로 여성의 삶과 생각에 차이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만 이를 인식하는 것만큼이나 우리는 세대 간의 연대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들 모두를 각자 삶의 주연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살림 비용』에는 주어진 역할을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삶에서 또 책으로 지은이와 관계 맺은 이 여성들이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어머니가 있다. 이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의 사망까지 겪은 지은이는 이를 계기로 어머니란 존재를,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반성적으로 회고한다. 거의 모든 인간에게 어머니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며,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어머니를 무시하고 조롱한다. 우리는 우리가 어머니를 미워하더라도 어머니는 우리를 이해해 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어머니가 자기 자신의 모습에 가까워질 때면 우리를 버렸다고 여긴다. 자신도 어머니가 된 지은이는 사회가 어머니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그토록 모순적임을 이제는 이해하며, 특히 자신의 어머니가 “삶에 있어 나보다 용감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머니를 회상하는 대목들은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고도 가슴 아픈 부분으로, 책 말미에 지은이는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말을 걸어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자신은 어머니보다 더 가차 없이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지은이에게 영감을 주는 여성 작가들(그뿐 아니라 새와 식물 같은 비인간 존재들)이 있다. 그는 “여성 억압의 역사가 얼마나 만연하고 강도 높으며 불가사의한지” 폭로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사유와 삶을 성찰하며, 어머니라는 존재가 “우리가 만난 사람 중에서 언제나 가장 희한하고 제정신이 아닌 사람”일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에게 끊임없이 돌아간다. 「누런 벽지」를 쓴 샬럿 퍼킨스 길먼은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 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낸다는” 이 책의 전체 모티프를 선취한 소설가다. 또 지은이는 조각가 바버라 헵워스와 루이즈 부르주아의 사진을 냉장고 문에 붙여 두고 “손수 발명한 형상을 조각의 형태로 침착하게 다듬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보여 준 특유의 주의력”을 닮길 열망한다.
다른 한편 그는 젊은 여성들이야말로 “내 이야기에 딱 맞는 독자”라고 상상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은 모두 새로이 시작하기로 용기 낸 이들이다. 이 책의 주제 의식을 요약하는 첫 장면에서 지은이는 콜롬비아의 한 레스토랑 옆자리에서 스무 살 전후의 여자가 “자유를 누릴 ‘자기’부터 확보하려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눈치챈다. 지은이에게 자신의 글을 읽어 봐 달라고 요청한 재능 넘치는 제자는 다른 용감한 여자들처럼 “자기 가정집의 벽지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드러난 헐벗은 벽돌 사이로 손을 집어넣은” 참이다. 인터뷰를 위해 탑승한 프랑스행 유로스타의 옆 좌석에는 청소년기의 지은이처럼 “머리 스타일로 많은 걸 표현하고” 있는 젊은 여자가 탄다. 무엇보다도 “삶에 미치고 삶에 열광하는” 10대 딸과 그 친구들이 있다. 지은이는 이들이 “세계를 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렇게 지은이는 앞선 세대와 대화하고 후속 세대를 독자로 상상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에서 여성들은 세대별로 분리된 존재보다는 자기 삶에서조차 각자를 조연으로 머물도록 만든 사회를 거슬러 스스로를 주연으로 이해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존재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추천사’를 쓴 강영숙을 말처럼 “『살림 비용』은 젊은 여성들을 위한 글, 새롭게 시작하는 여성들을 위한 글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리비식으로 말하자면, 내게도 자유가 있다. 다 낡은 집의 수도가 터진 게 아닐까 걱정할 자유가 있고 임박한 마감 날짜를 지키지 못하더라도 골목에 나가 얼음을 망치로 깨부술 자유가 있다.……그것들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글을 쓸 자유, 가부장제 바깥에서 다른 형태의 공동체를 꿈꿀 자유, 누구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존재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내가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 백수린

이 작품의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사랑, 그리고 죽음을 관통해 지나온 삶과는 다른, 여성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삶을 만들기를 꿈꾸고 설계한다. 그러므로 『살림 비용』은 젊은 여성들을 위한 글, 새롭게 시작하는 여성들을 위한 글이다.
- 강영숙

그것은 자유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그 사랑으로 탄생한 나는 나이면서도, 내가 아니다. 나 역시 그의 글을 읽는 내내 지독한 비용을 치렀음을 고백하고 싶다. 앞으로도 얼마든지 치르겠다는 각오와 함께.
- 강화길

이 에세이들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데버라 리비가 만들 새로운 등장 인물을 마음껏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픽션을 쓰는 여성이 지불하는 존재의 비용을 생각하면서. 속삭여 말하더라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최은미

우리는 50대 중반에 들어섰으며 이혼의 여파를 겪고 있는 리비와 다시 마주친다. 난파라는 재난을 빠져나온, 소진된 동시에 들뜬 생존자. 그러니 이는 젠더와 나이에 관한 이야기, 어떻게 이 둘이 가능성들을 위축시키고 제약하는지, 어떻게 다른 종류의 설명을 구축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 올리비아 랭 (『뉴 스테이츠먼』)

리비는 내가 결혼하거나 이혼하기를 바라도록 만들지 않았고, 진주 목걸이를 사거나 내 로드 자전거를 전기 자전거로 바꾸기를 바라도록 만들지 않았다. 데버라 리비는 내가 나 자신이기를 바라도록 만들었고 이 때문에 나는 그에게 대단히 감사한다.
- 에마 커밍스 (『더 콰이터스』)

『살림 비용』에서 리비는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서 허물어지고 있는 듯 보였던 결혼 생활을 떠나 우리를 사후의 삶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데려간다.
- 조애나 빅스 (『하퍼스』)

이 작품은 회고록보다는 리비가 가족 이후 세계의 “새로운 생활 방식”이라 부른 것에 대한 웅변적인 선언문에 가깝다.
- 캐스린 휴스 (『가디언』)

회원리뷰 (6건) 리뷰 총점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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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살림 비용] 여자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어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키* | 2022.06.2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모 뮤지션이 팬으로부터 "왜 매문을 하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매문이라. 그의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그가 글쓰기보다 음악에 집중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으리라고 짐작하지만,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나로서는 그 말이 좋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매문이 어때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게 뭐가 나빠;
리뷰제목

 

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모 뮤지션이 팬으로부터 "왜 매문을 하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매문이라. 그의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그가 글쓰기보다 음악에 집중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으리라고 짐작하지만,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나로서는 그 말이 좋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매문이 어때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게 뭐가 나빠, 라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영국의 작가 데버라 리비의 산문집 <살림 비용>은 제목부터 저자가 먹고 살기 위해 이 글을 썼음을 드러낸다. 계기는 이혼이다. 이혼 전에도 저자는 작가였지만, 결혼을 했고 생계를 책임지는 남편이 있기 때문에 글쓰기로 먹고 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년 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두 딸과 함께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한 후, 저자는 생계를 위해 전보다 긴 시간을 글쓰기 노동에 할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쓰는 글이 곧 가족의 '살림 비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조용히 집필에만 몰두할 공간이 없어서 남의 집 헛간을 빌려야 할 정도의 형편이었지만, 결혼했을 때에 비하면 훨씬 여유롭고 자유로워서 좋았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 정확히는 '가부장제'를 지키기 위해 - 원하지 않는 역할을 "연기"하고 "손수 짓고 꾸린 가정집에서 정작 스스로는 겉도는 느낌과 대면"했던 시절에 비하면, 가난하고 초라해도 누구누구의 아내나 엄마로 불리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고,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이 훨씬 낫다고 느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어머니의 병환과 죽음이라는 대사건을 겪는다. 평생 좋은 아내였고 엄마였던 어머니. 하지만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여자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스스로 살고 싶었던 삶을 마음껏 살다 갔을까. 함께 실린 백수린 작가의 에세이도 좋다. 여자 혼자 산다는 이유로 멸시하는 이웃 남자와, 그와 대비되는 따뜻하고 친절한 이웃 여자들. 착한 남자들은 너무 적고 착한 여자들은 너무 많은 이 불균형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 비용은 대체 누가 치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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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데버라 리비 : 살림 비용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왜*******래 | 2021.09.22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 그래서 세 번째 책은 대체 언제 나오는 건가요.. 빨리 내주세요 플레이타임... * 1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읽고 바로 이어서 읽었다 술술 매끄럽게 잘 읽힌다 * 가부장제의 가면이 기형적이고 도착적이라는 걸 남자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에게 가면은 상처로부터 자기를 보호해 주는 유용한 수단이다. 가면에 장식이 많이 붙을수록 그는 여자와 아이와 다른 남자를 위압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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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세 번째 책은 대체 언제 나오는 건가요..
빨리 내주세요 플레이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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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읽고 바로 이어서 읽었다
술술 매끄럽게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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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가면이 기형적이고 도착적이라는 걸 남자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에게 가면은 상처로부터 자기를 보호해 주는 유용한 수단이다. 가면에 장식이 많이 붙을수록 그는 여자와 아이와 다른 남자를 위압하면서도 이성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면은 다른 남자들의 눈에 낙오자로 비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남자가 성공적인 사람으로 간주되는 이유가 여자들을 (가정에서, 일터에서, 침실에서) 진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면, 사회는 이런 측면에서 실패하는 것을 위업으로 여겨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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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살림비용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책****쌤 | 2021.09.0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살림비용>의 전반적인 내용은 여성의 삶에 대한 것이다. 이혼한 뒤 두 딸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작가 데버라 리비의 에세이로 여성의 진정한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책이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이름으로 존재하기 위한 "자유"말이다. 글을 쓸 곳이 없어 친구네 집 헛간을 빌려 글을 쓰고,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오다 열린 가방 때문에 마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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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비용>의 전반적인 내용은 여성의 삶에 대한 것이다.

이혼한 뒤 두 딸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작가 데버라 리비의 에세이로 여성의 진정한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책이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이름으로 존재하기 위한 "자유"말이다.

글을 쓸 곳이 없어 친구네 집 헛간을 빌려 글을 쓰고,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오다 열린 가방 때문에 마트에서 사온 닭고기를 로드킬 시킨 작가의 홀로서기 일상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응원을 보내게 된다.

나 역시 아내, 엄마, 딸, 며느리 등등 여러가지 역할로서 존재하지만 타인의 기대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나로 존재할 자유를 늘 갈망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최근 여성의 삶과 관련한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결혼 하기 전에 좀 더 일찍 이런 책을 읽게 되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으로 많은 젊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작가 데버라 리비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육아를 겪었기 때문에 더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마 예전에 읽었더라면 크게 공감하지 못했을 수도...

 

책속에서)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낸다는 건 그 뒤에 고마움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있던 기진한 여자를 찾는다는 의미다. 모두가 즐거이 누리는 가정, 순조롭게 기능하는 가정을 짓는 일은 수완과 시간과 헌신과 공감 능력을 요한다. 다른 이들의 안녕을 건설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넉넉한 인심에서 비롯되는 행위다.

-> 순조롭게 기능하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뒤에서 헌신하는 이가 있다. 가사노동이나 육아노동은 절대 폄하되어선 안된다.

 


우리 어머니들은 이러한 생활 가운데 우리와 살아가고,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모든걸 어머니 탓으로 돌린다.

어머니가 우리에게 헌신하고 우리를 시중하는 자아가 아닌, 우리 너머에 있는 당신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자아에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우리의 보호자이자 양육자여야 하는 어머니의 신화적이고 원초적인 사명을 어긴 것으로 간주한다.

어머니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를 버렸다고 느낀다.

->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무언가 일이 잘못된 걸 가지고 어머니 탓을 한 적이 있다. 아마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탓하기 쉬웠을 것이다. 우리에게 '어머니'라는 단어는 누군가를 사랑으로 보살피고 헌신하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어머니는 우리를 품어주는 신적 존재가 아니다. 그저 하나의 독립된 자아이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은 삶의 비용으로 만든 글이며 디지털 잉크로 만들어졌다.

-> 오늘도 나는 해야할 일들을 해낸다. 내 삶의 비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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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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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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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 2022.05.24
구매 평점5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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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z*****b | 2021.10.30
구매 평점5점
3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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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래 | 202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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