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어쨌거나 밤은 무척 짧을 것이다

어쨌거나 밤은 무척 짧을 것이다

: 세기의 아이들을 위한 반영화입문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726
베스트
인문/교양 top100 1주
정가
17,000
판매가
15,3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72g | 142*225*20mm
ISBN13 9791170370369
ISBN10 1170370365

이 상품의 태그

[예스리커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스리커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5,300 (10%)

'[예스리커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세페이지 이동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11,700 (10%)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상세페이지 이동

여름이 온다

여름이 온다

24,300 (10%)

'여름이 온다' 상세페이지 이동

한 컷 한국사

한 컷 한국사

18,000 (10%)

'한 컷 한국사' 상세페이지 이동

눈아이

눈아이

13,500 (10%)

'눈아이' 상세페이지 이동

방금 떠나온 세계

방금 떠나온 세계

13,500 (10%)

'방금 떠나온 세계' 상세페이지 이동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

12,600 (10%)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 ' 상세페이지 이동

한국의 능력주의

한국의 능력주의

16,200 (10%)

'한국의 능력주의' 상세페이지 이동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14,400 (10%)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상세페이지 이동

나는 안내견이야

나는 안내견이야

13,500 (10%)

'나는 안내견이야' 상세페이지 이동

두더지의 여름

두더지의 여름

12,600 (10%)

'두더지의 여름' 상세페이지 이동

과학드림의 이상하게 빠져드는 과학책

과학드림의 이상하게 빠져드는 과학책

16,650 (10%)

'과학드림의 이상하게 빠져드는 과학책' 상세페이지 이동

퀀텀의 세계

퀀텀의 세계

17,820 (10%)

'퀀텀의 세계' 상세페이지 이동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15,120 (10%)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 상세페이지 이동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10,800 (10%)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상세페이지 이동

인지심리학은 처음이지?

인지심리학은 처음이지?

13,500 (10%)

'인지심리학은 처음이지?' 상세페이지 이동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13,500 (10%)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상세페이지 이동

기러기

기러기

15,120 (10%)

'기러기' 상세페이지 이동

음악의 언어

음악의 언어

12,600 (10%)

'음악의 언어' 상세페이지 이동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12,600 (10%)

'의학을 이끈 결정적 질문' 상세페이지 이동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생각은 이렇게 하면서도 이 책에는 서문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이유는 어디까지나 제목에 ‘입문’이라는 단어를 썼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띄어쓰기 없이 쓴 ‘반영화입문’이 ‘반영화에 대한 입문’이라는 뜻인지 ‘영화에 대한 반입문’이라는 뜻인지 그도 아니면 ‘영화입문에 반하여’라는 뜻인지 굳이 밝힐 생각은 없다. 더불어, ‘반(反)’이라는 한자어를 ‘anti-’의 뜻으로 쓴 것인지 ‘counter-’의 뜻으로 쓴 것인지도 밝히고 싶지 않다. 사실 이 책은 의미의 그러한 불확정성 가운데서 진동하고 있다.
--- p.7

어떤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이든 독자의 지성에 대한 절대적 믿음-당연한 말이지만, 이는 미래에 대한 믿음과 일맥상통한다-으로부터 출발하는 입문서라면 핵심적 물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방법적 모색의 과정들 자체를 독자가 오롯이 체험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야 한다.
--- p.8

영화는 희망의 전언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영화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편이 낫다. 다만, 영화가 그것의 존재를 통해 희망과 관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의 소멸을 통해 그리하는 것인지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말이다. 희망의 전언과 관련된 영화란 희망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와는 무관하다고 해도 좋다. 왜냐하면 여기서 말하고 있는 영화란 특정한 내용과 형식을 지닌 개별적인 영화 작품이나 그러한 작품들의 단순한 모임만을 가리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것들 모두를 가능케 하는 어떤 (심지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념과 관련된 대상, 즉 시네마 또한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7

오늘날 정색하고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일상적인 수준에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 ‘한국영화’와 ‘미국영화’, ‘남성적 영화’와 ‘여성적 영화’ 같은 다분히 미심쩍은 구분을 활용하는, 질적 혹은 종적 가치나 특성에 대한 물음으로 대체되어버린 것 같다. 이론적인 영역에서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보다는 ‘영화란 무엇이었는가?’라는 고고학적 질문이 오히려 더 관심을 끄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영화를 매체 일반의 역사 속에서 파악하곤 하는 논의들에서 이런 경향은 한결 두드러진다. 현대의 고전이라 할 만한 반열에 오른 책 가운데서는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축음기, 영화, 타자기』라든지 레프 마노비치의 『뉴미디어의 언어』 등이 얼른 떠오른다. 여기서는 다른 매체들과의 관련 속에서 영화의 대안적 고고학이나 계보학을 서술하는 일이 보다 매력적인 일로 비치기도 하는 것이다.
--- p.19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영화란 무엇보다 인간의 표정을 담는 것이라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영화감독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발언 자체는 분명 존중할 만한 것이지만 우리의 비평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것은 되지 못한다. 그의 발언은 영화감독으로서 그가 자신에게 다짐한 것(‘나는 무엇보다 인간의 표정을 담는 연출자가 되겠다’)으로 창작을 위한 개인적 지침은 될 수 있을지언정 영화에 대한 보편적 인식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감독이란 이런 개인적 다짐을 존재론적 명제의 형식으로 말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사람이다. (...) 영화를 보는 관객 또한 얼마간 이런 특권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비평가에게는 결코 이러한 특권이 없음은 물론이고 비평가는 이러한 특권을 열망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꼭 비평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영화에 대해 비평적인 입장에서 발언하고자 하는 이라면 그 누구도 이러한 특권을 누릴 자격이 없다. 비평이 규범적인 견해를 존재론적인 입장으로 위장해 말할 때 그것은 종교적 근본주의와 다를 바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 p.21

당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에이젠슈테인의 글은 지금 읽어보면 꽤 예언적으로까지 비친다. 특히 “렌즈라고 하는 ‘눈’을 관객의 눈과 (직접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온전히 융합함으로써 관객을 영화의 ‘주인공’이자 서술자로 변형시키고자 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 왔다”는 언급은 오늘날의 숱한 상호작용적 VR 장치들을 미리 염두에 둔 주장으로 읽힐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입체영화나 텔레비전 같은 당대의 ‘뉴미디어’를 통해 오늘날의 인터넷과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같은 장치들을 미리 내다보았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그의 발언이 예언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 p.26

무척이나 낡은 영화 교과서에서라면 몽타주의 중요성을 역설한 에이젠슈테인은 미장센의 우위를 내세운 영화평론가 앙드레 바쟁과 이론적으로 대립하는 인물로 그려질 것이다. 이런 인위적인 대립 구도는 이들의 논의에 대한 무척이나 피상적인 이해에 근거해서 설정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영화에 대해 각각이 품고 있는 상이나 가설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에이젠슈테인과 바쟁은 몽타주나 미장센에 대한 강조 때문이 아니라 영화를 유령으로 보는지 아니면 역량으로 보는지의 여부 때문에 대립하는 인물들이다. 영화의 존재론과 관련해서, 에이젠슈테인이 유물론적 유령주의라 부를 만한 입장을 대변한다면 바쟁은 관념론적 역량주의라 부를 만한 입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이 두 입장은 전적으로 대립한다기보다는 궁극적으로 통합된다. 달리 말하자면, 유령과 역량은 변증법적 관계에 있다.
--- p.51

반면, 오늘날 상당수의 시네필들은 역량주의적 논법에 기대면서도 정작 자신이 가설로 삼고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예 고려하지 않거나 심지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영화는 이론이 아니라 체험’이라는 주장은 종종 이런 무책임을 위장하는 방편으로 쓰이곤 한다. 나는 이를 역량 없는 역량주의의 시네필리아라고 부르고 싶다. 이처럼 기만적인 시네필리아는 지질학자보다는 풍수지리를 보는 지관(地官)의 태도 비슷한 것을 낳는다. 지관이 보는 산천의 형세는 얼핏 생각하기엔 지질학자가 보는 풍경과 유사해 보인다. 그런데 지질학자는 이 풍경이 바로 그러한 상태로 있게끔 하는, 혹은 어떠어떠한 상태로 변화되게끔 하는 불가시적 운동에 대한 가설을 반드시 요청하는 반면에 지관에게는 그러한 가설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그는 산천의 형세가 어떤 심상과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이것이 어떤 운과 관련된다는 식의 정성적 통계를 ‘체험’으로 습득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 p.65

오늘날 학술적 매체연구의 조건이라 할 유령주의는 변증법적이지 않다. 일종의 메타적 매체로서의 범용 기계가 여타의 매체들을 통합하는 일방적 과정만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범용 기계의 범용성(universality)은 모든 사물을 상품화하는 동시대 자본주의의 보편성(universality)에 상응한다. 물론 그것은 추상적 일반화에 입각한 거짓 보편성일 뿐이다. 본디 역량주의에 근거를 둔 시네필리아가 오늘날 종교화된 유령주의가 되었다면, 유령주의에 근거를 둔 매체연구는 오늘날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프로그램의 역량주의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추상은 유령이 아닌 만큼이나 역량 또한 아니다. 알고리즘은 산출/출력(output) 할 뿐 생산/제작(production) 하지 않기 때문이다.
--- p.70

이미지를 보는 것이 곧 시네마를 보는 것을 뜻하지는 않으며 그 역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이미지의 중요성을 폄하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시네마라는 모호한 대상과 단단히 엉기게 된 역사적·심리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탐구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터다. 끊임없이 변모하는 시네마의 자화상은 무엇보다 거기서 이미지가 차지하는 지위의 변화를 통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곤 했던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시네마가 역량과 유령 사이에서 진동할 때, 이미지는 그 떨림을 가장 예민하게 감지해내는 진동판이었다.
--- p.84

평론가로 활동하던 무렵부터 이미 고다르는 영화와 고전적인 방식으로 연결된 욕망의 관객성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느꼈을 뿐 아니라 그 소멸의 징후가 영화적 인물들과 그들의 얼굴마저도 변형시키고 있음을 감지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고다르는 결코 퇴행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에게서 배워야 하는 점은 바로 이것이다. 그는 단순히 고전적 관객성을 회복하려 들기보다는 영화적 몽타주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종류의 얼굴을 찾아 나선다. 쿨레쇼프적으로 편집에만 의거해 의미와 가치를 산출해내는 무표정한 얼굴도 아니고, 그 자체만으로 내면의 긴장을 표현해내는 메소드 연기의 얼굴도 아닌 그런 얼굴을 말이다.
--- p.134

끊임없이 계속해서 이미지를 비결정적이고 중립적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만 그것이 다른 이미지들과 교통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고다르가 몇몇 영화들에서 발췌한 동일한 클립들을 거듭해서 작업에 다시 끌어들이는 이유다. 그걸 그의 게으름이나 안이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이미지의 비결정화와 중립화는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 물론 망각을 통해서다. 제목만 듣고 쉬이 떠올리게 되는 것과는 달리 『영화의 역사(들)』은 망각의 힘과 유용성을 타진하는 작업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영화의 한 부분에서 고다르는 “영화는 도피의 산업일 뿐인데 왜냐하면 무엇보다 거기가 기억이 노예로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p.147

『영화의 역사(들)』과 같은 고다르의 작업은 때로 우리의 망각을, 그것도 아주 적극적이고 집요한 망각을 요청한다. 이 장의 앞부분에서 나는 고다르가 단지 영화감독이 아니라 이상적인 영화 관객의 모델이 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에 대한 고다르식의 답변은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스틱스 강을 건너 죽음으로까지 갔다가 돌아온 연인들만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망각을 통해 이미지들의 비결정성과 중립성을 되찾은 이들만이 이미지들을 새로운 관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 『영화의 역사(들)』에서 『자니 기타』의 대화 장면은 정확히 이러한 맥락에서, 그것도 오직 소리로만 인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는 그들이 얼굴을 마주한 상태에서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이미 알고 있다 해도 반드시 잊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이, 그리고 이미지들이 다시 교통할 수 있다.
--- p.150

비평은 선을 긋고 우열을 나누려 드는 불쾌한 작업이라고 여기는 세인들의 태도는 ‘대체로 사실에 근거한 편견’이라 해도 좋다. 사람들을 더더욱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그러한 작업이 임의적이고 상대적인 취향이 아니라 보편적인 판단에 입각해 있음을 수시로 표명하려 드는 비평의 오만이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보들레르는 「문학청년들에게 주는 충고」라는 글에서 자신의 이성적 판단을 신뢰하고 주먹이 단단한 사람이라면 혹평을 할 때 에두름이 없이 직설적이어야 한다고 역설하기까지 한다. (...) 그런데 21세기가 된 지금, 비평은 터무니없이 낡아빠진 근대의 유산일 뿐이며 비평가란 사라져가고 있는 족속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의 경우, 오늘날 비평가라 불리는 이들은 종종 사교의 언어로 말한다. 형편없는 영화의 특별 시사회가 끝난 후 감독에게 다가가 건네는 공허한 덕담(‘영화 잘 봤어요. 대박 기원할게요!’)과 다를 바 없는 언어로 말한다는 뜻이다. 수준이라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사교의 언어로 말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와일드나 보들레르와 같은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었을 비평가와는 아예 무관한 존재라고 해야 옳다.
--- p.154

영화는 예술인가? 예술이라면 어떤 예술인가? 앞에서 나는 시네마를 예술에 기대어, 예술과 더불어, 예술에 거슬러, 혹은 심지어 예술을 쪼개며 출현하는 것으로서 기술했다. 이는 영화란 여타 예술들의 존재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활동이면서 그 자체로 예술이라고는 할 수 없는 활동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 p.158

우리는 어떤 영화를 보고 나서 이따금 ‘정말이지 영화적이야!’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때 ‘영화적’이라는 표현에는 영화를 진정 영화답게 만드는 요소들과 조건들이 고루 충족되어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단순히 기술적인 의미-’이번 전시는 영화적인 설치 환경에서 진행된다’든지 ‘이 소설에는 영화적인 몽타주와 유사한 기법이 있다’고 말할 때처럼-에서가 아니라 이처럼 미적 가치 판단이 개입된 뜻으로 ‘영화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일은 엄밀히 말하자면 터무니없이 잘못된 용법이다. 적어도 오늘날의 비평이나 학술 담론의 장에서 통용되는 용법은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1장에서 자세히 살펴보았듯 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다른 영화보다 더 혹은 덜) ‘영화적’이게끔 하는 보편적 속성들의 집합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불가능성은 놀라운 암시를 함축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생각 또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을 바로 그 대상이게끔 하는 요소들과 조건들의 집합을 구성할 수 없는 경우, 그것도 오직 그 경우에만 우리는 그 대상이 진정 ‘영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 p.162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견지하는 이상 그 누구도 결코 에이젠슈테인적인 유령주의를 제대로 수용할 수 없다. 에이젠슈테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그 자체로 잘못 제기된 것이다. 이 물음으로부터 출발해 영화에 대해 사유하다 보면 실체화의 오류(fallacy of reification) 속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는 ‘영화’를 문장의 주어 자리에 둠으로써 그것이 모종의 속성을 지닌 실체이기라도 한 것처럼 간주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영화가 ‘무엇’일 수 있다는 생각은 그것이 주어의 자리에 있음으로써 생기는 존재론적 환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시네필리아, 즉 영화에 대한 사랑이란 것 또한 일견 멋스럽게 들리기는 해도 결국 유아적인 말놀이에 불과하다. (...) 영화와 관련해 에이젠슈테인처럼 묻고자 한다면 ‘영화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어떻게 영화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시네마는 명사적 실체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동사적 수행을 통해 발생하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문제는 어떠한 수행들이 가능한지를 파악하는 일이 된다.
--- p.17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5,3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