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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예뻐야 되냐고요

내가 왜 예뻐야 되냐고요

: 90년생 페미니즘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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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에세이 top100 2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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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60g | 140*206*16mm
ISBN13 9791191994025
ISBN10 119199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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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그토록 방해하고 뜯어말렸던 너의 진짜 모습을 곧 만나게 되는 거야. 스스로와 사랑에 빠질 거라고.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서 다리에 힘이 풀릴 지경이야.”

*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성장해 자기 계발의 길로 들어서면 이전에는 결코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이면이 보일 것이다. “네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야”라든지 “너는 너무 예민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그런가 싶어지면서 죄책감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했으면 좋겠다. 무엇에 대해서든 누군가 당신에게 ‘너무’ 하다고 말한다면, 지금 그는 성장하고 진화하는 능력과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당신의 능력에 위협을 느낀 것이다. 그들은 당신이 자신들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감정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성장을 멈춘 채로 말이다. 그들에게 당신은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러한 사실이 그들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핑계가 될 수는 없다.


* 사회는 각각의 여성에게 서로 다른 수준의 여성스러움을 요구한다. 여성 성전환자, 뚱뚱한 여성, 유색인종 여성 등 소외된 여성은 자신의 겨드랑이 털을 기를 수 없는 것은 물론, 자기 머리에서 나는 머리카락을 본래 모습대로 기르는 이른바 ‘미(美)의 기준을 거부할’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한다. 데이트 상대를 고르거나 직원을 고용할 때 혹은 친구를 사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매력’을 강요하는 인종차별적, 비만공포적인 미의 기준 때문에 본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는 여자들은 ‘바람직하지 않고’, ‘열등한’ 여성으로 치부된다. 젠더 규범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반항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능력도 이미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주어진다. 그렇게 해도 왕따당하지 않을 정도로 이미 특권을 충분히 가진 사람들만 저항할 수 있다.


* 우리를 단단히 옥죄는 이 엄격한 미의 기준으로 말미암아, 잊고 있던 불안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여성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우리는 그녀를 끌어내리면서까지 불안한 평온을 유지하려고 한다. 너무나 필연적인 일이다. ‘더 예뻐지게 해줍니다’라는 약속 뒤에 숨어 우리를 조종하는 자본주의의 힘에 주의를 빼앗긴 탓이다. 사실, 더 예뻐진다는 건 남성이 더 선호할 만한 상태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건 곧 여성들끼리 독이 되는 경쟁을 하도록 부추긴다. 유해한 미적 기준과 불안으로 생긴 공백을 채우기 위한 경쟁이다. 이런 불안정함을 만들어낸 자본주의에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오히려 자본주의는 이 불안정함으로 이익을 얻는다.

‘당신을 평가하는’ 사람은 당신뿐이다. 그녀는 그저 거울을 든 채 당신의 불안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어쩔 수 없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슴을 풀어헤친 채 클럽에서 미친 듯 춤을 추며 자신의 인생을 최대한 즐기는 그녀를 욕할 시간에 얼른 뛰어들어 함께 몸을 흔들어라. 그녀는 당신의 경쟁자가 아니다. 이건 그녀의 일이 아니라 당신의 일이다.

지금껏 세뇌되어온 가부장적 사고를 다시 프로그래밍하자. 당신이 시샘하고 경멸하는 그 여자는 ‘미친년’이 아니다. 당신 내면에 자리 잡은 여성 혐오자가 미친놈이다.


* 우리는 성폭력 사건에서만 피해자를 가해자처럼 심문한다. 예를 들어보자. 강도를 당한 사람에게 “왜 강도와 맞서 싸우지 않았나요?”라고는 묻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개인적 소유물은 동의 없이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폭력에 관해서는 아직도 여성의 몸을 남성의 소비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만 이해한다. 여성이 늦은 밤 혼자 걷고 있다? “날 잡아먹어라”하고 말하는 걸로 인식된다. 그녀가 ‘야생’에 혼자 있었기 때문에 남자들이 따라가 즐겨도 큰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그게 바로 ‘여성의 몸이 존재하는 이유’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지갑과 물질적 소유물을 존중해준다. 그러고는 여성의 몸을 강간한 것에 대한 경찰 신고보다 소유물에 대한 절도 신고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반면 강간을 당한 여성은 남은 인생 동안 침묵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한다. 트라우마와 훼손된 몸을 가까스로 추스르려고 애쓰면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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