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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윤여사

반짝반짝 윤여사

[ 양장 ]
리뷰 총점8.5 리뷰 1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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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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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380g | 207*148*16mm
ISBN13 9791196948023
ISBN10 11969480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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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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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어머님 아픈지 어떻게 알았어?”

어머님을 뵈러 다닌 지 두 달 정도 흘렀을 무렵 어머님 댁으로 가는 차 안에서 물었다. 내 질문에 쓴 웃음을 짓던 오빠가 말했다.

“처음에는 몰랐어. 단지 조금 이상하시네? 하는 생각만 들었지. 물건이 없어진다고, 도둑이 드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 시작했어. 생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과일을 사다 드리면 그걸 어딘가에 싸서 숨기시고, 옆집에서 무얼 가져가신다고 하시고, 그때는 내가 좀 힘들 때라 엄마 말을 흘려들었어. 그러다 집에서 음식을 좀 해드리려고 그릇을 찾는데, 솥이며 냄비들이 하나같이 다 밑이 시꺼멓게 탔더라고. 나이 드셔서 깜빡하나 보네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밥을 먹고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는 나를 보고 엄마가 ‘이제 오냐? 밥은 먹었냐? 하는 거야. 한여름에 뒷골이 서늘했지.” --- p.42~43


어두워진 얼굴로 우울의 덩어리를 어깨에 이고 집으로 들어섰는데, 우리를 맞아주던 어머님이 나와 오빠의 얼굴을 번갈아 요리조리 보더니 말씀하셨다.

“걱정 말어!”

찰나의 정적이 맴돌았고, 어머님의 말씀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 오빠가 물었다.

“뭘 걱정 말래? 엄마, 뭘 알긴 하는 거야?”

어머님은 아주 당당하게 답하셨다.

“몰러! 근디, 알면 뭐가 달라지냐!”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깨를 누르던 공기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있었다. 그래, 뭐가 달라지나. 걱정하지 말자. 그 시간에 한 번 더 웃는 게 낫고 손을 한 번 더 잡는 게 낫다 --- P.44~45

며칠 후, 오빠와 함께 방문한 어머님 댁에서 어머님은 또다시 아들을 “오빠”라고 부르셨다. 우리는 어머님의 시간여행을 함께할 준비를 해야 했다. 드라마에서 의사들이 마지막 선고를 할 때의 대사가 머릿속을 울렸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 준비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 p.139~140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순간 잘 못 들었나? 싶어 물을 잠그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안방과 주방의 경계에 앉은 어머님이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그렇게 일 절을 구성지게 부르고는 나를 보며 웃으셨다.

“봄날은 가뿌려도 또 오드라고, 내 봄날은 또 올지 안 올지 몰라도, 니 봄날은 앞으로 수도 없이 많을 것이여.” --- p.175

이런 내게 어머님과의 시간은 울렁거리는 속을, 어지러운 머리를 진정시켜주는 멀미약과도 같았다.

나는 속죄하듯 어머님과의 시간을 보낸다. 이기심으로 욕심을 키울 때마다 내 욕심이 누군가를 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머님에게 매달린다. 마치 나쁜 짓을 하고 착한 일을 행하며 안도하는 마음이 이런 것일까?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혀 줄 수 있는 사람, 내게 어머님은 그런 존재이다.

사람들은 어머님에게 내가 필요하다 싶겠지만 사실은 내가 날 용서하기 위해서 내게 어머님이 필요하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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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늘 죽지 못해 겨우 산다면...
뭘 먹어도 속이 허하고 잘 웃어지지 않는다면...
타인의 온기가 그리워 홀로 잔뜩 웅크려 있다면...
윤여사가 기꺼이 내주는 이 따땃한 아랫목은 바로 당신자리니,
부디 사양마시길...

“아가, 살아간다는 건 말이여, 참으로 행복한 거여!”

매일의 가치를 ‘잃어가는’ 당신에게
매일의 기억을 ‘잊어가는’ 그녀가 던지는 아름다운 인. 생. 찬. 가!
- 조용 ([사이코지만 괜찮아] 드라마 작가)
내 부모가 그리된다면 하루하루가 고통이 될까 두렵다.
혹시 내가 그리된다면 가족들에게 짐이 될까 두렵다.
치매에 대한 반응이 다들 그러하지 않을까? 헌데...
윤여사의 일화들과 재치있는 네컷 만화들을 읽다보니
윤여사의 사랑스러움에 미소를 짓게 되고
저자의 공감력과 긍정력에 기운을 얻어
그 또한 살아가는 소중한 순간들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요즘 삶에 대한 회한으로 우울하였는데
무너져가는 순간들도 사랑할만한 힘이 생겨난다.
- 조광화 ([모래시계], [서편제] 극작가 겸 연출가)
요즘 ‘노인 열 명 중 한 명이 치매’라고 한다.
이제 치매는 나와의 먼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내 이웃, 내 가족, 그리고 나의 일이 되었다.
그렇다면 치매라는 병을 마주하고도, 우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윤여사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그 희망을 엿본다.
비록 치매로 인해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지만
그 곁을 지키는 며느리와 아들에겐 그저 사랑하는 어머니일 뿐이다.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저자에게서
- 김경희 (EBS [한국기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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