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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찬란 실패담

: 만사에 고장이 잦은 뚝딱이의 정신 수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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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94g | 128*185*20mm
ISBN13 9788925576930
ISBN10 8925576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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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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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간에 나는 그만 석방되고 싶었다. 지칠 자격을 따지는 것에도 지쳐버린 나머지 ‘편안함’이 백화점에 있다면 샤넬 백만큼의 값을 주고서라도 구매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에서도 내 마음을 판매하진 않는다. 내 마음처럼 작고 고유한 것 따윈 그들에게 상품조차 되지 못한다. 역설이지만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나만이 최고의 나를 생산할 수 있다. 돌려 말하면, 너무 싫은 과거의 나 역시 당시의 내가 노력해서 일군 최선의 결과란 뜻이었다.
---「Don’t Try!」중에서

따지고 보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죄책감에 휩싸였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르게 살았으니 자격이 없음에도, 당위를 앞질러 돈으로 행복을 구매해 즐겼다. 이상하게도 더 좋아지기 위해 운동한다고 생각할 땐 불만스럽기만 했는데, 미리 대출한 행복을 갚는다고 하니 불만이 사라졌다. 매일 카드값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갚는 것을 낙으로 삼다 보니 채무자의 에티튜드가 나에게 배어버린 것인가 싶었다.
---「음식 채무자의 지옥」중에서

이쯤에서 나를 강철 솔로로 만들어 준 의인들을 소개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또래 비혼 여성도 아니고 기혼 여성은 더더욱 아니요, 다만 내 전 애인들이다. 그 인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 같은 식은땀이 줄줄 날 때가 있다. 왜 더 빨리 그 인간과 헤어지지 못했나? 아니, 살면서 영영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생각하다 보면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에게 윽박질러서라도 타임머신을 갖고 싶어진다. 어쨌든 그들과 결혼하지 않은 현재, 난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라 느낀다.
---「결혼할 바에야 도토리를 줍겠습니다」중에서

나는 언젠가부터 진심이 능사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때로는 상대방이 건네는 묵직한 진심들이 정말로 무거워서 끔찍할 때도 있었다. 그 무게감에 몇 번 허덕여본 후에는 자연스럽게 내 진심을 감추는 법도 터득했다. 나이가 들수록 농담만 늘어가는 이유도, 주변인들에게 나라는 무거움을 선사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의외로 누군가와 잘 지내는 데에 꼭 진심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인간관계를 지탱하는 요소는 그보다 단순하고 명료했다. 관계와 상황에 맞는 예의, 약간의 미소 정도면 누구와도 충분했다. 이것은 거짓이라기보다 또 다른 차원의 진심이었다. 단지 나에겐 상대에게 진심을 내보이고 싶지 않다는 의사가 최상위의 진심이라 그렇다.
---「불통으로 통하는 마음」중에서

나는 독서에는 실패했지만, 독서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을 수는 있었다. 덕분에 내 책을 읽어주신 나의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워졌다. 책 한 권을 전부 읽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내 목적이 다소 불순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냥하려 들었으니, 책이 내게 곁을 내어주지 않은 걸지도. 그러나 내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책은 영원히 읽고자 하는 자를 배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보 작가의 독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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