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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처럼

[ 저자 친필 사인본 ,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소설 04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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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42g | 104*182*20mm
ISBN13 9791167902023
ISBN10 116790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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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우리와 함께 살게 될 모든 이름들에 관하여] 문단이 주목하는 작가 임솔아의 신작. 10년 만에 조우한 외톨이 자매들이 어느 날, 잃어버린 유기견을 함께 찾게 된다. 이를 통해 사회에서 고립된 인간이 비인간에게 책임을 다하면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는 소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수많은 이름들을 떠올리게 한다. - 소설/시 PD 김유리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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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채빈은 별나에게 통조림을 주었다. 별나가 처음으로 먹어보는 통조림이었다. 별나는 순식간에 통조림을 먹어 치웠다. 빵빵해진 별나의 배를 채빈은 어루만졌다.
“졌네.”
나는 채빈에게 말했다. 채빈은 옆으로 누워 별나의 손과 발을 만지작거렸다. 채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졌다.”
별나를 사랑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채빈은 그 순간 포기했다.
--- pp.71~72

“원래 알고 있었어?”
내가 채빈에게 물었다.
“뭘?”
“이런 마음을.”
“그럼.”
“왜 나한텐 안 알려줬어?”
별나의 눈곱을 떼어주며 내가 물었다. 채빈이 웃었다. 채빈과 나는 비로소 자매가 되어갔다. 삐약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채빈이 엄마와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그때처럼. 하루하루가 완벽했다.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내가 오랫동안 원해왔던 삶이 시작된 것 같았다.
--- p.78

“유나를 찾았어?”
채빈이 물었다.
“모르겠어. 나는 유나를 알아볼 수가 없었어.”
별나는 풀 냄새를 맡았다. 매일 오가는 똑같은 길이었지만 바람이나 온도에 따라 풀 냄새는 변할 것이었다.
“엄마가 옥상에서 떨어지던 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는 채빈에게 물었다. 채빈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언니.”
채빈이 나를 불렀다.
“응.”
“그날 다 말했어.”
--- p.130

“말하고 싶었고. 말 안 하고 싶었어. 언니가 물었잖아. 이런 마음을 원래 알고 있었느냐고. 이런 마음이 뭔지, 언니도 알길 바랐어.”
채빈이 말했다.
--- p.136

“유나도 데려올까?”
채빈이 말했다.
“걔가 유나든 아니든. 같이 살다 보면 알 수 있겠지.”
“무엇을?”
“그게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드라이기를 꺼내 왔다. 별나의 발이 뽀송뽀송해질 때까지 말려주었다.
“난 이제 우리가 가족 같아.”
--- pp.137~138

짐승처럼 다가와줄 당신을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임솔아의 『짐승처럼』은, 단언컨대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더 구체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관계에 다가서려는 시도라고도 말해볼 수 있겠다. (……) 임솔아는 지금까지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꾸준히 구체화해온 작가다. 시의성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소설이 유독 돋보이는 건, 공존의 이상적인 측면뿐 아니라 미묘한 불협화음마저도 함께 부감하는 특유의 기민함 덕분일 것이다. 그 바탕에는 인간이 비인간과 나란히 행위자로 묶이기 위해서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종차별적 불평등까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경각심이 있다. (……) 임솔아식의 공생은 차등까지 모조리 끌어안아야 하기에 위태롭지만, 그렇기에 현실을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는 힘이 있다. 이 힘을 되새기며 『짐승처럼』은 인간이 스스로를 제명시킨 짐승이라는 심연에 한 발을 내디뎌보는 중이다.
---「김다솔_작품해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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