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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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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세이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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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68g | 128*188*20mm
ISBN13 9791167741158
ISBN10 116774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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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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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사람이다”라는 둥 “널린 게 당신 같은 통번역가다”라는 둥의 언사는 실제로 내가 가르친 졸업생들이 급여 협상 과정에서 들었던 말이다. 이 땅의 모든 번역가 지망생에게 고하노라. 그런 말을 믿지 말 것. 당신 같은 번역가는 오로지 당신만이 유일하다. 당신은 대체 가능하지도 않고, 대체된다 한들 그런 악조건에서 좋은 번역이 나올 리 만무하니 그 자리를 아쉬워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 아니, 오히려 클라이언트는 얼마든 대체 가능하며 번역 일은 도처에 널려 있다.
---「불타는 쓰레기 수거통」 중에서

부모님 말은 절대 들어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 그들은 자기 인생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 실수를 해도 자신의 실수를 하는 것이 낫다.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쳐야 한다. 이 진리를 십 대 때 알았더라면, 가장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한 번뿐인 소중한 이십 대 시절을 그처럼 무의미하게 낭비하진 않았을 텐데….
---「문학 소년, 전공을 살리다」 중에서

왜 이렇게 많은 번역가들이 퀴어일까? 어디선가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연구 중일 테니 그 문제는 제쳐두기로 하자. 개인적 생각으로는 한영 번역을 하다 보면 한국문학의 ‘벽장스러움’이 퀴어 번역가가 벽장문을 열어젖히도록 자극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벽장 속 작품을 번역함으로써 그 작품의 퀴어함을 ‘노출’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벽장의 서사를 보존하고 전수할 수 있다. 평론가는 의도를 가진 채 텍스트의 퀴어함을 대놓고 노출시킬 수도 있는데 이러한 노출은 확신이 아닌 정황증거의 수집에 불과하다. 벽장은 여전히 보존되며, 결코 완전히 열릴 수 없다.
---「달나라 동지들」 중에서

“『저주토끼』가 부커상 후보에 올랐어!” 순간 코로나에 걸린 사실은 완전히 잊었고 감격해서 눈물을 터트렸다. 배우자도 함께 울었다. 내가 고생하는 것을 곁에서 봐왔기 때문일 수도, 순전히 내가 울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몸이 아프지 않았으면 덜 울었을까. 몸과 마음은 너무나도 나약해진 상태였고, 기쁜 소식이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주, 아주 멋진 교통사고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부커상 메모리즈」 중에서

문학은 신비롭습니다. 번역을 할 때 제 영혼의 작은 파편이 번역에 실리게 되고, 독자는 그 파편에 반응하는 듯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을 좋아하고, 제가 의도했던 리딩을(정확히 말하면 제가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하는 리딩을) 그대로 쫓아가는 독자들을 보면 번역가로서 말로 형언하기 힘든 뿌듯함을 느낍니다. 물론 독자들은 스스로의 희망, 불안, 편견을 이런 ‘부재’의 공간에 투여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문학의 범주에 속하며 문학은 누군가 생각하듯 그렇게 나약하지는 않습니다. 훌륭한 문학은 깊은 독서와 번역을 통해 더 풍요로워지지 파괴되지는 않습니다.
---「지식의 저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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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번역 이야기라기보다는 존경하는 분의 자서전을 읽는 기분으로 열심히 탐독했다. 그리하여 내가 얻은 이 책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인생을 망쳐도 내 손으로 망쳐야 한다.” 어떻게 보면 안톤 허 번역가이기에, 안톤 허 번역가니까 할 수 있는 얘기 같기도 하다. 그러나 멋진 말이다. 내 인생은 스스로 망치는 것이다(음?). 우리 모두 이 책을 읽고 열심히, 용감하게, 후회 없이 내 인생 내 손으로 망치도록 하자. 투쟁.
- 정보라 (소설가)
‘번역가와 번역에 대한 인식이 지옥에 떨어질 지경인 이 세상’에서, 번역가로 살아남은 한 인간의 눈물겨운 생존기다. 그렇다고 해서 진지하고 우울한 내용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시종일관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 책을 통해 안톤 허는 훌륭한 번역가는 곧 훌륭한 작가라는 사실을 증명해 낸다.
- 박상영 (소설가)
소위 ‘한국을 빛낸 위인’의 자서전을 읽고 전국의 부모들이 ‘우리 애 영어 실력을 어떻게 늘려야 부커상 탈까’ 욕심을 품는 대신 ‘책벌레 성소수자 아이도 이렇게 큰사람이 될 수 있구나!’ 느끼면서 응원해 주길 바란다. 안톤 허를 보고 자라 한국문학사를 이어갈 다음 세대 괴짜 번역가들을 기대한다.
- 소제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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