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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발효중

: 엄마와 오빠를 자살로 상실한 자살유가족이 써 내려가고 있는 치유와 성장의 여정

박경임 | 훈훈 | 2023년 12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6건 | 판매지수 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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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40*205*20mm
ISBN13 9791198380432
ISBN10 119838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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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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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기다리면 엄마가 돌아올 줄 알았다. 아침이 되면 늦잠 자는 나를 흔들어 깨우는 엄마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엄마는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일은 온 세상을 잃는 것 같았다. 엄마가 나를 홀로 남겨둔 채 사라져 버린 것이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내 사랑을 배신하고 떠난 엄마가 미웠다. 도대체 왜 나를 버리고 떠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지탱해주던 삶의 뿌리가 통째로 뽑혀버린 느낌이었다.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날엔 바지에 소변을 지렸다. 울음을 터트려도 내 어리광을 받아줄 사람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가 없는 일상을 살아내면서 엄마의 얼굴이 어떤 날은 더 또렷하게, 어떤 날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지금은 엄마의 얼굴도, 목소리도, 냄새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를 기억할 수 있는 흔적이나 유품은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 내게 남은 건 ‘그리움,’ 오직 그리움뿐이다. 그때 엄마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두었다면 그리움으로 사무치는 날이 조금은 적었을까?

엄마의 죽음은, 내 인생의 항로를 거친 바다로 바꿔 놓았다.
--- p.34

#2

“저는 무슨 죄를 지었나요?
자살로 세상을 떠난 사람을 가족으로 둔 것이 저의 죄명인가요?”

엄마를 잃은 아이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보다 죽음에 대한 날카로운 정죄로 비수를 꽂는 세상이 얄궂기만 했다. 남겨진 자가 감당해야 하는 슬픔의 무게를 헤아렸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엄마 없이 하루를 살아내는 것도 버거운 내게 사람들은 그들의 언어로 내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겨 넣었다. 수치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엄마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자살 유족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비난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수치스러움이 내 세포와 혈관을 타고 내 몸의 일부처럼 흐르는 것 같았다.

자살 유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격을 침해당하는 언어 폭력에 노출되고, 비난과 낙인으로 씌워진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어찌 ‘나’ 혼자뿐이겠는가? 넓게 보아 우리나라 인구의 10%를 자살 유가족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생명 존중시민회의에서 발표한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에 보면 “나는 내 독자적인 인격을 유지하고 자살로 인한 죽음에 의해 판단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상실의 아픔을 지나오는 사람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말, 말, 말’ 말들…. 가족을 자살로 잃은 사람들에게 “고인이 지옥 갔다”며 고통을 가중시키는 말보다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판단 받지 않을 권리’는,
‘판단하지 않을 의무’를 포함하고 있는 것 아닐까?
--- p.45

#3

오빠가 떠난 지 23년이 지났다.

세월이 흘렀어도 상실의 아픔에서 온전히 자유해지진 않았다.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을 경험하며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우리는 모두 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상실을 경험할 뿐, 피해가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슬픔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살아왔다. 그저 슬픔을 껴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길 바랐다. 슬픔이 찾아오는 날조차 밀어내지 않고 환대해 주었다.

엄마와 오빠를 자살로 잃은 내 슬픔은 현재도 발효 중이다. 발효는 인간에게 좋은 면을 주는 미생물 작용이므로 비슷한 과정을 겪는 부패와는 구분된다. 산소 부족이라는 결핍을 통해 젖산이 발효되는 것처럼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위로받지 못했던 슬픔이 이로운 효소로 발효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깊은 맛을 내는 김치나 된장처럼,
내 슬픔이 깊이 숙성되어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감사하다.
--- p.59

#4

“오빠가 떠난 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동안 차마 하지 못하던 말을 나에게 해 주었을 때 걷잡을 수 없는 폭풍이 휘몰아쳤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를 말해주며 목놓아 울었다. 비로소 죄책감의 먹구름이 물러나고 ‘자기용서 (Self- Forgiveness)’라는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무섭도록 잔인했던 슬픔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온 나를 가장 많이 비난한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나를 옭아매고 있는 무거운 죄책감으로부터 나를 풀어줄 수 있는 사람도 결국 ‘나’였다. 비난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온 나의 삶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런 나를 안아주기 시작했을 때 오빠와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경임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오느라 오빠가 내게 전해준 따뜻한 온기는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를 용서하는 일이었다. 이렇듯 자기 용서(Self- Forgiveness)는 무거운 죄책감으로부터 나를 풀어주었다.

나 자신과 화해한 후 비로소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고, 실패할 수 있으니 그래도 괜찮다고 나를 안아주었다. 나를 다그치는 일을 멈추고 나의 아픔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슬프고 우울하고 불안에 시달리며 살아온 내 삶을 힘껏 껴안아 주었다. “슬프고 우울해도 괜찮다. 불안해도 괜찮다”며 나를 토닥여 주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내가 아니라 흔들리고 불안한 나를 안아주며 괜찮지 않은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 p.76

#5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기다리면 엄마를 다시 볼 줄 알았던 내 유년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작고 여린 아이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그제서야 나는 엄마 마음이 헤아려졌다. 엄마는 나를 버리고 간 것이 아니라 고통을 끝내고 싶었던 것이었음을. 벼랑 끝처럼 여겨지는 삶의 낭떠러지에 외롭게 홀로 서있다 쓸쓸히 떠나간 엄마의 아픔이 전해져 아이를 안고 한없이 울었다. 풀리지 않았던 엄마에 대한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눈물 젖은 아이의 볼에 내 볼을 비비며 내가 받아 보고 싶었던 엄마 몫의 사랑까지 아이에게 부어 주리라 다짐하며 나직이 혼자 속삭였다.

“아이야! 내게 선물처럼 와주어서 정말 고마워. 살다가 힘든 순간이 오거든 뒤를 돌아봐. 엄마가 거기 서 있을 게. 잊지 마. 엄마가 늘 네 등 뒤에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아이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는 내가 얼마나 연약한 사람인지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오히려 나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누구보다 더 깊이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엄마 없이 자라온 내 상처가 치유되는 은총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아이를 키운 것이 아니라 도리어 아이가 나를 키워주었다고나 할까?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가 이년 반 만에 잠시 내 곁으로 왔다. 오랜만에 집 밥 먹는 아들을 바라만 보아도 흐뭇하다.

이렇게 좋은 사랑이, 또 있을까.
--- p.107

#6

“네가 엄마를 닮았다면 너의 엄마는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셨을 거야”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엄마처럼 죽게 될까 봐 두려웠던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비로소 엄마를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다. 교수님이 선물한 마법의 언어는 엄마가 얼마나 아름다운 분이었는지 기억나게 해 주었다. 조금 더 일찍 내 삶의 아픔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혼자 아파하는 시간이 짧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치를 강요당하는 사회 속에서 혼자 웅크리고 살아온 시간들 동안 내게 필요한 건 어쩌면 말할 수 있는 용기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살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기를 갈망한다. “자살로 가족을 잃은 것은 수치가 아니라 함께 울어야 하는 아픔이다”는 슬로건이 보편적 이해로 인식될 수 있기를 갈망한다. 수치에 내몰려 고립된 채로 외롭게 살아가는 자살 유가족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열망한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마음껏 울며 상실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세상. 난 그런 세상을 꿈꾼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이 추모와 애도보다 자책에 시달려야 한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인생인가. 상실, 그 자체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인데 애도할 수 있는 권리마저 빼앗겨버린 슬픔은 얼마나 깊을 것인가?

우리는 더 이상 애도할 권리를 박탈하지 말고,
그 권리를 돌려주어야 한다.
--- p.128

#7

가족을 잃었지만 위로 받지 못한 채 사회적 낙인과 부정적 편견으로 인해 더 깊은 아픔에 내몰려 살아가고 있는 자살 유가족의 슬픈 현실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자살 유가족의 우울증을 더 높일뿐만 아니라 일반인에 비해 자살할 가능성을 더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관련자료에 따르면 자살 생존자들의 우울증 위험성은 18배나 높고, 일반인에 비해 자살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다고 한다. 오빠를 잃고 난 후에 자살 유가족을 향한 인식 개선과 유족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실감했다. 자살 유가족을 지원하고 돌보는 일이 곧 자살 예방으로 연결되는 것은 자살 생존자들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로부터 위로 대신 정죄와 비난을 받는 자살 생존자들은 위로의 사각 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고립과 고독을 친구 삼아 살아가고 있는 자살 생존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그들의 아픔을 공감해 주고 함께 울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낙인과 정죄의 시선이 아니라
‘환대’의 마음으로

자살 생존자들의 삶을 따뜻하게 안아 주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 p.136

#8

하나밖에 없는 아들마저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아버지의 기막힌 슬픔을 외면하고 살아왔다. 아빠는 엄마가 떠나신지 40년이 넘었는데도 매년 음력 사월이 되면 시름시름 앓으신다. 가족의 자살을 막지 못한 자신을 향한 자책과, 가족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아내와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세상과 자식들의 비난을 한 몸에 다 받아내며 그 삶을 버티고 견디며 살아오신 아버지. 그 마음이 헤아려지자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무능력한 아빠”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모진 삶의 무게를 버티고 살아 주신 것만으로도, 아버지는 아버지의 몫을 다한 것은 아닐런지!

아버지는 이제 팔십이 훌쩍 넘으셨다. 나이 드실수록 자식이 그리운 모양이다. 가끔 전화를 드리면 “전화 줘서 고마워. 밥은 먹었어? 아픈 데는 없어?” 하고 물으신다. 유년 시절에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안부 인사, 나이 오십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버지의 안부 인사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버지의 사랑에 비스듬히 기대어 속삭여 본다.

“아버지, 우리를 버리지 않고
그 모진 삶을 견디고
살아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살아오시느라 정말 많이 애쓰셨습니다.”
--- p.155

#9

엄마가 떠난 후에 사람들은 엄마를 비난하며 “몹쓸 년”이라고 제 앞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했어요. 엄마의 마지막 모습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엄마’라는 사람의 인생은 평가절하되었지요. 그 세상의 정죄 속에 떠밀려 ‘엄마’를 입밖에 꺼낼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아이 생일 날 43년의 침묵을 깨뜨렸어요.

“엄마! 보고 싶어요. 나의 사랑하는 엄마.”

입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순간, 화산처럼 잠자고 있던 슬픔이 터져 나와 목놓아 울었어요. 지금까지 많이 흔들리며 살아왔죠. 엄마와 오빠를 먼저 떠나보내고 제 마음속 불안을 감추기 위해 강한 척하며 살아왔어요. 여리고 눈물 많은 제가 강한 여전사의 가면을 쓰고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제는 가면을 벗고 오롯이 ‘나’로 살아가고 싶어요. 경직되어 있는 몸의 힘을 빼고 유연한 갈대처럼 흔들리면서 말이에요. 가면을 벗은 저는 이전보다 더 자유해졌어요. 제가 자유롭게 살아가길 엄마는 누구보다 더 간절히 원하셨을 테지요.

엄마가 떠난 후에 저의 미래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 제가 어릴 때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꽤 괜찮은 어른이 되었어요. 이제 중년의 여인이 된 저를 보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제가 이렇게 자라올 수 있었던 건 불안이 빛을 발한 걸까요. 아니면 슬프도록 아름다운 고통의 신비 때문일까요. 엄마가 오늘을 살고 있는 저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한다는 말, 보고 싶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 이리 긴 편지를 썼어요.

사랑해요,
엄마!
--- p.162

#10

치유의 여정을 통해 ‘홀로 우는 시간’에서 ‘타인과 함께 우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나의 상처와 아픔에 거리를 둘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힘이 생기고, 나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돌아보니, 심리 치료사로서 내가 경험한 수많은 상실들은 아픔과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전해졌다. 내 삶의 거름이 되어준 풍성한 어둠에 감사한다. 어둠과 상실의 시간들을 통과해온 당사자로서 내담자들의 슬픔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담자들이 슬픔에 머물러서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느끼고 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 그 생의 상실과 슬픔을 받아들이도록 함께 동행하는 상담자가 될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동행하는 시간은 나에게 위로가 흘러오는 시간이기도 했고 나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상실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슬픔의 미궁 속에 빠져 울음을 터뜨리는 날이 있고, 행복한 웃음으로 박장대소하는 날도 있다. 우리 삶에 새겨진 상실은 극복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실에 대해 슬퍼하고 애통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실의 아픔이 옅어질 뿐,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슬픈 감정이 밀려올 때마다
슬픔을 기꺼이 껴안아 주는 일이

어쩌면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 p.183

#11

자살로 가족을 잃은 것과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것을 숨기고 싶은 이유는 수치에 대한 공포, 낙인에 대한 공포가 아닐까. 샤몰로그 마을 사람들 중에는 그녀를 향해 실제로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해외 이주노동자로 살면서 경험한 아픔에 대한 공감은 사라진 채 “미친년”이라며 그녀를 향해 던져지는 혐오의 시선들은 얼마나 잔인한가. 어릴 때 엄마를 잃은 후에 가장 친했던 동네 친구가 나랑 놀지 않겠다고 하길래 이유를 물었다. “우리 엄마가 너랑 놀지 말라고 했어. 재수 옴 붙는다”고. 위로가 가장 절실한 순간에 친구의 폭력적인 말을 듣고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신력이 약해서 자살한다”, “정신병이 있는 사람은 귀신 들린 사람이다” 등등의 말이 여러 곳에서 들리는 한,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아픔을 수치로 여기며 숨어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 그리고 혐오를 경험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그녀가 교회에서 환대 받는 것을 지켜본 마을 사람들은 더이상 그녀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다. 리타를 안아주는 일은 ‘교회 안에서조차 아픔을 꺼내 놓지 못하고 살아온 나의 시간을 안아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것은 신비다.
고통과 고통이 연결되어
치유가 벌어지는, 기적이라는 신비.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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