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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 양장 ]
리뷰 총점8.6 리뷰 62건 | 판매지수 15,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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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소설 15위 | 국내도서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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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6년 07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38g | 128*188*20mm
ISBN13 9788954641548
ISBN10 8954641547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압축한 책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절망적이고도 시끄러운 세계의 고독 속에서
실존적 해방을 꿈꾼 어느 늙은 몽상가의 불꽃같은 독백!


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대표작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보후밀 흐라발은 프란츠 카프카 이후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그는 해외 언론과 작가들에게서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프라하의 봄’ 이후 밀란 쿤데라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프랑스 등으로 망명해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데 반해 그는 체코에 남아 끝까지 체코어로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는 그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독자들과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작가들의 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체코에서만 삼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겨우 130여 쪽에 불과한 짧은 소설이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보후밀 흐라발은 한탸라는 한 늙은 남자의 생애를 통해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인간, 그리고 노동자를 대신하는 기계의 등장 이후 인간 삶의 방식의 변화, 인간성과 실존에 대한 고뇌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단지 철학적 담론으로서가 아닌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서, 시대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서 소설 한 편에 담아내고 있다.

저자 소개 (2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하염 없이 소설 읽다.
외국도서 담당 유서영 (berrius@yes24.com)
2017-06-16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을 소개하지 않고서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다. 늙은 ‘나’는 지하실에서 녹색 버튼을 눌러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작업실 천장에서 빛과 함께 쏟아지는 것은 버려진 종이더미와 주인 잃은 책들이다. ‘나’는 작업 중에 고전과 희귀서적들을 발견하면 환희로 가득차 보물상자 속에 모은다. 모은 책들은 틈날 때 마다 게걸스럽게 읽어 치운다. ‘나’의 독서와 사고는 수 리터의 술과 함께 더욱 풍요로워진다.

지하 세계에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하수구와 그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분투하는 쥐떼들이 있다. 폐지를 팔러오는 어린 집시 여자들도 있다. 집시 여자. 그가 스스로에게 도취될 정도로 젊었던 시절에 그녀가 있었다. 잠 잘 곳이 필요했던 여자는 그에게 소박한 음식과 꺼지지 않는 불을 주었다. 연에 날려갈 것 같던 여자는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갑자기 사라진다. 게슈타포에게 끌려갔다는 소식이 먼 훗날 들려온다.

전쟁은 끝났고 세상은 변했다. 새로운 시대의 젊은이들은 그의 것보다 몇배는 큰 압축기로 컨베이어 벨트 위에 폐지 꾸러미들을 뱉어 낸다. 책에 대한 예의 따위는 갖출 겨를이 없다. 그들은 노란 유니폼을 입고 밝은 태양 아래서 맥주 대신 우유를 마신다. 그는 이제 아무짝에 쓸모 없는 노인이다. 푸줏간 종이에 딸려온 색색의 파리들이 짓이겨졌던 것처럼 그는 기꺼이 압축기 속으로 들어간다.

고독이란 자기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이니 고요함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혼자 남은지가 너무도 오래 되어 자기만의 생각이 끊임없이 몰아치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모순이 허용될 것도 같다. 그는 이 시끄러운 고독 속에 살다가 겨우 압축기 속에서 죽으려고 인생을 살아온 것일까.

마지막 장을 덮으며 화가 났다. 그래, 문학은 애초에 희망 같은 것을 보여준 적이 없다. 문학이 보여주는 것은 끝이 없는 절망, 그리고 그에 맞서는 인간이다. 마지막 순간 그는 환영일지 모를 집시 여자의 이름을 본다. 소설의 도입부는 새롭고 지적인 묘사들로 가득하여 단숨에 그의 작업실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의 사고와 환상, 기억과 고독들을 따라 가다 보면 남는 것은 무수한 ‘왜’라는 질문이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책에서 배워 안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고라는 행위 자체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내 손 밑에서, 내 압축기 안에서 희귀한 책들이 죽어가지만 그 흐름을 막을 길이 없다. 나는 상냥한 도살자에 불과하다. 책은 내게 파괴의 기쁨과 맛을 가르쳐주었다. 세차게 퍼붓는 비와 건물 폭파 기사들을 나는 사랑한다. 거대한 타이어에 바람을 넣듯 폭파 기사들이 집과 거리를 송두리째 날려보내는 광경을 나는 몇 시간이고 서서 지켜본다. --- p.12

집으로 돌아온 나는 주방 문틀을 가린 백여 권의 책을 치웠다. 내 키를 날짜와 함께 잉크로 표시해둔 문틀이었다. 문설주에 등을 붙이고 책을 갖다대어 키를 잰 뒤 돌아서서 선을 그었다. 팔 년 새에 9센티미터가 줄었다는 걸 맨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침대 위로 솟은 책들의 천개를 올려다본 순간 나는 알아차렸다. 2톤짜리 닫집이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무게에 짓눌려 내 몸이 구부정해진 것이다. --- p.33

우리가 아직 도끼를 들고 뛰어다니며 염소를 치던 시절, 집시들은 이 세상 어딘가에 국가를, 이미 두 차례나 쇠락을 경험한 사회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불과 두 세대째 프라하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 집시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곳에 제의의 불을 지피는 걸 좋아한다. 오로지 기쁨을 위해 타오르는 유목민의 불이다. 대충 쪼갠 장작개비들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모든 사고 이전에 존재하는 영원의 상징이며 어린아이의 웃음 같기도 한 불이다. 그것은 하늘에서 내린 선물 같은 무상無償의 불이며 환멸에 젖은 행인은 더이상 알아챌 수 없게 된 요소들의 생생한 표징이다. 방황하는 눈과 영혼을 덥혀주려고 장작개비들을 태우며 프라하 거리의 구덩이들에서 태어난 불이다. --- pp.61~62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고통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인간을 덮친다. 이 모두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시끄러운 내 고독 속에서 이 모든 걸 온 몸과 마음으로 보고 경험했는데도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니, 문득 스스로가 대견하고 성스럽게 느껴졌다. 이 일을 하면서 전능의 무한한 영역에 내던져졌음을 깨닫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 p.75

그녀는 내 몸 위에 길게 엎드려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손가락 하나로 내 코와 입술 선을 따라 그리며 간간이 입을 맞추었다. 우리는 손으로 모든 것을 말하며 망가진 쇠난로에서 타는 불똥을 응시하면서 그렇게 누워 있었다. 난로는 꺼져가는 장작이 나선형 불빛을 토해내는 동굴처럼 보였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사는 것 외에는 달리 바라는 것이 없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이미 오래전에 서로 합의를 본 것 같았다. 이 세상에 함께 온 우리는 한 번도 서로를 떠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 p.8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현대 체코 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 필생의 역작

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대표작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보후밀 흐라발은 프란츠 카프카 이후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그는 해외 언론과 작가들에게서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프라하의 봄’ 이후 밀란 쿤데라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프랑스 등으로 망명해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데 반해 그는 체코에 남아 끝까지 체코어로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는 그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독자들과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작가들의 작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체코에서만 삼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을 정도로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밀란 쿤데라는 스스로 체코 작가면서도 흐라발을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체코 최고의 작가’라고 칭할 정도로 그에 대한 존경을 숨기지 않았고, 줄리언 반스는 그를 ‘우리 시대에서 가장 세련된 작가’라고 언급했으며, 필립 로스는 그에 대해 ‘적어도 나에게 그는 현대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가다’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문학 전문 리뷰 잡지 [트위즈 매거진]은 ‘흐라발은 체코의 프루스트다. 아니, 차라리 프루스트가 프랑스의 흐라발이라 하는 게 옳을 것이다’라고 썼을 정도로 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흐라발 본인이 ‘나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고 선언할 만큼 그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며, 필생의 역작이라 불릴 만한 강렬한 소설로 많은 독자와 평단의 사랑과 주목을 받았다. 주한 체코문화원에서는 2014년 보후밀 흐라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어 그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으로는 『영국 왕을 모셨지』(문학동네, 2009),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버티고, 2006)가 있다.

지하실에 스스로를 감금한 한 남자의 끝없는 노동과 고뇌

소설의 화자인 한탸는 삼십오 년간 폐지 압축공으로 일해온 인물이다. 그는 어두침침하고 더러운 지하실에서 맨손으로 압축기를 다루며 끊임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폐지를 압축한다. 천장에는 뚜껑문이 있고 그곳에서는 매일 인류가 쌓은 지식과 교양이 가득 담긴 책들이 쏟아져내린다. 니체와 괴테, 실러와 횔덜린 등의 빛나는 문학작품들은 물론, 미로슬라프 루테나 카렐 엥겔뮐러가 쓴 극평들이 들어 있는 잡지들까지. 한탸의 임무는 그것들을 신속히 파쇄해서 압축하는 일이지만 그는 파괴될 운명인 폐지 더미의 매력에 이끌린다. 그는 쏟아지는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며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다. 한탸는 마치 알코올처럼 폐지 속에 담긴 지식들을 빨아들인다. 바퀴벌레와 쥐가 들끓는 더러운 환경에서 지내며, 소장에게는 끊임없이 독촉과 욕설을 듣지만 쏟아지는 책들을 생각하면 반복되는 노동도 견딜 만하다. 귀한 책들은 따로 모으다보니 그의 아파트는 수톤의 책으로 가득차 있다. 여차하면 무너질 듯이 아슬아슬하게 쌓인 책들은 그의 고독한 삶에서 나름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이제는 노인이 된 그에게도 한때 함께했던 여자들이 있었다. 그와 오래도록 함께할 뻔했던 어린 시절의 연인 만차,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그와 함께 지내게 된 집시 여자. 그는 그런 추억들을 회상하며 마치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끊임없이 노동을 지속해나간다. 그 일을 견디려면 매일 수리터의 맥주를 마셔야 할 정도로 고되지만, 그는 삼십오 년간 그 일을 해왔으며, 퇴직하게 된다 해도 압축기를 구입해 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 일을 하기를 꿈꾼다.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지. (18~19쪽)

영원을 꿈꾼 한 사나이가 맞이한 한 세계의 종말
두 세계의 충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놓치지 않은 위트와 감동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서술되는 그의 불꽃같은 독백은 읽는 이를 빠져들게 한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 주된 이야기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파쇄 작업을 통한 한탸의 사색이지만 중간중간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끼어든다. 두 진영으로 나뉜 쥐떼들의 끝없는 전투, 죽음을 향해 끊임없이 뛰어드는 바퀴벌레에 대해 그가 느끼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연민, 그에게 귀한 책을 얻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한 위트 있는 묘사 등 흥미진진한 요소들도 풍부하다. 그리고 과거 그와 마음을 나눈 여인 만차와의 에피소드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 정도로 유머러스하다. 또한 그와 잠시 동안 같은 공간에 살았던 집시 여자와의 에피소드는 건조한 듯하면서도 정서적 울림을 주고, 끝내는 감동을 선사한다.

여덟 개로 이루어진 각 장은 조금씩 변주될 뿐 사실상 같은 내용의 문장으로 시작된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삼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족히 3톤은 압축했을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그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죽는 순간까지 그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그런 그의 삶을 바꿀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어느 날 도시에 나갔다가 자신의 압축기보다 수십 배는 커다란 거대한 압축기와, 신식 시설에서 유니폼을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폐지를 압축하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한 것이다. 그들은 장갑을 낀 채 폐지를 다루며 휴식 시간에는 곧 떠날 그리스 휴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것은 한탸의 세계를 완전히 뒤바꿀 전기가 될 만한 사건이 된다.
그는 그곳을 목격한 뒤 자신의 세계가 끝나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하는 책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친듯이 폐지 압축 일에 빠져든다. 그토록 소중히 생각했던 귀중한 책들을 들추지도 않은 채 마치 유니폼을 입은 도시의 압축공들처럼, 효율만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곧 깨닫게 된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세계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굴욕감에 잔뜩 긴장한 나는 뼛속 깊이 퍼뜩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새로운 삶에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이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더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자 대거 자살을 감행한 그 모든 수도사들처럼. 그때까지 삶을 지탱해준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그들은 상상할 수 없었던 거다. (106쪽)

노동과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유럽 문학 거장이 던지는 시대에 대한 통렬한 풍자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겨우 130여 쪽에 불과한 짧은 소설이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보후밀 흐라발은 한탸라는 한 늙은 남자의 생애를 통해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인간, 그리고 노동자를 대신하는 기계의 등장 이후 인간 삶의 방식의 변화, 인간성과 실존에 대한 고뇌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단지 철학적 담론으로서가 아닌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서, 시대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서 소설 한 편에 담아내고 있다.

또한 시시포스의 신화를 모티프로 사용하고 있는 이 소설은 영원한 노동과 인간 지성의 진정한 해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탸는 끝내 자신의 압축기 안으로 걸어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세계에 종말을 고한다. 이것은 단순히 근대의 종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도 하지만, 방향 없이 진행되어가는 광기 어린 발전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도 있다. 무분별한 발전으로 인해 오히려 퇴보하는, 노예화되고 우둔해진 사회에 대한 정치적이며 철학적인 우화로도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한 세계의 종말을 목격하는 늙은 몽상가의 긴 명상에 가깝다. 흐라발은 책이 그저 종이쪼가리로 취급받게 된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정신 상태를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그의 사고는 때로 취기와 환각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시종일관 명징함을 잃지 않아서, 우리로 하여금 무리가 아닌 개인에 대해 생각하고 꿈꾸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일깨워준다. 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희망적인 부분은 한탸가 끝내 사랑과 연민을 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설 내에서 코러스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경구인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라는 구절은 종래에 다음과 같이 변주된다. 이것은 그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함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역설적인 따스함과 평화의 숨결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이유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85~86쪽)

언론사 리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체코 최고의 작가. _밀란 쿤데라

적어도 나에게 그는 현대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하나다. _필립 로스

보후밀 흐라발은 폭발적인 유머와 고요하면서도 부드러운 디테일을 지닌, 가장 세련된 소설가다. 우리는 흐라발을 읽어야 한다. _줄리언 반스

흐라발의 소설은 완벽하게 역설적이다. 무한한 욕망과 유한한 만족감 사이에서 탁월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그의 글은, 순리를 따르면서도 지극히 반항적이며, 지혜를 잃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고뇌한다. _제임스 우드(문학비평가)

보후밀 흐라발은 체코의 프루스트다. 아니, 차라리 프루스트가 프랑스의 흐라발이라 하는 게 옳을 것이다. _트위즈 매거진 오브 리터러처 앤드 아트

독자를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한 편의 우화. _퍼블리셔스 위클리

회원리뷰 (62건) 리뷰 총점8.6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주간우수작 너무 시끄러운 고독-고독의 정체를 말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숲 | 2017.04.03 | 추천8 | 댓글1 리뷰제목
이제 시작해볼까 하고 마음을 먹기까지 보름이 걸린 것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녹색의 책표지에 마음이 기울어 어떤 내용일까 미리보기로 읽어보고, 작가 프로필까지 확인한 뒤에 망설임없이 선택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책의 첫장을 넘기며 이번 책은  분량이 적으니 얼른 읽고 리뷰를 올려야지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나는 며칠 전에, 심지어 방금 전에;
리뷰제목

이제 시작해볼까 하고 마음을 먹기까지 보름이 걸린 것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녹색의 책표지에 마음이 기울어 어떤 내용일까 미리보기로 읽어보고, 작가 프로필까지 확인한 뒤에 망설임없이 선택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책의 첫장을 넘기며 이번 책은  분량이 적으니 얼른 읽고 리뷰를 올려야지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나는 며칠 전에, 심지어 방금 전에 넘겼던 부분을 다시 한번 펼쳐보고 읽고 또 읽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단지 문장 안에 단어의 쓰임이, 혹은 책의 제목을 통해- 이 소설에는 주인공 한탸가 읽은 혹은 한탸의 손을 거쳐 압축 꾸러미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가 된 수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작가가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주인공 한탸가 한평생을 살면서 겪어온 일련의 큰 사건들 속에 고독이 시끄러울 수 밖에 없는 어떤 실마리라도 있을까…….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테니 시작을 하기 전에 우선 밥 한공기에 어제 끓였던 차돌된장찌개를 먹어야겠다 생각하며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 그래도 너무 배가 부르면 식곤증이 찾아 올 수 있으니, 스스로 경계하며 양에 딱 찰만큼 먹었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았다.

  이번 리뷰는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해 볼까 한다. 나는 보후밀 흐라발을 모른다. 나이 마흔이 가깝도록 읽은 수많은 책의 저자 중에 보후밀 흐라발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르고, 그간의 그의 작품이 어떤 노선으로 이 세상에 남겨졌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 짙은 녹색의 책표지로 태어난  이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내 손에 들어오는 여정 동안, 나는 수많은 블로그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후밀 흐라발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1960-70년대 노동계급자들이 그랬듯, 굵은 조직감이 그대로 드러난 구깃구깃한 골덴 셔츠를 입고 생각에 잠긴 듯 손으로 입가를 매만지는 그의 모습을 흑백 사진을 통해 봤을 때 '아아, 이보다 더 작가스러울 수가 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이런 생각이 다소 식상하게 여겨진다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자고로 작가란 내면을 깊이 탐색하는 듯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같은 것이 존재했던 과거에 학창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여전히 작가에 대한 독특한 고정관념이 있다. 비록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정장 자켓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잡스(Jobs)러운 자유분방함을 프로필 사진에 담지만 말이다(무라카미 하루키도 딱 그런 스타일이지만, 일단 나이가 있고 글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시에는 프로필 사진에 그런 모습을 싣는다는 게 파격적인 일이었으니 예외로 하겠다). 그들 젊은 작가들의 옷차림을 두고 고지식하게 이러쿵 저러쿵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하나의 그럴듯한 단어에서 다른 그럴싸한 단어로 옮겨타는 글이 담긴 책을 만나게 되면, 책 앞표지에 실린 그네들의 사진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어찌되었든 보후밀 흐라발의 모습은 그의 글을 다 읽어본 지금에 와서 하는 이야기인데,  『너무 시끄러운 고독』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보후밀 흐라발(1914~1997)은 1914년 체코의 브르노에서 태어나 프라하 카렐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젊은 시절, 시를 쓰기도 했으나 독일군에 의해 대학이 폐쇄되자 학교를 떠나 철도원, 보험사 직원, 제철소 잡역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그러한 경험은 훗날 매우 사실적이면서 구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마흔아홉 살이 되던 해, 뒤늦게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첫 소설집 『바닥의 작은 진주』(1963)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 이듬해 발표한 첫 장편소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1964)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프라하의 봄’ 이후 1989년까지 정부의 검열과 감시로 자신의 많은 작품이 이십여 년간 출판 금지되었음에도 조국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해외 언론과 작가들로부터 ‘체코 소설의 슬픈 왕’으로 불리는 한편, 지하출판을 통한 작품 활동으로 사회 낙오자, 주정뱅이, 가난한 예술가 등 주변부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체코의 국민작가로 각광받았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현대작가’로 평가받는 흐라발의 작품들은 체코에서 무려 삼백만 부나 팔렸고 전 세계 27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또 여덟 편의 작품이 영화화되었는데 그중 이르지 멘델이 감독한 두 편의 영화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와 <영국 왕을 모셨지>는 각각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 부문(1967)과 체코영화제 사자상(2006), 베를린영화제 국제평론가상(2007)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체코를 방문한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작가가 자주 찾던 선술집을 찾을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은 흐라발은, 1997년 자신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프라하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려다가 5층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보후밀 흐라발 (해외저자사전, 2014. 5., 교보문고)


   잘 아는 작가를 소개하듯  보후밀 흐라발에 대해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아직 그의 작품을 이 한 작품 밖에 읽지 못했고, 아쉽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너무 낯뜨거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 대해서는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 두 문장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삼십오 년 째 나는 폐지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폐지더미에서 일하는 폐지 압축공 한탸는 책에서 자기를 소개했듯, 폐지 압축을 하면서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되었고, 알코올처럼 뇌속에 스며드는 여러가지 사상을 온 몸 구석구석으로 흡수하며 한 달에 2톤이 넘는 책을 압축한다. 책 압축 과정을 예술의 경지에 이르도록 만든 것도 모자라 한탸는 사십 년을 철도원으로 일해왔던 삼촌이 자신의 집 정원에 낡은 선로 변경장치를 설치하고, 제철소의 광석을 실어날랐던 소형 기관차를 들여놓은 것처럼, 집안 구석구석에 책을 쌓아놓는다. 심지어 침대 위에 관처럼 생긴 선반을 짜서 삼십오 년 동안 2톤의 책을 쌓아 놓는데 그의 표현을 빌자면 단 한 차례의 경솔한 몸짓이나 부적절한 동작, 미미한 접촉을 하는 순간, 한탸는 그대로 책 더미에 깔려 죽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한탸가 책을 읽고, 그 책을 수집하고 그리고 마치 폐지꾸러미에 심장이라도 이식하려는 듯 꾸러미 한 가운데 그날 경건하게 선택한 책을 끼어놓고 압축하는 의식을 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일이야말로 한탸에게 온전한 러브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온전한 러브 스토리같은 일을 하는 동안 한탸는 끊임없이 하늘은 전혀 인간적이지 않다고 되뇌인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한탸는 왜 이 말을 계속 되뇌었을까? 하늘이 인간적이지 않다면, 하늘 아래 지상에 있는 것들은 인간적이라는 뜻일까? 나의 이런 의문에 한탸는 이렇게 답한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으며, 사고하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한탸가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데에는 일련의 사건과 과정이 관여한다. 책에서는 그 과정을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는데, 보후밀 흐라발은 한탸의 시점을 현재에 맞춘 채, 과거와 상념 그리고 환각이라고 할 수 있는 몽환 상태를 오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탸는 처음에 하늘이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워 안다고 고백한다. 사고하는 인간 역시 사고하는 행위가 상식과 충돌하기 때문에 인간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한탸의 의식 속에는, 자신에게 그러한 상식을 가르쳐준 희귀하고 귀중한 책들을 스스로 압축기로 짓이겨 소멸시켜야 한다는 현실이 모순으로 다가온다. 한탸는 스스로를 상냥한 도살자라고 칭하며, 35년 동안 해온 온전한 러브 스토리같은 일 속에서 자신 역시 전혀 인간적이지 않은 존재로 변모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한탸가 인간적이지 않은 존재로 바뀌게 된 계기가 정확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이 책에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약간의 추론을 한다면, 아마도 제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어느날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날 한탸의 지하실에는 프로이센 왕실 도서관의 인증이 찍힌 책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린다. 난세가 진정되면 다시 있던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은신처에 보관해두었던 책들이 누군가의 고발로 발각되자, 전쟁의 전리품이 되어 한 주 내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열차의 무개차량에 그대로 방치된다. 책에서 검댕과 인쇄용 잉크가 뒤섞인 금빛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광경을 목격한 한탸는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인륜을 거스른 죄를 범했으니 자신을 체포해가라고  경찰에게 애원한다. 하지만 한탸는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 뿐이었다. 그런 사건을 겪고 수년이 지난 뒤 한탸는 부루주아 저택과 성에서 나온 장서를 통째로 떠맡는데 익숙해진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서 킬로그램당 겨우 1코루나에 팔리게 될 희귀하고 아름다운 책들을 열차에 실으며 한탸는 이제 눈물이 아닌 만족스러운 시선으로 떠나가는 열차를 바라본다. 한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자신의 기마상을 산산조각 내려고 총을 겨눈 프랑스 군인들을 주의싶고 만족스러운 눈으로 지켜보았을 거라고 얘기하며, 하늘이 전혀 인간적이지 않으며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다빈치도 진작에 알고 있었을 거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서 한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뿐 아니라 자신을 여러 성인들에 빗대어 묘사한다. 35년 동안 폐지 압축을 하며 귀중한 책을 곁에 두고 뜻하지 않은 교양을 쌓게 된 압축공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는지도 모른다.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저 지하세계에서 그들만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쥐들의 비명소리와 귓가에서 맴도는 파리들의 성난 광무를 보며 한탸는 환상에 사로잡혀 예수와 노자를 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투영한다.


"세상의 바꾸고 싶은 열정적인 젊은이와 체념어린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는 노인. 삶의 근원으로 회귀함으로써 안감을 두둑이 댄 영원의 옷이 만들어진다. 예수는 기도를 통해 현실을 기적으로 만들려고 한 반면, 도덕경의 노자는 순진무구의 지혜에 도달하기 위해 자연법칙들을 유일한 방편으로 삼았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이어, 50킬로그램이 넘는 폐지를 등에 인 두 집시 여인이 지하실에 찾아온다. 한탸는 아름다운 터키옥색과 붉은색 치마를 입은 그 두 집시야말로 삶에 대한 엄청난 활기와 에너지를 가진 존재라고 생각한다. 가난하다 못해 처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두 여인은 아이와 기둥서방을 먹여살리기 위해 폐지를 모아 팔고,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구걸하다시피(하지만 그마저도 한마리 짐승의 당연한 몸짓이라는 듯)  몸을 내어주는 이들이다. 두 집시 여인이 한차례 타오르다 사그라진 불꽃처럼 자신의 지하실을 다녀간 후 한탸의 예수와 노자는 모습이 달라진다.


"예수는 플레이보이 같았고, 노자는 내분비선이 고장난 노총각처럼 보였다. 예수는 오만한 손과 힘찬 몸짓으로 적들에게 저주를 내렸지만, 노자는 체념한 사람처럼 팔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중략...
예수가 이웃에 대한 효율적인 사랑이라면, 노자는 허무의 정점이었다."


뒤어어 그는 말한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나 자신의 밖과 안에서 이루어지는 삶 역시 마찬가지다."

   한탸가 이 책에서 자신을 아직 인간적이었다고 묘사하는 부분은 두 군데 뿐이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여인이 드레스에 달린 리본에 똥을 묻힌 채 무도회장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똥물을 튀겼던 사건을 두고 한탸는 그 시절의 자신은,  그녀가 사랑했던 만차에게 닥친 일은 지나치게 인간적인 일이었다고 되뇌인다. 그리고 어느날엔가 소리없이 자신의 집으로 흘러들어와 마음 속에 또아리를 틀었던 집시여자를 추억한다.


"그녀도 내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저녁마다 우리는 말없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다시 만났다. 그녀는 내 집 열쇠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중략...
날마다 해질녘이면 아름다움을 향해 가는 문이 열렸다."

한탸의 난로에 불을 지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집시여자는 처음 왔을 때처럼 어느날 홀연히 모습을 감췄고, 한참 나중에야 한탸는 게슈타포가 그녀를 다른 집시들과 함께 강제로 끌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마이다네크 혹은 아유슈비츠의 어느 소각로에서 태워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아직 인간적이었다."

  한탸가 이 두 가지 사건에서 인간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이야기했듯 이 세상에 '사랑과 연민이라는 감정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사랑과 연민이라는 감정은 폐지 압축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잊혀지고, 기억속에서 완전히 삭제'되어 버린다. 35년 동안 폐지 압축공으로 지내면서 한탸가 인간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기본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작업환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한 개인을 지독한 고독 속에 빠뜨릴 수 밖에 없는 전쟁과 폭력이 만연한 시끄러운 세상 때문이었을까. 한탸는 책의 여러 곳에서 인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 자신의 상태를 설명한다. 가령,

"그런데 압축기의 아가리에 폐지와 펼친 책들을 쑤셔 넣으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처음으로 내 눈길이 가 멎은 것이 있었다. 생쥐 가족과 그들의 보금자리가 통째로 압축되고 있었던 것이다. 눈먼 새깨 쥐들을 선두로 해서 새끼들을 움켜잡고 놓지 않는 어미 쥐들도 함께 쓸모없는 서류와 문학작품의 운명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런 지하실에 이토록 많은 생쥐들이 살고 있을 줄이야. 이백, 아니 오백 마리나 될지 모르는 작고 다정한 이 짐승들 대부분은 반쯤 장님이다. 나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역시 글자를 먹고 살며, 모로코 가죽 장정의 실러를 선호한다는 것. 그런게 내 지하실은 언제나 사각대며 갉아벅는 소리와 눈짓으로 가득하다. 새끼 고양이처럼 장난기 녀석들인지라 내 압축기 언저리로 기어오르는가 하며 롤러 위에 서 종종 걸음 치기도 한다. 그러다 녹색 신호가 들어와 기계가 작동하면 그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고 찍찍대는 소리도 잦아든다. 그 순간 녀석들의 형제들은 심각해져 작은 뒷발로 선 채, 정말 이상한 소리야! 하고 말하려는 듯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이내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책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이제 내 삶은 이 작은 생쥐들과 떼어놓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에서 한탸는 어머니의 죽음도, 마지막 남은 혈육인 삼촌의 죽음마저도 무미건조하게 들려준다. 그들의 장례를 치르고 난 뒤 언제나처럼 어둡고 축축한 지하실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고 압축기의 녹색버튼과 빨간 버튼을 누른다. 책에서 또다른 사고를 얻고 자기 앞에 나타난 환영과 사념에 완전히 잠식된다. 한탸에게는 이제 더 이상 인간적인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쥐들의 하늘 역시 인간적이지 못하다."

한탸의 세상은 이렇듯 압축기 안에서 소멸되는 폐지더미들처럼 인간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소멸되어 간다.  

  처음에 리뷰를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책장을 계속 뒤로 넘기며 읽었다고 말했었다. 삶의 기쁨과 슬픔이 압축기 속에서 사라지는 폐지들처럼 소멸되어가는데 그것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는 한탸에게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 행동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물에 적셔 질척해진 폐지들을 압축기에 넣을 때, 폐지 한가운데 자신이 읽은 귀중한 장서를 마치 심장이라도 되는듯 끼워넣고 꾸러미를 아름답게 꾸몄다는 것이다.  한탸는 꾸러미들 사이에 참으로 여러가지 책을 끼워 놓고 그 일을 마치 의식을 행하는 성직자처럼 해낸다. 실제로 한탸가 폐지 압축공이 되기 위해서는 사상가나 성직자가 되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내가 대단한 지성인이고 지식인이어서 영광스럽게 꾸러미의 심장이 된 그 책들을 모두 읽어보았으면 좋았을테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단지 삶의 절대진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느릿느릿 유영하는 생명체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꾸러미들 사이에 놓인 책들이 한탸가 시끄러운 세상을 향해(혹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여나 그런 방향으로 분석한 평론이 나온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싶은 심정이다. 한탸가 폐지 꾸러미에 낀 책들은 다음과 같다.   

로테르담 에라스뮈스 『우신예찬』
실러 『돈 카를로스』
프리드리히 니체 『에케 호모』
이마누엘 칸트 『도덕 형이상학』, 『천계론』
노발리스의 책


  한탸가 꾸러미 사이에 끼워 놓은 책들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으며, 사고하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 한탸가 그런 행동을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반복함으로써 모든 것을 파괴하는 압축기라도 그 안에서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것이 새롭게 탄생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부브니에서 목격한 현대적 시설의 폐지 처리장은 한탸에게 절대적 절망감을 안겨준다. 한탸는 부브니의 폐지 처리장에서 거대한 기계들의 비인간적인 움직임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보고 완전한 박탈감에 사로잡힌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고독 속에 머무를 수 있었던 자신의 공간을 더 이상 보장 받지 못하기 때문이고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인간적 창작 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신봉했던 책의 어느 한 구절도, 내 존재를 온통 뒤흔들어 놓은 이 폭풍우와 재난 속으로 나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한탸의 심정이 어느 정도로 절박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탸에게는 이제 더 이상 희망이 남아있지 않다. 

   이 책에서 옮긴이 이창실 씨는 그동안 자신이 압축했던 책들과 운명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고 압축기 속으로 들어간 한탸를 두고 '그럼에도 이 책에서 역설적인 따스함과 평화의 숨결이 전해진다'고 말한다. '세상의 축소판인 압축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짓이겨 놓을 때도 그 안에서 궁극적으로 최상의 것이 탄생할 것이라는 믿음이 여전히 살아있고 한탸의 반복적인 행동과 독백으로 우리에게 개인에 대해 생각하고 꿈꾸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마지막 순간, 한때의 불꽃이었고 사랑이었던 여자의 이름이 계시처럼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옮긴이는 말한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 압축기 속으로 들어가 종말을 맞기로 한 한탸가, 그리고 그 순간에 자신이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았던 집시 여인의 이름이 생각났다는 사실이 한없이 쓸쓸하고 공허했다. 비인간적인 것들에 내몰린 한 인간이 선택한 최후의 생존 방법이 역설적이게도 결국 죽음밖에 없다는 사실이 한없이 먹먹했다. 옮긴이는 그 속에서 희망을 보았다 했지만, 나는 보후밀 흐라발이 이 책을 통해 인간사의 종말을 그야말로 잔인하도록 냉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어떤 구원도 연민도 들어있지 않으며, 옮긴이의 말마따나 '책 속의 희비극적이고 익살스러운 장치들에 힙입어 여러 절망적 상황의 확산이 차단'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마치 폭풍의 눈과 같은 눈속임일 뿐, 그 바깥에서(혹은 뒤집어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폭력과 파괴로 일그러진 인간적이지 않은 소음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 소음을 오로지 고독과 ,고독으로 파생되는 인간적 사고 행위로 구원받을 수 있으며 한탸를 구원했던 것 역시 유일하게 시끄러운 고독 뿐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비록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하늘에서 구원받는다고 믿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책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종교인 사상가로 비유한 한탸는 결국,  

                                               '인간적이지 않은 하늘로 회귀했다.'

그야말로 잔인하도록 냉소적인 폭력이 아닌가.

 한탸는 책의 처음 시작에 자신을 돈키호테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한다.  

"한 번도 진짜로 버림받아본 기억이 없는지라 그렇게 나 자신을 방기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속에 살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테지."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과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과도 같은 그의 독백에서 나는 보후밀 흐라발이 내게 보여주고자 했던 씁쓸한 현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결국에는 파괴될 실낱같은 희망이 그 안에서 끊임없이 조그맣게 타오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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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작년 선택한 책 중 최악 중 하나 내용 평점1점   편집/디자인 평점1점 v****7 | 2022.01.13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그냥..읽는것 자체가 수행이다..지 꼴리는대로 쓴 책이고..난 다시 죽었다 깨어나도 내 정서와는 상극이고..이 책에 어떤 가치도 시간 낭비 돈 낭비 외에는 느낄 수 없겠다..이런부류의 책이 맞는 인간들은..욕하면서 피하고 싶을지경이다..책도 좆같은데 가격은 졸라 비싸다..생각해보면 번역자도 번역하면서 졸라 짜증나서..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아라 하는 심정으로 가격을 책정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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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읽는것 자체가 수행이다..
지 꼴리는대로 쓴 책이고..
난 다시 죽었다 깨어나도 내 정서와는 상극이고..
이 책에 어떤 가치도 시간 낭비 돈 낭비 외에는 느낄 수 없겠다..
이런부류의 책이 맞는 인간들은..욕하면서 피하고 싶을지경이다..
책도 좆같은데 가격은 졸라 비싸다..
생각해보면 번역자도 번역하면서 졸라 짜증나서..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아라 하는 심정으로 가격을 책정한것 같다..
겉표지와 제목의 승리라 할까?
졸라 있어 보이게 뽑았는데..
니 좆이다고 엿날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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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나******다 | 2021.12.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체코작가의 글은 처음 읽는다. 북유럽에서 추천한 책인데,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최근에야 구매하게 되었다. 생소해서 더욱 호기심이 갔었는데, 책도 얇다.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나 콘트라 베이스, 비둘기 등과 같이 장편소설이라 하기엔 짧게 느껴지는 중편소설에 가깝다. 짧지만 쉽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방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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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작가의 글은 처음 읽는다. 북유럽에서 추천한 책인데,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가 최근에야 구매하게 되었다. 생소해서 더욱 호기심이 갔었는데, 책도 얇다.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나 콘트라 베이스, 비둘기 등과 같이 장편소설이라 하기엔 짧게 느껴지는 중편소설에 가깝다. 짧지만 쉽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금방 읽어버렸다.

주인공은 지하실에서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한다. 녹색버튼을 눌러 폐지를 압축하는 일은 어둡고 시끄럽고 소외되어 있다. 주인공은 그 일을 하면서 버려진 철학책이나 고전, 희귀서적들을 읽고 수집하기도 하며, 퇴근후에는 맥주를 마신다.  지하실 작업공간은 무수히 버려진 책들과 압축하는 소음으로 시끄럽지만 주인공은 그 가운데서 과거의 행복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책을 쓴 사상가들을 떠올리고, 때로는 몽상을 하면서 인생의 고독을 즐긴다.

제 2차 세계대전후의 음울한 시대상황과 맞물려 주인공이 작업하는 공간도 어둡고 축축하다. 문명화되면서 급속도로 빠르게 일처리를 하는 기계가 도입되면서 한 시대가 저물고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마무리부분에서는 애잔한 감정마저 들었다.

체코작가의 글을 읽는다는건 흔지않은 경험이다. 요즘같이 비대면 사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대인은 그 누구보다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들에게도 책 한권과 맥주한잔이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주절거리며 농담하듯 독백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그 안에 고독한 한 인간의 생애가 겹쳐보여서 우울해지는 경험을 했다. 쉽게 읽혀지지 않지만, 쉽게 읽어버렸던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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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이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책 그래도 단숨에 읽게되는 책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나******다 | 2021.12.09
구매 평점5점
왜나는 이책을 읽고 로랭가리소설 그로칼랭에 나오는. 쿠쟁이 떠올랐을까. 그저 감탄과 경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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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 2021.11.03
구매 평점4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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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 |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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