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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 양장 ] [ 포함 문학 2만5천/3만원↑ '문장 투명엽서책갈피/밀크글라스' 증정(포인트차감) ] 현대문학 핀 시리즈-소설선 6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8,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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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48위 | 문학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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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50g | 104*182*20mm
ISBN13 9788972759287
ISBN10 897275928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여섯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여섯 번째 소설선, 정이현의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가 출간되었다. 2017년 9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 소설은 현대 도시라는 도식적 공간 속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적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투영하고 있다. 결국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외면하는 삶의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진정한 자아와 만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중산층의 불안한 삶의 고민을 담은 작품이다.

저자 소개 (1명)

책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할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세영의 오랜 습관이다. 그것은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는 것이 두렵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세영은 죽음을, 꿈 없는 깊은 잠 속에 빠진 상태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하루를 새로 시작할 이유가 없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날을 위한 구체적인 조제법은 정해두었다.
--- p.11

세영은 남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손톱의 때만큼도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여기서는. 학폭위에 회부된 아이들은 그녀가 너무도 잘 아는 아이들이었다. 이 동네는 도심이지만 어떤 의미에선 지방의 소읍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조성된 지 서른 해에 가까워가는 대단지 아파트 안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등을 맞대고 붙어 있었다. 단지 안의 거의 모든 아이들이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엔 같은 중학교에 진학했다. 도우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80여 명이던 한 학년 학생의 숫자는 고학년이 될수록 점차 줄어 졸업 무렵엔 60여 명 정도만 남았다. 그 애들이 그대로 같은 중학교에 올라가는 구조였다
--- p.18

“재건축되면 어쩌려고.”
그것은 무원만의 입버릇이 아니었다. 이 아파트 단지 거주민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에 대해 말해야 하는 순간에도 ‘재건축되면’이라는 가정을 습관처럼 전제했다. 이곳은 집값 안정과 주택난 해소라는 목적으로 1989년 개발 계획이 발표된 1기신도시의 시범 단지였다. 작년부터 아파트 단지는 본격적으로 재건축 이슈에 휩싸여 있었다.
--- p.24

무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었다. 사실을 밝히거나, 그러지 않거나. 늦은 줄 알았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은 옳았다. 바로잡으려면 그때 했어야 했다. 자신의 얼굴이 조금 붉어지기는 하였겠으나, 아무의 얼굴도 크게 붉어질 필요는 없이 오류는 수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원은 오해를 바로잡으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오해를 확고히 하는 시도를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실제로 만날 일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상황을 그냥 놔두었다. 시간이 그렇게 갔다.
--- p.95

“지금은 말이야, 거기 어른들이 많이 힘드실 수 있지 않을까. 힘드신데 너희들을 보면 강이 생각이 더 많이 날 수도 있어.”
도우는 우유를 마시지는 않고 손가락 끝으로 컵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그러니까 나중에 가는 게 좋겠어.”
세영의 말이 끝나자, 도우가 있는 힘껏 컵을 잡았다.
“나중에…… 언제요? 엄마, 시간이 없어요.”
--- p.122

댁의 아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세요?”
“학원에 있지요.”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
“확신하셨나요?”
‘확인’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세영은 ‘확신’이라
고 잘못 발음하고 말았다.
--- p.137

조금 더 있을래요. 먼저 가세요.”
그 애는 진심인 것 같다.
“우리가 가버리면 아무도 없잖아요.”
그 애는 진심이다. 뜻을 알 수 없는 뜨끈한 감정이 솟구친다. 세영은 주저앉고 싶다. 도우가 바라는 대로 뒤돌아 나가주고 싶다. 강이의 빈소에 엎드려 오래오래 울고 싶다. 세영은 움직이지 못한다. 간신히 지금은 힘을 아껴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신들에게 간구하는 밤이 언젠가 올 것이다. 짐작보다 더 빨리. 등 뒤에서 적막한 저녁의 구름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 p.147~14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990년대 초반 건설된 신도시에 사는 무원은 대학강사를 하다 아버지의 유산인 지방 호텔의 경영을 맡기로 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다. 중2 딸 도우와 집에 남게 된 아내, 약사 세영은 남편과 잠시 떨어져 있지만 그간의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도우가 반대표를 맡으며 자연스레 학부모회 임원이 된 세영은 크고 작은 학교의 일들 속에 행정적인 일들 처리에 낯설기만 하다. 그러던 차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아이들이 연루되어 열린 학폭위에 참석할 일이 너무 괴롭기만 하고, 세영은 불참을 선언하고 남편이 지내는 지방으로 홀로 내려간다. 그러나 새로운 곳에서 자기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남편에게 어떠한 위로도 얻지 못하고, 세영이 불참한 그날의 학폭위는 가해자 아이들에게 유리하게 결론이 내려진다. 결국 피해자 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들 앞에 벌어진 엄청난 일 앞에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고, 도우를 비롯한 몇몇의 아이들은 자발적 조문으로 죽은 친구를 위로한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표준화된 도시 공간 속 거짓 평화에 매몰되어가는 인간들의 투사도”

1990년대 초반 지어진 신도시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주인공 세영은 작은 약국을 경영하며 딸 도우의 교육에 온 힘을 쏟고, 남편 무원은 대학 강사를 그만두고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지방의 호텔을 직접 경영하며 신도시 아파트의 재건축위원회 일까지 맡아보고 있다. 자기 가족의 안온 이외에는 관심 없는 이들은 다른 이의 인생에 개입하거나 역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일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큰 문제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그러나 실제로는 부부간의 각별함은 사라진 지 오래고, 학교 폭력, 자살, 왕따, 재건축, 사이버상의 불감증이란 현대인의 병증 속에서 그들 이면에 잠재되어 있는 허약한 정신적인 기반을 투명하게 노출하는 인물들이다. 표면적으로는 안전지대에 자리 잡은 듯 보이나 이들은 획일화된 지역 공동체 안에 사는 사람들의 도덕적인 지체와 정신적인 타락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전형적인 군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소설의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끝나는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오랫동안 그것을 생각했다. ‘것이다’는 단정인가, 추측인가, 예상인가, 결심인가. 이 소설은 어쩌면 그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불미스런 사건 앞에 반발하지 못하고 슬그머니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전작의 인물들에 대한 작가 자신의 자조 섞임 읊조림이며 동시에 뒤로 물러섰던 과거의 “나”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정이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의 화해를 시도한다.

소설 마지막 세영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결국은 죽음을 택한 친구의 빈소를 찾아간 딸 도우를 빈소에서 강제로 끌어내는 대신 자신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싶다고 독백한다. 남편 무원은 사이버 공간에서 숨어 익명의 자아로 살던 것을 후회하고 잘못된 모든 것을 차단하고, 딸 도우는 친구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친구의 마지막을 지키는 것으로 그 예를 다한다.
물론 소설 속 인물들은 도의적 책임과 그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일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구체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 안에 존재한 이기적인 자아를 마주하며 자신 역시 그 폭력의 시스템 안의 작은 고리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 나아간다. 전작의 소설들 속에서 당면 문제에 도망치는 인물군들을 그려냈던 것에서 진일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 중산층 가족이 빠져든 정신적 퇴행의 국면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안전지대에 자리 잡은 듯 보이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위태로운 일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면에 잠재되어 있는 병적인 기반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인간이 스스로를 속이며 저지르는 죄악들은 우리의 삶을 포박하고 종내는 모두의 미래마저 위태롭게 만들 것임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거짓 평화에 매몰된 ‘표준화’된 도시 공간에서 살아가는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정말 안녕한가”


정이현의 소설은 인간이 스스로를 속이면서 저지르는 죄악들이 채무처럼 우리의 삶을 포박하고 종내는 미래를 열어나갈 아이들의 삶마저 위태롭게 만들 것임을 두렵게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의 소설은 현대 도시의 세태를 세밀하게 지면에 묘파한 리얼리즘 서사이자 눈에 보이지 않고 느끼지도 못했던 신과 초자연적인 세계를 향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을 그린 영적 체험담이라는 중층적인 구조를 갖게 된다. 억울하게 죽은 아이의 장례식장에 외롭게 남아 있는 또 다른 아이들의 모습으로 끝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얼마나 비통하고 슬픈가. 이 풍경을 통해 정이현의 소설은 우리에게 마지막 경고를 내리는 듯하다. 어른들이 저지르는 은밀한 폭력이 소중한 아이들을 떠나보낼 것이며, 투명한 거짓으로 지은 세속 도시는 머지않아 신이 지배하는 거룩한 불모의 세상이 되리라는 두려운 진실 말이다.
-이소연, 「작품해설」 중에서

작가의 말 중에서

‘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끝나는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오랫동안 그것을 생각했다. ‘것이다’는 단정인가, 추측인가, 예상인가, 결심인가. 이 소설은 어쩌면 그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작년 여름 썼던 초고를 올여름 수정했다. 여러 가지를 빼고 더했다.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어떤 오후엔 해의 방향을 향해 앉은 아기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았고 어떤 저녁엔 팔을 흔들며 유리창의 얼룩을 닦았다. 아주 멀리 당도하는 꿈은 한 번도 꾸지 못했다. 맹목과 불안 사이를 서성이는 사람에 대해, 일상의 어떤 모습에 대해 쓰려 했다는 것을 완성한 후에 알게 되었다.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월간 [핀 소설], 그 여섯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매월 내놓는 월간 핀이기도 하다. 매월 25일 발간할 예정이 후속 편들은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한국 출판 사상 최초로 도입되는 일종의 ‘샐러리북’ 개념이다.

001부터 006은 1971년에서 1973년 사이 출생하고,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사이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의 든든한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진다.
007부터 012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출생하고,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현재 한국 소설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8.0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역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rnjsansgjs | 2018.10.0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역시는 역시 네요. 단숨에 흡입룍 있게 읽어버렸습니다.. 과거에 이러한 비슷한 주제로 책을 썻던 기억이나는데, 욕시나 이번에도 흡입력있게 겉으로는 멀쩡하고 행복해보이는 현대 도시임들의 삶을 고스란히 내면을 보여준 느낌이 듭니다.. 핀 시리즈는 이러한 기획이 참으로 적확하다라는 생각이드네요. 뮨고본보다는 듀껍지만 실상은 그리 두떱지도 않아서 금방 읽어버렸네요
리뷰제목
역시는 역시 네요. 단숨에 흡입룍 있게 읽어버렸습니다.. 과거에 이러한 비슷한 주제로 책을 썻던 기억이나는데, 욕시나 이번에도 흡입력있게 겉으로는 멀쩡하고 행복해보이는 현대 도시임들의 삶을 고스란히 내면을 보여준 느낌이 듭니다.. 핀 시리즈는 이러한 기획이 참으로 적확하다라는 생각이드네요. 뮨고본보다는 듀껍지만 실상은 그리 두떱지도 않아서 금방 읽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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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나중에는 시간이 있을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자목련 | 2018.10.04 | 추천5 | 댓글4 리뷰제목
나중에는시간이있을까
 개인주의를 지향하지 않더라도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든다. 뭐든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거니와 괜한 시비에 휘말리는 불편함이 싫기 때문이다. 가족과도 필요 이상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현대인에게 익숙한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세영은 남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손톱의 때만큼도 하
리뷰제목

 개인주의를 지향하지 않더라도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든다. 뭐든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거니와 괜한 시비에 휘말리는 불편함이 싫기 때문이다. 가족과도 필요 이상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현대인에게 익숙한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세영은 남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손톱의 때만큼도 하고 싶지 않았다. (18쪽)는 세영의 마음이 유별나다고 할 수 없다. 

 

 소설은 동갑내기 부부 세영과 무원, 그리고 딸 동주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약사인 세영은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과 딸 동주를 돌보는 그 외의 일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유산으로 받은 호텔을 관리하느라 집에 자주 들르지 않는 남편 무원의 태도도 무던하게 받아들었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가족은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중산층의 모습처럼 보인다. 중학교 2학년 딸 동주의 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만 없었다면 이런 일상이 지속되었을지도 모른다. 동주가 다니는 중학교 ‘학부모회’ 부회장인 세영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참여해야만 했다. 가해자인 남학생 양은석과 차지수는 동주와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고 피해자 유강은 전학을 온 아이로 조부모와 지내고 있었다.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만 회의에는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피해자의 할아버지가 보내는 문자도 부담스럽고 약국으로 두통약을 사러 오면서 은근슬쩍 말을 거는 가해자의 부모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무원을 핑계로 참석을 피하고 호텔로 향했다. 세영에 학교 일로 인해 복잡했다면 무원은 온라인 동호회 활동으로 골치를 섞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모임에 호텔이 아닌 약국을 운영하는 걸로 가입했다. 어쩌다 보니 무원은 회원들에게 여성으로 인식되었다. 만날 사이도 아니니 상관없었다. 그런데 유독 한 남자 회원이 무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결국은 자신이 남자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무원은 오해를 바로잡으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오해를 확고히 하는 시도를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실제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상황을 그냥 놔두었다. 시간이 그렇게 갔다. (95쪽)

 

 어떻게 보면 세영과 무원 모두 문제를 회피하고 외면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일어난 일을 의논하지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세영과 무원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피해를 받고 싶지도 않은 세영이나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상관없다는 무원은 어느 순간의 나였거나 현재의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세영이 빠진 학폭위에서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은 서면사과와 봉사로 결정 났고 피해 학생은 등원을 하지 않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례식 참석을 두고 학부모회는 참석을 하지 않기로 결정이 났고 세영의 부담을 줄어들었다. 하지만 반장이었던 동주는 유강을 보러 간다. 쓸쓸한 장례식장에서 동주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을 데리러 온 세영에게 동주는 완강하게 더 있다 가겠다고 말한다.

 

 짧은 소설이지만 깊고 긴 여운을 남긴다. 유강의 장례식장에 가겠다는 동주가 나중에 가라는 세영에게 “나중에…… 언제요? 엄마, 시간이 없어요.” (122쪽)라고 한 말은 너무도 적확하게 모두의 가슴을 찌른다. 우리에게 나중은 있을까. ‘이름도 알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신들에게 간구하는 밤이 언젠가 올 것이다.’ (148쪽)란 의미심장한 말도 마찬가지다. 불안하고도 불편한 순간을 모면했지만 언젠가 우리가 당사자가 될지도 모르니까. 표면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모두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소설을 읽고 관심, 관여, 개입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정이현은 당신이 세영과 무원이라면 어떻게 했겠냐고, 묻는 듯하다. 선뜻 답을 할 수 없다. 세상과의 나 사이에 불투명한 유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는 타인과의 단절뿐 아니라 스스로와도 단절하고 사는 건 아닌지...

 

 

 

댓글 4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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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무대로 한, 한 가족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될 듯하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나날이 | 2018.10.22
구매 평점5점
잘 읽을게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냐옹 | 2018.10.16
구매 평점5점
지금 여기의 우리를 냉철하고도 측은하게 보는 눈. 정이현과 동세대 독자라 얼마나 행운인지.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whdhd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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