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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방
정지아 저 / 손정인 | 아시아 | 2020년 0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3 리뷰 9건 | 판매지수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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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22g | 115*188*6mm
ISBN13 9791156624257
ISBN10 115662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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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처럼 나풀거리던 딸이 제 방으로 향한다. 오래도록 딸의 방에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녀와 남편은 겨울의 여느 날처럼 벌레 먹어 말려놓은 밤 껍질을 벗긴다. 모여 딸의 대학 등록금이 될 밤이다. 톡톡, 밤 부스러기가 사방으로 튄다. 톡, 딸 방의 불이 꺼진다. 달캉, 남편이 여전히 밤 껍질을 벗기며 발로 문을 연다. 눈은 송이가 더 굵어진 채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가 산골의 적막을 더한다.
Fluttering like a snowflake, her daughter goes back to her room. Her daughter’s room is lit late into the night. As usual in winter, she and her husband peel off dried shells of worm-eaten chestnuts. The chestnuts will help her pay her daughter’s college tuition. “Click click,” chestnut crumbs are scattered in all directions. “Click,” the light is turned off in her daughter’s room. “Thrump,” her husband opens the door with his foot while peeling off chestnut shells with his hands. Even bigger snowflakes are still pouring down. “Crisp,” the sound of snow falling deepens the silence in the mountain village.
--- pp. 28-29

나는 요즘 어딘가를 본다. 창 너머 지리산이든, 어머니의 검은 방이든, 학생과 학생이 앉아있는 의자 사이든 그곳들은 비어있지 않다. 그곳엔 누군가의 질척거렸던, 비틀거렸던, 신산했던 한 삶의 기억이 불멸의 것으로 화하여 부유하고 있다. 언젠가는 나의 기억도 어떤 공간을 떠돌고 있을지 모른다.
These days, I often stare at some places. Whether it is Jirisan Mountain outside the window, or my mother’s black room, or the space between my students sitting side by side, these places are not empty. There, the memories of someone’s muddy, hard and stumbling life are immortalized and floating in the air. Someday, my own memories will probably float in a certain space, too.
--- pp. 80-83

이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검은 방」은 그러나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그녀의 ‘검은 방’에는 고통과 절망과 패배가 어둠 속에 가라앉지 않고, 환희와 사랑과 행복이 날아오르지 않는다. 이 모든 정념을 입은 기억들은 그녀의 ‘검은 방’에서 푸가의 화음처럼 서로를 비추면서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깊은 통찰력을 거쳐 나온 작가의 ‘눈송이’ 같은 경쾌한 삶의 태도가 이 전투들을 다음과 같은 시적인 감각으로 변형 시켜 놓기 때문이다.
The black room, where those fierce battles take place, is nevertheless neither heavy nor dark. In the black room, her pain, despair and defeat do not settle into darkness, while her joy, love and happiness do not fly into the sky, either. Revealed by all these feelings, her memories beautifully resonate with one another, as if in a harmonious fugue, in the black room. Reflecting a deep insight, the author’s attitude toward life is as light as ‘snowflakes,’ and transforms the battles into a poetic scene as follows;
--- pp.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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