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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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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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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0년 03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76g | 127*188*20mm
ISBN13 9791130629032
ISBN10 1130629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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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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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
당신의 평범했던 일상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팽팽한 긴장감, 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의 탄생

그는 우리가 하루에 몇 번씩 마주치는 평범한 택배기사다. 활동하기 편한 등산복을 입고, 카트를 끌며, 엘리베이터보다 빠르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평범한 택배기사. 하지만 그가 얼마나 평범한지 아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그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름마저도. 사람들은 그저 그가 활동하는 지역의 이름을 따 ‘행운동’이라고 부를 뿐이다. 그게 업계의 관행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한 줌의 위로, 먼지만 한 한 줌의 위로이다. 그만큼 그는 오랜 시간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부딪히게 마련이고, 각자 비밀을 감춘 행운동 사람들은 도저히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택배기사를 죽이고 싶은 우울증 환자, 보디가드를 달고 다니는 동네 바보, 경제철학 공부를 강요하는 노망난 교수와 미모를 자랑하는 손녀, 은밀한 눈빛으로 그를 유혹하는 게이바 직원들과 지옥에 빠진 가난한 인생들…….

대한민국의 평범한 택배기사는 행운동 사람들 사이에서 과연 한 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 첫 장부터 눈을 뗄 수 없는 숨 막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일진이 유독 사나운 날이 있다. 그날이 그랬다. 첫 배송은 옷가게였다. 중년 여성들을 상대로 옷을 파는 브랜드 대리점이었는데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사장이 있는 곳이었다. 손님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택배 기사인 나에게는 입 한 번 연 적이 없다. 물건이 옷 박스라 대개 지고 가야 할 크기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 옆의 빈 공간을 향해 눈길만 한 번 쓰윽 주는 식이다. 그럼 거기다 내려놓고 가게 문을 나선다.
물론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내가 사장의 직원도 아니고, 대우는 머슴처럼 하니 아무리 천산산맥의 양 떼와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코알라의 수면 부족을 걱정하고 있는 나라도 욱, 하고 화가 치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일에서 배운 게 있다면 버나드 쇼의 말이 맞다는 거다.
돼지와 뒹굴어서는 안 된다는 것. 함께 더러워질 뿐이고, 심지어 돼지가 그걸 좋아한다는 사실.
--- pp.69-70

대가는 지불할 생각이에요. 한 번 만날 때마다 백만 원. 결정은 제 얘기를 듣고 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구미가 당겼다. 돈은 날로 먹을수록 좋으니까. 돈의 가치는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피땀을 흘려서 번다? 피땀이 아깝다. 노동의 가치? 그런 건 브런치나 먹으며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지 않는 인간들이나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다. 되도록 날로 먹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뿐이다. 안타깝게도 흙을 파먹고 사는 재주도 없고.
“그러니까 당신 얘기는, 커피나 마시면서 얘기나 들어주면 백만 원을 주겠다는 뜻입니까? 듣다가 심심하면 당신 모자나 들어주고?”
“모자는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맞아요.”
여자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제 길거리에 돈을 뿌리는 건 심심해서 나한테 뿌리겠다는 말로 들렸다. 이런 걸 횡재라 한다. 그러니 당장 대답할 수밖에.
“거절하겠습니다.”
“왜죠?”
“공짜는 믿지 않을 만큼 나이를 먹은 탓이겠죠.”
--- pp.114-115

“형님도 처음 할 때 힘들었습니까?”
대답하지 않고 잠시 멈춘 후 담배를 물었다.
“내 경우에는 바닥을 두 번 느꼈어. ‘이러다가 죽겠다’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하나 더 있더라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너도 다 큰 어른이니까 눈물 따위는 흘리지는 않을 거야. 내가 그랬듯이. 하지만 몸이 울어. 정말이지 몸이 울어. 하지만 다행인 게 하나 있다면 저 놈의 택배를 돌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걸 느낄 사이가 없다는 거야. 시간이 꽤 지나서 일에 익숙해지면 아, 그때 내 몸이 울고 있었구나 싶지. 그러니까 별로 걱정할 건 없어.”
듣고 있던 청림이가 오른손 검지를 세우며 고개를 약간 숙였다. 담배를 하나 건넸다. 한 모금 피우더니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쩐지 인생 같네요.”
청림이의 말에 담배를 비벼 끄며 내가 말했다.
“누구에게도 그렇게 간단한 인생은 없지 않을까?”
울음이 타는 강가에서--- pp.151-152
“어쩌면 한 사람이라도 기사님처럼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면 좀 더 용기를 내서 버텼을지도 몰라요.”
씁쓸한 얼굴로 마스크가 말했다.
“남자들은 이해 못 하겠지만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사는 건 지뢰밭을 건너는 거예요. 남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걷거나 뛸 때 말이에요. 아무리 조심을 해도 몇 번씩 지뢰가 터지고 나아가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친절한 남자라도 쉽게 믿을 수가 없게 돼요.”
마스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된다는 뜻이에요?”
“들었다는 뜻입니다. 이해될 리가 없죠. 밤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가고, 뒷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택시를 타도 기사들을 신경 쓰지 않고, 헤어진 남자친구의 성난 전화도 무서워해본 적 없고, 직장이나 모르는 남자의 성희롱을 견딘 적도 없고, 남자들은 당연히 주어지는 기회를 힘들여 쟁취한 적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관습과 싸워 얻어야 하는 그런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들이니까. 그 인생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살아온 이의 공포나 괴로움을 이해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전 누군가를 짐작으로 이해하거나 공감할 만큼 머리가 좋지 않아요.”
--- pp.179-180

“말귀를 좀 알아듣는 오빠일 거라 생각했는데 안 되겠네. 일단 가볍게 마사지 좀 받고 시작할래요? 김 군아!”
망치가 뒤로 빠지자 투피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나머지 떡대들 쪽을 보았다. 한 녀석이 앞으로 나왔다. 이 녀석이 김 군이었다. 궁금증은 풀렸다.
“김 군아, 이 오빠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마사지 좀 하고 시작하자.”
투피스의 말이 떨어지자 떡대가 나의 몸통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맞는 건지 해머로 맞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왜 그랬어요?”
고통이 채 끝나기도 전에 투피스가 다시 물었다. 눈물이 핑 돌고 척추부터 머릿속까지 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고통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왜 그랬어요?”
투피스가 같은 말을 또 물었다. 나의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쇼. 그러면 없는 사실도 다 말해줄 테니까.”
가까스로 힘을 짜내 투피스를 보며 말했다.
“뭐죠?”
투피스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주어와 목적어.”
--- pp.258-25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건들지 않으면 싸울 이유도 없다!”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한 남자가 세상과 부딪히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법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신의 목소리가 죽어버린 오늘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오래된 낭만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위의 세 가지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었고, 바로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간절한 목소리로 답을 갈구하고 있다. 『침입자들』에 등장하는 주인공 ‘행운동’처럼.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는지에 대한 단서도 없다. 버림받은 천사 미하일처럼 어느 날 갑자기 강남고속터미널에 던져졌을 뿐이다. 그런 그가 택배일을 시작한 이유는 오직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이름 ‘행운동’. 행운동은 그가 맡은 택배 관할 지역이다.

“먼지만 한 한 줌의 위로만을 원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
치열하고 뜨거운 소시민들의 삶을 묵묵히 끌어안는 휴머니즘 판타지

행운동은 평범한 삶을 갈구한다. 일이 있으면 녹초가 될 때까지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술을 마시고 책을 읽으며 족쇄처럼 따라다니는 과거를 벗어던지는 삶. 그래서 행운동은 자기 주변에 단단한 울타리를 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개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한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가혹하다. 그가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운명은 그의 인생에 한 걸음 더 다가오고, 눈 감으면 눈 감을수록 더욱 환하게 나타난다. 그것도 매우 기이한 모습으로. 매일 같은 벤치에 앉아서 택배기사를 기다렸다가 담배 한 개비를 빼앗아가는 우울증 환자, 경찰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지껄이는 동네 바보, 난데없이 택배기사를 끌고 가 경제철학 강의를 늘어놓는 노망난 노교수, 은밀한 눈빛으로 그를 유혹하는 게이바 직원, 빈곤과 가난의 중간에서 삶을 저울질하는 폐지 줍는 소녀까지… 저마다의 비밀을 간직한 행운동 사람들은 도저히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래서 읽을수록 궁금해진다. 행운동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그는 그의 일상에 무례하게 침입하는 사람들을 막아내지 못하는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행운동에게 허락되지 않은 운명은 무엇인가? 끝내 그는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삶은 언제나 가혹하다. 거짓과 배신이 난무하면서 서로의 가슴을 상처를 낸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한 번 주변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건 뜨거운 심장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간략한 묘사, 위트 있고 짧은 대사, 빠른 전개”
켄 브루언, 레이먼드 챈들러의 숨결이 느껴지는 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의 신세계


정혁용 소설가가 만들어낸 세계는 건조하다. 그의 소설 속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들은 결핍되고, 뒤틀리고,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린다. 그리고 굳이 그 사실을 숨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솔직하게 다가와서 독자의 얼굴이 빨개질 정도다. 그런 인물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건 주인공이다. 어둠이 클수록 빛이 환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주인공이 던지는 짧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읽는 이의 정신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을 덮은 독자들은 알 수 있듯이 건조한 결핍되고, 뒤틀리고,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리는 사람들 사이를 채우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소통은 활발하지만 영혼은 고립된 현대인들이 이 소설을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독자들이 그런 거창한 주제를 마음속에 새기면서 책을 볼 의무는 없다.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한 장을 넘겼을 때 재미가 없다면 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한 장을 넘겼다면 분명 오늘이 가기 전에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거라고 자신한다. 마지막으로 정혁용 소설가가 작가의 말에 쓴 문장을 인용하며 책 소개를 마치련다.
“켄 브루언은 그때 만났다. 마흔 초반이었을 거다. 간략한 묘사, 위트 있고 짧은 대사, 빠른 전개.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

회원리뷰 (77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침입자들》 우리는 지옥에 빠진 인간들이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지* | 2020.04.26 | 추천9 | 댓글0 리뷰제목
 "하지만 이 말은 해두는 게 좋겠군요."여자가 반쯤 열려 있는 창문을 오른쪽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전 당신을 죽이려고 했어요."역시, '카푸치노 한 잔이요' 라고 주문할 때 쓰는 말투였다. 뭐라고 대답할 사이도 없이 여자는 차 뒤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사이드미러를 보자 여자는 이미 골목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죽음이란 단어만은 잔상에 남았다. 죽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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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말은 해두는 게 좋겠군요."
여자가 반쯤 열려 있는 창문을 오른쪽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전 당신을 죽이려고 했어요."
역시, '카푸치노 한 잔이요' 라고 주문할 때 쓰는 말투였다. 뭐라고 대답할 사이도 없이 여자는 차 뒤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사이드미러를 보자 여자는 이미 골목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죽음이란 단어만은 잔상에 남았다. 죽음이라.......    p.38~39

 

이 작품의 주인공인 택배 기사는 사람들에게 '행운동'이라고 부린다. 우리는 그의 이름은 물론 어떤 이유로 고향을 떠나왔는지, 과거에 무슨 일을 하다 지금은 집도 없는 신세로 택배 회사의 컨테이너에서 지내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저 그가 배달을 맡은 택배 관할 지역이 행운동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불리고 있을 뿐이다. 그는 매일 녹초가 될 때까지 일을 하고, 쉬는 날이면 술을 마시고 책을 읽으며, 누구와도 친분을 만들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도록 동료들과 별다른 말을 섞지 않은 것은 성격 탓도 있었지만, 인간관계라면 이미 끊어진 과거의 것으로도 충분하니 다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수 적고, 무뚝뚝한 그의 단단한 틈을 억지로 비집고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함께 근무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택배 일을 하다가 만나게 되는 행운동 사람들 모두가 그를 가만두지 않는 것이다. 담배 한 개비를 달라는 우울증 환자, 경찰복을 입고 그를 따라다니며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동네 바보, 그에게 경제철학 강의를 해주겠다며 집으로 부르는 노교수, 서비스로 술을 주겠다는 게이바 직원, 흰색 마스크를 쓰고 폐지를 줍는 젊은 여자 등등 각자의 과거와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 그들은 이상하게도 그에게 말을 걸고, 그에게 뭔가 부탁을 하고, 그의 삶에 간섭을 하려 한다.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행운동은 그들의 요구가 귀찮고, 그들의 사정에 관심도 없으면서 그들을 마냥 거절하지 못해 항상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것도 전혀 친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하나도 관심 없다는 듯이 시니컬 하고, 무뚝뚝하게 말이다.

 

 

"사회는 집념, 포기하지 않는 노력, 뭐 그런 걸 강요하지만 글쎄요, 제 생각엔 희망이란 게 사람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할 뿐인 것 같아요. 그럴땐 포기하면 편하죠. 정말 그래야 할 일은 살면서 한두 가지 정도인 것 같아요. 대개의 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는 뜻이니까."
"보통은 좀 더 노력해보라고 하는데 기사님은 다르게 말씀하시네요."
"나태하고 게으른 인간이라서 그렇겠죠."    p.189

 

평범한 택배기사처럼 보이고 싶은 주인공 행운동은 아무리 봐도 전혀 평범하지 않은 택배기사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택배기사'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는 아니라는 거다. 물론 몸을 쓰는 택배기사라고 해서 가방끈이 길지 말라는 법은 없고, 그 피곤한 와중에 틈만 나면 책을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보통 몸을 사용해서 하는 일인 경우 잡생각 없이 그저 바쁘게 움직이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행운동 역시 평일 평균 150개의 물량을 배송하는 데 8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그러자면 3분에 한 개꼴로 배송을 해야 했으니 담배를 피울 시간도, 점심은 물론이고 잠시 쉬는 것조차 두려워서 못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바쁜 택배 일을 제대로 해내면서도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만들지 않고, 지쳐 쓰러질 정도에서도 숙소에 오면 책을 펼쳐든다. 이상하기 그지 없는 인물인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중간에도, 혼자 생각하면서도 끊임없이 책 속 문장이나 작가의 말, 영화나 미드에 대한 것들을 인용한다. 오죽하면 극중 그와 대화를 나누던 여성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리고 그 말을 인용하면 자신이 근사해 보이나요?'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사실 <침입자들>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는 문구도 그렇고, 이 작품이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라고 생각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라 단시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오마주라 칭하는 그 수많은 인용문구들이 없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문장과 대사에 인용이 너무 많은 소설이라 낯설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 가끔은 이야기의 흐름과 크게 상관없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아마도 소설 장르에서 등장인물이 이렇게나 많은 인용을 사용한 경우는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들이었고, 현실에 굳게 발 딛고 서 있는 이야기라 통쾌하고, 시원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소설로서의 '재미'도 충분해서 누구라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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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주간우수작 개인의 삶이 만나는 여러 다른 개인의 삶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나*이 | 2020.04.18 | 추천19 | 댓글10 리뷰제목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인물을 제시해 이야기를 한다. 그 인물은 먹고 살기 위한다는 명목아래 택배기사를 한다. 그는 사장과 연락을 통해 택배 물건이 머무는 터미널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있는 컨테이너에 기거를 하면서 택배 생활을 하게 된다. 그의 이름도 자세히 제시되지 않는다. 이 글은 이름 대신 모두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행운동을 무대로 택배를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
리뷰제목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인물을 제시해 이야기를 한다. 그 인물은 먹고 살기 위한다는 명목아래 택배기사를 한다. 그는 사장과 연락을 통해 택배 물건이 머무는 터미널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있는 컨테이너에 기거를 하면서 택배 생활을 하게 된다. 그의 이름도 자세히 제시되지 않는다. 이 글은 이름 대신 모두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행운동을 무대로 택배를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행운동, 행운이라 호칭을 당한다. 즉 그것이 그의 이름이 된 것이다. 또 동료직원들은 바나나 형님, 조 따거, 낙성대, 아파트, 인헌동, 코알라(주창) 등으로 불린다. 그 외에도 마이클, 노인, 마스크, 회장, 우울증 여인 등이 나온다. 요즘 흔히 잘 표현되는 익명성을 사용한 호칭이다. 그만큼 타인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택배 생활을 하다 보니 자꾸 엮이게 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전혀 엮이고 싶지 않은데 관계가 이루어지게 된다. 행운동은 철저하게 엮이지 않기를 바라는 타입이다. 그런데 자꾸 엮이게 되고 그것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성품상 부탁하는 타인을 외면하지 못하는 바탕이 있다. 그것이 많은 만남을 이루어나가게 되고 그의 삶이 침입을 당하는 듯함을 느끼게 된다

 

이 일은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결국 아무도 만나지 않는 일이라는 게 유일한 매력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쓸데없는 인간들과 엮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p87)

 

택배 하는 공간에서 일정하게 시간을 보내는 정신이 온전하지 않는 것 같은 여자를 만난다. 의자에 늘 앉아 있는 그녀는 그가 지나갈 때 그에게 담배를 요구한다. 한 개비씩 요구를 하고, 한 갑이 되었을 때 얘기하라고 한다. 한 갑이 되었을 때 애기하니 2갑이 되었을 때 얘기하라고 한다. 그리고 만남이 조금 이루어졌을 때 그녀는 그를 죽이고 싶다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그녀가 무작정 그의 삶 속에 들어온다. 가당찮게 여기면서 병증을 보이는 그녀를 거부하지 못한다. 아주 쌀쌀한 듯하면서도 냉정하지 못한 면이 있는 택배기사다. 명령하면 거부하는데 부탁하면 잘 거절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그것이 그의 삶 속에 많은 침입자들이 있게 만든다.

 

같이 택배 하는 사람들과도 잘 섞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밀고 들어오는 상대에겐 어쩔 수 없이 내어주게 된다. 그는 과거 알코올 중독자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술을 잘 마신다. 지난 시간 속에서 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공공연히 얘기한다. 그런데 자신보다 조금 어린 동료 코알라(주창)가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하고, 그렇게 한다. 주변 동료들은 그와는 술을 먹지 말라고 충고한다. 코알라는 술을 마시면 터미널에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늦게 나올 때도 있다. 그것은 타인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된다. 그런데도 같이 술을 마시고 그가 늦게 나오는 것을 만나면서 그의 몫까지 까데기쳐야하는 수고를 겪는다. <까데기라는 것은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이다.

 

또한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한 사람을 만난다. 그는 그를 마이클이라 부른다. 마이클과 처음 만남은 그가 노상방뇨를 했을 때 그가 다가와 오줌을 누면 손을 씻어야 해라는 해맑은 얼굴과 말로 이루어진다. 그는 마이클에게 먹을 것을 전하고, 마이클은 그를 잘 따르면서 가끔씩 만나게 된다. 또한 백발의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의 집으로 찾아가 경제학 강의를 듣게 된다. 그 백발노인은 지면에서 본 적이 있다는 생각에 하루만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갔다가 그 집안의 일에 엮이게 된다. 할아버지의 손녀가 그 집의 사연을 나중에 전해 준다. 그녀는 얘기하면서 천재의 집안이라는 사실로 얘기하고 지금은 자신이 둘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또한 택배를 하면서 겪는 고충을 얘기한다. 갑질을 하는 사람과의 상대, 무뢰하게 구는 이들에게 대처하는 방법 등이 그려진다. 명령을 하면 어떻게든 말로 곤죽이 되도록 상대를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부탁을 하면 꼼짝하지 못하고 들어준다. 그런 택배의 과거가 읽어나가다 보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의 과거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동료들의 싸움도 끼어들지 않고, 타인의 삶에 관여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대항해서 권리를 찾는다.

 

다음에 말을 섞은 건 건물 경비와 마스크가 싸울 때였다. 흔한 광경이었다. 갑도 을도 아닌, 병이 정에게 갑질을 하는 건물 안으로 배송을 하러 들어가려는데 환갑이 넘어 보이는 경비가 마스크를 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P170)

 

싸울 때는 화법이 독특하다. 상대가 알아듣지 못하는 지적인 내용을 표현한다. 말로서 상대가 주눅이 들게 한다. 논리 정연한 이야기를 통해 상대가 스스로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언변을 사용한다. 그것은 그가 많은 지식의 소유자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택배를 하지만 지난 시간 속에 뭔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어떤 여인을 도와 경비와 싸울 때, 경비를 꼼짝 못하게 하는 화법은 독자들에겐 놀라움이다. 글이 끝나갈 무렵, 그에 대해 딸을 마음에 간직하고 못 잊으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한다. 즉 딸이 죽었다는 얘기다. 그저조적인 태도의 근원이 거기에 있나 생각도 해보게 한다.

 

그는 항상 책을 옆에 두고 있다. 시간만 나면 독서를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술을 마시며 독서하는 것이 그가 시간이 있을 때 하는 버릇이다. 그것은 그가 어떤 일을 한 사람인가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칼로 잘 다루는 것으로 그려진다. 끝부분에 갈을 가르쳐준 장본인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라고 한다. 이제 사막에 그만 있고 오아시스를 찾으라고 한다.

 

한 번은 아침 8시경 문자가 왔다. ‘서울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8담배를 준비해 나와 줬으면 한다는 문자 통보였다. 통화를 통해 가지 않겠다고 하니 부탁이라 한다. 그래서 나가보기로 한다. 우울증이 있었던 여자, 담배를 요구한 여자다. 여자가 제안을 한다. 자신에게 하루의 시간을 맡겨주면 적당한 사례를 하겠다고. 그것이 자그만치 100만원이다. 나는 결국 제안을 수용한다. 그 일이 연유가 되어 회장님을 만나게 되고, 회장님에게 여자()를 잘 돌보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는 토요일 저녁 8시에 물건을 배달해 달라는 술집(게이 바)에 그 시간에 물건을 배달한다. 다른 수입을 주겠다는 그들의 요구로 인해서다. 그 게이 바의 주인과 만남이 계속되고 그 집에서 일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들이 주는 술을 마신다. 술은 마다하지 않는 습성을 보이는 그다. 그는 술장사를 하는 그들에 연루가 되어 조폭들에게 납치되어 고난도 당한다. 그가 택배로 움직인 것이 돈이고, 돈 세탁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죽을 정도로 고문을 당한다. 하지만 당당하다. 그런 모습이 그의 지난 일들을 짐작해 보게 하기도 한다. 결국 우울증 여인의 아버지 되는 회장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벗어나기는 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는다.

 

일주에 한 번씩 들려 공부를 하던 노인의 집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오랜만에 경제학 공부를 하러 가게 된다. 노교수는 없고 손녀만 있다. 손녀에게 그 집의 사정을 자세히 듣는다. 할아버지와 오빠가 천재라고 한다. 보통 사람이 천재와 함께 사는 고충을 얘기한다. 모든 일에 속도가 훨씬 빠른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은 자괴감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노인이 그를 공부라는 이름으로 집으로 데리고 온 이유는 마이클이 그만은 따르고 같이한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을 알게 된다. 마이클과 먹을 것을 나누면서 소통을 한 것이 그렇게 된 이유다. 노교수는 그가 마이클의 옆에 있기를 원한다. 오빠인 마이클은 우주를 계산하는 공부를 하다가 정신이 이상하게 되었다 한다. 치료를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잘 안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자신이 두 사람을 모시고 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은 패션을 해서 돈을 조금 벌었다고도 한다. 결국 노교수는 죽고, 그는 여인에게 제안을 받는다. 오빠를 미국에 치료차 보낼 것인데 옆에 있어줄 수 있느냐고. 보수는 충분히 주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한편 우울증 여인, 회장의 딸은 그를 만나면서 남편에 대한 추억을 잊으려는 생각을 내보인다. 그가 자살한 남편과 닮아 그를 가까이 두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수시로 고용해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도록 하고, 같이 음식도 먹고 같이 거닐게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남편을 잊었고,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고 결별을 선언한다. 회장은 딸이 그를 좋아하는 줄 알고 연결해 주려는 노력도 한다. 이 관계는 그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그는 깨끗하게 그녀의 곁을 떠난다.

 

들었다는 뜻입니다. 이해될 리가 없죠. 밤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가고, 뒷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택시를 타도 기사들을 신경 쓰지 않고, 헤어진 남자친구의 성난 전화도 무서워해 본 적 없고, 직장 동료나 모르는 남자의 성희롱을 견딘 적도 없고, 남자들은 당연히 주어지는 기회를 힘들여 쟁취한 적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관습과 싸워 언어야 하는 그런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 인생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살아온 이의 공포나 괴로움을 이해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전 누군가를 짐작으로 이해하거나 공감할 만큼 머리가 좋지 않아요. (P180)

 

폐지를 주워 살고 있는 여인 마스크와 나눈 대화 중 한 토막이다. 여권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페미니즘도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은 이처럼 곳곳에서 사회적 이슈들을 말하고 있. 그녀의 삶이 잘 드러난다. 그녀는 아버지가 망나니여서 그녀가 직장에 있을 수 없도록 만들었고 결국 폐지를 줍는 인생으로까지 전락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젠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그녀에게 공감을 하면서 힘을 준다. 다음에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단정한 복장으로 있다. 면접을 보고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선 나오라고 하는데, 여인은 그런 생각이 별로 없는 듯하다. 그는 여인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느끼며 어찌하던 살라는 말을 전한다.

 

터미널에서는 사장이 동료들의 한 달 치 급여를 가지고 도망을 가버린다. 동료들은 난감해 하면서 다른 살길을 모색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 택배를 떠날 때가 되었음을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돈의 일부를 필요한 동료들의 통장으로 입금시키고 그는 그것을 떠난다. 그가 지난 시간 머물렀던 곳에서 오라는 소식이 전해 온다. 하지만 그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택배라는 소재로 힘겹고 어려운 일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갑질과 정신병증 등을 표현해 내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어떻게 어렵게 살아가고, 어울리는지를 표현해 내고 있다. 행운동으로 불리는 주인공인 그의 삶이 타인들과 섞이는 것을 그렇게 증오하지만 삶 속에서 그렇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삶 속에 침입하는 자들의 이야기가 이 글을 이루고 있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기발한 언어 표현으로, 혹은 선문답의 대화로, 자조적인 심정으로 이끌어 나간다. 오늘날 세상의 아픔이 단편적으로 드러나면서, 그래도 따뜻한 이웃들이 있어 살만한 공간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별한 체험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 무척 흥미롭게, 기껍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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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 정혁용 (다산책방)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하*비 | 2022.01.1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한 장을 넘겼을 때 재미가 없다면 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한 장을 넘겼다면 분명 오늘이 가기 전에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거라고 자신한다.”   말 그대로 자신감 넘치는 출판사 소개글의 한 대목입니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습니다. 과거를 꽁꽁 숨긴 채 고된 택배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45살 남자 ‘행운’이 주인공입니다. 그가 맡은 구역이 행;
리뷰제목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한 장을 넘겼을 때 재미가 없다면 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한 장을 넘겼다면 분명 오늘이 가기 전에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거라고 자신한다.”

 

말 그대로 자신감 넘치는 출판사 소개글의 한 대목입니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습니다. 과거를 꽁꽁 숨긴 채 고된 택배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45살 남자 행운이 주인공입니다. 그가 맡은 구역이 행운동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범상치 않은 이력과 함께 심연과도 같은 깊은 상처를 품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단 몇 조각의 단서만 주어질 뿐 독자는 그의 본명은 물론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기에 비아냥 가득한 말장난과 썩은 농담으로 스스로를 위장하고 있는 것인지, 또 도대체 어떤 이력을 지녔기에 문()과 무()는 물론 예술과 영화와 팝음악에 이르기까지 가히 통달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끝까지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작가는 마지막 장에서 행운이 과거의 어느 지점 ? 아마도 그가 백지처럼 지워버리고 싶었던, 하지만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는 어떤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 한다는 떡밥을 남겨놓음으로써 후속작에서 이어질 그의 행보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만 어마어마하게 부풀려놓습니다.

 

이 작품을 읽게 된 건 2021년에 출간된 파괴자들에 관심을 가진 덕분입니다. 소개글을 잠깐 훑어보니 제가 좋아하는 방진호의 방의강 시리즈’(제멋대로 이름 붙이자면 희대의 공처가이자 무적의 살인청부업자 방의강의 하드보일드 시니컬 액션스릴러쯤 됩니다.)와 닮은꼴처럼 보였고, 알고 보니 주인공 K의 택배기사 시절을 다룬 침입자들이라는 전작이 있다기에 순서대로 읽기로 결심했던 겁니다.

 

인터넷서점에서는 추리/미스터리로 분류해놓았지만 실은 스릴러로 분류될 작품입니다. 하지만 하위 장르까지 따지면 딱히 이것이라고 명명하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약간의 액션과 납치극이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뼈대는 거친 노동과 중독 수준의 알코올과 장서가 수준의 독서에만 몰두하는 비밀 가득한 한 남자가 무슨 이유에선지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비밀을 털어놓고 하소연을 늘어놓는 사람들과 맺는 다채로운 관계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음험하기도, 냉소적이기도, 친절하기도, 소심하기도 한 복잡미묘한 행운의 캐릭터 자체는 하드보일드 스릴러와 아주 잘 어울려 보여서 피와 살이 난무하기는커녕 대부분 택배기사의 고달픈 일상으로 채워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행운은 대놓고 철벽을 쳐놓은 45살의 택배기사인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대체로 멀쩡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인데, (출판사 소개글을 인용하면) 매일 같은 자리에서 멍 때리다가 행운만 나타나면 담배 한 개비를 요구하는 우울증 환자, 경찰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헛소리만 떠벌리는 동네 바보, 난데없이 나타나 행운에게 경제철학 강의를 늘어놓는 노망난 노교수, 은밀한 눈빛으로 그를 유혹하는 게이 바 직원, 빈곤과 가난의 중간에서 삶을 저울질하는 폐지 줍는 소녀가 그들입니다. 가끔 칼을 품은 양복쟁이들도 등장하고, 별 일 아닌 일만 해줘도 거액을 주겠다며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선의의 침입자도 있고 악의를 숨긴 침입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운에게는 그들의 사연과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모두 침입자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운은 그들의 침입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줍니다. 때론 거칠게 부딪히기도 하지만 때론 스스로도 모를 이유로 그들을 감싸주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택배기사로서 고된 시간들을 보내며 다양한 인연들을 맺었던 행운은 착잡한 심정으로 다시 어디론가 떠나려는 모습으로 이야기의 막을 내립니다. 아마도 후속작인 파괴자들은 그렇게 떠난 행운이 마치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또다시 과거의 K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꽁꽁 감춰진 그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쩌면 제가 좋아하는 하드보일드 시니컬 액션스릴러가 제대로 터져줄 것 같아 나름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좀 길지만 쓴 소리 한마디만 꼭 하고 싶은데(재미있게 읽고도 별 1개를 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학, 영화, 그림, 사진, 음악, 심지어 경제와 수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묘사되는 행운의 과도한 천재성 때문에 읽는 내내 짜증을 넘어 화가 나기도 했던 게 사실입니다. 두세 번이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요하듯 반복된 행운의 올 라운드 천재성은 실은 작가의 지적 허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어느 대목부터는 “OOO는 이렇게 말했지.”라는 문장만 보이면 아예 그 문단을 통째로 건너뛰곤 했습니다. 작가 스스로 인정한 켄 브루언과 레이먼드 챈들러에 대한 오마주까지는 괜찮았지만, 적정선을 넘어 잘난 척으로밖에 안 보인 인용들은 오히려 행운의 캐릭터를 훼손시킬 뿐이었습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지적 허영을 반복할 생각이라면 그것이 곧 자신의 소설을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작가 스스로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주인공 행운이라면 그런 식으로 잘난 척을 일삼는 인물에게 과연 어떤 냉소 섞인 비아냥을 보낼까, 생각해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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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튀어나오는 대사가 유머러스하다 ^^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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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 202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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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약간 투박하게 느껴지면서도 잘 읽히며 주인공의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도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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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 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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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잘 읽히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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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기 |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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