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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묻다

사랑을 묻다

: 사랑의 본질에 관한 4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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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6쪽 | 420g | 130*205*30mm
ISBN13 9788974162542
ISBN10 897416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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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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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으로 나는 라틴어로 ‘랍투스Raptus’라고 하는 것, 즉 한 사람의 인간이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이끌려가는 상태를 체험한 것입니다. 여기서 자유자재로 읊조리는 그의 혀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말하는 것도,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의 내면과 정열이 뒤엉켜 혀를 통해 서 터져 나오는 것입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셰익스피어는 그들의 중심이었으며, ‘시대 그 자체와 시대의 육체’를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인을 가려낼 시간의 여유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토록 소동은 격렬했고, 작품은 연이어 쏟아져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시대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류 최대의 솟구침은 갑자기 꺾이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희곡은 끝장을 보고, 영국은 기진한 것입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비극적인 아름다움과 향락적인 아름다움이 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은 아마도 우연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내 두근거리는 가슴은 주위의 고상하게 침묵하는 예술품들과 마찬가지로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술품들 속에서는 내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정신적인 아름다움이 상징적으로 나타나 있었습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선생님을 바라봄으로써 내 마음이 얼마나 뭉클해지는가를, 아마 그도 여러 번 느꼈을 것입니다. 내 눈을 보고서, 또는 내손이 진정하지 못하는 것을 봄으로써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내 얼굴에서 그에게 신뢰받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색을 느꼈을 것이며, 머뭇머뭇하는 나의 태도에서 그의 고통을 내 품 안으로 끌어안으려는 정열이 숨어 있음을 희미하게나마 느꼈을 것입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나는 너무나 기뻐서 몸을 떨었습니다. 불타는 소원이 갑자기 실현될 때만큼,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것은 없을 겁니다. 그 징조, 명백한 신뢰의 그 징조, 내가 무의식 속에 갈망하고 있던 징조, 즉 형제로서의 ‘너’라고 불러 주었던 너무나도 간절히 바랐던 그 아름다운 징조를 그의 감사가 가져왔던 것입니다. 그것은 나이의 깊은 홈을 뛰어 넘은 것이며, 힘든 거리를 넘어온 것인 만큼, 일곱 곱절 귀중한 것이었습니다.
---「감정의 혼란」중에서

오직 당신에게만 나는 모든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지요. 항상 당신의 것이었지만 당신은 전혀 알지 못하셨던 나의 일생을 지금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나의 그러한 비밀을 아실 때쯤이면, 나는 이미 죽어 없을 겁니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중에서

사랑하는 분이여, 이제 당신도 짐작하셨겠지만, 당신은 어린아이인 내게 그야말로 마음을 이끌리게 하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습니다. 책을 저술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넓은 세계에서 명성이 높고, 사람들이 존경을 바치게 된 그런 분을, 갑자기 스물다섯 살 쯤밖에 안 되는 어린이같이 명랑하고 날씬한 청년으로 대하게 되다니! 그날부터 아주 작고 여린 나의 관심은 오직 당신뿐이었습니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중에서

어둠 속의 소녀가 아무도 모르는 사모의 마음을 지녔다는 것은 이 세상 무엇과도 비길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은 너무나 절망적이고 헌신적으로 온갖 정성을 다 바쳐서 쏟아놓기 때문입니다. 나이 든 여자의 욕정적이고 무의식적이면서, 대가를 요구하는 그런 사랑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격렬한 감정을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은 다만 고독한 아이들만 가능합니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중에서

사랑하는 분이시여! 제발 내 청을 들어 주세요. 그것은 나의 처음이며, 동시에 마지막 요청이랍니다. 제발 당신의 생일을 맞을 때마다 장미꽃을 사서 그것을 그 화병에 꽂아 주세요. 내 부탁입니다. 사랑하는 분이시여! 제발 그렇게 해 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1년에 한 번씩 죽은 애인을 위해 미사를 올리는 것처럼, 꼭 1년에 한 번씩 그렇게 해 주세요.
---「모르는 여인의 편지」중에서

“그전에 내 아내였단 말씀이죠…… 5년 전에, 아니 4년 전에…… 먼 고국의 헤센 주에 있는 게라스하임이라는 곳에 살았을 때입니다…… 제발 선생님께서 그 여자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게 된 것도, 다 내 잘못이었으니까요. 그 여자가 그 전부터 그런 여자가 아니었어요. 내가……. 바로 내가 그 여자를 괴롭힌 겁니다. 그 여자는 아주 가난했지만 내가 결혼해 주었죠. 변변한 옷 한 벌 없는 정말이지 가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여자였습니다.
---「달밤의 뒷골목」중에서

“정말이지 내가 무슨 말을 한 걸까요? 내가 그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의 모습이 없어지고 다만 한 장의 종이쪽지만이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을 때, 아내의 저주를 그제서 알았던 것입니다. ‘당신의 저주 받을 돈, 잘 아껴요! 나는 당신한테서 이제 한 푼도 받지 않겠어.’ 그 종이에 쓰인 것은 그 말밖에 없었습니다.”
---「달밤의 뒷골목」중에서

“제발 부탁입니다, 선생님. 그 여자에게 말씀을 좀 해 주십시오……. 제발 꼭 좀……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나는 그 여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내 돈을 남김없이 다 써 버렸습니다. 이제 그 여자를 그냥 둘 수가 없습니다…… 살려 둘 수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나는 단도를 한 자루 샀습니다. 선생님…… 나는 이제 그 여자를 그냥 그대로 놓아 둘 수가 없습니다. 살려 둘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단 말입니다…… 제발 그 여자에게 말씀 좀 해주세요, 선생님…….”
---「달밤의 뒷골목」중에서

그는 새근대는 숨소리와 함께 자기를 누르는 그 육체와 더불어 어디론지 흘러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 여자가 어떻게 해서 자기에게로 왔는지, 또한 이름은 무엇인지 알아볼 겨를도 없었으며, 다만 그 향기로운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욕망을, 눈을 꼭 감은 채 빨아들일 뿐이었다. 그래서 마침내는 도취되어, 뜻 없고 감각 없는 무한대의 정열의 바다 속으로 끌려 들어갈 뿐이었다.
---「황혼 이야기」중에서

그 여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그는 붙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소년의 몸속에는 그 메달의 기호를 알아보려는 호기심이 열병처럼 들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희미하게 타고 있는 램프불을 돋우고 자기 팔에 아로새겨진 자국을 들여다보았다.
---「황혼 이야기」중에서

‘아니다, 그 여자는 오지 않을 것이다’ 하고 그는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오지 않는다면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그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래서 정열적인 그의 젊음은 축축한 이끼 위에 몸을 내던져 몸부림쳤고, 두 손으로 흙을 파헤치고, 뺨에는 눈물을 흘린 채,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다.
---「황혼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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