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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한 일

[ 양장 ]
리뷰 총점7.8 리뷰 15건 | 판매지수 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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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11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18g | 120*188*20mm
ISBN13 9788954675574
ISBN10 8954675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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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소설가 이승우의 첫 연작 소설집] 「창세기」를 모티프로 한 연작 소설집. 작가는 이 이야기가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일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밝힌다. 그는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믿음의 문제를 인간의 텍스트로 다시 읽고 써내며 이 영원의 과제를 풀어낼 방법으로 ‘사랑’이라는 열쇠를 건넨다. -소설MD 박형욱

“사랑은 시험하는 것이 아니고 시험을 뛰어넘는 것도 아니고
시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작가인생 40년, 그 시간 속 궁극적 물음들
이승우 「창세기」 모티프 연작소설집


사십 년 가까운 작가인생을 갈망 너머의 구원에 대한 천착으로 채우며 독보적인 성취를 거두어온 소설가 이승우. 그는 ‘관념의 토르소’(김윤식),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르 클레지오), ‘조용하고 진지한 영혼에서 분출된, 감동적이면서 묵직한 소설’(르몽드), ‘갈리마르 폴리오 시리즈에 오른 최초의 한국소설’ 등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수식과 상찬이 전혀 과한 것이 아님을 소설로 인생에 복무함으로써 증명해가고 있다. 한국소설로는 흔치 않은 종교적이고 관념적인 통찰로 ‘생의 이면’을 파고든 그가 신작 소설집에서 「창세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삶의 궁극적 물음들을 마주 세운다. ‘신’이 아니라 ‘인간’의 텍스트로 「창세기」를 다시 읽고 다시 쓴 밀도 높은 작업, 그 가운데 키워드가 되어준 단어 ‘사랑’, 그러므로 이 책은 이승우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이 총동원되었다 할 수 있겠다. 열한번째 소설집이자 첫 연작소설집, 『사랑이 한 일』이다.

이 소설집은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에 대한 「창세기」의 일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태어났다. 그 장면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오그라들거나 찡그려졌다. 바칠 것을 요구하는 신도, 그 요구에 순종하는 아버지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바칠 것을 요구하는 신이나 그 요구에 순종하는 아버지 대신 그 요구에 의해 제물로 바쳐지는 아들의 심정 속으로 들어가 이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믿으려고 했다. 그러니까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사랑’이 내게 발견된 열쇠였고, 그래서 나는 이 부담스러운 패러프레이즈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_‘작가의 말’에서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거나 조금 덜 사랑했어야 했다.
---「사랑이 한 일」중에서

사람에게는 균형을 잡는 재주가 없고 사랑에게는 균형에 대한 감각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균형을 잡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허기와 탐식」중에서

당신의 침묵은 비겁하다. 고통을 위장하지 마라. 고통을 가하는 자가 죄책감을 면제받기 위해 부리는 고통의 위장만큼 가증스러운 것이 있을까. 그녀의 마음속에서 말들이 회오리치며 솟구쳤다. 당신은 우리에게 이렇게 할 수 없어요. 이건 옳지 않아요.
---「하갈의 노래」중에서

쉽게 사로잡힐 수 없는 무시무시한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은 쉽게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행동을 쉽게 한다. 이념과 종교는 종종 인간의 비정상적인 행동들에 동기를 제공하는 신념 체계로 작동한다. 이때 이 이념과 종교가 제공하는 신념은 일종의 알리바이다.
---「소돔의 하룻밤」중에서

“제발 이러지들 말게. 이건 악한 짓일세.” 악한 짓은 행위자가 그 행위의 악함을 인지하든 하지 않든 악하다. 악한 짓은 그 행위를 유도하는 동기가 그럴듯하든 그럴듯하지 않든 악하다. 악한 짓은 짓의 악함이다.
---「소돔의 하룻밤」중에서

이런 사랑의 속성을 감안하면 공평하게 사랑한다는 사람의 말은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과 동의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하고 항의하거나 왜 나를 누구처럼, 누구만큼, 누구보다 사랑하지 않나요? 하고 따지지 말아야 한다. 사랑을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혈육이나 법이나 제도나 관습이 의무나 역할을 강제할 수는 있지만 사랑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자발적인 것만이 사랑이다. 자발성은 매끈하거나 일률적이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매끈하고 일률적인 것은 비자발적인 것, 부과된 것, 만들어진 것, 강요된 것이다.
---「허기와 탐식」중에서

그러나 밤하늘의 별이나 드넓은 광야의 깎아지른 벼랑에서 느끼곤 했던 신성함과는 달랐다. 그가 느끼고 있는 신성함은 일종의 숨결 같은 것이었다. 누군가 거기 있는 것 같은. 말하자면 생명. 자연이 아니라 인격. 두려움과 떨림이 그의 온 감각과 신경을 지배했다. 그는 놀라서 눈을 떴다. 이것이 무엇인가! 그는 소리질렀다. 그는 소리질렀다고 생각했으나 그의 목소리는 목에 갇혀 나오지 않았다.
---「야곱의 사다리」중에서

일어난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모든 일에는 처음 일어나는 순간이 있다는 것, 아직 일어나지 않은, 여건이 무르익어 때가 되면 마침내 일어나고야 말 아주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 땅의 의지를 뛰어넘는 하늘의 작용이 있는 것처럼 바라지 않아도 일어나고 꿈꾸지 않아도 나타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야곱의 사다리」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그러니까 신의 사랑이, 신의 지나친 사랑이 그 일을 만든 거지요.”
‘신’이 아니라 ‘인간’의 텍스트로, 반복과 확장으로 다시 읽기/쓰기


다섯 편의 작품이 담긴 이번 소설집은 작가가 밝힌 의도처럼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사랑이 한 일」을 한가운데 두고 시간순으로 앞뒤에 두 편씩이 더 배치되어 있다. 자기 딸을 불량배들에게 내주는 소돔성의 롯의 이야기인 「소돔의 하룻밤」,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부당하게 내쫓기는 하갈의 이야기 「하갈의 노래」가 앞의 두 편, 이삭이 느끼는 기묘한 허기와 그의 쌍둥이 아들 야곱과 에서를 향한 편애에 대한 소설적 해설이라 할 수 있는 「허기와 탐식」 「야곱의 사다리」가 뒤의 두 편이다.

모티프로 삼은 「창세기」의 골자들은 그대로 둔 채 작가가 의문을 품은 지점, 그리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주목해보자. 맨 앞자리에 놓인 「소돔의 하룻밤」과 표제작 「사랑이 한 일」은 우선 독특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소돔의 하룻밤」의 경우 소돔의 멸망 과정을 보여주는 다섯 개 장면의 문장이 반복된다. 그 뒤에 이어지는 것은 소설의 문장이라기보다는 논리적 변증에 가까운 치밀하고 끈질긴 문장들이다. 성경 텍스트 속 서사의 빈자리를 작가가 디테일하게 채우며 추론하고 납득해가는 과정이 한 편의 소설로 완성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동심원을 그리듯 하는 문장의 반복이 작품을 서서히 확장시키고 거기서 오는 파동에 읽는 이의 눈은 새로이 뜨인다. “밀착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매몰되면 아예 시야가 없어진다. 내부자는 내부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도 잘 보지 못한다”는 듯이.

표제작 「사랑이 한 일」에서 반복되는 문장은 「소돔의 하룻밤」과 다른 방식으로 기능한다. 「소돔의 하룻밤」이 이야기를 따라가되 작가가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그 흐름을 밀고 나가는 방식이라면, 「사랑이 한 일」은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라는 단 하나의 문장이 반복되며 화자인 이삭, 그러니까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바쳐라”라는 신의 명령과 그 명령을 따른 아버지 아브라함 양쪽을 어떻게든 이해해보고자 하는 인물의 내적 투쟁을 격정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의 손에 죽을 뻔했던 아들이 스스로 묻고 답한다.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누구에 대한 사랑인가, 누구의 사랑인가. 그 사랑이 조금 덜했다면 신은 아버지에게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을 테고, 아버지 아브라함은 나를 제물로 바치겠다 순종하지 않았을 테고, 다시 신이 아버지에게 ‘멈추라’고 하지 않았을 일인가.

사랑하지 않는 무엇이나 누구를 바치는 것은 힘들지 않지만, 그래서 요구되지 않지만, 사랑하는 무엇이나 누구를 바치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요구된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은 힘든 것이다. 아니다. 사랑하지 않는 무엇이나 누구를 ‘바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랑하지 않는 것을 누군가에게 주는 행위는 바치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치는 모습을 취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바치는 것이 아니다. 버리는 것이라고 늘 쉽지만은 않지만 바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자기를 주는 상징적 표현이 바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주는 상징적 표현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자기에게 속해 있으나 자기보다 소중한, 소중하게 여기는 무엇이나 누구를 주는 것이 바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속해 있는 것 가운데 자기보다 소중하지 않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무엇이나 누구를 주는 것은 자기를 주는 행위일 수 없다. 자기에게 속해 있으면서 자기보다 소중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그가 사랑하는 무엇이나 누구이다. 사랑하는 무엇이나 누구만이, 오직 사랑만이 바쳐질 수 있다. 바치기가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을 때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사랑하면 어렵게도 할 수 없게 된다._99~100쪽, 「사랑이 한 일」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은 옳지 않습니다.”
소설의 장인이 보여준 미메시스의 힘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신의 명령 앞에 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묻고 또 묻는 것, 의심하고 숙고하고 납득해보려 애쓰는 것, 그것에 나 자신의 존재 자체를 쏟는 것이다. 신의 무리한 명령에 순종하는 아브라함의 입장이 아니라, 영문 모른 채 바쳐지는 자로서 존재하던 이삭에게 입을 달아준 작가는 그러므로 같은 모티프를 ‘너무나 인간적인 것’으로 다시 쓸 수 있었으리라. 당신은 내게 왜 이러는가 묻는 또다른 인물은 「하갈의 노래」 속 ‘하갈’이다. 아들 이스마엘과 함께 부당하게 내쫓긴 하갈은 복을 약속하고 후손을 약속했던 신의 목소리를 원망한다.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은 옳지 않습니다.” 「사랑이 한 일」과 함께 화자의 독백으로 구성된 작품 속 화자들은 완고한 텍스트에서 벗어나 새로운 육성을 얻는다.

「허기와 탐식」은 나이든 이삭과 그의 두 아들 에서, 야곱의 이야기이다. 맏아들 에서가 아닌 둘째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속여 가부장의 권리를 가로채려 하고, 여러 사건 끝에 참회를 한 야곱이 적통을 잇는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작가 이승우는 다른 지점에 주목한다. 왜 이삭은 맏아들 에서를 편애했는가. 아버지의 칼날에 죽을 뻔했던 그에게 남은 상흔과 그런 그에게 위로가 되었던 이복형 이스마엘이 잡아준 들짐승 고기의 맛. 그것이 사냥꾼인 맏아들 에서에게 투사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삭의 편애와 축복은 빗나가고, 자기 것이 아닌 축복을 받은 둘째 야곱은 도망치듯 집을 떠난다. “거의 최초로 세상에 홀로 버려진 것 같은 존재, 고아이고 나그네가 된 시간에, 크게 두렵고 깊이 외로운 그의 밤 광야의 자리로 그분이 찾아왔다.” “너와 함께하겠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겠다”는 말과 함께. 아버지의 편애는 받지 못했으나 신의 편애를 받은 야곱의 이야기 「야곱의 사다리」로 소설집은 마무리된다.

작가가 수천 년간 변주되고 (재)해석되었을 성경의 장면들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발터 옌스와 한스 큉의 문학 강론 『문학과 종교』는 문학과 종교의 관련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호성, 양면성, 불화스러운 일치, 상호 조명, 변증법이 하늘과 땅 사이에 뻗어 있는 터인즉, 긴장스럽고도 두려운 관계.” 오래도록 신학을 공부하고 소설을 써온 작가 이승우에게, 특히나 “소설쓰기가 일종의 패러프레이즈라는 생각을 한다”는 그에게 이미 쓰인 것을 다시 쓰고 풀어 쓰기에, 그 ‘긴장스럽고도 두려운 관계’에 투신하기에 성경만한 것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압도적 스케일의 문학 텍스트인 구약과 이승우의 손끝에서 재현된 서사, 그 둘이 겹쳐지며 새로이 발생할 의미. 요컨대 독자가 이 책에서 읽어내는 것은 “미메시스를 통해 문학이 생산하는 또다른 앎”(서영채, 해설에서)이리라.

회원리뷰 (15건) 리뷰 총점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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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을 시험하나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다*방 | 2021.12.3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신과 아버지는 넘어서고 뛰어넘었지만, 그래서 그렇게 했지만, 그래서 그렇게 하고도 현재를 살고 인간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그 일을 당한, 아마도 아버지처럼 넘어서고 뛰어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을 형과 형의 어머니인 하갈은 어땠을까? 그들 안의 인간은 어떻게 되었을까? 파괴되고 훼손되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 - <허기와 탐식>, p.149     성경을 읽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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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아버지는 넘어서고 뛰어넘었지만, 그래서 그렇게 했지만, 그래서 그렇게 하고도 현재를 살고 인간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그 일을 당한, 아마도 아버지처럼 넘어서고 뛰어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을 형과 형의 어머니인 하갈은 어땠을까? 그들 안의 인간은 어떻게 되었을까? 파괴되고 훼손되지 않고 살 수 있었을까. - <허기와 탐식>, p.149

 

 

성경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사람도, 창세기의 유명한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신이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아브라함의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한 일. 아브라함은 신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그의 아들인 이삭을 제물로 바치고자 한다. 아직 어린 소년인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이 이끄는대로 졸졸 따라가서는 하나님에게 바쳐질 제물이 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칼을 든 그 때, 신은 다급하게 아브라함에게 멈추라 말한다. 네 마음을 알았으니 지금 하는 행동을 그만두고, 저기 내가 놓아둔 숫양을 제물로 바치라는 거다. 이에 이삭은 제물로 바쳐지지 않을 수 있었다. 죽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교회를 아주 오랜 시간 다녔지만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한 번도 없고, 그래서 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어떻게 제대로 되는지도 역시 모른다. 그러나 신이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한 일, 아브라함이 정말로 그렇게 하려고 했던 일에 대해서는 안다. 교회를 다닌 시간이 길다면 길었지만 그러나 나는 이 이야기가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신은 왜 그랬는가. 신은 왜 아브라함의 믿음 혹은 사랑을 시험하려 들었는가. 신이란 절대적 존재가 아니던가. 굳이 인간의 사랑을 혹은 믿음을 시험해야만 했는가. 그거 너무 부족함이 드러나는 일 아닌가. 게다가 그 시험을 어째서, 아들을 바치는 걸로 하라는건가. 결국 신의 뜻대로 아들을 바치려고 한 아브라함은 신에게 그 사랑을 인정받고 복된 인생을 사는건가? 이게, 기독교인들에게는, 믿음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신은 내게 네 사랑을 보여다오, 했고 아브라함은 네 그러겠습니다, 했는데, 왜 죽을 위험에 처하는 건 이삭인가. 신과 아브라함이 서로의 사랑을 이제 확인했기 때문에 이삭은 오, 베리 굿, 할 수 있게 되었는가? 이승우는, 이 상황에서의 이삭의 입장이 되어본다. 이삭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경험하고 생각하고 말한다. 그는 수차례 묻는다. 신이 그만두라 하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어떻게 했을 것인가. 정말 내 배를 갈랐을까? 이게 어린 이삭에게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수 있을까? 신에게 믿음을 증명하게 위해 나를 죽이려고 한 나의 아버지를, 이삭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아버지를 아버지로, 신에게 충심한 아버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이삭은 신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의 신에 대한 사랑을 이해한다. 안다. 그래, 그것이 사랑이 한 일이구나, 깨닫고 또 깨닫는다. 그러나 그 이해는 너무나 처절하다. 이해가 돼서 하는 이해가 아니라, 자신이 살려면 그것을 이해해야만 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어린 이삭이, 그리고 성인이 된 이삭이 있다.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정말이지 처절한 데가 있다. 그가 아무리 사랑해서 그래, 신은 아버지를 사랑했어, 아버지도 신을 사랑했지, 계속 되뇌이고 되뇌어도, 거기에는 자연스러운 이해나 용납이 아닌 처절함이 있는 거다. 내 아버지인데 그것을 사랑이라고 이해하지 않으면, 그러면 나는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하는 처절함.

 

 

그렇게 제물로 바쳐질뻔한 데에서 살아나고 나서야, 그는 그제야 자신의 어린 시절 집에서 내쫓겼던 하갈과 그의 이복 형인 이스마엘을 떠올린다. 아,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 아버지로부터 내쫓겼다고 했지, 버려졌지. 내가 제물로 바쳐지기 전에 이미 내쫓긴 그들이 있었지, 그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그제야 비로소 그동안 없는듯 생각해왔던 존재를, 보이지 않았던 존재를 소환해낸다. 그들은 어땠을까, 그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그랬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제물로 바치기 전, 자신이의 아들 이스마엘을 낳은 하갈을 어린 아들과 함께 내쫓았다. 아브라함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아 아브라함의 아내는 자신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던 하갈에게 네가 대신 아이를 낳아다오, 하고는 바라고 명령하였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나자 그녀를 내친다. 그렇게 자신이 임신해서 이삭까지 낳고 나자 더이상 하갈을 두고볼 수 없어 아브라함에게 계속 저들은 내쫓으라 말한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하갈은 어린 아들과 함께 내쫓긴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걷고 또 걷다가 무너지기 직전, 신이시여 저를 데려가시되 제 아들은 살려주세요, 기도하다가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그녀는 우물을 발견해 아이와 함께 터를 이루고 살 수 있었는데, 그렇다면 하갈은 신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자신을 내쫓은 아브라함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자신의 아들과 무사히 살 수 있게 되었으므로 신의 보살핌을 감사히 여길 수 있게 되었을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살아가는 내내 숱하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까. 저 어린 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원망하는 일이 없었을까?

 

 

재차 언급하자면 나는 성경을 읽어본 일이 없기 때문에, 이승우가 여기에서 풀어낸 이야기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성경의 내용인줄은 모른다. 어느만큼을 이승우가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어낸건지도 역시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승우가 이 책에서 서영채의 해설대로, 제물로 바쳐질뻔한 이삭과 내쫓긴 하갈에게 목소리를 주었다는 것은 알겠다. 신과 아브라함의 사랑 때문에 그들이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는 것을 알겠다. 이삭의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처절한지도 알겠다. 그런 틈틈이 나는 계속해서 질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겪어도 어째서 이런 일은 반복되는가? 이삭은 자신의 쌍둥이 아들을 차별한다. 자신의 맏아들이 사냥해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축복하고자 한다. 그에게 둘째 아들은 딱히 사랑의 대상이 아닌데, 이에 이삭의 아내는 둘째 아들에게 더 큰 애정을 쏟는다. 사람은 이렇게나 불완전하고 사랑은 이렇게나 균형을 잡지 못한다. 그런데 이게 어디 인간만의 일이던가.

 

신은? 신은 어떤데? 신은 공평한 사랑을 사랑답게 했는가? 애시당초 신이 시험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어째서 시험하는가, 왜? 너무 못나지 않았나, 사랑을 시험하는 일은. 아브라함이니까 이삭을 데리고 산으로 갔지, 나였으면 안갔을 것이다. 신이든 인간이든 내 사랑을 시험하려 했다면, 게다가 그 시험이 '날 사랑한다면 만원만 줘' 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이었다면, 아이고야, 당신 사랑 안하고 말지 그걸 시험이라고 하고 있다니, 맙소사, 내가 도대체 어떤 존재를 사랑한거야? 하고 그 사랑을 내던질 것이다. 아마, 그래서 내가 지금은 더이상 교회를 다니고 있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작가들마다의 글쓰기 성향이겠지만, 어떤 작가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자신이 경험한 일중에서 자신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에 대해 천착할 수밖에 없는 것같다. 아니, 무릇 인간이란 다 그렇겠지. 그런 면에서 이승우가 창세기에서, 그것도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를 가져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은 지나치게 당연해 보인다. 이승우의 책을 읽다보면 이승우는 끊임없이 온전하지도 다정하지도 못했던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까. 감히 짐작건대, 종교학을 공부했던 이승우가 결국 소설가가 되어서 이런 소설을 써내는 것은, 작가 자신이 천착하는 일이 내면에 깊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는 일은 처음에 내면의 약함으로 시작했을 것 같다. 그것이 자기를 잡고 놓아주지 않아 들여다봐야 되는데, 계속 들여다보게 되니까 그것을 풀어내야 했고, 그렇게 그것이 글로 표현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글로 계속 표현하다보니 결국은 그 내면이 단단해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게 풀어준 창세기 이야기가 좋고 고맙다.

 

 

창세기의 이야기들로 풀어낸 다섯편의 단편이 이 책 안에 있고, 각 단편을 시작하기에 앞서 창세기의 성경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이승우가 인용한 성경은 <현대인의 성경>이라고 되어 있던데, 이승우 책을 읽으면 언제나 그렇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성경을 읽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이번엔 한 번 읽어볼까, 하고 현대인의 성경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넣는다. 적어도 창세기 부분만큼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승우의 소설을 읽은 후에 성경을 읽는 것이 성경을 읽는 바른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승우가 출애굽기도 레위기도 시편까지도 다 써줬으면 좋겠다. 책장에 차곡차곡 이승우가 써낸 성경모티브 책들을 꽂아두고 싶다. 창세기를 출애굽기를 시편을, 신약성서 까지도, 이승우의 글로 만나고 싶다. 간절히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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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사랑이 한 일] 신의 사랑, 인간의 사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키* | 2021.08.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종교는 없지만 종교, 넓게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믿게 되고 어쩌다 그 믿음을 저버리게 되는지 또는 그 믿음 때문에 파멸하게 되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종교에 관한 책이나 소설을 종종 구입해 읽는다. 이 책도 그래서 골랐다. 창세기라니, 그것도 이승우 작가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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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없지만 종교, 넓게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믿게 되고 어쩌다 그 믿음을 저버리게 되는지 또는 그 믿음 때문에 파멸하게 되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종교에 관한 책이나 소설을 종종 구입해 읽는다. 이 책도 그래서 골랐다. 창세기라니, 그것도 이승우 작가가 다시 쓴 창세기라니.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는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방인을 손님으로 맞이했다는 이유로 집에 쳐들어온 불량배들에게 딸들을 내주는 롯의 이야기를 그린 <소돔의 하룻밤>, 아브라함의 아들을 낳았다는 이유로 본처의 미움을 받아 쫓겨나는 여종 하갈의 이야기를 그린 <하갈의 노래>,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그린 <사랑이 한 일>, 고기를 사냥해오는 큰아들 에서만 편애하고 작은아들 야곱에게는 무심한 아버지 이삭의 이야기를 그린 <허기와 탐식>, <야곱의 사다리> 등이다. 

 

이 중에는 성경에 무지한 나도 잘 아는 이야기도 있고 모르는 이야기도 있다. 집에 쳐들어온 불량배들에게 두 딸을 바치는 롯의 이야기는, 저자의 해석을 읽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납득할 수 없었다. 작가의 해석대로라면 롯의 제안이 아무리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고 한 것이라고 해도, 가령 나의 아버지가 그런 제안을 한다면 나는 아버지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기 어려울 것 같다. 만약 집주인이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였다면 딸들을 바치는 대신 자기를 범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삭의 쌍둥이 아들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는 그동안 몰랐던 이야기라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결국 야곱은 형 에서를 속여서 장자권을 획득하고 이스라엘로 개명해 이스라엘의 시조가 된다.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도 그렇고, 성경에는 누구를 속이거나 누구에게 속아서 새로운 역사가 생기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속는 쪽보다 속이는 쪽이 역사의 승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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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미메시스의 문학.... 사랑이 한 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안*센 | 2021.02.1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사랑이 한 일, 구약성서 창세기 성경내용을 모티브로 해서 써 내려간 단편 소설 다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속되는 성경구절의 반복이 지겹다기 보다는 어떤 긴장감으로 다가와 작가의 강한 필력이 느껴진다. 꼭 신앙이라든지, 성경에 대해서 잘 몰라도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작가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단숨에 읽은 것 같다. 문학평론가 서 영채는 사랑의 한 일을 사랑의 무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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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한 일,

구약성서 창세기 성경내용을 모티브로 해서 써 내려간 단편 소설 다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속되는 성경구절의 반복이 지겹다기 보다는 어떤 긴장감으로 다가와 작가의 강한 필력이 느껴진다.

꼭 신앙이라든지, 성경에 대해서 잘 몰라도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작가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단숨에 읽은 것 같다.

문학평론가 서 영채는 사랑의 한 일을 사랑의 무서운 미메시스라 했다.

 

에리직톤의 초상, 지상의 노래...

 

작가의 다른 책들도 관심이 간다.

어떤 강한 힘으로 쓰여졌을까 궁금해진다.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마음의 부력도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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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2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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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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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p***7 |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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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사생활, 부터 추천받은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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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효*니 |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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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아닌데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생각해볼 거리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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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키* |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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