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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

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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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46*206*20mm
ISBN13 9791156625179
ISBN10 115662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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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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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쳤었나봐요?” “네?” 뤽은 무심히 여자의 오른손에 도드라진 흉터를 가리켰다. “아, 별거 아니에요.” 여자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쌌다. “뭐든 아물고 나면 그렇긴 하죠.” 뤽은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놓고 앉았다. “그럼 어디 한번 볼까요.”
---「별 게 아니라고 말해줘요」중에서

앤디, 그거 알아? 자네, 내가 아는 사람과 꼭 닮았다는 걸. 갈매기 한 마리가 창틀에 내려앉았다. 앤디는 손가락으로 갈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해변으로부터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소리가 들렸다. 갈매기는 부리로 깃털을 고르더니 창밖으로 날아올랐다. 어니는 앤디와 함께 창밖을 바라보았다. 먼바다에서 뱃고동 소리가 길게 울렸다. 하얀 깃털 하나가 앤디의 어깨 위에 떨어졌다. 축제가 시작될 거야.
---「멕시코 해변에 내린 첫눈」중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팜이 있는 저편은 여전히 고요했다. 나는 조금은 사무적인 어조로 저편의 고객을 불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곤 연이은 총성이 귀를 때렸다. 팜? 총성은 금방 멎었지만 저편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나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저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시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가슴이 콩닥거렸다.
---「홈」중에서

김영호 씨는 별안간 울음을 토해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윤주 선배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두 손을 꼭 붙잡았다. 나는 들썩이는 그의 굽은 어깨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작은 아이 같았다. 그날 인터뷰는 거기까지였다.
---「분홍색 고래」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사실을 기록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을 기록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작가가 있다. 역사 속에서 사연을 찾고 사건 속에서 사람의 일상을 찾아 쓰는 일. 별 일을 별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시시하게 사라져버린 소소한 일에 일일이 신경 쓰고 빛을 비추며 이야기로 새롭게 삶을 부여하는 일. 누가 부탁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은 이 일에 가치와 의미를 두고 한 문장씩 써내려가는 소설가의 삶. 도재경의 소설을 한 편씩 읽어갈 때 잊고 있었던 이 일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금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읽는 것을 넘어 목소리로 들리는 문장. 기억되는 것을 넘어 마음에 새겨지는 이야기. 이 근사한 책을 별 게 아니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다.
- 정용준 (소설가)
도재경 소설가의 작품들은 미래의 현재화 속에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현재에 미래적 이상의 빛을 옮겨온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그의 작품들은 현재 힘을 발휘하고 있는 주류적 역사나 믿음 같은 것들이 긴 지구적, 우주적 시간 속에서 보면 한갓 짧은 지배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료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그는 소설이 어떤 주제 이전에 그만의 색채를 갖춘 문체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이다. 치열한 작가적 의식을 갖춘 그가 앞으로 한국소설의 새로움을 이끌어낼 새로운 장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 방민호 (문학평론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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