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0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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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8쪽 | 182g | 110*173*20mm |
ISBN13 | 9791186602553 |
ISBN10 | 1186602554 |
출간일 | 2020년 09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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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8쪽 | 182g | 110*173*20mm |
ISBN13 | 9791186602553 |
ISBN10 | 1186602554 |
달릴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아무튼 시리즈 서른세 번째 이야기는 달리기이다. ‘나가서 달려나 볼까?’ 온전히 달리기만을 위해 집을 나선 그날 밤, 느닷없이 허술하게 시작된 달리기. 그로부터 매일 밤 이어진 서툰 자신과 마주한 날들. 몰랐다. 그로부터 5년 동안 5,000km를 달리게 되리라곤. 잠수교와 송정제방길에서 뜀박질을 하고, 파리에서 쇼크로 쓰러지고, 오사카에서 홍콩 러너들과 함께 달릴 줄은.『아무튼, 달리기』는 달릴 때마다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착각 혹은 위로 속에 살아가는 ‘외콧구멍 러너’의 이야기다. |
1부 출발선 출발선 아침의 달리기, 밤의 뜀박질 빼어나게 허술한 시작 자본주의형 러너 마이 페이스 달리기를 위한 변호 2부 반환점 1인분의 운동 도시를 달리는 러너 웰컴 투 피맛골 외콧구멍 러너 생각의 빈틈 그날 3부 결승선 처음이란 이름의 기쁨 처음이란 이름의 불안 처음이란 이름의 슬픔 런태기 오사카 마라톤이 남긴 이야기 버리지 않는 마음 다시 출발선 |
하루는 99% 루틴과 1% 이벤트로 구성된다...
루틴은 지구의 공전처럼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일상...
반대로 이벤트는 일상이라는 잔잔한 호수에 일렁이는 크고작은 물결...
한 달이 지날무렵 시작은 이벤트였으나 이제 달리기는 루틴과 이벤트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침의 달리기 밤의 뜀박질 본문 내용의 일부 입니다 딱 지금의 내 맘 같기에...
작년 말 달리기가 왜 몸과 나누는 솔직한 대화라고 하는지 몸소 체험한 후 그 마약과도 같은 매력에 흠뻑 빠졌더랬습니다 올 초 새해 계획 중의 하나가 최소 5개정도의 마라톤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아무튼 달리기 이 책까지 달리기나 마라톤을 주제로 한 책만 올 한해 대여섯권 정도 읽은 것 같네요 위안삼아 위로삼아... 이 사태가 얼른 진정이 되고 하루빨리 많은 이들과 같이 뛸 그날은 언제 오려나요...
갑작스레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올해 초의 일이다. 삼월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로 스포츠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택한 자구책이 불광천을 거쳐 한강을 향하여 달리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와 함께 탄천을 달린 적이 있었는데 이십여 년 전의 일이다. 아내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는 왜 그렇게 달리는 것이 싫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제 막 삼십대의 문턱을 넘은 그때의 우리는 금세 달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루는 99퍼센트의 루틴과 1퍼센트의 이벤트로 구성된다. 루틴은 지구의 공전처럼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일상이다. 출근길 지하철 풍경부터 맥도날드의 피클 뺀 더블치즈버거, 노동요로 틀어놓은 검정치마의 노래와 침대맡 스탠드 조명 아래 읽는 한 권의 책까지, 불가피한 현실과 좋아하는 취향들이 뒤섞여 빚어는 삶의 단면이다. 그렇게 루틴은 내일도, 그다음 날도 똑같은 얼굴을 한 채 반복된다. 반대로 이벤트는 일상이라는 잔잔한 호수에 일렁이는 크고 작은 물결이다 소소하게 반짝였다 흐지부지 자취를 감추는가하면,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며 루틴의 풍경을 산산이 무너뜨리기도 한다.” (P.15)
사이좋게 오십대가 된 아내와 나는 그때와 달리 달리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물론 아내와 나 사이에는 꽤 격차가 생겼다. 나는 두 번에 걸친 족저근막염 증세로 세 달 정도 달리지 못했다. 첫 번째 족저근막염은 억지로 십 킬로미터를 달린 다음 발생했다. 그때까지 나는 족저근막염이라는 병을 알지도 못했다. 다시 뛸 수 있을 때까지 두 달 정도가 걸렸다. 한 달이 넘은 다음부터는 조금씩 달릴 수 있었지만 본격적인 달리기는 힘들었다.
“... 마이 페이스로 달린다는 건 편안하게 휘파람 부르며 뛰는 일이 아니다. 튀어 나가려는 본성의 고삐를 힘껏 쥐고 지금의 속도를 안간힘 쓰며 유지하는 기술이다...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려 애쓰는 게 달리기 세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삶에도 사람마다의 페이스가 존재한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를 수도 혹은 느릴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우리는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내게 맞는 최적의 페이스, 다시 말해 가장 나다운 삶의 속도와 방식을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일상의 속도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정해지기 일쑤다. 특히 대부분은 속한 집단에서 요구하는 속도에 맞춰 살아간다. 안타깝게도 집단의 목표는 개인의 속도보다 늘 두세 발 앞서가기에 우리는 그 간극 속에서 매번 힘겨워한다...” (p.43)
나의 족저근막염 증세가 호전되어 십 킬로미터를 편안히 달리게 되었을 무렵 아내의 무릎에 문제가 발생했다. 오른쪽 무릎의 근육에 문제가 생겨 강릉에 휴가를 갔을 때 수영을 하고 자전거는 탔지만 달리기는 하지 못했다. 아내는 가끔 그것을 아쉬워한다. 아내의 무릎이 나아 함께 달리게 된 어느 날 나는 기록을 앞당기려 무리를 하다 다시 족저근막염 증상을 느꼈다. 그 전에는 오른발이었는데, 이번에는 왼발이었다.
“달리면 모든 게 단순해진다. 아무리 무거운 고민이라도 달리기 시작하면 점차 그 부피가 줄어든다. 몸이 바쁘게 돌아가니 평소처럼 복잡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다. 우선순위 정렬 버튼을 누른 것처럼 중요치 않은 것들은 자연스레 생각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마음 한가운데에는 고민의 본질만이 남는다...” (p.93)
첫 번째 족저근막염처럼 심하지 않아 절뚝거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달릴 수는 없었다. 그사이 아내는 수요일과 금요일의 트레드밀 훈련 과정에 등록하여 빠지지 않고 잠실과 녹번 사이를 오갔다. 트레드밀 훈련이 없는 주말에도 달리기 까페에서 하는 공식 훈련에 참가했다.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였는데, 킬로미터당 6분 정도의 기록이었다. 아내가 하프를 완주했다는 말을 듣고, 나도 왼발의 족저근막염 이후 처음으로 십 킬로미터를 달렸다. 킬로미터당 6분 20초가 걸렸다. 한 주 후에 킬로미터당 6분으로 시간을 조금 줄였다.
“어떻게 나이 들길 바라는지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그때마다 나의 답은 한결같다. 살아온 결과로서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겸손한 어른이길 바란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오롯이 나의 능력 덕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들이 내게 오기까지 거쳐온 시간과 과정,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그렇게 과정을 잊지 않고 기억해온 시간들이 나를 올바른 어른의 방향으로 이끌어주리라 믿는다.” (p.153)
그리고 이제 아내와 나는 사이좋게 고관절에 이상이 생겼다. 나는 오른 다리의 고관절 근처의 힘줄이 부은 것 같다고 하고, 아내는 양쪽 다리의 고관절이 좋지 않아 진행하던 고관절 단련 훈련을 멈춘 상태이다. 이상한 것은, 달릴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걸을 때 고관절에 약한 삐걱거림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마도 아내와 나는 내일도 달릴 것 같다. 삼십대에 시작된 달리기의 바통을 뒤늦게 된통 이어받은 느낌이다.
김상민 / 아무튼, 달리기 / 위고 / 157쪽 / 2020 (2020)
달리기는 1인분의 운동이다 축구의 골처럼 극적인 순간이 있다거나 농구처럼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지도 않는다 나 홀로 시작하고 끝맺는 일이다 보니 팀플레이의 끈끈한 맛도 없다 혼자 하는 운동을 가령 요가나 수영과 비교해봐도 뭔가 머쓱해진다 요가처럼 수많은 자세들을 하나하나 내 것으로 만드는 재미도 수영의 다양한 영법을 마스터해가는 과정도 달리기와는 조금 먼 얘기다 러닝의 꽃이라 하면 마라톤인데 그조차도 언뜻 보기엔 몇 시간 동안 달리고 또 달리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왜 달리는가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은 무한한 확장에 있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어디로든 내달릴 수 있다 그때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특히 자연이 빚는 삶의 생기에 감각은 한껏 예민해진다 해가 어제보다 얼마나 짧아졌는지 집 앞 숲길의 잎들이 얼마나 무성해졌는지 나무에 열매는 맺혔는지 바람이 새롭게 다가오는 계절을 얼마나 머금고 있는지 일상에서는 기껏해야 출퇴근 시간에나 마주치고 그마저도 쫓기듯 스쳐 보내는 풍경들이 달리는 순간만큼은 있는 그대로 나를 관통한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비운 생각의 틈에서 나의 삶을 조용히 감싸고 있던 것들은 엑스트라에서 주연으로 올라선다
이렇게 자연의 꿈틀거림과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매번 생경하다 아마 그건 미동 없는 내 일상과 대조되기 때문일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가던 마음이 달리며 조우하는 자연의 숨소리 덕분에 말랑해진다 덩달아 내 안 어딘가에 숨어 있던 생기 역시 다시금 호흡하며 살아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오늘 밤 첫 달리기를 시도한다면 그건 실패를 자초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예견된 실패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해도 좋다 약간의 뻔뻔함은 도전하려는 마음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 방패를 앞세워 슬금슬금 전진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닿는다 달리기란 원래 그런 운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