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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4
들어가는 글 9 덕동마을 16 바랑을 풀기까지 24 전기가 없는 마을 30 주추를 놓고 36 두곡산방 43 찻물을 우리며 48 골청 54 지게도인 59 생멸이 함께하는 곳 68 돌담 74 산방 옥수 82 해우소 87 스님의 손재주 92 산방 향기 100 손 처사네 105 와운굴 112 와운굴서 하룻밤 120 배꽃사태 126 야생초 화원 131 두 그루 나무 141 다비목 149 덕구 155 스님과 소 160 두꺼비 한 마리 168 새벽 산방 175 하루 두 끼 181 자루엔 쌀 석 되 190 반일정좌 반일독서 197 산창 아래 먹을 갈며 204 스님과 시인 212 시비 세우던 날 220 산중 소식 228 산중 도반들 236 내촌리 사람들 243 군불을 들이며 248 겨울 산방 254 다시 구들을 놓고 262 만행 268 나를 찾아가는 길 277 스님의 옷 284 바느질을 하며 291 달밤 콩밭을 매며 297 똥탑 305 더불어 사는 삶 311 스님의 휴대전화 319 전시회 324 생명불식 331 나오는 글 338 저자 약력 343 |
저전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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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입니다.
2021-08-11
내 몸의 수고로움으로 좀 더 풍요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것.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분명 길은 외길, 그것뿐임을 깨달았습니다. 저자인 저는 육잠 스님을 오랜 시간 관찰카메라처럼 지켜보면서 조금의 불편함, 조금의 양보를 생각하며 산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겠다는 그런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본 것, 들은 것, 겪은 것을 가지고 책으로 묶었습니다. 날 것으로 보이는 육잠 스님의 삶이 이 시대에 던지는 하나의 화두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소박하게"는 한 권의 책을 넘어서 이 시대, 양식있는 사람들의 풍속의 한 단면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책을 써놓고 보니 그 뜻이 충분히 옮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것은 저자인 제가 감당할 몫입니다만, 책의 뜻이 바르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사족을 붙입니다. "단순하게 소박하게"는 "사람이 사는 세상"을 여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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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거부한 어느 수행자의 이야기
“부귀하면 뭇사람이 우러러보고, 청빈하면 자식마저 멀어진다.” 보우 선사(普雨 禪師)의 말처럼, 누구나 부유하고 안락한 삶을 꿈꾸며 하루를 아등바등 살아간다. 그럼에도, 혹은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대기업을 창업한 부호가 아니라 물욕 없이 정진하는 종교인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성철 스님이 그랬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랬다. 욕망을 추구하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 눈에는 수행자의 삶이 한 폭의 ‘몽유도원도’로 비치는 것이 아닐까? 한 군데쯤은 마음속에 간직하여 때로 그리워하고, 때로 위안을 얻을 곳을 구하는 것이다. 여기 한 수행자의 이야기가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 들어앉아 낮에는 지게 지고 농사짓고, 달 뜨는 밤이면 선시(禪詩)를 펼치고, 벼루에 먹을 갈아 글을 쓰는 생활을 하는 육잠(六岑) 스님의 삶이다. 22년간 기자생활을 한 언론인이자 1년간 ‘독도 상주기자’로 활동한 독도 전문가인 저자는 20년 넘게 교유해 온 육잠(六岑) 스님의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사는 삶을 세상에 소개한다. 10년을 설득한 끝에 스님의 글씨, 서화, 사진 등도 함께 선보였다.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담박한 일상 1982년 속리산 복천선원으로 출가하여 해광(海光)이라는 법명을 받은 육잠 스님은 1991년 조그마한 절의 주지 자리를 벗어 버리고 전기도 전화도 없는 거창 가북 골짜기 산속으로 들어갔다. 편한 것만 찾는 물질문명에 거리를 두고 수련하고자 ‘두곡산방(杜哭山房)’이란 토굴을 직접 짓고 깊은 산속에 자리한 것이다. 이곳에서 스님의 생활은 담박(澹泊)한 일상 그 자체이다. 산방을 찾은 이라면 누구든 직접 딴 산야초를 말린 세상에서 하나뿐인 차를 나누고,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는 전화 대신 서화를 그려 직접 만든 편지지, 편지봉투로 안부를 전한다. 물론 수행자로서의 정진에도 치열하다. 자신이 죽고 난 후 화장에 쓸 나무인 ‘다비목(茶毘木)’을 직접 준비하며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각오로 하루를 보낸다. 20여 년 전 단골 찻집 주인의 안내로 처음 육잠 스님의 두곡산방을 찾은 저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자연 속에 묻혀 숲의 기미에 귀 기울이며 자족(自足)하는 스님의 나날은 좀더 큰 것, 좀더 높은 곳, 좀더 편한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저자에게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竹?)와도 같았다. 이후 스님과 함께한 시간들을 통해 저자는 도시생활 속에서 갖게 된 욕망과 악착스런 마음에서 조금씩 풀려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러한 치유의 시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마음먹었다. 사라진 꿈속의 덕동마을을 기억하며 안타깝게도 육잠 스님은 2012년 거처를 이 책의 무대이자 처음 산중 생활을 시작한 경남 거창 덕동마을에서 경북 영양으로 옮겼다. 스님이 떠날 당시, 덕동마을은 집 주인들이 몇 차례 손바꿈하면서 급속히 황폐하기 시작했다. 어느 하루, 헛간채가 뜯기고 시멘트 블록 건물이 들어섰으며, 또 하루는 요란한 엔진톱 소리가 난 후 울창하던 앞산 낙엽송 숲이 민둥산으로 변해 버렸다. 숲과 사람이 공존하지 않는 덕동은 더 이상 덕동이 아니었다. 그 참상을 지켜보던 육잠 스님은 덕동마을과는 인연이 다했다면서 바랑을 챙겼다. 비록 지금은 옛 주인도 떠나 버리고 옛 정취도 사라졌지만, 그 시절의 소쇄한 아름다움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꿈속의 꿈’이나마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는 두곡산방을 지면으로 남기고자 하였다. 육잠 스님은 경북 영양에 또 다른 두곡산방을 지어 지금도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지켜 나간다. 2020년 설 특집으로 방영된 EBS 〈한국기행〉 ‘그 겨울의 산사’ 편을 통해 경북 영양 두곡산방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