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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시간들

엄마와 함께한 시간들

: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애도 심리 북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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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60g | 128*188*11mm
ISBN13 9791158772529
ISBN10 115877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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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하얗게 내릴 때면 그 벚꽃 같은 엄마 머리카락이 떠오른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자그마한 뒷모습이 떠오른다.
엄마가 나에게 남긴 선물은 무엇일까.
벚꽃은 피었는데 엄마가 없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증손주에게 엄마가 남긴 선물은 일 년 뒤에 찾을 수 있었다. 정말 도둑이 들었어도 못 찾아갈 곳이었다. 바로 녹슨 주전자 안. 엄마는 포장지 그대로 고이고이 이쁘게 잘 간직해두셨다.
나는 엄마에게 유산을 받지는 못했지만, 나도 할머니 돼지의 손녀가 받은 선물을 같이 받고 싶어진다.
눈을 들면 아직 그대로 있는 벚꽃과 눈이 부시게 빛나는 송정 바닷가. 짭조름한 바람 냄새.
이런 것들이 엄마가 나에게 남긴 선물이 아닐까.
당신도 엄마의 생일인 계절이 되면,
더욱 엄마가 그리워질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당신에게 남긴 선물은 창문을 열면 가득하다.
그 계절이 언제일지라도, 그 장소가 어디일지라도 말이다.
--- p.23-24

나는 결혼을 늦게 한 탓에 객지 생활에도 불구하고 다른 형제들보다 엄마랑 같이 산 시간이 많았다. 그런 내가 엄마랑 둘이서 있을 때마다 꼭 같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목욕탕이다. 엄마는 증기로 가득한 욕탕을 힘들어하셨는데 “머리가 내둘리는 것 같다”라며 발 떼기도 싫어하셨다. 나는 그게 노인의 엄살로 보였다.
“고마해라. 내가 엄마 묵은 때 빡빡 밀어줄게. 답답하면 찬물 한 잔 마시고.”
세신사 여사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할 때면 모두 빈자리를 빌려주셨다. 나는 엄마를 눕히고, 엄마 전용 종신 세신사 역할을 한다.
엄마의 몸은 보면 볼수록 올챙이를 닮았는데, 하얗고 볼록한 배는 옆으로 퍼져 있고 다리는 마른 꼬챙이 같았다.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여도 노인 특유의 꼼꼼히 씻지 않는 습관 때문에 때가 국숫발처럼 나왔다. 그리고 가장 신기하고 묘한 순간은 바로 엄마의 거시기! 엄마는 정말 털이 다 빠지고 없었다.
‘내가 저기에서 나왔다니. 정말 사실일까?’
엄마 전문 세신사가 될 때마다 궁금한 점이었다. 내가 아기를 낳고 나서야 진실을 터득했지만 말이다.
한 시간가량 엄마 몸을 씻어드리고 나면 내가 기진맥진이 된다. 얼굴은 벌게지고, 팔이 욱신거린다.
“은영아, 이거 마시라.”
하며 엄마가 내민 요구르트!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차가운 맛이 일품이다. 나는 아직도 엄마가 주신 그 요구르트보다 시원한 맛을 알지 못한다.
“엄마, 천국에 잘 도착하셨나요? 엄마가 주신 요구르트! 최고였어요!”
--- p.91-93

‘엄마’ 하면 떠오르는 가자미조림.
또 있다. 추운 겨울에 수돗물에 한 번 씻어서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바다 맛 제대로. 물미역!
먹을 게 없으면 창고에서 꺼내와 과자 대신 그냥 씹어 먹었던 미역귀. 반찬이 떨어질 때쯤, 젓갈과 다시마와 무채를 버무려서 밥과 같이 먹었던 파래무침도 있다.
손님 접대 요리에는 약했지만, 바다에서 나오는 해산물은 엄마같이 요리를 잘 못하는 주부에게 최적화된 요리재료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해산물 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엄마가 남긴 이별 선물이었구나.
당신은 ‘엄마’ 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는가.
어떤 냄새가 당신을 사로잡는가.
당신은 엄마가 해주셨던 맛있는 음식을 소리내어 불러보라.
그때의 분위기. 같이 먹었던 사람들. 웃음소리.
그 음식은 당신의 텅 빈 마음속까지 든든하게 채워 줄 것이다. 당신은 이제 영원히 허하지 않고 든든해질 것이다. 당신의 표정이 따뜻해진다.
당신 어머니의 미소가 떠오른다.
--- p.165-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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