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프롤로그 카레 만드는 사람입니다
육체노동의 맛 우리는 향신료의 민족 모든 카레에는 고수가 들어간다 무국적 케미스트리 카레는 비빔밥이 아니다 어디서 카레 냄새 안 나요?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반다이크 브라운 카레 만드는 사람은 집에서도 카레를 먹는가 엄마 카레 vs 아빠 카레 카레집 우렁각시 아이돌로 인해 쉽니다 당신을 위한 서비스는 언제나 노란 맛 궁금해 허니 카레의 적정 가격은 얼마인가 파스맛 카르다몸 이거 원래 치과 맛이 나요? 양배추 피클 더 주세요 과즙 가득 달콤해 입장 전 경고문을 숙지하셨습니까? 채식주의자 대환영 후끈후끈 보양식이 따로 없네 궁극의 카레 |
저김민지
관심작가 알림신청김민지의 다른 상품
카레 만드는 일이 막노동과 다를 바 없다는 점도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참 아이러니하지. 예전엔 그 육체노동이 싫어서 카레 만드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게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한 만큼 결과물이 나오는 메뉴를 선택한 것이다. 내가 던질 수 있는 패는 그것뿐이었다. 몸을 갈아 넣어서라도 괜찮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면야, 하는 마음으로.
--- p.17, 「육체노동의 맛」 중에서 비록 ‘무국적 스파이스 카레’라는 단어 조합은 일본에서 만들었을지언정, 그러한 카레들이 일본만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동안 내가 만들어왔고 또 만들어갈 무궁무진한 카레가 있는 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향신료 카레의 스펙트럼은 계속해서 넓어질 것이다. 굳이 어느 지역의 카레라고 근원과 전통을 주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음미될 향신료의 수많은 조합은 상상만으로도 아름답다. --- p.41, 「무국적 케미스트리」 중에서 집과 가게의 거리가 꽤 되는 터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둘 다 이용한다. 출근할 때는 괜찮지만, 문제는 퇴근할 때다. “어, 카레 냄새 난다.” 저들끼리 속삭이면서 지나간다. 민망하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가게에서 쉬는 시간마다 양파를 볶고 향신료를 넣어 페이스트를 만들기 때문에, 퇴근길에는 어김없이 듣는 소리다. --- p.49-50, 「어디서 카레 냄새 안 나요?」 중에서 그러나 카레는 일단 한 솥 끓이고 나면 어떻게 해도 남는 법. 웬만해선 식사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리 아빠도 마찬가지로 분량 조절을 하지 못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카레를 만들었다. 처음이야 맛있었지만, 며칠 내내 카레를 먹는 것에 물린 가족들. 이때 아리 엄마가 나선다. 정통 카레에 장국을 넣어 카레 우동으로 만들어버린다. 아리 아빠는 어떻게 만든 정통 카레인데 장국을 넣을 수 있냐며 화를 내지만, 그 또한 몇 날 며칠 같은 카레를 먹는 것에 질렸던 터라 결국 카레 우동을 맛있게 먹는다. --- p.80-81, 「엄마 카레 vs 아빠 카레」 중에서 시간은 흐르고 흘러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세훈 앞에 선 나는 비비에 대한 수많은 질문만을 뚝심 있게 던졌다. 그동안 만든 비비 카레 사진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연신 귀엽다고 한 그가 물었다. “이렇게 만들어놓고 나중에 먹어요?” 네….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요. 아깝다고 보관할 수도 없잖아요…. --- p.105-106, 「당신을 위한 서비스는 언제나」 중에서 나는 카레를 만들 때 홀 스파이스를 풍부하게 쓰는 편이다. 필요한 홀 스파이스들을 계량 후 종류별로 정갈하게 담아놓으면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들을 보는 느낌이다. 카레를 먹을 때 씹히지 않도록 기름에 홀 스파이스를 넣어두어 미리 향신료 기름을 만들어 쓰거나, 홀 스파이스를 볶은 후 분쇄기로 갈아 쓰는 방법도 있지만, 향신료가 지닌 향을 확실히 발산하기 위해서는 통째로 기름에 넣어 달구는 것을 추천한다. 뜨거운 기름과 홀 스파이스가 만났을 때 나는 독특한 향도 좋다. 카르다몸이 동그랗게 부풀고 겨자씨나 커민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튀기 시작하면 향신료 기름이 완성되었다는 뜻이다. --- p.129, 「파스맛 카르다몸」 중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차이티를 궁금해하는 손님이 나타났다. 두둥. 배운 것을 써먹을 절호의 기회였다. 나는 퍽 다정하게 말했다.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목이 칼칼할 때 드시면 좋아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손님은 결국 차이티를 주문했다. 대체 감기 떨어지는 맛이 무슨 맛이지, 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픽업대에서 음료를 받자마자 한 모금 마신 손님이 내뱉은 말. “이거… 원래 치과 맛이 나요?” --- p.140-141, 「이거 원래 치과 맛이 나요?」 중에서 한의사 선생님은 내게 카레 만드는 직업이 천직이라고 했다. 카레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매일같이 카레를 먹으라고 하셨을 정도. 특히 버터 치킨 카레 같은 것은 완벽하다나. 사실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따로 식사를 차릴 새가 없어 거의 카레로 끼니를 때우는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말이다. --- p.179-180, 「후끈후끈 보양식이 따로 없네」 중에서 |
웰컴 투 무국적 향신료 카레 월드!
지금 당장 먹고 싶은 궁극의 카레들과 더불어 선명해지는 일상 속 풍경 이 작은 책에는 그녀의 카레 가게 속 다채로운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카레 한 그릇과 양배추 피클을 놓고 앉아 있다가, 주방으로 들어가 저자의 어머니이자 우렁각시 큰 사장님을 만났다가, 같이 눈물 쏙 빠지게 양파를 썰다가 볶다가, 인도와 일본의 고집스럽고도 개성 넘치는 향신료 카레 순례길에 오르기도 한다. 저자가 만났던 각국의 잊지 못할 카레집과 그곳에서 먹었던 생생한 향신료 카레들은 이윽고 그녀의 식탁 위에도 펼쳐진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맛을 재현해가고 새로운 미각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그녀의 단정한 갈색 식탁 위에서 새 카레들이 갈수록 깊게 우러난다. 집에서 카레를 만드는 휴일이 버킷리스트가 된 자영업자의 애환과 인기 만화 〈아따맘마〉의 카레 에피소드를 통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엄마 카레와 한없이 특별하기만 한 아빠 카레의 선입견을 날카롭게 꼬집기도 한다. 막 끓여낸 카레처럼 뜨겁고 생생한 화두를 던지는 그녀의 단호한 생각들은 우리네의 요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환경을 위해 채식을 실천하고자 할 때도 카레는 아주 훌륭한 제안이 되며, 약선으로서의 카레는 삼계탕과 비슷한 맛을 내며 마치 배 속에 모닥불을 피운 것처럼 몸이 따뜻해진다고 소개한다. 다만 카레 먹는 방법에 대해서는 제발 비비지 말고 떠먹기를 권하는 강경 ‘떠먹파’의 입장인 것도 재미난 포인트다. 카레가 카레지 뭐. 더 이상 카레가 새롭지 않은 사람들에게 카레 만드는 사람의 진심뿐인 카레맛 이야기가 꼭 가닿기를 바란다. 거스를 수 없는 향신료 카레의 매력과 더불어 선명해지는 일상의 색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먹어요?” 창의적인 그녀의 덕질은 최애도 추천사를 쓰게 했다 저자가 운영하는 카레집의 시초는, 그녀의 최애 아이돌 엑소 세훈의 반려견 비숑 프리제 ‘비비’의 얼굴 모양으로 만든 카레였다. 정식으로 가게를 열기 전 망원동 미아논나에서 팝업 식당을 하면서 만들었던 이 ‘비비 카레’가 팬들에게 입소문을 탔고, 완판을 기록하며 가게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카레집 단골손님들 중 엑소 팬들이 많은 이유이다. ‘강아지가 궁금하면 강아지 주인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주인을 만날 기회가 있어야지.’ 그녀는 팬사인회 당첨을 위해 통 크게 앨범을 구매하고 마침내 세훈 앞에 선다. 나중에 꼭 카레를 먹으러 가겠다는 최애 아이돌의 앞에서 그저 한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순간, 언젠가 불쑥 가게 문을 열고 세훈이 들어오지 않을까 상상하며 슬며시 미소 짓는 저자의 진심이 담담하면서도 뜨겁게 담겼다. 그 밖에도 콘서트 가는 날 가게 문에 ‘아이돌로인해쉽니다’를 크게 써 붙인 에피소드 등 현재 덕질 중인 이들이라면 공감으로 구석구석 웃음이 터질 것. 이 책이 더없이 특별한 이유는 한없이 순수하고도 창의적인 그녀의 순조로운 덕질 라이프에 실제로 그가 응답했다는 것. 엑소 세훈의 추천사로 이 책은 비로소 완성되었다. 유명 아이돌로는 최초로 세훈이 직접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한 글자 한 글자 고심해서 적은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추천사 전문 그대로를 가감 없이 실었다.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이 자신의 첫 번째 책을 꼼꼼히 읽고 쓴 추천사를 받아든 저자의 얼떨떨한 기분을,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직접 추천사를 쓰기로 결심한 세훈의 마음을.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
처음 이 책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비비 카레’로 무슨 책까지 내지? 하지만 끝까지 읽어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를 좋아하는 사장님이 진실하고 솔직하게, 고민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담아낸 것이 느껴졌다. 멋있고 대단하고, 한편으로 뿌듯하면서 자랑스럽다. 언젠가 꼭 한번 비비를 데리고 비비 카레를 먹으러 갈 것이다. 비비는 카레를 못 먹지만 사과를 주시겠지? 좋겠다, 비비야. 나보다 너를 더 좋아한대. 얼른 가자. 불쑥 찾아가자. 혹여나 난 들어가지 못해도 앞에서 차 대기 시켜놓을게. - 세훈 (엑소(EX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