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3월 25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596g | 159*213*27mm |
ISBN13 | 9788954685672 |
ISBN10 | 8954685676 |
발행일 | 2022년 03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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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56쪽 | 596g | 159*213*27mm |
ISBN13 | 9788954685672 |
ISBN10 | 8954685676 |
MD 한마디
[이토록 재미있는 클래식 레코드 에세이라면] 60년 동안 클래식 레코드를 모아온 애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덕질 에세이. 절대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키만의 시선을 따라 클래식을 하나씩 들으며 읽는 재미가 있다. 음악에서조차 표정을 찾아내는 소설가가 써낸 100여 곡의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새로운 차원의 독서를 가져다 줄 것이다. - 에세이 MD 김유리
왜 아날로그 레코드인가 008 1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016 2 슈만 교향곡 2번 C장조 작품번호 61 019 3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5번 C장조 K.503 022 4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작품번호 43 025 5 쇼팽 발라드 3번 A♭장조 작품번호 47 028 6 포레 〈레퀴엠〉 작품번호 48 031 7 하차투랸 바이올린협주곡 D단조 034 8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 C장조 K.551 037 9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돈키호테〉 작품번호 35 040 10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 작품번호 64 043 11 그로페 〈그랜드캐니언 모음곡〉 046 12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9번 〈크로이처〉 A장조 작품번호 47 049 13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5번 〈봄〉 F장조 작품번호 24 052 14 본 윌리엄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055 15 요제프 하이든 피아노소나타 48번 C장조 Hob.ⅩⅥ/35 058 16 요제프 하이든 교향곡 94번 〈놀람〉 G장조 061 17 브람스 간주곡집 작품번호 116, 117, 118, 119 064 18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 C단조 작품번호 35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2번 F장조 작품번호 102 067 19 쇤베르크 〈정화된 밤〉 작품번호 4 오케스트라판 073 20 쇤베르크 〈정화된 밤〉 작품번호 4 현악육중주판 076 21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7번 〈대공〉 B♭장조 작품번호 97 079 22 드뷔시 전주곡집 1권 082 23 베토벤 칠중주 E♭장조 작품번호 20 085 24 버르토크 현악사중주 4번 088 25 차이콥스키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품번호 35 091 26 로시니 가극 〈도둑까치〉 서곡 094 27 라벨 현악사중주 F장조 097 28 풀랑크 〈글로리아〉 103 29 브람스 교향곡 3번 F장조 작품번호 90 106 30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품번호 77 109 31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C단조 작품번호 67 115 32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F장조 작품번호 68 118 33 버르토크 〈중국의 이상한 관리〉 작품번호 19 121 34 헨델 〈수상음악〉 124 35 말러 교향곡 1번 D장조 127 36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130 37 슈만 〈사육제〉 작품번호 9 133 38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4번 G단조 작품번호 40 139 39 비발디 비올라다모레를 위한 협주곡집 등 142 40 베토벤 현악사중주 14번 C?단조 작품번호 131 145 41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 C장조 작품번호 15 151 42 블로흐 〈셸로모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히브리 광시곡〉 154 43 랄로 스페인 교향곡 D단조 작품번호 21 157 44 모차르트 클라리넷협주곡 A장조 K.622 160 45 버르토크 피아노협주곡 1번 163 46 슈만 피아노오중주 E♭장조 작품번호 44 166 47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 E♭장조 169 48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A단조 작품번호 56 172 49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단조 작품번호 47 175 50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178 51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21번 B♭장조 D.960(유작) 181 52 림스키코르사코프 교향 모음곡 〈셰에라자드〉 작품번호 35 187 53 모차르트 피아노사중주 1번 G단조 K.478 193 54 크라이슬러 소품집 196 55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E단조 작품번호 27 199 56 J. S.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1043 202 57 스트라빈스키 〈병사의 이야기〉 208 58 파야 〈스페인 정원의 밤〉 211 59 모차르트 현악오중주 4번 G단조 K.516 217 60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220 61 J. S. 바흐 관현악 모음곡 2번 B단조 BWV1067 226 62 프로코피예프 모음곡 〈키제 중위〉 작품번호 60 229 63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D단조 K.466 232 64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 E♭장조 작품번호 82 235 65 드뷔시 〈바다〉 238 66 모차르트 교향곡 38번 〈프라하〉 D장조 K.504 241 67 댕디 〈프랑스 산사람 노래에 의한 교향곡〉 G장조 작품번호 25 244 68 J. S. 바흐 두 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 2번 C장조 BWV1061 247 69 슈베르트 현악오중주 C장조 D.956 250 70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B단조 작품번호 74 256 71 그리그 바이올린소나타 3번 C단조 작품번호 45 259 72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돈 후앙〉 작품번호 20 262 73 오르프 세속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 265 74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 B♭장조 작품번호 83 268 75 J. S.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4번 G장조 BWV1049 271 76 리스트 교향시 〈전주곡〉 274 77 프랑크 바이올린소나타 A장조 277 78 요한 슈트라우스 가극 〈집시 남작〉 280 79 말러 교향곡 4번 G장조 283 80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B♭단조 작품번호 23 286 81 슈만 첼로협주곡 A단조 작품번호 129 289 82 브람스 피아노삼중주 1번 B장조 작품번호 8 292 83 시벨리우스 교향시 〈포욜라의 딸〉 작품번호 49 295 84 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298 85 들리브 발레 모음곡 〈코펠리아〉 304 86 J. S. 바흐 〈음악의 헌정〉 BWV1079 307 87 차이콥스키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310 88 프로코피예프 〈스키타이 모음곡〉 작품번호 20 313 89 모차르트 현악사중주 15번 D단조 K.421 316 90 베르크 현악사중주를 위한 〈서정 모음곡〉 319 91 버르토크 비올라협주곡(유작) 322 92 브람스 피아노오중주 F단조 작품번호 34 325 93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C장조 작품번호 15 D.760 328 94 비제 가극 〈진주조개잡이〉 331 95 모차르트 호른협주곡 3번 E♭장조 K.447 334 96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2번 C단조 작품번호 111 337 97 토머스 비첨의 멋진 세계 343 98 존 오그던의 개성적인 생애 346 99 마르케비치의 구덩이 349 100 젊은 날의 오자와 세이지 352 |
무라카미 하루키가 클래식과 재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작품 속에 담아내기에 하루키 마니아들은 그의 작품 속의 음악을 찾아 듣는다. 하루키 마니아는 아니지만, 그가 작품에 담을 만큼 애장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 들었기에 하루키가 소장한 클래식 음반을 담았다는 이 책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를 펼치는 순간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깊이 있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책보다 레코드에 집착한다는 하루키는 60년 가까이 레코드를 모았다고 한다. 재즈를 더 선호하기에 클래식 음반은 맘에 드는 재즈 음반이 없으면 차선으로 구매한 것이지 특별한 체계를 가지고 수집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클래식 레코드 재킷 디자인이 매력적인 것에 끌려 소장하게 된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내가 클래식 음반을 모을 당시만 해도 CD를 더 쉽게 구매할 수 있었고 재킷 디자인도 그다지 특별한 음반은 없었다. 이 책에 소개된 오래된 LP의 재킷 디자인을 보면서 첫 느낌은 이게 클래식 음반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색다른 디자인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대략 100곡가량의 클래식 곡 중 하루키가 소개하고 싶은 레코드에 대한 문학적 감상과 해석을 담아낸 오래된 클래식 앨범의 카탈로그라 생각된다. 그의 글을 읽을수록 좋아하는 음악을 이렇게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같은 곡을 연주자, 지휘자 그리고 녹음 연도에 따라 디테일하게 차이점을 느끼고 또 문학적 감상을 읽다 보면 그냥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을 넘어서 전문가 수준 이상의 감상자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런 흐름으로 새삼스레 굴다의 연주를 들어보면 '아, 역시 빈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무릎을 친다). 굴다하면 아무래도 '좀 별난 사람'이라는 인상이 있는데, 이 레코드에 귀기울이고 있으면 마치 오사카의 우동집에서 스우동을 먹는 것처럼 신기하게 안심이 된다. 특별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재료를 넣는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모차르트를 대수롭지 않게, 조금 은 멋을 부리며 연주한다. [3.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5번 C장조 K.503 중 p.23~23]
루돌프 제르킨의 연주는 리흐테르와 반대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솔직하다고 할까, 소박함 그 자체다. 리흐테르의 예리한 기교도 없고, 루빈스타인의 화려함과 여유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뼈를 깎는 듯한 운지가 이상하게 듣는 이의 마음을 자극한다. 이 장대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마 그 성실함이 듣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제르 퀸의 B 플랫 장조를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나름대로 에너지가 필요하다. [51-2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21번 B 플랫 장조 D.960(유작) 중 p.185~186]
뉴욕 태생의 린 하렐은 (당시) 한창 띄워주던 '신세대' 첼리스트로,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청신한 연주를 들려준다. 그의 첼로는 위대한 선인들과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노래한다. 소리가 깊고 선명하지만 중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중량을 줄인 스포츠카처럼 악기가 기민하게 움직이며, 경쾌한 퍼포먼스를 기분 좋게 펼친다. 창을 활짝 열고 신선한 바깥공기를 들이켜는 듯한 상쾌함이 느껴진다. 슈만의 곡이 어느 때보다 약동감 있게 들린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가 뛰어난 건 알겠는데 너무 웅장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이쪽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81 슈만 첼로협주곡 A단조 작품번호 129 중 p.291]
오래된 클래식 음반의 재킷 디자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웠고 특별한 체계없이 수집하게 된 음반이라고 하지만 음반 하나하나에 담긴 하루키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지금보다 60~70년 가까이 앞서 발매된 음반들이기에 생소한 연주자와 지휘자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고 유명 작곡가의 곡이라도 새롭게 귀에 들어오는 곡들도 많았다. 같은 곡을 연주자, 지휘자 그리고 음반 녹음 시기에 따라 저마다의 색을 하루키의 감성으로 해석한 것이니 나도 음악을 감상하며 그 느낌을 글로 써내는 기록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순서를 따라 읽지 않고 원하는 곡에 대해 펼쳐보아도 무방하다. 책에 나온 모든 곡을 찾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음반들이긴 하지만 현대적 버전의 음반을 대신 찾아 들으며 맘에 담아둘 곡들을 만나보는 것 또한 이 책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먼저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당신은 클래식을 즐겨 듣습니까? 그럼요. 제가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쇼팽도 있고, 드비쉬도 괜찮고, 가끔은 바그너를 청하기도 합니다, 라는 수준으로는 곤란하다. 하루키의 LP 편력은 이미 범인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상태다. 비록 재즈가 70 클래식이 20 록과 팝이 10이라지만 총량 자체가 어마어마해 20만 얘기해도 책 한 권이 나온다. 총 100곡을 소개하는데 한 곡 당 적어도 4개의 앨범을 덧붙이니까 그 양이 평생을 들어도 남을 정도다.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나도 여태껏 들어본 앨범 수를 세면 글쎄, 100개를 넘기가 힘들지 않을까? 아무래도 요즘엔 단곡을 중심으로 들으니까.
그러니 하루키의 클래식에 공감하려면 웬만한 경험으로는 부족하다. 행여나 멋진 책 커버와 그동안 하루키 에세이가 보여온 특유의 무용함에 반해 이 책을 고른다면 정말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하루키 책이라면 거의 빼놓지 않고 읽어온 사람이 진심으로 하는 충고다. 몇 가지 예시를 보여주겠다.
다음은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를 에르네스트 앙세르메 지휘 하에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이 녹음한 앨범에 대한 하루키의 감상평이다.
연주의 흐름은 둘 다 자연스럽고 조급한 구석이 없으며 적당한 유머가 감돌아 몇 번이고 편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앙세르메의 인덕 같은 것이 느껴지는 연주다.(p.17)
세상에, 스트라빈스키도 겨우 들어본 듯한데 1949년도에 활약한 지휘자 앙세르메의 인덕을 무슨 수로 알겠는가? 게다가 연주에 유머? 음악이 어떻게 들려야 도대체 유머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을까?
다음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 C장조 작품번호 15를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1958년에 녹음한 앨범에 대한 평이다.
지극히 성실하고 설득력 있는 베토벤이다. 그리고 그 피아니즘은 매우 긍정적이고 첨예하다.(p.153)
이 말을 이해하려면 우선 베토벤 음악이 어떠해야 한다는 자기만의 정의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테니까. 피아니즘이 긍정적이면서 동시에 첨예하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온갖 어려움을 헤치며 끝없이 혁신하는 사업가가 떠오르는데, 그 어려운 베토벤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는 의미일까?
지금 보여준 예시는 정말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단순히 하루키만 보고 들어왔다면 대화가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는 오히려 그 난해함으로 인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신기한 책이다. 나는 한참을 읽던 중 그냥 책을 덮고 그가 소개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유머와 긍정과 첨예의 소리가 도대체 뭔지 궁금했으니까.
물론 나는 실패했다. 유머가 무엇인지 알려면 진지함 또한 알아야 한다. 긍정을 이해하려면 부정을 이해해야 하고 첨예를 느끼려면 부드러움과 여유를 느껴봐야 한다. 이는 한 연주자의 여러 곡과 여러 명의 뮤지션이 연주한 한 곡을 수 없이 교차 청음 해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지휘자나 연주자에 따라 같은 곡도 완전히 다르다는 건 알게 됐다는 점이다. 정말 신기하게 달랐다. 이게 진짜 같은 곡인가, 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검색했지만 워낙 구반이 많아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없는 것들이 많았다.(스포티파이로 가면 좀 나으려나?) 그래도 개중 몇 개를 찾아 여기에 올리니 직접 들어보길 바란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멜론을 이용했다. 해당 키워드를 그대로 검색한 뒤 앨범 커버로 찾으면 된다.
1. Stravinsky: The Firebird Ozawa Seiji
책에 소개된 건 파리 관현악단과 녹음한 아래 앨범이다. 하루키의 평은 이렇다.
소리가 보다 컬러풀하고 섬세해졌으며, 흐름에도 한결 강한 '스토리성'이 생겨났다.(p.132)
이는 오자와 세이지가 보스턴 교향악단과 녹음한 앨범과 비교하며 한 말인데, 내가 소개하는 보스턴 교향악단 버전이 당시에 녹음한 것을 2019년에 커버만 바꿔 다시 내놓은 것인지, 아니면 녹음 자체를 새로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2. Bartok piano concertos
하루키는 오자와 세이지 지휘에 피터 제르킨이 연주한 1965년 앨범을(아래) 최고로 쳤다.
두 사람의 연주로 이 곡을 듣다 보면 '맞아, 이렇게 이해하기 쉬운 곡이었어' 하고 눈이 뜨이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p.164)
두 번째는 앨범 커버가 맘에 들어 내가 골랐다.
3. Strauss four last songs
소개된 음악 중 유일한 가곡이다. 책에 실린 건 조지 셀 지휘의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버전이다. 하루키는 슈바르츠코프의 가창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음악을 구석부터 구석까지 빈틈없이 향유하는 가창으로, '마음으로 노래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p.179)
이 외에도 키리 테 카나와, 리자 델라 카자, 아넬리제 로텐베르거, 군돌라 야노비츠를 소개하지만 키리 테 카나와의 것만 간신히 찾았다. 그것도 하루키가 픽한 앨범은 아니다. 하루키는 그녀의 가창이 슈바르츠코프에 비해 훨씬 드라마틱하며 '고요한 체관'이라기보다는 '그럼에도 강하게 맥박 치는 감정' 같은 것이 느껴진다(p.179) 고 했는데, 과연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하루키는 슈바르츠코프 쪽이라고 했지만,
나는 카나와의 편이다.
가진 것이 15000개 정도 되는 어떤 품목이 있다면. 그리고 그 중에 100개를 골라 그것에 대한 사랑을 쏟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이 책을 보는 내내 내가 한 생각이다. 내게는 없다, 그럴 만한 게. 애초에 무언가를 모으지도 못할 뿐더러 뭔가에 대해 깊은 사랑을 쏟지 못하는 탓이다. 미련을 두지 않는, 괜찮은 내 성격으로 여겨 왔는데 이번 참에는 좀 섭섭하다. 중요한 보물 하나를 알아채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작가가 아니라도 이런 취미를 가진 사람은 더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은 이런 수집 취미로 새로운 삶을 얻는 시대이기도 하니.)
클래식과 재즈 LP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애정은 익히 알고 있었다. 작가의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에세이에서 여러 번 읽은 내용이니까. 읽을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 취향으로 이런 책을 내는 것을 보자니 작가로서 품고 있을 만한 재산의 속성을 짐작할 만하다. 글을 쓸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정도로 그치는 게 아니더란 것이다.
특히 나는 음악이나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들을 많이 부러워한다. 내게 없는 것이기도 하고, 이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을 풍요롭게 바라보는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알아도 내 눈이 내 귀가 내 호흡이 열리는 느낌. 나는 이 책으로 내 깊은 부러움과 질투를 확인하고 말았다.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와도 이어지는 사항이다.
글은 다 읽지 못했다. 초반에는 한 장 한 장 유의해서 읽어 나갔는데 곧 흐트러졌다. 음반에 해당하는 음악을 전혀 모르니 글 내용을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헐렁헐렁 넘기면서 음악 자체가 아닌, 음악에 대한 작가의 평가나 표현을 읽는 것으로 작가를 더 잘 아는 데 도움을 얻기는 했다. 이런 작가였지, 이런 비슷한 말을 소설에서도 쓰곤 했지, 이런 풍부한 경험으로 소설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로군, 하는 식으로. 그러니 이 작가의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구할 책이 아니었겠군 하는 마음은 뒤늦게 들었다. 그저 이 작가의 책 목록에 한 권 더 얹었을 뿐.(15000권은커녕 100권도 못 되는 수집품일 따름이지만)
좋아하는 마음의 본질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혹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든. 좋아하는 게 많은 쪽이 그렇지 못한 쪽보다 더 좋은 것만큼은 확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