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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크리크

미라클 크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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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528g | 140*210*25mm
ISBN13 9788954684125
ISBN10 895468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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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생이란 그렇지가 않았다. 비극으로 비극을 예방할 수 없고, 불운의 씨앗은 골고루 뿌려지지 않으며, 나쁜 일들은 뭉텅이나 무더기로 던져져 인생을 주체할 수 없이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그 모든 일을 겪고도 그는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을까? --- p.16

그들이 여기 모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사고가 남긴 선혈이 아니라―물론 폭발을 담은 사진이나 새카맣게 탄 기계의 잔해가 있긴 했지만―비극이라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맷이 병원에서 매일같이 마주하는 것이었다. 골절, 자동차 사고, 암으로 인한 공포. 사람들은 울었다, 당연히. 고통스러워서, 억울해서, 그로 인해 지난해진 삶이 힘들어서. 하지만 가족마다 꼭 한두 명씩은 곁에서 그런 고통을 지켜보며 활력을 얻었다. 평범한 일상 탓에 휴면에 들어갔던 그들의 몸속 세포가 평소보다 아주 살짝 빠르게 떨리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 p.52

특수아동을 키우는 건 단순히 삶이 변하는 게 아니었다. 사람 자체가 바뀔 뿐만 아니라 중력의 축이 변경된 평행 우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 p.57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부부간의 친밀감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면서, 부부가 결혼 첫해에 갖는 성관계 횟수를 나머지 기간에 갖는 횟수와 비교하는 연구는 많이 하면서, 생후 일 년간 엄마가 아기를 안아주는 시간과 여생 동안 안을 수 있는 시간을 비교하는 연구는 하지 않았다. 아이가 유아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젖을 먹이고 안아주고 달래면서 쌓은 익숙한 감각적 친밀감이 극적으로 소멸되는 것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90

그녀도 물론 이름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진짜 문제는 새 나라의 언어와 관습과 사람들을 몰랐다는 것,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새 이름을 새로운 자아와 따로 떼놓고 보기는 어려웠다. 한국에서 매희는 수다쟁이였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계속 혼날 일이 생겼고, 그럴 때마다 말로 따져서 대부분의 처벌을 피했다. 그녀의 새로운 자아 메리는 말없는 수학 괴짜였다. 낮은 기대치라는 껍질이 침묵과 순종과 고독이라는 알맹이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한국 이름을 버린 것이 마치 삼손의 머리칼을 잘라버린 것처럼 그녀를 나약하게 했고, 대체된 새 이름과 함께 찾아온 온순한 페르소나는 그녀가 알아볼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 p.98~99

영어를 쓸 때의 박 유는 한국어를 쓸 때의 그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가 그렇겠거니 생각했던 대로, 언어의 유창함이 한풀 꺾이면서 유능함이나 성숙함도 한 꺼풀 같이 벗겨지는 이민자들은 어쩔 수 없이 어린아이 버전의 그들이 되고 만다. 미국으로 오기 전에 그는 자신이 맞닥뜨리리라 예상한 어려움들에 대한 대비를 했다. 말하기 전에 생각을 번역해야 하는 논리적 어색함이나, 맥락에서 단어의 뜻을 유추해야 하는 지적 부담감, 한국어에는 없는 소리를 내기 위해 혀를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 두어야 하는 신체적 난관. 하지만 그가 알지 못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건, 이런 언어적 불완전성이 바이러스처럼, 발화 능력을 넘어 다른 부분들까지 오염시킨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사고와 태도, 그리고 성격까지도. 한국어를 쓰는 그는 배울 만큼 배운, 존경받아 마땅한 권위적인 남자였다. 영어를 쓰는 그는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못하며, 매사에 자신 없고, 걱정하고, 서투른 머저리였다. 한마디로 바보bah-bo. --- p.235

로사의 죽음은 테리사를 망가뜨리고 그녀의 삶도 파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관을 내려다보며 작별인사를 건네는, 마지막이라는 사치는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종내 그녀는 일어섰을 테고 삶도 다시 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어서 있기는 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조금씩 무너지는 내리막 지옥에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게 더 나은 게 맞을까?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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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고 긴장감 넘치는 이 법정 드라마는 궁극적으로 상상 가능한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 선한 의도와 무모한 감정의 폭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음을 잡아끌고 너그러우며 이해심이 많은 동시에 가차없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마음이 무너져내렸지만 또한 기운과 희망을 얻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혼란한 시절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소설이다.
- 로라 리프먼 (소설가)
마음을 사로잡는 퍼즐 같은 책이다. 반전이 있는 법정 드라마이면서 감정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며 너무도 인간적이다. 앤지 김은 민감한 주제들을 섬세하게 다루며 등장인물 묘사와 스토리텔링 둘 다에 통달한 작가라는 걸 증명해낸다.
- 자넬 브라운 (소설가)
『미라클 크리크』는 첫 페이지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훌륭한 법정 스릴러이자, 아름다운 문체와 풍부한 감정으로 가득한 영리한 미스터리.
- 스콧 터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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