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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HALATION

[ 반양장 ]
테드 창 저 / 김상훈 | 엘리 | 2019년 05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101건 | 판매지수 1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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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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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50 (10% 할인)

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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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5월 20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648g | 140*210*35mm
ISBN13 9791164050277
ISBN10 1164050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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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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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 9
2. 숨 / 59
3. 우리가 해야 할 일 / 89
4.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 97
5.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 249
6.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 267
7. 거대한 침묵 / 333
8. 옴팔로스 / 345
9.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 395

창작 노트 / 493
감사의 말 / 509
옮긴이의 말 / 511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는 미래나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더 잘 알 수는 있는 것입니다.
--- p.43

세상에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네 가지 있다. 입 밖에 낸 말, 공중에 쏜 화살, 지나간 인생,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 p.49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경이로움에 관해 묵상하고, 당신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라.
--- p.87

우리의 우주는 그저 나직한 쉿 소리를 흘리며 평형 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었다. 그것이 이토록 충만한 생명을 낳았다는 사실은 기적이다. 당신의 우주가 당신이라는 생명을 일으킨 것이 기적인 것처럼.
--- p.87

이 세계에서 이십 년 동안 살며 습득한 상식을 가르치고 싶다면, 그 일에 이십 년을 들여야 한다. 경험은 알고리즘적으로 압축할 수 없다.
--- p.234

인간을 데이터베이스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모든 특성은 예외 없이 경험의 산물이었다.
--- p.234

글이란 단지 누군가가 한 말을 기록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다. 글은 입 밖에 내서 말을 하기 전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단어들 또한 단순한 말 조각이 아니었다. 단어들은 생각의 조각이었다.
--- p.296

사람은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을 공평하게 축적해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 p.30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우리의 현재는 달라질까?

바그다드의 직물상인 푸와드는 거래처 사람들에게 보낼 선물을 찾다가 우연히 한 가게에 들어간다. 이 가게의 주인은 진기한 물건들을 만들어 파는 연금술사인데, 푸와드를 가게 안쪽으로 초대해 자신이 만든 ‘세월의 문’을 보여준다. ‘세월의 문’은 20년 뒤의 과거나 미래로 통하는 문이다. 가게의 주인은 그 문을 통과해 미래의 자신들과 만난 세 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은 푸와드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은 20년 뒤의 미래가 아니라 20년 전의 과거이다. 그는 “일어난 일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연금술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20년 전에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과거를 향해 간다.


「숨」
: 우리의 우주는 그저 나직한 쉿 소리를 흘리며 평형 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었다. 그것이 이토록 충만한 생명을 낳았다는 사실은 기적이다.

이 이야기는 우주의 다른 종과 문명을 향해 어느 해부학자가 남긴 서한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는 무한하게 뻗어나가는 단단한 크롬 내부의 아르곤 공기실로, 이곳에는 공기압으로 구동하는 기계인간들이 문명을 이루어 살고 있다. 화자인 과학자는 시계에 비해 자신들의 뇌가 느리게 작동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자신의 두뇌를 여는 자기 해부를 시행한다. 그리고 공기는 단순히 그들의 사고를 발생시키는 엔진에 동력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실상 그들의 사고가 각인되는 매체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생명의 원천은 공기가 아니라 기압 차이임을 깨닫는다. 이 기압이 평형 상태에 도달할 때, 우주는 그 모든 작동을 멈출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종과 문명의 완전한 소멸을 의미한다. 과학자는 평형 상태가 모든 우주의 운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며, 다른 우주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다른 문명을 향해 메시지를 남긴다.


「우리가 해야 할 일」
: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등장인물도 없고 대화도 없는 이 짧은 이야기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확실한 실증이 있을 때, 그것이 인류에게 불러일으킬 결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들의 선택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어떤 사람들은 선택 행위를 중단한다. 그들은 더 이상 어떠한 자발적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화자는 말한다. 무엇이 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이며, 이 거짓말을 믿는 것이야말로 깨어 있는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 이것은 인공지능의 상품 주기에 대한 이야기일까? 인간의 생애 주기에 대한 이야기일까?

애나 앨버라도는 전직 동물원 사육사로, 최첨단 소프트웨어 회사인 블루감사에 취직하여 그들의 최신 개발품인 디지언트를 훈련하게 된다. ‘디지언트’는 데이터 어스라는 디지털 세계 내부에 생성된 디지털 유기체로, 플레이어들을 위한 애완동물로 판매되기 위해 생성됐다. 애나의 동료인 데릭 브룩스는 전직 애니메이터로, 디지언트들을 위한 몸체인 아바타를 디자인하고 있다. 이야기는 애나 앨버라도가 디지언트 훈련사 제안을 받는 순간부터, 그녀가 자신이 입양한 디지언트인 잭스가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킬 결심을 하는 순간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디지언트가 개발되고, 그들은 성장하여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자신의 세계를 이해한다. 그러나 결국 데이터 어스라는 가상 플랫폼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자신들의 우주가 존재를 멈추거나 황폐해지는 순간이 올 때 디지언트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소수의 오너들만이 현재 유력한 플랫폼으로 디지언트를 이식하기 위한 돈을 모으는 데 필사적이다. 섹스돌 개발자들에게 디지언트의 저작권을 넘기는 것을 고려할 정도로.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 인간 보모를 대신해줄 기계식 자동 보모의 장점은?

1861년 런던에서 태어난 수학자 레지널드 데이시는 자신의 아들이 인간 보모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아들을 위해 기계식 자동 보모를 개발한다. 그것은 과연 이성적이고 성공적인 발명품이었을까?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 생체적인 기억이 디지털적인 기억으로 대체되는 것에 대하여

이 이야기는 교차 편집의 형식을 이루고 있으며 작품의 화자는 두 남자이다. 한 남자는 기자로, 그가 사는 시대는 가까운 미래이다. 그는 아직 키보드를 애용하고 있지만 그가 사는 미래에서는 이제 펜이나 키보드로 글을 쓰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에서 하위발성하면 망막 프로젝터가 시야에 해당 문장을 보여주고, 몸짓과 안구 움직임의 조합을 이용해 그 문장을 수정한다. 기자는 기억 장치인 ‘리멤’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다. 리멤은 사람들의 대화나 하위발성을 모니터하고 있다가, 과거의 사건을 언급하면 시야의 좌측 하단에 해당 사건의 영상을 띄운다. 인간이 무언가를 잘못 기억한다는 행위 자체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기사를 쓰던 남자는 딸인 니콜의 십대 시절 라이프로그를 통해 자기가 믿고 있던 어떤 사건이 실은 자신의 조작된 기억이었음을 충격적으로 깨닫게 된다.
또 다른 화자는 티브족의 소년, 지징기이다. 그는 마을을 찾아와 살게 된 유럽인 선교사를 통해, 종족 가운데 처음으로 읽고 쓰는 법을 배운다. 글을 읽고 쓰게 된 지징기는 마을의 이야기꾼이 올해에 들려주는 이야기가 지난해에 들려준 이야기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월이 흘러 지징기는 마을 법정의 서기가 된다. 그리고 씨족의 합류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자기가 유럽인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어느새 티브족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보다 유럽인들이 종이에 써놓은 글을 더 믿고 있었던 것이다.

기자인 화자는 어떤 사건들에 대한 기억에서 개인의 주관이 완전히 제거될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티브족의 구전 문화가 글자의 도래를 막지 못했듯이, 사람들이 불완전한 생체적 기억 대신 완벽한 디지털적 기억을 채택하는 추세를 막지 못한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그 장점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고 자문한다. 모든 것을 정확한 영상으로 보여주는 리멤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저질렀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하여 우리는 미래에 그런 행위를 되풀이하는 것을 피하게 될 수 있을까?


「거대한 침묵」
: 인간들에 의해 멸종 직전으로 내몰린 종의 일원이 말하는, 우주가 이토록 고요한 이유

이 짧고 흥미로운 이야기의 화자는 멸종 직전의 푸에르토리코 앵무새이다. 그는 방대한 우주에서 외계의 존재를 찾으려는 인간의 호기심에 대해 말한다. 우주가 당황스러울 만큼 고요한 이유는, 인간들에 의해 멸종되지 않으려는 우주 지성의 생존 전략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더 큰 무언가를 찾아, 우리 주위의 가장 겸손한 존재들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래전 열대 우림에 울려 퍼졌던 지구 지성의 소리는 우주의 거대한 침묵 속에 합류하여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인간이, 백 광년 떨어진 곳의 소리를 엿듣는다고 해서 과연 외계 지성을 알아볼 수 있을까?


「옴팔로스」
: 인간은 정말 우주의 중심적 존재일까? 우리 종은 과연 ‘옴팔로스’가 맞을까?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 여러 개의 세계에 여러 개의 당신이 살고 있다면? 당신이 무슨 선택을 하든 그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다른 우주가 언제나 존재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회원리뷰 (101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파워문화리뷰 숨 / 테드 창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파***거 | 2019.06.06 | 추천13 | 댓글12 리뷰제목
테드 창의 전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17년 만에 나온 작품집인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일 년 혹은 이 년에 한 편 정도씩 쓴 중, 단편을 모아서 펴낸 이 책엔 모두 아홉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전작에서 너무나 특이한 내용에 마음을 뺏겼다면 이번 작품집에서는 어떤 형식을 빌었던 결국 동시대 사람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라는 걸 느끼면서 읽었;
리뷰제목

테드 창의 전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17년 만에 나온 작품집인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일 년 혹은 이 년에 한 편 정도씩 쓴 중, 단편을 모아서 펴낸 이 책엔 모두 아홉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전작에서 너무나 특이한 내용에 마음을 뺏겼다면 이번 작품집에서는 어떤 형식을 빌었던 결국 동시대 사람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라는 걸 느끼면서 읽었다.

 

소설의 시간은 미래거나 과거이며 장소 또한 지구라는 행성에 머물지 않고 우주로 확장된다. 하지만 작품에서 배경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현재까지 살아온 경이로움은 오로지 인간의 선택이었음을 말하는 것으로 읽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부유한 상인 압바스를 통해 인간이 자유의지로 과거의 문을 통과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보여준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후회와 불안을 안고 산다. 만약 다시 같은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르게 살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는 이미 한 선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일어난 일에 대해 회개와 속죄, 용서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인간이 자신의 과거를 위해 시간의 문을 지나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지나온 과거 중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 회개의 시간을 갖고 진심을 다해 속죄한다면 용서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었다.

 

 

 

표제작인 <숨(Exhalation)>은 우리의 사소한 일상이  사실은 어마어마한 기적임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신의 뇌를 스스로 들춰보며 삶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학자를 등장시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기적이 찾아온 것인가를 설득한다. 지금 그대로인 자신의 존재를 경이롭게 여기고 기뻐하라는 메시지는 무기력해지려는 여름 하루를 갑자기 활기차게 만들어 주었다.

 

 

 

가상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디지털 유기체인 디지언트에 대해 이들의 생명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반려동물의 권리에 대한 논란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반려인이 있어야만 보호를 받는 반려동물들의 생활은 전적으로 반려인에게 달려있다. 디지언트도 이와 비슷해서 자신의 오너에 의해 그 활동이 정지 되거나 이어진다. 수 년 동안 자신의 디지언트에게 시간과 돈, 애정을 쏟은 오너들은 디지언트를 좀 더 쓸모 있게 만들려는 사람들과 충돌하면서 이들은 각자 선택의 기로에 선다.

 

 

 

우리가 디지언트를 키우는 이유에 관해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게 있어. 우리 디지언트들이 실용적인 스킬을 배울 수 있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설령 그러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로 간주할 필요는 없어. 잭스가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잭스는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냐. 잭스는 드레이터나 잡초깎기 로봇과는 달라. 잭스가 어떤 퍼즐을 풀든, 어떤 일을 하든 , 그건 내가 잭스를 키우는 이유가 아냐. (168)

 

 

 

며칠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읽은 책의 마지막은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여기에도 선택 앞에 선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앞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 방식에 과학적 상상력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를 프리즘을 통과한 다른 세상에 둘 수 있다. 자신의 다른 자아가 다른 세상에서 활동하는 것을 기대와 호기심으로 보기도 하고, 아예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의 내가 별 볼일 없는 사람에 불과한데 프리즘을 통과한 나의 자아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질투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여러 자아를 만들어 다른 상황을 겪게 해도 결국 고유한 자신의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작가는 이런 구성을 통해 선함이 어떻게 유지되고 이어지는지를 말하고 있다.

 

 

 

우리 누구도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선한 일을 할 때마다, 당신은 다음 번에도 선한 일을 할 가능성이 많은 인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건 의미가 있는 일이지요. (477)

 

굳이 고민하지 않고 쉽게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 사람들이 쉽게 그럴 수 있는 것은 선하게 행동하려는 작은 선택을 예전에도 여러 번 했기 때문일 거예요. 내 경우는 다른 사람들에게 선하게 행동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건 예전에도 이기적으로 행동하려는 작은 선택을 여러 번 했기 때문이겠죠. 결국 내가 선하게 행동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나 자신이었던 거예요. (488)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질문이다. 앞으로 세상은 현재의 내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나갈 수도 있다. 지금은 개그프로그램의 한 소재에 불과한 상상이라 할 지라도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현실이 될 것이다. 두 개의 문을 통해 시간 여행을 하는 일이 계속 꿈 일 수만은 없다. 세상의 변화 속에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선택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고 하는 작가의 말에 나는 귀를 기울인다. 내가 하는 많은 선택들이 나를 말해줄 것이다. 어제까지 잘못된 선택의 연속이었다면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F소설로 분류되고 있는 이 책에서 너무나 인간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현재를 만든  기적이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의 숨결로 이어진다는 내용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1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3 댓글 12
파워문화리뷰 테드 창의 오래된 소설들과 새 소설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게* | 2019.06.05 | 추천12 | 댓글5 리뷰제목
드디어 테드 창의 새 책이 나왔다. 전에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테드 창의 소설을 찾아보았을 때 유일하게 나와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는 중편이었다. 테드 창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전업작가가 된 후에도 작품을 신중하게 쓰는 모양이어서, 도통 작품 만나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새 책이라고는 하지만,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은 이미;
리뷰제목

드디어 테드 창의 새 책이 나왔다. 전에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테드 창의 소설을 찾아보았을 때 유일하게 나와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는 중편이었다. 테드 창은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전업작가가 된 후에도 작품을 신중하게 쓰는 모양이어서, 도통 작품 만나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새 책이라고는 하지만,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은 이미 10여년에 걸쳐서 오랫동안 거의 1년에 단편 하나 꼴로 발표된 작품들을 한 권의 책에 묶은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기존에 나온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가 중복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원성을 사기도 하는데, 사실 이 작품집의 원작 자체가 한 권으로 묶여져 있으니, 그걸 따로 빼버리면 더욱 원성을 샀을 일이다. 어쨌든, 이미 읽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외에 나머지 작품을 읽으려면 이 책을 사야 하는데, 이북으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원작들을 찾아, 몇 개 미리 읽어보았다. 

그러니까 원서로 대충 읽은 작품은 이 작품집의 첫 작품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표제작인 <숨>, 그리고 네이처지에 소설이 실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북스피어에서 나온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로 읽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까지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천일야화 시절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에 가까운, 너무나도 매혹적이고 기이하고 이상하고 말도 안되는 시간여행 시간루프 소설이다. <숨>은 미지의 행성에서 서식하고 있는 인공 생명체들의 사고 실험을 다루었는데, 과연 테드 창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단한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 편 모두 주옥같아서, 하나의 리뷰에 책 전체의 모든 작품을 열거하는 게 하나씩 얘기하는 거보다 훨씬 어려울 거 같아서, 한참 전에 읽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의 내용을 올려본다.


21세기 가상의 애완동물

일하던 동물원이 폐쇄된 후 일자리를 찾던 애나는 블루 감마라는 게임 회사에서 뜻밖의 일자리를 제안받게 되는데 디지탈 애완동물의 일종인 디지언트들을 훈련기키는 직업이다. 고작 몇달간의 소프트웨어 테스터 교육으로 큰 게임회사에 취엄할 수 있었던 건 블루 감마가 출시하는 디지털 애완 동물이 실제 동물을 다루던 기술이 절실히 필요할 만큼 고차원적으로 진화했기 대문이다. 

20여년 전 다마고치의 형태로 전세계에 가상펫 열풍을 일으켰던 가상펫의 21세기 버전이라 생각할 수 있다.  디지언트들은 뉴로 블래스터 라는 게놈 엔진을 사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개체의 진화가 나타나고 의식이 있다. 이들의 서식지는 데이타 어스라는 게임 플랫폼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지 않을 때에도 데이터 어스 환경 내 에서 다른 디지언트들과 상호 소통하면서 스스로를 진화시키고 있다. (참고로 유전학적 진화와는 다른 의미로 이 책에서는 개체의 변화를 진화라는 말로 쓰고 있다) 침팬지와 곰 등 여러 형태의 아바타를 사용하여 개별 사용자의 선호도와 니즈를 만족시킨다. 뉴로 블래스트 게놈 엔진을 사용한 디지언트들은 기본적으로 애완 동물의 필수 조건인 순종적 성격과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언어 능력을 비롯해 학습과 훈련에 의해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당연히 출시와 함께 전세계적인 빅히트를 친다. 


과학 소설이 독자에게 인도하는 것은 조금 다른 버전으로 대체된 가상의 시스템을 경험함으로써 철판같은 현실에서 제공하는 가치관과 철학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이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는 자각하지 못한 다른 시선이 보는 미러를 통해 세계관을 이루는 것들을 자각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에 객체라는 말이 붙기에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제목부터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사실 내용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테스트, 출시, 고객 대응 유지보수 등의 일련의 주기를 다룬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거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익숙하다면 훨씬 풍부하게 컨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IT 산업의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 책의 문장 하나 하나가 주는 의미와 현실에 대한 비유를 일부 놓칠 가능성이 있다. 장황한 설명이 없기 때문인데, 이는 테드 창의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가 주로 중단편을 쓰는 이유는 서사가 부족해서가 아니고, 핍진성을 생략해서도 아니다. 나는 이 작가의 간결함이 주는 울림이 좋다.

소프트웨어의 소프트함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흥하고 소프트웨어는 망한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몰라도 우리는 무생물 소유물에게 자주 감정이입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끼던 물건들을 쉽게 방치하고 잊고 버린다. 유행이 밀물처럼 온세상을 덮쳤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듯 한 때 세상 전부라도 가진 듯 소유 속에 행복을 찾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것들로 변하고 새 것들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크게 보면 이 소설은 그 대체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SNS만 해도 우리는 대세의 변화에 따라 천리안에서 각종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싸이월드에서 페북과 트위터 인스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파도 타듯 갈아타기를 반복하머 영원할 것 같았던 가치들 영광과 몰락을 지켜보았던가. 

소프트웨어의 유지 보수가 어려운 건 아이러닉하게도 소프트웨어의 그 소프트함에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상태에서 고작 망가진 부품을 교체하는 수리 차원의 유지 보수를 요구하는 하드웨어 기계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출시 후에도 고객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쉽게 수용하고 변경할 수 수 있다. 계속되는 업그레이드는, 계속 생겨나는 다른 버전을 의미한다. 안드로이드 앱은 기본으로 자동 업데이트 되도록 설정되어 있어서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기능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갑자기 원하지 않는 (광고) 기능이 추가되거나 오래된 폰에서 메모리 문제나 오류 등이 나타나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거나 혹은 있던 기능이 사라지고 그 기능을 쓰려면 유료 버전을 사야되는 것 같은 정책의 변화를 수용해야 할 때가 있다. 원치 않은 업그레이드를 정지시키면 새로운 기능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를 경험하며 툴툴거리겠지만 개발사 측에서는 매번 발생하는 버전마다 다르게 발생하는 오류와 문제들을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없으므로 다른 대안이 없다. 

동일한 유전자,  다른 객체

 
객체라는 것의 예를 들면 이렇다. 마르코와 폴로는 같은 게놈을 가졌으므로 동일한 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언트들은 일정 기간 사이버 공간 상에서 훈련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각기 다른 성격이 발현하기 때문에 똑같은 게놈을 가졌다 해도 둘은 다른 개체이다. 쌍둥이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트레이너들이 이 디지언트들을 훈련시키는 이유는 유아기가 끝나 말을 배운 상태에서 주인과 소통할 수 있고 기르는 재미를 줄 수 있는 훈련된 상태의 애완동물을 구입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고 배변 훈련을 시키고 세상을 이해시키는 데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 디지들도 마찬가지.

마르코가 먼저 태어났고(생성되었고) 집중된 훈련을 통해 분별력도 생기고 말도 잘하게 되었을 때 이를 복사하여 복사판은 폴로라고 이름지었다. 애완동물로서 상품의 가치가 높아졌을때를 2살 버전이라고 한다면 이 때가 어떤 사용자에게는 가장 분양받기 적합한 상태일 수 있다. 이 버전의 복사본이 체크포인트에 저장되고 복사본은 언제든 얼만큼이든 판매가 가능하다. 소프트웨어는 매 업그레이드가 있을 때마다 체크포인트가 생성되어 모든 단계의 소스 코드들을 저장하고 있지만 학습된 버전은 매 순간 ‘진화’가 진행되므로 체크포인트는 주기적 혹은 어떤 임계점을 넘을 때로 임의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치 않는 버그가 발견되면 이전 버전으로 롤백하기도 한다. 여기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는데 한 디지언트가 욕을 배워 쓰는 것이 발견되자 모든 디지언트들을 한꺼전에 롤백하여 해당 트레이너가 디지언트 앞에서 욕하기 이전의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간다. 

이들은 블루 감마가 채택한 뉴로블래스터 계열의 게놈 엔진으로 순종적이고 높은 지능을 가진 특성을 지냈고 각 개체마다 고유 게놈을 가지고 학습과 환경에 따라 개체 차원의 ‘진화’를 하게 된다. 회사에서는 일정 수준까지 학습을 시키고 이를 전시하는데 이들은 애나와 동료들이 각각 한두 명씩 맡은 프로토타입으로 블루감마의 마스코트라 불린다. 마스코트들은 여러 단계의 체크포인트에서 복사본으로 팔려 나가게 된다.

가령 내가 만일 디지언트라면 1살 버전 2살 버전.....10살 버전 이렇게 많은 나의 체크포인트에서 멈춘 상태의 여러 나이의 복사본이 존재하며 각기 다른 상태에서 각기 다른 무수히 많은 주인들에게 팔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객체가 된 복사판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각기 다른 능력을 획득하며 각기 다른 성격으로 변화해 가기에 둘은 서로 만나도 각기 다른 개체가 된다. 여기에 설상 가상으로 소프트웨어 자원의 평등을 외치는 해커들에게 노출되어 해적판 디지언트들이 난무하게 되고 더욱이 데이터 어스 플랫폼 그러니까 가상세셰 자체도 복제판이 생겨나기까지 한다.

아무튼 마르코와 폴로는 애나와 평생 썸을 타면서도 안타깝게 매번 비껴가는 아바타 디자이너 데릭이 키우는 침팬치형 디지언트고 잭스는 애나가 맡은 로봇 바디를 가진 디지언트다. 마르코의 특정 나이에서 복사되어 동일 환경에서 양육 되었지만 둘의 성격은 다르다. 하나는 더 신중하고 하나는 더 모험적이다. 트레이너들 역시 가상 세계에서 디지언트들을 만나야 하므로 아바타를 쓰고 그들을 만난다.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를 만날 때

가장 소름끼치는 설정은 이들이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를 만나는 장면이다. 디지언트들이 크게 세계를 휩쓸자 로봇 회사에서 디지언트들의 기능과 감각에 상호 작용하는 로봇 바디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갈아입듯이 디지언트들은 아바타를 이 현실 세계의 로봇으로 갈아입으면 그들의 현실은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된다. 아바타로만 보던 애나의 몸을 현실에서 본 애나의 디지언트 잭스는 매끈한 아바타로만 만났던 애나의 실제를 보고 미세한 신체의 특성들 작은 땀구멍과 솜털들 같은 것들에 놀라고 매료당한다. 로봇 회사는 홍보를 위해 감마 블루의 디지언트들에게 주기적으로 이 로봇 바디를 입히고 현실 세계로 소풍을 내보낸다. 사회적 동물인 그들은 함께 어울려서 동물원에도 가고 현실 구경을 한다.

디지언트들의 성장과 쇠퇴는 현실의 소프트웨어의 흥망성쇠와 같은 맥락으로 흥하다가 쇠퇴의 길을 걷는다. 초기 투자와 유지 보수 비용이 워낙 크기에 판매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워 사료 산업과 같은 보조적인 수익을 기대했지만 몇년 후 휩쑬고간 유행이 잦아들다 신규 고객의 유입은 줄고 디지언트를 중지시키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수입 창출을 기대했던 사료 투입 소프트웨어는 실패한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디지언트들이 성장하면서 제조사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요구사항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들의 게놈에 내재하는 예측불가능성은 개발자들의 목표를 빗나갔다. 너무 어려운 게임처럼 디지언트들의 도전과 보상 사이의 균형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재미를 벗어나 기울어졌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고객들은 그들의 디지탈 애원 동물들을 정지시키게 된다. 

어떤 생태계도 인구 자체의 감소는 쇠퇴와 궁국적으로는 몰락이라는 길로 예언처럼 흘러가기 마련이다. 까탈맞고 돈도 많이 드는 디지언트들을 정지시키거나 유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을 보호하려는 여러 시도는 번번히 물거품이 되어간다. 그러는 사이 데이터 어스에서 게임도 하고 애완동물도 키우고 사회 생활을 하던 많은 사용자들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 가고 그들이 즐기던 게임둘도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식이 시작되면서 데이터 어스는 점점 인적없는 폐허가 되어 가고 남아있는 디지언트들은 몇몇 매니아층이 소유한 한 줌 안되는 디지언트들 뿐이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게놈의 디지언트들은 이런 복잡한 자아가 제거되고 한 가지에 집착하는 특성을 가졌는데 매력은 없지만 전문적인 일을 학습하는 데 뛰어나서 돈벌이가 되어 여러 산업에 응용되고 있지만 귀엽기 위해 태어난 디지언트들은 골고루 잘 하지만 어떤 특수 분야에 부각을 보이지는 않는다. 혹시 발현될 지 모를 천재성을 발굴하기 위해 없는 살림에 디지언트들의 교육비로 더욱 생활은 짜듯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충성 고객과 몇몇 대형 게임들로 근근히 유지하고 있던 데이터 어스는 결국 잘나가는 새 플랫폼회사와 통합라는 이름으로 폐쇄하기에 이르는데 데이터 어스에 기반한 모든 게임 앱들은 그쪽우로 이식되어 통폐합하기로 결정된다. 그러나 디지언트들의 게놈 엔진을 설계한 뉴로 불래스터는 데이타어스 통합 이전에 이미 망한 회사라 새 플랫폼에 이식할 수 없게 된다. 하루 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 상황이 온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 블로그를 차려 놓고 콘텐츠를 관리하던 사용자가 하루 아침에 네이버가 망하면 블로그까지 쫄딱 망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내 경우 드림위즈 때 파놓은 이메일 계정이 드림위즈 통폐합으로 서버를 잃은 경험이 있는데 다행히 인수한 네이트가 메일 계정을 유지해 줘서 근근히 1세대 메일계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경헙들은 나만 해당되는 건 아닐것이다. 플랫폼이 없어지면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플랫폼에 이식해야 하는데 니 경우 처럼 이미 엔진 회사가 망해버렸다면 그야 말로 하루 아침에 길바닥에 나앉는 거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린다. 

다행히 해커들이 만든 복제판 풀랫폼에서 기거할 수는 있지만 인적 없는 텅빈 그곳에서 몇 안되는 수의 디지언트들은 새로운 자극을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지고 유기되는 디지언트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점점 즐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자신이 일시 정지되는 동안 시간이 흐르면 그 시간에 대한 상실을 슬픔으로 인식할 줄 아는 디지언트들을 이러한 폐허 속에 사느니 차라리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일시정지시키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남은 디지언트 소유자들은 디지언트의 양욱의 부담이 매니아 수준을 넘어 사회적으로 이해 불가이 가정 생활이 파탄날 지경에 이른다.

섹스 로봇은 궁극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이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섹스로봇 회사의 제안. 그리고 새 타입의 무뚝뚝한 디지언트를 훈련시키기 위해 트래이너들에게 친밀성을 높이는 항정신성 약물 주입을 요구하는 회사의 취업 제안. 이 두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의식이 있는 디지언트들을 섹스 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훈련시키킬 것인지 혹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 스스로가 약물투여라는 비인간적인 수단으로 전락할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이다. 디지언트들은 자기들이 쓸모가 있으려면 스스로 모든 법적 책임과 의무와 자유를 갖는 법인등록을 하여 성인으로서의 지휘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섹스 로봇 회사의 제의를 주인 맘대로 거절할 수 없다. 디지탈 애완동물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려는 애나와 이를 미친짓이라고 여기는 애나의 남편은 그렇다 쳐도 자신의 두 디지언트들에게 법인 등록을 함으로써 스스로 책임과 의무에 벗어나고 한 발 더 나아가 섹스 산업에서의 직업을 스스로 판단케 하고 애나를 구하려는 데릭은 그러한 배반이 다시 애나를 화나게 하여 친구인 둘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비록 아바타 없이는 형체조차 없지만 조금씩 의식이 께어나고 자아를 표현하고 슬픔과 기쁨을 느끼고 자기 주장을 할 줄 아는 객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딜레마들이 서로 얽힌 상황을 너무나도 지적으로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키보드 몇 스트록으로 일시에 그동안 쌓은 모든 추억, 기쁨과 슬픔, 함께 했던 모든 기억을 얼려 버리고 시체도 남지 않는 영원한 유기 방기 상태에서 죽음도 삶도 아닌 어떤 상태로 남겨졌다가 휘발되듯 잊혀지고 사라질 이 존재들이 소프트웨어라서 아바타 없이는 물적인 형체가 아니어서 쉽게 잊혀질 수 있을까. 그 기억, 그 시간, 그것들에게 쏟았던 내 애정을 사랑한다면 그렇게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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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아껴서 읽는 소설 그 첫 번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꼼* | 2019.07.12 | 추천5 | 댓글0 리뷰제목
어떤 소설은 작가의 신작 발표 기간이 긴 까닭에 일부러 천천히 읽거나 반복하여 다시 읽게 된다. 말하자면 야금야금 아껴가며 읽거나 읽었던 책을 꾸역꾸역 되새김질하면서 오직 작가의 다음 작품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식이다. 세상에 작가라고는 해당 도서의 저자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목을 길게 늘이고 오매불망 기다리다 보면 이따금 잊기도 하고, 다른;
리뷰제목

어떤 소설은 작가의 신작 발표 기간이 긴 까닭에 일부러 천천히 읽거나 반복하여 다시 읽게 된다. 말하자면 야금야금 아껴가며 읽거나 읽었던 책을 꾸역꾸역 되새김질하면서 오직 작가의 다음 작품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식이다. 세상에 작가라고는 해당 도서의 저자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목을 길게 늘이고 오매불망 기다리다 보면 이따금 잊기도 하고, 다른 작가의 작품에 빠져 외면을 하게도 되지만 막상 신간이 나오는 순간 또다시 오랜 기다림을 준비하는 것이다.

 

나에게 테드 창은 그런 작가 중 한 명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의 원작이었던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출간되었던 게 벌써 17년 전 일이다. SF소설로는 이례적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팬층을 거느리게 된 작가는 작품이 나올 때마다 여러 상을 휩쓸곤 하지만 정작 그가 세상에 내놓는 작품의 수는 상당히 제한적인 까닭에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늘 기다림의 연속인 것이다. 작가의 수상 경력을 보더라도 최연소 네뷸러상을 포함해 네뷸러상 4번, 휴고상 4번, 로커스상 4번을 받았다. 다른 작가들은 한 번도 받지 못한 상을 수 차례 받았다는 사실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기술 저술가로 일한다는 사실도 그를 사랑하는 독자들 사이에서는 그닥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때로는 그의 작품이 난해하다는 평도, 읽고 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평도, 그리고 '역시 테드 창'이라는 평도 다 그의 몫이자 독자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테드 창의 신작 소설집 <숨>에는 9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8편의 단편이 실렸던 걸 감안하면 적은 숫자도 아니지만 왠지 아쉬운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이번 작품 역시 나는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는 있지만 줄어드는 쪽수를 보면서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책을 읽는 속도를 일부러 천천히 늦춰보기도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하여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책에 실린 단편소설을 한 편씩 리뷰를 쓰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른 것이다.

 

소설집 <숨>의 첫 번째 단편소설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다. <천일야화>와 같은 액자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은 바그다드 출신의 상인 후와드 이븐 압바스가 자신의 거래처 사람들에게 선물할 은쟁반을 사기 위해 세공사들의 거리에 있는 어느 가게에 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목이 좋은 자리에 새로 들어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은 바샤라트. 그가 보여주는 신기한 물건들 중 하나가 원형 고리 모양의 타임머신이었다.

 

"바샤라트는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현실의 피막에는 나무에 난 벌레구멍 같은 미세한 구멍들이 뚫려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 그 구멍을 찾아내면, 유리 직공이 녹은 유리 덩어리를 잡아끌어 목이 긴 파이프로 바꾸듯이, 그 구멍을 넓혀 길게 끌어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한쪽 부리의 시간을 마치 물처럼 흐르게 하고, 반대쪽 부리에서는 그것을 시럽처럼 걸쭉하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바샤라트의 얘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의 말이 진실임을 증명할 수도 엇습니다. 저는 그저 이렇게 답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로 경이로운 것을 만들어내셨군요."" (p.17~p.18)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바샤라트는 압바스에게 '세월의 문'을 보여주고 문의 양쪽이 이십 년의 세월로 분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믿지 못하는 압바스에게 세월의 문을 통과하여 미래의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밧줄 직공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하산이 이십 년 후 유명한 거상이 된 자신을 만났던 이야기와 아지브라는 젊은 직조공이 이십 년 후 자신이 많은 금화를 모았음에도 쓰지는 않고 옹색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금화가 든 궤를 훔쳐 현실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와 하산과 결혼하여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했던 라니야가 젊은 시절의 하산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야기를 들은 후 압바스는 과거에 자신이 저질렀던 과오를 후회하며 젊은 시절의 자신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한다. 바샤라트는 자신의 아들이 운영하는 카이로의 가게에 과거로 갈 수 있는 '세월의 문'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에게 압바스를 소개하는 편지를 써준다. 압바스는 과연 어떤 경이로운 여정을 걷게 될까?

 

"이제 저에겐 카이로에 있는 '세월의 문'으로 되돌아갈 노자조차 없지만, 저는 저 자신이 상상 못할 행운을 맛보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잘못을 돌아볼 기회를 얻었고, 알라가 어떤 방식의 구제를 허락하시는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대교주님이 묻기로 결정하신다면, 저는 미래에 관해 제가 아는 모든 것을 기꺼이 말씀드릴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건대, 제가 가진 가장 값진 지식은 이것입니다.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회개가 있고, 속죄가 있고, 용서가 있습니다. 단지 그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p.58)

 

SF작가로서의 테드 창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의 이야기 스타일에 무한히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의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판타지의 세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우리 삶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단편소설 하나하나가 마치 각각의 철학적 주제를 품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도 다 그런 까닭에서 연유한다. 과거를 지울 수는 없지만 회개와 속죄와 용서가 있을 뿐이라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압바스의 고백이 선명하게 각인되는 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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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59건) 한줄평 총점 9.2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창식이 안녕?
5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5
z*z | 2019.05.21
구매 평점5점
테드창.. 왜 갑자기 오정세님이 생각날까요? ^^;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YES마니아 : 로얄 그***게 | 2020.04.26
구매 평점5점
내가 본 최고의 sf. 내가 본 최고의 단편.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L*****m |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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