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2월 25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92쪽 | 508g | 135*195*27mm |
ISBN13 | 9788937444708 |
ISBN10 | 8937444704 |
발행일 | 2022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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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492쪽 | 508g | 135*195*27mm |
ISBN13 | 9788937444708 |
ISBN10 | 8937444704 |
MD 한마디
[SF의 거장, 스타니스와프 렘 첫 원전 번역본] 스타니스와프 렘은 SF적 상상력과 문학을 결합하여 독보적 영역을 개척한 거장으로 현대 SF문학 대부분은 그의 작품에 빚을 지고 있다. 이 책은 그의 대표작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원전 번역본으로 소개된다.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존재와의 조우, 미지로의 대장정에 초대한다. -소설 MD 김소정
새로운 방문객 솔라리스 학자들 손님들 사르토리우스 하레이 『작은 외전』 토의 괴물 액체 산소 대화 사상가들 꿈 성공 오래된 미모이드 옮긴이의 말 『솔라리스』: 인식의 지평을 여는 실험실 작가 연보 |
단편집으로 접한 렘의 소설들은 난해하여 읽기 버거웠는데 솔라리스를 비롯한 이번에 새로 번역된 장편들은 쉽게 읽혀 굉장히 놀라웠다. 렘은 여전히 주요 스토리라인을 벗어난 이야기들을 상당히 많이 늘어놓지만 읽는데 어려움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렘의 시대에 사람들은 달로 로켓을 쏘아올렸지만 렘은 먼 우주의 미지의 행성을 이야기하면서도 끝까지 모르는 것을 대하는 과학의 태도와 현실을 사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한다. sf소설에서 렘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책들이 번역 출간되면 좋겠다.
읽기에 적절한 때를 만난 기분에 푹 빠지는 소설이 있고 때가 안 맞아 어긋난 느낌을 받는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나랑 안 맞는 시간에 만난 듯하다. 소설 자체가 가진 힘 외에 영향을 받는 다른 요소가 있다는 걸 챙기고 보니 약간 당혹스러운 느낌도 든다.
이 소설이 1961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니 고전인 셈인데, 나는 아주 늦게 이 책을 본 것이고 그래서 내가 본 영화들-특히 콘택트라는 제목의 두 편-이 자꾸만 떠오르면서 소설을 읽는 나를 성가시게 만들고 만 것이었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분명한데, 먼저 생각해 낸 이 소설 작가가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인데, 이걸 거꾸로 되새기고 있자니 몰입에 방해가 된다고 해야 하나. 큰 손해를 본 느낌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지구를 넘어 우주를 헤아리는 일은 어쩌면 내 머리 안의 의식을 헤아리는 일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둘다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또 아무나 해 보려고도 하는 일이다. 둘다 정확하게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먼저 생각하고 더 생각하고 많이 생각해서 밖으로 드러내는 쪽이 우선이다. 맞다, 아니다로는 끝내 판정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내 취향에는 안 맞는 상상이다. 나는 이런 상상을 거의 하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다른 이가 상상해 놓은 것을 보고 즐기는 일은 좋아하지만. 놀라움을 얻지 못하고 어디선가 본 듯하다는 인상이 끼어 들기만 해서 독서로서는 실패했다. 작가의 이름과 솔라리스라는 용어를 익히게 된 것만으로 만족해야겠다.
스타니스와프 램의 <솔라리스>는 1961년에 나온 SF의 고전 중의 고전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장대한 SF일뿐 아니라 거대한 철학론을 깊이있게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도대체 솔라리스의 바다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외계 문명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불가지론'에 대한 이야기와 솔라리스의 바다를 탐구하면서 주인공들이 겪는 신기한 일을 다루고 있다. 솔라리스의 바다에 대한 본질은 작품 내내 규명되지 않는다. 행성의 바다는 단순히 바다가 아니라 지적인 사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인류는 그것에 대한 소통의 방법도, 진정한 정체도 모른다.
그러던 와중에 주인공의 죽은 아내 하레이가 살아돌아온 것 처럼 현실에 나타난다. 솔라리스의 바다에서는 우리가 '외계'로 생각되는 세계에 다가갈수록 역설적으로 우리 내면의 실체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기억하는, 또는 숨기고 싶거나 아픈 기억이 있는 실체가 마치 꿈결처럼 존재하는 경험을 맞게 된다.
외부의 세계에 대한 불가지론이란 결국에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일까. 외계란 결국 나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고, 솔라리스는 결국 자신을 비추는 거울처럼 과거의 기억이 현재와 공존하는 세계를 만든다. 주인공의 죽은 아내는 인간이 아니고 실존 인물을 그대로 복제한 존재도 아니지만, 기억 속에 가장 깊이 각인된 흔적, 다른 모든 기억들로부터 고립된 가장 강렬한 기억이 선택된 것이다. 솔라리스의 체험은 자신의 기억을 일깨우고, 자신의 과거와 치부를 반성하게 한다.
자신에 대한 이해 없이 어떻게 다른 대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지구에서 빌려온 개념은 여전히 솔라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솔라리스의 바다를 향해 X선을 주인공의 뇌파에 맞춰 변조하여 소통을 하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최소한의 교환할 거리조차 없다. 솔라리스의 바다는 결국 불가지론을 인식한다는 것을 무지한 인류에게 가르쳐주는 것일까.
또한 주인공에게 나타난 '손님'은 처음에는 주인공의 기억이 소환한 텅빈 상태로 나타나지만, 주인공과 생활하면서 인간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주인공은 과거 아내에게 저지른 행위 때문에 괴로워하고, 그녀 또한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인다. 과거의 그녀와, 솔라리스에서 다시 돌아오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행위 또한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솔라리스의 바다는 끝을 알 수 없이 거대하면서도 하찮은 존재다. 솔라리스는 그와 맞닿는 대상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을 일깨운다. 기억 속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나는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나의 세상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전부인 일이다. 주인공의 그녀 또한 자신의 세계에서는 가장 기억 속에 소중하지만 아픈 존재다. 솔라리스의 세계에서는 그녀의 존재와 소멸에 대한 기대가 엇갈린다. 주인공에게는 솔라리스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중요할까, 아니면 솔라리스가 만들어낸 자신의 기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중요할까. 이 딜레마는 역설적으로 솔라리스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인간은 외부적인 세계를 인식하기도 전에 자기 자신의 문제를 처리하기에도 모자라다.
인간은 외부의 세계가 아닌 자신의 세계에 더 무기력한 법이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자신을 모르는 이들이 우주의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우주를 이해하고 정복하는 것을 꿈꾼다'고 말한다. 우주의 잡초처럼 흔하고 평범한 존재에 불과한 우리들이 우주에 대한 도식을 만드는 두뇌의 한계 자체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라리스의 바다는 인간을 무시하는게 아니고 코끼리가 제 등에서 기어다니는 개미를 인지하지 못하듯 단지 우리 인간의 존재를 깨닫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 솔라리스는 그 자체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실체이며, 이를 지구에서 사용하는 인간의 언어로 바꾸면 본래의 가치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솔라리스의 바다는 인간에게 '불완전한 신'의 가르침을 준다. 불완전함 자체가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가진 그런 신. 전지전능의 한계를 가지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자신의 사건들에 겁먹는 신.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면서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신. 시계를 만들어냈지만 측정할 시간을 만들지 못한 신. 그런 신의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혹은 그것이 인간은 아닐까 과학자들은 토론한다. 하지만 불완전한 신의 개념은 자신의 고통을 구원하지도 않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존재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의 심리와 같은 것이었다.
켈빈은 솔라리스의 오래된 미모이드에서 바다의 움직임을 보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는대로 존재한다.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주인공은 바다를 보면서 그가 저지른 모든 것을 용서했다고 말한다. 솔라리스가 또 다시 '그녀'를 소환하고 그 고통이 반복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 법칙에 대항할 수는 없다.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나 자신의 '감정에 깃든 에너지'를 잘 이해하고 다스리는 것 뿐이다.
바다의 활동은 어떤 '목적을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솔라리스는 희망이나 기대 같은 감정을 배제한다. 우리는 어떤 '완결'과 '기쁨' 혹은 '고통'을 기대하는 걸까? 기억이라는 자취는 존재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솔라리스의 바다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게 되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또 기대하는 인간의 '잔혹한 기적의 시대'를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솔라리스학'에 대해 끝까지 불가지론의 입장을 견지한다. 그래서 도대체 솔라리스의 바다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에 대해 정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모른다는 자각을 유도하여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도록 한다. 타인을 안다는 것은 불가지론의 입장에서는 타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습득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때로 자기 자신조차 낯설게 느낀다. 진리는 우리가 솔라리스에 가보지 않아도 멀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얼마나 자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지. 과거의 오래된 기억이 솔라리스의 세계에서처럼 다시 실체로 복원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은 진정으로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