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각자의 이야기가 존재해요.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분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는 모두 특별하답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어요. 평범한 것 같은 하루도 사실은 우리의 이야기가 한 장 한 장 쓰이고 있는 특별한 하루랍니다.

저는 제 생각과 이야기들을 책 속에 담으면서 이 이야기를 읽는 여러분이 그저 편안하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이 글에는 멋진 문장이나 가슴에 와닿는 명언 같은 말들은 나오지 않지만 무심코 틀어놓았던 라디오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연 중 하나같은 그런 이야기들, ‘그럴 수 있지’ 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세상엔 여러분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하답니다. 그러니까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한테는 소중한 우리 자신이 있고 또 여러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제가 있으니까요.
--- 「프롤로그」 중에서

세상이 책 속의 이야기들처럼 판타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내 앞으로 도착한 호그와트 입학 편지 같은 이야기를 꿈꿔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저 또한 그랬거든요. 사실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는 건 안 비밀이지만.

이미 30대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전히 저의 마음 한구석엔 ‘아직 늦지 않았어! 나한테도 호그와트 입학 편지가 올 거야!’라는 마음을 간직한 채 살고 있답니다.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미완성된 시나리오의 연속인 것 같아요. 아무리 계획을 완벽하게 잘 세워놔도 세상은 그 계획표에 맞춰서 돌아가 주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마음 한편에 항상 꿈이라는 희망을 심어 놓아야 해요. 그게 비록 책이나 영화에서 일어날법한 이야기라도 말이에요.

‘나는 호그와트에 꼭 입학할 거야!’ 가 목적이 아닌, 나를 살아가고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기르는 거예요. 자동차에도 연료가 필요하듯이 우리의 인생에도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연료는 바로 우리 마음속 한편에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꿈이랍니다.

제가 간직해오는 꿈처럼 터무니없어도 좋아요. 그저 ‘그래! 나한테는 꿈이 있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런 거예요.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니에요. 한동안 우울이라는 지독한 감정에 빠져서 헤어 나오질 못했었던 적도 있었죠. 그때 당시에 방구석에 틀어박혀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선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끊임없이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고 꿈꿨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어요.
--- 「세상이 판타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중에서

막 30대로 접어들 무렵에는 새해가 다가오는 게 정말 싫었어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나이로는 계란 한 판을 채웠고 그 시간들을 허투루 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무섭기도 했죠. 주변에서는 원래 인생은 30살부터 시작이라고 했지만 전 그 말을 듣고 웃을 수 없었어요. ‘그래 누구는 30살부터라고 이야기하겠지. 그렇지만 난 아무것도 해 놓은 게 없는걸. 그런 말은 준비된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전 마라톤 경주 속에서 혼자 우두커니 멈춰 서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다들 열심히 달리는데 나 혼자 움직일 줄 모르는 사람처럼 가만히 달리는 사람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기분이었죠. 난 아직 철도 안 들었는데 세상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덩그러니 남겨둔 느낌이랄까요.

그러다 보니 마음만 급해져서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이 뒤엉켜버렸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도 막막했어요. 거기다 원하는 걸 찾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주변에서는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니라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고 강요받기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일에 때가 정해져 있는 걸까요? 그럼 우린 나이를 먹어간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그냥 지나쳐야만 하는 걸까요? 누군가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마치 아바타를 조정하듯이 ‘그렇게 해, 그렇게는 하지 마, 그건 안돼, 너무 늦었어.’라는 말들로 우리를 마음을 흔드는 걸까요?

‘이걸 해서 언제 자리를 잡고 언제 돈을 모으지?’

저도 제일 많이 고민했던 부분인 것 같아요. 20대 후반부터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이런 고민들을 했었고, 그때는 ‘이걸 하고 나면 벌써 30대잖아 그럼 늦은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했었지만, 30대인 지금 그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는 늦은 게 아니었고, 지금도 여전히 늦지 않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죠.
--- 「마라톤 경주 속에서」 중에서


무엇이 이렇게 행복한 기억들은 꼭꼭 감춰둔 채 우울한 기억만 쏟아지게 만든 걸까요? 가만히 앉아서 그 기억을 바라보다 보니 정말 별거 아닌 것들도 많았어요. 지금 마주하게 될 상황이라면 신경도 안 썼을 일들이 그때 당시에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얼마나 서러웠으면 자신의 모습을 꼭꼭 감추고 있다가 자기를 잊지 말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지. 그러다가도 새삼 스스로가 조금은 단단해진 것 같은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했어요.

30대가 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뭐든지 조금씩 무뎌진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작정하고 상처를 주려는 사람들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죠.
---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기억」 중에서

30대가 넘어가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인간관계인 것 같아요.

예전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한해 한해 지나면서 생각해 보니 정말 별거 아닌 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관계는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죠. 정말 오랜 시간 알고 지내서 평생 내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친구와 한순간 멀어지게 될 수도 있고, 스쳐 지나가며 가벼운 만남으로 끝날 것 같았던 사람과의 만남이 길게 유지되며 절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인간관계에 너무 애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주변을 보살피기보단 나를 먼저 보살피는 것이 더 중요해요.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미련을 둘 필요 없어요. 내 옆에 있어 줄 따뜻하고 든든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옆을 지켜줄 테니까요.‘인간관계는 밀물 썰물과 비슷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