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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009
에필로그 267 |
저윤정은
관심작가 알림신청Jungyeun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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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절에 누군가의 슬픔을 듣고 위로를 건넨 날이면 지은은 집으로 돌아와 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빨래를 했다. 조물조물, 세제를 넣고 빨래를 주무르고 하얀 거품을 바라봤다. 빨래를 물에 헹궈낼수록 거품과 함께 옷에 묻은 먼지와 때들도 물에 흘러 내려갔다. 빨래가 끝나면 그들의 슬픔과 아픔도 깨끗이 지워지길 바라며 빨랫감을 탈탈 털어 널었다. 빨래를 걸어두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감정의 찌꺼기들도 같이 말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 p.41 “어떤 아픈 기억은 지워져야만 살 수 있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는 힘으로 살기도 하지.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해.” --- p.55 사는 게 외로워 누군가에게 기댔지만 사랑으로 외로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음이 공허할수록 희재에게 집착했고 그는 그럴수록 멀어져갔다. 멀어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애썼던 연희를 아프게 한 건 그가 아닌 자신이었다. 계절처럼 자연스럽게 사랑도 흘러간다는 걸 몰랐다. 봄의 다음 계절은 여름이 아닌 겨울일 수도 있는데. --- p.83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며 스스로를 열어 보이는 이들은 꽤나 용감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이 곪아 있다. 곪아 있는지도. 아픈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아픈 상처 한두 개쯤은 치유해주어야 살 만해진다는 것도 모르면서 살아간다. --- p.110 뜨끈하고 작은 핏덩이 재하를 처음 안던 날, 연자는 스스로 죽을 자유 따윈 없어졌음을 알았다. 그리고 산다는 것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여유 따윈 없었다.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고 살아 있으니 살았다. 그리고 아직도 살아 있다. 어떻게 그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 p.159 오랫동안 지켜봤던 공간인데, 실내는 밖에서 볼 때보다 따뜻하고 편안하다. 밖에서 보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언제나 다르다. 안과 밖의 다름을 결정짓는 온도는 어쩌면 개인의 생각과 시선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느끼고 싶은 것을 느끼니까. 또 사람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을 들려주니까. --- p.202 “누가 나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면 그 마음을 받아서 상처로 만들지 마시고 돌려주세요. 받지않고 돌려주었으니 상처는 내 것이 아니고 상대의 것입니다. 마음의 천국을 방해하지 말고 수취 거부하세요. 그래도 됩니다.” --- p.212 “그리고 기억해. 신은 인간에게 최고의 선물을 시련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준대. 오늘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건 선물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엄청난 선물의 포장지를 벗기는 중일 수도 있다는 거지.” --- p.270 |
마음의 상처를 살펴주는
언덕 위 신비로운 세탁소 이야기 저자 윤정은은 해와 달이 같은 하늘에 공존하듯, 슬픔과 기쁨이 결국엔 이어져 있음을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통해 이야기한다. 아픈 상처도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음을, ‘밝은 슬픔’이 존재함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그런 날에도 나를 다시 살게 하는 누군가의 격려와 믿음을 '마음 세탁소'라는 공간과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속 인물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함께 눈물 흘리기도, 꿋꿋하게 이겨내며 살아가는 모습에 가슴 찡함도 느끼며 지난 날의 선택과 상처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책의 표지와 본문에 실린 일러스트는 컬러링북 『시간의 정원』의 저자인 송지혜 작가가 참여했다.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송지혜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신비로운 그림으로 소설의 분위기를 한층 살렸다. 처음 봤을 때 그 화려함에 이끌렸다면, 책을읽은 뒤에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며 새로이 보이는 숨겨진 디테일들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묘미이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알아채지 못한 비밀들을 하나씩 찾아내며 작품에 한층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