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8월 07일 |
---|---|
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496g | 133*200*30mm |
ISBN13 | 9788954695053 |
ISBN10 | 8954695051 |
포함 국내도서 2만원 이상 구매 시 쉬폰 포스터 증정(각 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23년 08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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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496g | 133*200*30mm |
ISBN13 | 9788954695053 |
ISBN10 | 8954695051 |
MD 한마디
[최은영이 건네는 ‘더 가보고 싶어하는 마음‘] 최은영 소설가의 신작 소설집. 서정적이고 세밀한 언어들이 7편의 소설에 아름답게 축적되었다. 소설들은 무너진 관계들 속에서도 희미한 빛을 찾아내 “더 가보고 싶”도록 독자에게 연대의 손을 건넨다. 다정하지만 외롭고, 아름답지만 슬프기도 한 장면들이 모여 경건함을 자아내는 소설집. - 소설/시 PD 김유리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007 몫 / 047 일 년 / 085 답신 / 125 파종 / 181 이모에게 / 213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267 해설│양경언(문학평론가) 더 가보고 싶어 / 321 작가의 말 / 347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소설
문학동네 출판
7편의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와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 포기하고 싶었지만 끝내 이루었던 순간들. 다양한 감정들을 나는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언어로 글로 표현한다는 것에 놀라웠다. 책 전체를 필사하먄 작가님 같은 언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만큼.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일 년>, <이모에게> 소설이 가장 좋았다.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삶이 나와 내 주변과 닮아있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살아내다보면 살아진다는 말을 고요하게 마음에 전달해준 책 ♥
◈ 작가님과 줌 토크에서
*작가님이 최근에 읽은 책
- 대만 ‘우밍이 작가’의 <도둑맞은 자전거>
(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읽고 알게 되었다.)
- ‘우춘희 작가’의 <깻잎 투쟁기>
*좋은 자극을 준 책
-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
작가님이 경력과 압력에 빠지지 않고 글을 잘 쓰는지 궁금하다.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 ‘포터’로 분위기는 원래도 작가님 환한 미소에 친근했지만 더 가까워진 느낌 ^^ 32-33쪽을 작가님 목소리로 들으니 이야기가 편하고 집중이 더 잘되었다.
*책 이야기
- <파종>이라는 단어의 피상적이면서 저항하는 의미가 좋아 글을 쓰게 되면 제목으로 쓰고 싶었다.
- <답신> 썼을 때는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었다. 상처받고 보복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지만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은 잘 살고 있을 때의 절망들이 있었다. 유사한 상태의 인물이 있는데 경험을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난 후, 끊어버리고 나아가고 싶다. 삶에 찾아오는 불행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마지막 문장을 쓰면 그 세계가 닫힌다는 생각으로 쓸 수가 없다. 사라지는 것은 내가 세계있다는 것을 잊는 고통을 잊는 것이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인물들과 만났던 시간과 인연은 내 안에 남아 있어 일체감이 있다. 글로 언어로 쓰면서 정리가 되고 납득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ㅡ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희원은 2009년 2학기, 구 년 전 스물일곱 대학교 3학년 학사 편입생.
은행을 그만두고 늦게 대학생활을 하다 시간강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게 되는 일이 있다. 그녀의 글을 읽고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그녀의 삶을 동경하고 또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생각하면서도 여자, 시간강사의 말이 주는 힘은 남자 정교수보다 약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한계에 있는 그녀에게 상처주는 말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동경했지만 자신도 그렇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 같은 아련함이 가득했고, 아주 희미한 빛처럼 흐릿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글로 쓰는지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어도 너무 좋은 글 ♥
나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 언어화될 때 행복했고, 그 행복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던 종류의 감정이라는 걸 가만히 그곳에 앉아 깨닫곤 했다. 가끔은 뜻도 없이 눈물이 나기도 했다. 너무 오래 헤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P11
퇴근해 책상 앞에 앉아 책에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에 투명 망토를 두른 것 같았다고 그녀는 썼다. 세상에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그녀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그려진 세상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보다도 언제나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썼다. 그럴 때면 벌어진 상처로 빛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고, 그 빛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더 가보고 싶었다.’ 그녀는 그렇게 썼다.
나는 그녀의 문장에 밑줄을 긋고,
그녀의 언어가 나의 마음을 설명해주는 경험을 했다.
나도, 더 가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P43-44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쫓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 그 빛이 사라진 후, 나는 아직 더듬거리며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어림해보곤 한다.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도. 나는 그녀가 갔던 곳까지는 온 걸까. 아직 다다르지 않았나. P 44
ㅡ
<몫>
신입 대학생 혜진, 희영, 한 살이 더 많은 정윤.
공동체 안에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겨진 사람들의 몫. 사람으로써의 몫.
풋풋했지만 누구보다 열정 강했고 삶에 대해 진심이었던 스무살. 왜 이 대학생들이 멋있게 보이는 걸까.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있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P52
<일 년>
회사 선배인 그녀는 인턴 다희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다희는 허물없이 귤을 까먹고 대화했는데 그 모습을 특이하게 느꼈다. 자신은 입사 초기 최선을 다하고도 낙담했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희의 행동이 부러웠나 혹은 이해가 되지 않았었나.
반복되는 체념 속에 빛을 잃어가고 껍데기만 남은 다희의 표현은 일상에 지쳐버린 일하는 사람들의 고됨같았다.
오래 전 한 사람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았고 그 사람만 보면 자동적으로 내 힘든 사정을 쏟아내듯 말하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 힘든 마음을 담아 내준 사람이지만 그 힘듦을 담고 있어서 알고 있어서인지 어느 순간 내가 자꾸 거리를 두게 된 적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실망하는 거죠. 전 언제나 사람들의 기대만큼 밝은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 너 이런 애였니? 이러고 가버리는 거예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렇게 말하고 다희는 힘없이 웃었다.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잃고 싶지 않으니까 무리를 하게 돼요.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P97
살아진다. 그러다보면 사라진다. 고통이, 견디는 시간이 사라진다. 어느 순간, 그녀는 더 이상 겉돌지 않았고, 그들의 세계에 나름대로 진입했다. 모든 건 변하고 사람들은 변덕스러우니까. 그러나 그 후에도 그녀는 잠들지 못하거나 질이 낮은 잠을 끊어 자며 아침을 맞았다. P108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P115 (-서운함을 이렇게 글로 표현한다는 것에 또 놀라움)
애정이 상처로 돌아올 때 사람은 상대에게 따져 묻곤 하니까. 그러나 어떤 기대도, 미련도 없는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걸어 잠근다. P119
사람들은 때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털어놓고는 상대가 자신의 진심을 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상대를 증오하기도 하니까. P120
<답신>
엄마를 닮은 나와 아빠를 닮은 언니. 그런 언니에게 수치스럽다, 창녀같다는 말은 어린 아이에게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알고 한말이었을까. 아빠는 남겨진 딸들에게 꼭 그렇게 생채기를 내야했을까.
나쁜남자의 절정을 달리는 형부와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는 언니. 언니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내가 느낀 언니에 대한 감정을 조카는 알아주길 바래서 편지를 쓴 것 같다. 많이 슬프고 여자를 기만하는 남자들로 기분이 나쁘게 만든 소설. (너무 공감이 되어서요^^)
그렇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남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고 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느라 나의 욕구를 무시했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가장 큰 두려움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실망하는 거였어. 나는 절대로, 절대로, 누군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P133
밤하늘 아래의 불빛들이 반짝이면서 너는 앞으로도 살아야 해, 살아가야 해, 하고 낮게 합창하는 것 같았어. 더 알고 싶은 것도, 더 해보고 싶은 것도 없는데, 이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그런데도 살아야 한다고 자꾸만 누가 내 등을 떠미는 것 같았지. P160-161
<파종>
창작과비평 문학부분에서 읽고 이번 소설집에서 두 번째이다.
소리와 엄마는 소라의 삼촌이자 엄마 민주의 오빠의 빈자리를 그리워한다. 오빠가 떠나기전 그녀의 힘든 것을 손바닥에 다 주고 가져가겠다는 말을 하지만 고개를 흔들며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오빠가 이제는 편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담겨있었다. 소리와 엄마는 삼촌이 일구던 밭을 다시 일구며 그의 흔적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리운 마음을 함께 해본다.
삶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저렇게 동생의 힘든 마음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가정폭력 속에 자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가족의 아픔을 본인 마음에 품어줄 수 있는지 삼촌은 따뜻한 사람이었고, 충분히 빈자리가 느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언어로 그 적는 순간순간들을 복원했다. P186
세상은 온통 뿌옇게 보였다. 누구도 그녀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때 그녀는 처음으로 막연함을 느꼈다. 막연한 두려움, 막연한 슬픔, 막연한 외로움. 무엇 하나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 시간은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에 가지 않고 길을 돌고 돌았다. 그렇게라도 시간을 버리고 싶었다. P204-205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이 꼭 버려지는 것 같아서였다. 눈물이 났지만 그 마음을 누구도 이해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해서 그저 참았다. P206
<이모에게>
파종의 삼촌 같은 남자는 드물다. 대게의 남자들음 밥상 숟가락도 안놓거나 여자를 깔보는게 습관인 사람들이 자주 나오는데 이모에게의 아빠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
희진은 엄마보다 나이가 20살도 넘게 차이나는 이모와 함께 살며 이모의 양육방식으로 자랐고, 부모에게도 할 수 없었던 감정을 유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상이 이모였다.
어릴 적 함께 살았던 막내 고모가 생각났다. 맞벌이 부모님을 대신해 숙제도 곧잘 봐줬던 고모. 어른들의 관계로 연락도 이제는 닿지 않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늘 있었던 고모는 희진의 이모같은 느낌이어서 그런지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이렇게 잘 컸고, 잘 살고 있다고 보여주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나를 몰아세우자 놀랍게도 나를 아프게 하는 생각의 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건 가학적으로 귀를 막으면서 진짜 문제들을 뒤로 미루는 방식이었지만, 당시의 나는 내가 꽤 잘해내고 있다고 믿었다. P246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는 고양감에는 중독성이 있었다. P247
돌아보면 그 시절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나의 공포와 분노를 마주하는 일이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 나는 쉽게 겁내지 않고, 사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연출했다. P248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헐값에 어린 막내를 팔아버린 가족. 식모살이로 성장한 기남은 홍콩에 사는 둘째 딸 우경이 자식임에도 불편하다. 세월이 지나 가족이라고 생모 생신 잔치에 초대받았지만 불청객같은 대우에 기남은 명동 거리를 방황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식모살이하는 사람이었고, 결혼해서도 남편과 자식에게 무시받는 사람이다. 탁구를 칠 때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감정이 편하다고 느낄만큼 자신에게 뿌리 깊이 주변의 멸시의 행동과 시선이 익숙했던 기남.
나도 어쩌면 그 사람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직업과 자라온 환경만으로 무시하지는 않았나. 가족이나 친구에게 그런 시선을 보내진 않았나 생각해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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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란 무릇 재미있어야 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물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건 당연하다. 감동의 파도만큼 우리를 이루는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부모와 자녀, 이모와 조카, 정사원과 인턴사원, 후배와 선배. 교수와 학생. 모든 관계가 그렇듯 좋은 관계였다가 불편한 관계로 변하는 건 순간이라 할 수 있다.
2018년부터 발표한 단편을 모든 작품으로 총 일곱 편이 실려 있다. 일곱 편의 작품 중 주제가 몇 갈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어떤 사건과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다룬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과 치유를 말한다. 더불어 여성으로서의 위상과 그에 따른 차별과 폭력에 대처하는 우리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다.
「답신」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교사로서 도움이 필요한 소녀의 마음을 빼앗아 유린하고, 그것도 모자라 결혼한 언니에게 폭력을 가했다. 그 순간 동생은 형부를 죽이고 싶었다. 또 다른 연약한 소녀에게 같은 짓을 저질렀던 그를 벌하고자 했던 거다. 쌍방폭행이 아닌 일방 폭행이 되어 있었다. 구치소에 수감 되어 재판받을 때 언니는 반대 증언을 했다. 그렇게 증언할 수밖에 없었겠으나, 고모할머니의 장례식 때 제대로 대화라는 것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들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마주할 수 없었던 거다. 사랑하는 언니의 자식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했던 조카의 생일을 축하하는 쓰는 글은 사회 전반에 깔린 여러 형태의 폭력을 고발하는 글이었다.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의 감정을 고스란히 배운다. 엄마 아빠를 대신해 희진을 키웠던 「이모에게」에서 희진은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았던 이모를 통해 삶을 배웠다. 희진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올 때 데리고 나가서 자랑했던 이모는 칭찬을 삼갔다.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삶을 살았기에 희진에게도 같은 것을 원했다. 아빠는 아빠보다 열일곱 살이 많았던 이모를 은근히 무시했다. 희진은 수영을 할 때면 자신을 느리게 나는 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가 공군 소위가 되어 비행기를 조종했다. 날아가는 비행기를 그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이모였기에 희진을 자랑스러워했다.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우리가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고, 슬프면 울고 애써 웃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것처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몫」은 대학 교지 편집부원으로서 글을 쓰는 것과 그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말한 작품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를 정하고 취재한 내용을 취지에 따라 정확한 논점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해진은 정윤의 취재에 기반한 글을 보고 빠져들게 되어 교지 편집부원이 되었다. 수습 세미나 간사였던 정윤이 희영과 해진의 주제 도서에 대한 발제문을 평가했다. 희재의 글에 자주 칭찬했고 날카롭고 유려한 희영의 글에는 매번 비판했다. 셋은 세미나를 끝내고 자주 어울렸으나 정윤은 희영이 쓴 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해진은 희영의 글을 아주 좋아했다. 아내 폭력에 대한 주제를 함께 준비해보자는 희영의 제안이 좋았다. 어떤 이유로 희영이 정윤을 보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희영이 떠난 뒤 정윤과 마주한 희재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상대방을 이해하는 수도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편협해지고 마는 게 사람이라는 거다. 관대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일 년」의 지수와 다희는 스물일곱 살의 동갑내기로 정사원과 일 년 계약 인턴사원으로 만났다. 중국어에 능통한 다희는 지수의 어시스턴트로 다희를 태우고 공사 현장에 다녔다. 차 안에서 대화를 자주 나눴던 그들은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 정사원이 인턴사원을 두고 인사 문제로 이야기할 때의 불편함이 있다. 별다른 뜻 없이 뱉었던 말이 타인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일 수도 있다. 속마음과 달리 와전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관계의 변화까지 생긴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들 없는 집의 여섯 번째 딸이었던 기남은 가족들에게 버려져 운영하는 공장의 주방에서 일했다. 둘째 딸 우경의 초대로 홍콩에 오게 된 기남은 한국 반찬이 들어있던 수화물 가방 하나를 분실했다. 기남은 우경이 불편했다. 다만, 우경의 아들 마이클은 착하고 다정다감하여 기남을 잘 따랐다. 딸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이 마이클의 말 한마디로 사라졌다.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52페이지, 「몫」 중에서)
여성 서사의 작품으로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들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춘다. 희진, 희영, 희재 등의 이름이 주인공으로 나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작품으로 읽혔다. 끈끈한 관계였다가 다시는 마주치지 않는 냉정한 사이로 돌변하는 관계, 결핍을 채워가는 관계에서는 오는 뜨거운 감정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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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의 신작 단편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총 7편의 단편 속에는 여성들의 서사가 담겨있다.
비정규직 여성이 겪는 부당대우와 용산 참사
여성 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말하자 했던 자와 그것에 피로감을 느끼는 자들의 대비
죽은 오빠이자 삼촌과 지냈던 시절 각자의 기억과 추억을 가진 모녀
어린 시절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돌봐주던 이모와의 이야기 등
주인공이자 화자인 여자들의 깊이 있고 섬세한 사서를 만나볼 수 있다.
7편 모두 좋았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답신」이다.
여성,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굴레에 순응하며 불행한 삶을 사는 언니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동생이 형부를 죽이게 됨으로써 회복될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린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 속의 그 절절함이 가득했다. 부디 이 가족에게 서로를 위했던 마음을 다시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녀에게는 그런 아프고 폭력적인 순간들이 스크류바를 먹는 순간만큼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었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p.21)
내 마음 안에서 나는 판관이었으니까. 그게 내 직업이었으니까. 나는 언니를 내 마음의 피고인석에 자주 앉혔어. 언니를 내려다보며 언니의 죄를 묻고 언니를 내 마음에서 버리고자 했지. 그게 내 가나를 버리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채로. (p.175)
'우리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 이모?' 이모는 내가 여린 탓에 함부로 대우받고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했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이모 자신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모는 자기 자신을 대하듯 나를 대했을 것이다. (p.261~262)
진경을 알기 전까지 기남이 만난 사람들은 그녀에게 값을 요구했다. 자신들이 준 작은 마음이나 호의까지도 모두 두 배 세 배로 돌려받길 원했다. 그래서 기남은 사람으로 사는 일이 원래 그런 것인 줄로만 알았다. (p.309)
여성들의 깊이 있고 섬세한 감정선 그리고 상처, 상실, 갈등을 겪은 후 회복과 치유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기에 이야기 속 우울함을 넘어설 수 있다. 누군가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을 대부분 비호감으로 그려내 불편하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저자가 탁월한 감수성이 너무 좋다. 그리고 가정에서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계속해나갔으면 한다. 그렇게 나는 나와 또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공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