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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산산조각

: 정호승 우화소설

[ 양장 ]
리뷰 총점9.4 리뷰 15건 | 판매지수 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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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436g | 138*210*20mm
ISBN13 9791165799243
ISBN10 1165799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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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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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은 주머니가 달린 수의다. 이 세상에 주머니가 없는 옷은 없다. 그렇지만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망자의 옷이기에 무엇을 넣고 갈 주머니가 필요하지 않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 p.11 「어떤 수의」 중에서

그러나 나의 주인 김씨는 달랐다. 수의에 주머니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주머니 달린 수의를 만들어드립니다’라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시장 도로 쪽 벽면에 현수막을 걸어놓거나 전단지를 만들어 길거리에서 직접 나누어주기도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신문 광고를 내기도 했다.
--- p.12 「어떤 수의」 중에서

“그런데 어르신, 사랑은 아낌없이 주고 가는 게 아닌가요? 왜 가져가시려고 하시는지요?”
“아, 그건, 내가 준 사랑이 아니라, 내가 받은 사랑을 가져가려는 거야. 사람은 태어날 때도 사랑에 의해서 태어나지만, 죽을 때도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죽어. 그래서 그 사랑을 내가 가져가고 싶은 거야. 특히 나는 내 아내의 사랑을 가져가고 싶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빈껍데기에 불과해. 아내의 사랑 때문에 그래도 내가 인간답게 살았어. 그런 귀한 사랑을 어찌 두고 갈 수 있겠나. 수의에 주머니라도 달아서 거기에 가득 넣어 가야지 않겠나.”
--- p.21 「어떤 수의」 중에서

“힘을 내도 소용없어요. 하루하루 산산조각이 날 뿐이에요.”
“허허…….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고,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되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가.”
--- p.46~47 「룸비니 부처님」 중에서

때때로 나는 부처님의 고행상 형상을 한 단순한 모조품이 아니라 고행 끝에 진짜 부처님이 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비록 순례 기념품이지만 룸비니에서 부처님의 형상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 p.50 「룸비니 부처님」 중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나무에게는 죽음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어떠한 고통을 겪는다 할지라도 육체의 형태만 여러 가지로 달라질 뿐 나무라는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 그는 벌목되는 어른 참나무의 말씀을 통해 더욱 큰 꿈을 갖게 되었다.
--- p.56~57 「참나무 이야기」 중에서

‘이제 참회해야 해. 나는 새들이 날아와 앉는 걸 늘 싫어했어. 새들은 내가 좋아서, 좀 편히 쉬고 싶어서 찾아온 건데 새똥이 내 몸에 떨어진다고 새들을 늘 쫓아버렸어. 여름에 매미가 내 몸에 붙어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도 정말 싫어했어. 지금 생각해보니 다 내 잘못이야. 나는 목불이 될 꿈을 꾸면서 오만하기 짝이 없었어. 겸손함을 몰랐어. 큰스님께서는 늘 자기를 바로 보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나를 들여다본 적이 없어. 목불이 되고자 했던 것도, 산사의 대웅전 대들보가 되고자 했던 것도 다 나를 바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헛된 꿈을 꾼 거야. 내가 나를 속인 거야.’
--- p.66~67 「참나무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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