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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 어렴풋이

창문 너머 어렴풋이

[ 양장 ]
리뷰 총점9.8 리뷰 12건 | 판매지수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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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30g | 120*200*20mm
ISBN13 9791190999106
ISBN10 1190999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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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는 말

창문 하나, 기억

빨간 벽돌 이층집 17
미자 28
안녕 37
그 여름의 끝 50
엄마의 창문 59
목격자(Le temoin) 73
창문처럼 나를 열면 81

창문 둘, 빛

첫 문장이 없는 글 93
눈이 너무 뜨거워서 100
숨 107
한낮의 색채 속으로 112
나무가 되는 꿈 121
창문 메이트 127
은유도 비유도 없는 시 130
창으로 만나기 135
뒤라스의 바다 146
인섬니아 154
소극적 인간의 적극적 관찰 일기 162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엄마와 미자는 저녁이면 분홍색 립스틱을 바르고 마당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아빠를 기다렸고, 미자는 엄마의 기다림을 기다려줬고, 나는 두 여자의 등에 업혀 잠을 잤다. 기다리는 마음, 기다림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마음, 사랑하는 마음, 마음을 여러 겹 포갠 포대기로 나를 둘러업었던 그 여자들의 등,나는 지금도 그 등의 온도를 기억한다.
---「미자」중에서

나는 엄마를 안고 아이를 어르듯 달랬다. 엄마는 아이처럼 울다가 노인처럼 주저앉았고, 나는 나와 똑같이 우는 엄마를 나와는 다르다고 믿으며 꼭 끌어안았다. 엄마가 처음으로 내 품에서 울었다. 앞으로는 이런 날들이 자주 찾아오겠지.
---「엄마의 창문」중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커튼을 활짝 열고 첫 문장을 찾는다. 내 어둠을 거두고 환하게 들어와 언어로 탄생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첫 문장이 될 것이다. 저기, 창 너머에 나를 기다리는 말이 있을까.
---「첫 문장이 없는 글」중에서

언젠가 주저앉아 울던 내 곁을 가만히 지켜주던 사람의 숨도 저기 어딘가에 있을까. 등을 다독여주던 그 사람의 숨은 얼마나 먼 곳에서 다시 나를 만나러 올까. 그런 생각을 하면 모든 숨이 실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모든 존재가 커다란 숨결의 일부이고 전부인 것만 같다.
---「숨」중에서

이제 나는 완전히 열지 못했던 창을 활짝 열고 이 기록을 힘껏 던진다. 내게 가장 먼 곳이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임을 기억하며. 여기, 이 글을 저기 멀리서 보고 있으리라는 믿음, 그것으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간다.
---「창으로 만나기」중에서

가장 빈번히 출몰하는 악몽이자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 왜 하필이면 그 바다 곁에서 글을 썼을까? 그런 물음이 찾아오면 파도 소리, 바람 소리가 뒤라스의 말처럼 들렸다. 울음과 비명 그리고 침묵의 반복. 내게 뒤라스의 세계는 위태로운 곳이었고, 나는 그녀의 글을 통해 위태로운 것의 아름다움을 배웠다. 어둡게 지는 것, 불안에 흔들리는 것, 고통에 젖은 것, 그러니까 들추기 싫은 삶의 이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뒤라스의 바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의 냄새
창 너머에서 나를 기다리는 말들의 무늬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찾아오는 '안녕'이란 말은 꼭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같아서 어떤 온기에 나타났다가 식은 공기에 사라지곤 했다. _「안녕」, 48쪽

『창문 너머 어렴풋이』를 음미하기 위해선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단지 책이 아니다. 빛의 냄새, 어둠의 온도를 재료로 지은 자기고백의 공간이다. 기억을 현상하기 위한 암실이자 들이친 빛에 훤히 드러난 지금을 마주해야 하는 밝은 방이다. 차례에 따라 독자는 창가의 방향을 바꾸어 앉게 된다. 저자가 본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하고 질문하는 동안 독자 역시 동일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나는 해가 질 무렵이면 자연스레 집을 나선다. 다만 그때 그 여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들은 앉아서, 나는 걸으면서 지금 내 앞에 생생히 살아 있는 것들을 목격한다는 것이다. 내게 걷는 일은 보는 일이다. _「목격자(Le temoin)」, 80쪽

아마도 그 노력 중 하나가 글을 쓰는 일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생각하고 다듬는 일은 나의 빈 마음을 채우는 일이자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불행과 행복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_「창문처럼 나를 열면」, 88쪽

저자는 김 서린 창문을 닦아내듯 명징함과 어렴풋함 사이를 떠돌며 잘 알아채지 못했던 마음의 윤곽을 상상하고 묘사해낸다. 어떤 이야기는 따뜻한 울림을 주고, 어떤 이야기는 묵직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 모든 정서가 서로 불규칙하게 순환함으로써 그 사람의 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표백되지 않은, 무늬 가득한 삶”으로 일컫는다.

기억과 빛을 매개로 사유한다는 것은 시간이 빚어낸 삶의 얼룩, 즉 상실감과 무력감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변화한 자신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생에서 발생한 시차와 밝기의 차이를 자기만의 방에서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단단하고도 섬세한 사유를 통해 보여준다. 기억과 빛이 투과한 창 너머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말들의 무늬. 저자의 말마따나 펜데믹 이후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멀어진 것들이 남긴 풍경 바라보기, 시간의 주름 매만지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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