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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인문학, 동서양을 꿰뚫다

: 들여다보고 내다보는 인문학읽기

박석 | 들녘 | 2013년 11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7건 | 판매지수 66
베스트
인문/교양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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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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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616쪽 | 868g | 153*224*35mm
ISBN13 9788975276897
ISBN10 8975276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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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석
1958년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1981년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재학 중 교내 명상요가회를 통해 명상의 세계에 입문한 이래 30여 년간 명상수련과 학문연구를 병행해오고 있다. 1993년 여름 집중적인 명상을 하면서 내면의 세계를 깊게 들여다보다 화광동진과 대교약졸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그 뒤 종교, 철학, 문화, 예술, 문명사 등을 열심히 내다보면서 명상과 인문학의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1992년 이래 상명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사단법인 ‘바라보기’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고 사회의 명상화, 명상의 사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상 길라잡이』, 『명상 체험여행』, 『송대의 신유학자들은 문학을 어떻게 보았는가』, 『하루 5분의 멈춤』 등이 있고, 역서로는 『한산시』, 『의식과 본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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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예술은 바로 분산적 통일미를 강조한다. 먼저 회화를 보면 서양회화가 초점투시를 위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하나의 그림에는 하나의 시각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중국회화는 산점투시散點透視를 추구하기 때문에 하나의 그림에 여러 개의 시각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중국회화도 초점투시 위주의 그림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회화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하는 산수화에선 산점투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산을 밑에서 위로 바라보는 시각과 멀리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과 산 뒤쪽의 감추어진 그윽함을 바라보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할 수가 있다. 한 폭의 그림에서 여러 개의 시각이 분산되어 나타나면 시각적 통일미는 분명 찾기가 어렵고,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어우러져 초점투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운치와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건축물에서도 중국은 분산적 통일미를 추구한다. 서양의 대표적인 건축물, 예컨대 성당이나 궁전들이 대개 하나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중국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궁전이나 사원들은 넓은 공간에 흩어져 있다. 이렇게 흩어져 있으면 하나로 집중된 건물에 비해 통일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원림건축에서는 각각 분리된 공간들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중시한다. 그러나 거시적인 안목으로 보면 흩어진 각각의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나름대로의 통일미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통일미인 것이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서양의 오케스트라에는 반드시 지휘자가 있지만 중국 전통음악의 합주에는 한가운데 서서 전체 음악을 지휘하고 조율하는 지휘자가 없다. 각각의 악기들이 지휘자 없이 제각기 놀면서도 전체적인 호흡을 맞추는 것을 중시한다. 한 명의 지휘자가 수십 명의 단원들을 이끌어가는 오케스트라에 비해 통일미가 부족한 듯이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 그 속에는 조화로움이 있다. 다만 집중적 통일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을 따름이다.--- pp.103-104 「전체를 보아야 드러나는 아름다움들」

사실 과학기술은 선진과 낙후가 있지만, 문화는 절대 객관적인 우열이 있을 수가 없다. 아름다움은 제각각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이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동일한 집단 내에서는 아름다움에도 어느 정도의 보편적인 기준을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서양미학의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칸트는 미적 판단은 취미판단에 속하기 때문에 완전한 객관성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상호 간의 타당성, 즉 공통의 타당성을 가질 수는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정도의 보편성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집단이 서로 다르다면 장자가 의문을 제기하였듯이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많은 동양인들은 알게 모르게 문화의 영역에서도 서양에 비해 열등하다고 느끼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우리가 근대 이후 서양의 과학기술문명의 위력에 압도되어 주눅이 들어 문화 영역의 아름다움이란 영역에서도 그들이 만든 관점을 좇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주체성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냥 겉으로 보면 서양은 교, 동양을 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좀 더 깊게 보면 그 졸은 단순한 졸이 아니라 대교약졸의 졸일 수 있다. 굳이 서양에 대한 동양의 우월성을 외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아름다움에는 절대객관적인 기준이나 서열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는 자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화려미와 소박미, 다채미와 단순미, 농염미와 평담미, 집중된 통일미와 분산된 통일미, 전경을 부각시키는 아름다움과 배경과의 조화미, 그리고 이 전체를 아우르는 말로서 발산미와 수렴미, 이들은 서양문화와 동양문화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코드들이다.--- pp.116-117 「전체를 보아야 드러나는 아름다움들」

물론 기독교의 신에 대한 이론이 처음부터 이렇게 화려한 것은 아니다. 사실 기독교의 뿌리인 유대교의 신의 개념은 원래 아주 소박했다. 아브라함이나 이삭, 야곱 등의 족장시대의 신은 주로 엘로 불렸는데 초월적 개념은 거의 없고 부족의 번영을 약속하는 부족의 수호신 정도의 개념이었다. 족장시대의 유대의 신은 비교적 친근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다 모세를 거치면서 유대의 신은 크게 변모한다. 우선 엘에서 야훼로 그 이름이 바뀐다. 그리고 부족의 신에서 민족의 신으로 바뀌었고, 거기에다 계약을 통해 유대민족이 약속을 잘 지키면 주변 민족들을 내리치면서 유대민족을 축복을 주다가도 유대민족이 계약을 어기는 경우에는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엄격한 신으로 변모한다.
사실 유대민족의 가나안 정착기의 야훼는 전쟁의 신이었다. 유대민족은 전쟁을 치를 때는 전쟁의 신을 믿었지만, 팔레스타인에 정착한 뒤에는 농경의 신이었던 바알 신에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마다 예언자들은 바알 신을 숭배하던 자신의 민족을 질책하면서 야훼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요하곤 했다. 당시의 유대교에는 유일신이라는 개념 외에 특별한 고등 철학이나 윤리도 없었다. 사실 축의 시대가 시작되기 전까지 유대의 야훼에 대한 개념은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했다.
기원전 8세기에 축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고등 윤리와 사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야훼에 대한 개념이 점차 바뀌게 된다. 이사야, 아모스, 호세아 등 이 시기 선지자들의 입을 통해서 나타나는 야훼는 이전의 가혹하고 무자비하고 희생 제물을 즐기던 모습에서 희생 제물보다는 사회의 정의를 강조하고 무한한 사랑을 강조하는 신으로 점차 변모한다.--- pp.176-177 「대교약졸의 미학으로 바라보는 기독교와 유교」

성스러움을 부정하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단하선사丹霞禪師가 겨울철에 낙양의 혜림사慧林寺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날씨는 추운데 땔감이 없자 단하선사는 본당으로 달려가서 목불을 들고 와 쪼개어 장작불을 지폈다. 그 절의 승려가 기겁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발대발하면서 불제자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냐고 따지자 단하선사는 태연하게 부지깽이를 들고는 장작 잿더미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승려는 의아해하면서 도대체 뭘 하느냐고 물었다. 단하선사는 부처님의 사리를 찾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 승려는 어이가 없어 목불에 무슨 사리가 있느냐고 대들었다. 그러자 단하선사는 사리도 없는 목불로 불을 땠는데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그 승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공안 속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예컨대 우상을 타파한다는 의미도 있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역시 성스러움을 부정하는 것이다.--- pp.226-227 「불교, 중국에 들어와서 선종을 낳다」

서양은 대체로 이원성을 확연하게 분리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심한 경우에는 둘 사이에는 아무런 교류가 있어서는 안 되고, 또한 서로 뒤섞이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데카르트는 정신의 작용이 자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자연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데카르트의 관점에서 보면 동중서의 천인감응설의 영향을 받아 극심한 가뭄 때에 스스로 근신을 하고 죄수들을 풀어주었던 조선시대의 임금의 행위는 정신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데카르트는 이렇게 자연과 정신을 더욱 확연히 분리시킴으로써 정신의 특징을 더욱 뚜렷하게 부각시킬 수 있었고 동시에 자연의 특징도 더욱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즉 신이 인간의 정신에 부여한 이성적인 사유의 능력은 더욱 강조되고 아울러 어떠한 정신적인 요소도 완전히 배제된 자연의 물질성이 보장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철학자는 인간 이성의 힘을 더욱더 신뢰하고, 과학자는 신학의 간섭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롭게 자연에 대한 탐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pp.314-315 「전경미의 부각, 배경과의 조화미」

서양인들과 중국인들의 공간감각은 상당히 다르다. 서양 사람들은 대체로 외부와 차단되고 독립된 공간을 만드는 것을 중시했다. 그들은 집을 지을 때 벽을 다 쌓아서 먼저 외부와 차단되고 독립된 공간을 만든 다음 마지막으로 지붕을 덮어서 완성한다. 물론 그리스의 신전처럼 외부에 기둥들을 많이 세우고 내부에 실내공간을 두기도 하고, 기둥 위에 지붕을 먼저 덮은 다음 벽면을 쌓아올리는 공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현대적 건축공법에는 철제 골조로 기둥을 먼저 올리고 지붕을 만든 다음 벽면을 쌓는 방법도 많이 쓴다. 그러나 전통적 서양 건축공법에서는 사방의 벽면을 다 쌓아 올린 뒤 지붕을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들의 건축 공법 속에는 외부와 분리된 독립된 공간을 중시하는 공간 개념이 담겨 있다.
이에 비해 중국 사람들은 외부와 완전히 분리된 공간보다는 외부에 개방적인 공간을 좋아한다. 그 때문에 기둥을 만든 다음 벽면을 만들기 전에 먼저 대들보를 올리고 지붕을 만든다. 중국건물에서는 지붕이 벽보다 훨씬 중요하고, 미학적으로도 훨씬 중시된다. 벽은 지붕이 다 완공되고 난 뒤 나중에 채워 넣는데 매우 단단하고 고착되어 있는 서양의 벽에 비해 훨씬 유동적이고 외부와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진다. 때로는 벽면 전체를 다 문짝으로 만들어 유사시에는 위로 들어올리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벽을 채우지 않기도 한다. 정자나 누각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외부와 분리된 공간보다는 외부와 서로 소통하는 공간을 더욱 선호하는 공간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pp.483-484 「영원을 갈망하는 석조건축, 조화를 꿈꾸는 목조건축」

대항해시대를 먼저 열었던 나라는 이베리아 반도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다. 이들은 이슬람세력을 축출하면서 형성된 국가였기에 진취적 기상이 있었고, 또한 해양국가로서 바다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포르투갈은 1415년부터 아프리카 서해안 지역의 탐사를 시작하였으며, 1434년에는 그 이하로 내려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마의 북회귀선을 넘어 아프리카 남쪽으로 항해를 계속하였고, 마침내 1488년에는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까지 이르렀다. 포르투갈의 뒤를 이어 대항해에 뛰어든 나라는 스페인이었다. 카스티야와 아르곤의 통합으로 1479년에 탄생한 스페인은 이베리아 반도 내에 이슬람 잔존세력 축출과 해양세력 확대에 힘을 기울여 마침내 1492년에는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냄과 동시에 콜럼버스를 후원하여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1495년에는 뒤이어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도 대항해의 경쟁에 합류한다. 1498년에는 포르투갈의 가마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넘어 마침내 진짜 인도에 도착하고, 1522년에는 포르투갈의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완수한다. 1606년 호주가 발견되고, 1642년 뉴질랜드가 발견됨으로써 대항해의 시대는 대략 막을 내린다.
사실 대항해의 시대를 먼저 연 나라는 중국이었다. 1405년 명나라의 정화는 서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방대한 규모의 함대와 인원을 이끌고 최초로 항해에 나서 동남아일대를 탐방하였고, 1413~1415년의 제4차 항해에서 아프리카 동해안에 도착하였다. 중국과 포르투갈은 비슷한 시기에 아프리카 동해안과 서해안을 탐사하였지만 정화가 우호관계를 맺고 신기한 동물 기린을 싣고 돌아왔던 데 비해 포르투갈인들은 황금과 상아를 찾아 약탈을 자행하였고 결국 노예사냥까지 손을 댔다. 중국의 대항해가 중국의 존재를 알리고 우호와 교역을 추구한 순수한 탐험이었다면 유럽인들의 대항해는 약탈과 침략을 위한 탐욕적인 탐험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서양의 대항해는 그들에게는 발견과 탐험이었지만, 원주민들에게는 고통과 불행의 시작이었다.
--- pp.545-546 「발산에서 침체를 거쳐 다시 팽창으로 나아간 서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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