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고양이가 날 귀여워하며 놀아줬으니까 고양이는 은인이야.” 모토코는 기쁘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거나 목소리를 높여 뭔가 주장하는 모습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었다. --- p.19
“동물은 인간만큼 생사를 깊이 생각하며 살지 않아. 물론 그 아이들도 기뻐하고 슬퍼하지만, 죽음에 한해서는 담백해. 인간이 너무 슬퍼하면 떠난 동물들이 곤란하니까 살아 있는 동안 행복했던 기억을 많이 떠올리는 게 좋아.” --- p.38
“잠깐 물건 좀 사 올 테니까 얌전히 자고 있어라, 알았지?” 고지는 집을 나와 상점가로 뛰어갔다.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어쩔 줄 모르면서도 이상하게 웃음이 헤실헤실 나왔다. --- pp.74~75
지금 돌이켜보면, 자신이 전처의 마음을 더 배려했다면 부부 관계가 어느 정도는 잘 풀렸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아내는 남편인 자신이 조금은 다정한 말을 해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아무튼 고지는 눈앞에 나타난 귀여운 세 마리 강아지와 란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했다. --- p.80
“고양이들이 행복하면 그걸로 됐지.” 부모님은 그렇게 말했지만, 몸을 굽히고 울타리 틈새로 불쑥 고개를 내미는 고양이가 사라져서 조금 쓸쓸해 보였다. 그럴 때면 자매가 고양이들은 보호시설에서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을 거라고 말하며 부모님을 위로했다. --- p.95
히로코가 말을 걸며 몸을 쓰다듬는데, 히토미가 오래 신어 헌 마당용 슬리퍼를 신고서 집 앞 골목까지 나가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웅크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혹시 엄마 고양이는 안 계십니까? 우리 집에 와도 괜찮은데요.” --- p.96
집에 가까워지자 엄마의 발걸음이 급해졌다. 문을 여는 그 잠깐도 안타까워하며 현관에 신발을 벗어 던지고 집으로 들어가더니, “다녀왔어요! 엄마가 돌아왔어요!” 하고 크게 외쳤다.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지.’ 유미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p.155
“역시 타로랑 하나코랑 같이 들어갈 수 있는 무덤이 좋겠어. 그래, 미리 찾아두는 게 좋겠다. 잠깐 찾아볼까?” 그가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하더니 “이거 봐요, 제법 많아”라며 즐거운 듯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순진무구하게 웃는 그를 보며 ‘열여덟 살이나 연상인 아내에게 무덤 같은 소리를 기쁘게도 하네’라고 생각하며 또 조금 발끈했다.
어느 날 당신의 삶에 작은 동물이 들어온다. 당신은 동물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똥을 이렇게 예쁘게 누다니 대단해!’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동물을 즐겁게 해주려고 괴상한 소리를 내거나 이상한 몸짓을 한다. 이웃에게 들킬까 봐 긴장하면서도 개다리춤을 멈출 수 없다. 집 안에 동물을 위한 물건과 공간이 늘어가고, 아플 때를 대비해 비상금을 모으기 시작한다. ‘나를 이만큼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니’ 하고 놀라다가, ‘내가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구나’ 하고 놀란다. 그렇다. 당신과 함께 사는 그 작은 동물은, 당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을 것이다. 나의 개와 고양이들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들처럼.